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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헌터에서 암행어사로 전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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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9.02 17:10
최근연재일 :
2019.10.10 21:2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5,892
추천수 :
155
글자수 :
160,376

작성
19.09.05 00:10
조회
289
추천
11
글자
12쪽

#4

DUMMY

“으아아아아!”



무방비하게 던져져 바닥을 구른 탓에 먼지투성이다.


그보다 뭐 이리 시끄러워?



“뭐야 이게?!”


“이것이 백두산의 참 모습이다!”



나무와 풀로 가득하던 푸른 산은 어디로 가고 눈앞에 보인 것은,



“거기 형씨! 와서 구경 좀 해!”



호객 행위 중인,



“거, 똑바로 섭시다!”



줄을 서는 질서정연한,


요괴들이 있었다.



“구르면서 바닥에 머릴 세게 박았나?”



허공을 유영하는 불빛과,


질서정연하게 늘어진 노점상,


그 사이를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는 요괴들.


축제라도 열린 것처럼 산 전체가 요란스럽다.


들어 본 적도 없는 요괴부터 만나면 즉시 도망치라는 고위험 요괴까지,


다양한 요괴들이 서로 어울려져 떠들썩하게 즐기고 있다.



“어이”



시끌벅적한 장터 같은 이곳에서 내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자, 붉은 피부의 도깨비가 팔짱을 한 채 서 있다.


여전히 신출귀몰한 녀석이다.



“이매망량의 밤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다 좋은데 사람은 던지지 말자.”


“꽤 유쾌한 입장이었지! 파하하하하하”



내 등짝을 후려갈기며 큰 소리로 웃는 도깨비.


그런 도깨비의 반응에 몇몇 요괴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저거 인간 아니야?”


“냄새가 인간인데?”


“어머! 어쩜 살이 저리 야들야들해 보일까!”



이러다 혼자 남으면 그대로 덮칠 기세인데?


몸 전체가 이빨투성이인 녀석부터 시작해서,


내 키보다 긴 혀를 내밀며 다가오는 놈까지.


각양각색의 요괴들이 나를 노리는 것이 보인다.



“허? 이놈들 봐라?”


“뭐야? 문지기 양반이 여긴 무슨 일이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도깨비가 어느새 내 앞을 막고 있었다.



“이봐 홍, 그 인간 먹을 건가?”


“아니?”


“그러 비켜라, 오랜만에 인간 맛 좀 보자.”



도깨비의 이름이 ‘홍’인지 그를 홍 이라 불린 요괴는,


박살 났다.


바닥에 침을 흩뿌리며 다가오던 요괴를 향해 쭉 뻗어있는 주먹.


이를 통해 주먹에 맞고 박살 났다고 추측할 뿐,


주먹이 언제 뻗어졌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이 애송이는 할멈의 손님이다. 만에 하나 건들시-”



도깨비가 바닥을 내리치자,


모든 이매망량들이 바닥에 무릎 꿇었다.


아니,


꿇렸다.



“다음 생을 생각해야 할 거다.”



도깨비의 몸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온다.


안개처럼 퍼지기 시작한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자,


요괴들이 지레 겁을 먹고 급하게 자리를 벗어난다.


이게 설화급 요괴의 힘인가?



“오랜만에 이 짓거리를 하니 술이 땡기는 구만! 푸하하하하!”


“....그러냐?”


“어서 할멈에게 가자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어 재끼며 앞장을 서는 도깨비.


그런 도깨비를 따라 산을 올랐다.


나를 바라보는 요괴들의 시선이 뜨거워서 열심히 걸은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중턱에 도달했다.



[이거 참 보기 드문 녀석이 찾아오지 않았나?]


[인간 방문자라니! 오랜만이군!]


[마지막이 삼십 년 전이던가?]


“거, 시끄럽게 굴지 말고 비키쇼!”


[허허허! 그 쪼매난 도깨비가 언제 이리 컷 누!]



중턱에 이르자,


요괴들과 노점상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장승들의 행렬이 정상까지 쭉 늘어져 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장승들의 수다를 들으며 산을 올라서일까?


생각보다 빠르게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서서히 시야를 가로막는 안개와 다르게 하늘은 쾌청했다.


얘기로만 들었던 백두산 천지.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천지의 호수는 티끌 없이 맑았다.


호수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는 다르게 주변은 안개가 휩싸여 있었다.


거침없는 도깨비를 따라 호수에 다다르자,


호수도 안개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삼신 할멈!”


“어떤 놈이 감히 삼신을 막 부르는 것이냐!”



도깨비의 외침에 답하듯 누군가의 강렬한 외침이 돌아왔다.



