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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를 날로 먹는 쉐프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한이™
작품등록일 :
2023.04.04 13:59
최근연재일 :
2023.04.17 08:05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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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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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글자수 :
86,097

작성
23.04.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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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14화. 에밀이 바뀌긴 뭘 바뀌어?

DUMMY

아르노의 속이 울렁거렸다.


‘자랑? 내가?’


자랑에 취해서 요리를 망친 거라고?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마땅한 반박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눈앞의 비슷한 나이대에 불과한 변방 요리사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그의 정곡을 한없이 깊게 찔렀다.


“요리 속에 손님을 먼저 고려해야지, 자기 자신을 먼저 뒀으니 주객전도밖에 더 있나.”


에밀이 무덤덤하게 난도질을 이어나갔다.


“수도에서 고생하며 공부했으니, 그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을 거야. 내가 이렇게 요리를 잘한다. 이런 걸 배웠다. 남들과는 다르다. 충격적인 요리를 내놓고 싶었겠지. 그 결과가 뭐지?”


아니다.

그것만큼은 말하지 말아라.

에밀의 혀끝을 멈추고 싶은 아르노의 동공이 떨렸지만, 그곳에는 감정을 벗겨낸 이성만이 존재했다.


“아마추어.”


아마추어.

너는 그것밖에 안 된다.

난도질의 끝에 찾아온 묵직한 충격에 아르노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아프겠지만,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지.’


요리가 업이라면, 프로가 되어야 한다.

자, 지금부터 혼자 결론을 내리는 거다. 이건 누구도 도울 수 없다.


‘네 절대적인 조리 스킬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지. 자격은 갖췄어. 닭 껍질 만두, 그것만 봐도 알아.’


지구에서 장사했더라도 전국구까지는 몰라도 넉넉하게 지역구 맛집 정도는 꿰찼을 거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넘치고 넘친다.

맛집 소리, 장인 소리에 취해 손님을 배제한 자기만의 요리를 하다가 폐업하는 식당 점주들 말이다.


“난, 나 자신에 취한 아마추어에 불과했던 건가.”


힘이 쭉 빠진 아르노의 입에서 마침내 진실을 받아들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더없이 축 처진 목소리.

하지만.

정답이었다.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훈계를 쏟아내던 에밀의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거다. 나, 빈스 영지의 에밀이 상대가 아니었다면.”


겸손한 말에 아르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는 교훈을 얻었고, 누군가는 속이 후련해졌다.


“고맙다. 덕분에 날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여기에서 훈훈하게 끝을 내도 좋겠지.

하지만.


“뭔 혼자 대화를 종결하고 있어. 아직 내 말 안 끝났는데?”

“음?”


가감 없이 패 달라고 했으니, 기회 있을 때 열심히 패야지.


“나였다면, 고기를 잘게 다져서 속으로 썼을 거야. 아니면 아예 고기를 쾅쾅 두드려서 종이처럼 펼친 다음, 껍질이랑 같이 밀가루 옷을 발라서 튀겼던가. 밀가투랑 튀김만 있으면 물리니까 시큼한 소스도 준비하고.”

“······.”

“그게 아니라면 글쎄, 애초에 닭 껍질 자체가 첫입은 맛있어도 먹으면 먹을수록 물리는 요리이기도 해서. 사이드라면 몰라도 식당에서 메인 메뉴로 내놓긴 좀 그렇지 않나? 그러려면 아예 구성을 술집으로 차리던가. 근데 네 가게 술집치고는 동선이 좀 방만하던데?”


멘탈 케어를 마쳤으면 이제 솔루션으로 가야지.

숨 쉴 틈도 없이 끝이 보이지 않도록 이어지는 지적에 아르노의 표정이 핏기가 가시며 창백해졌다.

하지만 역으로, 말이 이어질수록 그의 머릿속은 후련해졌다.


‘모든 면에서 전부 패배했다.’


요리 그 자체의 맛부터, 참신함, 경연 요리로서의 한계까지.

눈앞의 에밀은 요리사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에서 그를 아득히 웃돌고 있었다.

미세한 차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였군.’


몇 걸음 차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그와 에밀의 사이에는 거대한 강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자잘한 수 하나로 극복될 것이 아닌, 끝없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강이.


“뭐, 그래도 너무 자책하진 말고. 응? 원래 다 식당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야 배우는 것도 있으니까. 흐아암.”


에밀이 하품하면 눈을 살짝 감은 찰나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곳에는 아르노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고맙