“앗! 문지기님 아니 십니까? 여긴 어인 일로?”



도깨비의 짧은 부름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참새였다.


손바닥만 한 참새가 날아와 도깨비에게 굽신댔다.



“할멈의 손님이다!”


“이런 불찰을! 다들 따라오시지요!”



요란스럽게 지저귀는 참새를 따라 호수에 발을 담갔다.


더욱 짙어지는 안개 속에서 미호가 앞으로 나오며 외쳤다.



“약속대로 암행어사를 데려왔다!”



미호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


건너편에서부터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우선 살아 돌아온 것은 축하하마.”


“......”


“헌데.”


“-----!”


“분명 나는 암행어사를 데려오라 하였을 텐데?”



호수 위를 거닐던 그림자가 사라진 것과 동시에,


귓가에 누군가의 숨결이 닿았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샌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성의 입술이 지척에 와있었다.


아무런 징조 없이 다가온 그녀보다 두려웠던 것은,


새하얀 동공.


천지의 호수처럼 맑은 그 동공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그보다 더 기괴한 것은,


흰자가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암행어사에 가까운 것을 데리고 온 게냐?”


“내 실수로 모두 죽었다.”


“과연, 그런 건가.......”



어느새 미호의 옆에 서서 무언갈 건네는 삼신.



“약속대로 이건 돌려주지.”


“.....감사하다.”



삼신의 품에서 나온 무언가를 받아든 미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최소한 네 할애비가 왔으면 좋았을 것을”


“깜짝이야!”


“안타까운 일이로다.”



순식간에 다시 내 옆으로 와 뚫어지라 쳐다보는 삼신.



“녀석, 희한한 것을 품고 있구나?”


“......?”



탄성을 내지르며 아까보다 더 내게 밀착하는 삼신.


부담스러워 물러서자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어째서 산에 들였나 했더니 저것을 본 게냐?”


“허? 이몸께서 시시한 녀석을 들일 꺼라 생각한 건가?”


“그렇지 않기에 너를 문지기로 고용한 게다.”“거참 별소리를 다 하는군! 파하하하하!”



호수에 주저앉은 도깨비의 곁에 나타난 삼신.


그런 삼신을 향해 도깨비는 큰 소리로 웃는다.



“자, 시간이 없다. 암행어사의 후손이여.”


“아니, 아직 이해가 하나도 안 가는데?”


“네가 날 찾아온 것은 복수할 힘을 얻기 위해서 일터”


“......”


“끈적할 정도로 느껴지는 감정은 삼십 년 만이로군.”



이번에는 천천히 다가온 삼신이 내 턱을 움켜준다.



“너는 내게서 무엇을 볼 테냐?”


“-----!”


“불운한 과거? 비참한 현재? 알 수 없는 미래?”



억지로 맞춰진 삼신의 눈에서 내가 본 것은,


없었다.



“특이해, 아주 특이해. 무엇이 널 그리 특별하게 만드는지 아느냐?”


“......?”


“마패는 요괴의 힘을 가두는 감옥과도 같은 존재.”


“감옥?”


“그 감옥을 관리하는 간수가 바로 암행어사다.”



자연스럽게 내 품에서 마패를 꺼내 간 삼신이 뒤돌아섰다.


두 손에 고이 모신 마패가 천지의 호수에 닿자,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마패는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다.”


“결국, 내가 선택 받-”


“넌 선택 받지 못했다.”


“.....뭐?”



당황하는 내 손에 쥐어진 마패.



“네가 원하는 힘은 얻을 수 있으니. 불안해하지 말 거라.”


“......”


“이미 넌 내게 오는 길에 힘을 얻었다.”


“.....내가?”


“바로 이몸이니라!”



산에 들어서면서부터 보이지 않던 꼬마 요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에서 솟구치듯 튀어나온 꼬마 요괴는 기세등등하게 호수 위를 활보했다.


저게 내 힘이라고?



“허? 애송이, 저게 뭔지도 모르고 데리고 다닌 거냐?”


“볼 때마다 매를 버는 건 알지.”


“푸하하하하! 이거 참, 오늘따라 유쾌하군!”


“......?”



어리둥절한 나를 보며 웃기 바쁜 도깨비.


그런 내게 삼신이 다가와 한마디 했다.


저것은 청룡이라고.



“뭔 용? 청룡?!”


“인간 놈이 인복은 없고 요괴 복이 넘치다니! 이번 암행어사는 참 괴이하구나.”


“저게 진짜 청룡이라고?!”



비명 같은 외침에 꼬마 요괴가 나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설마 의도적으로 날 속인 것인가?!


여태까지 철부지 같은 행동은 모두 연막이었단 말인가!



“미안하지만 애송이, 무슨 생각 하는지 뻔히 보이는데 그건 아니다.”


“에?”


“예전부터 청룡은 철없기로 유명한 놈이다.”


“에에?!”



내가 알던 청룡은,


자신의 영역에 인간이 들어서는 것을 싫어하는 바다의 폭군 같은 존재였는데.



“여긴 언제 와도 물이 맑아 좋으니라!”



저런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라고!




“쟤 줄 테니 힘 얻는 법을 가르쳐줘.”


“어서 내 힘이나 돌려주어라!”



정강이를 걷어차려는 꼬맹이를 들어 삼신에게 내밀었다.



“힘을 얻으려면 이젠 이무기가 된 이 아이가 필요하지.”


“이 몸이 이렇게 대단한 존재이니라!”



짜증 난다.


다시 물장구치러 간 이무기는 무시하고 삼신의 말에 집중했다.


삼신이 호수을 휘젓자 글자들이 떠올랐다.



“요괴는 소문[所聞] 민담[民話] 전래[傳來] 설화[屑話] 이 네 가지로 나뉜다는 건 알고 있을 게다.”


“기본 상식이니 알고 있지.”


“허나,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네 가지 단어가 하나로 뭉치며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얘기할 괴담[怪談]이 바로 그것이다.”


“괴담?”


“그래, 괴담!”



구슬처럼 맑았던 호수가 모두 붉게 물들었다.



“요괴와 인간을 잡아먹으며 성장해 종국엔 모든 생명을 앗아가는 존재가 괴담의 주인공인 게다.”


“그런 요괴가 있다는 건 들어 본 적 없는데?”


“녀석들은 요괴라고 하기에도 기괴하고 참혹한 존재지.”


“그거랑 내가 힘을 얻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결국, 암행어사는 요괴와 인간을 중재하는 존재, 그런 둘을 위협하는 괴담을 처리하면 마패는 널 주인으로 인정할 것이다.”


“인정받기만 하면 힘이 생기는 건가?”


“사실 시간만 흘러도 인정은 받을 수 있을 게다.”


“그런데?”


“다만 정석대로 가면 십 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인 게다”


“시, 십 년?!”



고개를 끄덕인 삼신이 다시 한번 물을 휘젓자,


붉게 변했던 호수가 원래 대로 돌아왔다.



“인정을 받는 동시에 힘을 얻는 빠른 방법은 괴담을 죽이는 방법뿐이다.”


“......”


“시간은 매우 촉박하다. 하루빨리 강해지거라.”


“----!”



갑자기 호수의 물이 나와 이무기를 감싸기 시작했다.



“잠깐! 난 아무런 힘도 얻질 못했는데 어떻게 괴담을 처치하라는 거야?!”


“네 품에 답을 안겨 놓았다.”


“뭐?!”


“다음에 만날 땐 이름을 듣겠다, 임시 암행어사여.”



따지려 들었을 땐 이미 숲속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옆엔 정신 잃은 이무기와 어디론가 사라졌던 미호 녀석이 서 있었다.



“진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원래 할매의 말은 이해하기 힘드니 이해해라, 몽룡.”



손에 쥐어진 마패를 품에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하늘이 검게 물들어 별빛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힘을 얻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의문만 늘었다.


‘네 품에 답을 안겨 놓았다.’


삼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돈다.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았다.



“내 품안에.....”



.

.

.

.

.




“참 기괴한 놈을 데리고 왔구나.”


“허?”



흰자와 눈동자가 반전된 눈을 감으며 삼신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말에 드러누운 도깨비가 반응한다.



“평범한 암행어사도 설화급 요괴는 한 번 보기도 힘들지.”


“할멈은?”


“난 빼고 이놈아.”


“하? 그래?”


“운이 좋다면 둘도 볼 수 있을 게야.”



삼신이 호수에 손을 넣고 휘젓자, 물이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구미호.



“셋을 본 녀석은 역사에 이름 석자를 남겼고.”



청룡.



“넷을 본 녀석은 나라를 구했다.”



도깨비.



“푸하하하하! 그거 참 재밌는 얘기군.”



자신의 형상을 띈 물방울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도깨비.



“그렇다면 다섯을 본 암행어사는 무엇을 할 건가?”



눈을 뜬 삼신의 앞에 놓인 요괴의 형상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작가의말

연참대전 참가 4일째 입니다.

제목이 조금 애매한 것 같아 고민 중입니다.

우선 10 화까지 올리고 상황을 봐서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썼으니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표지는 직접 그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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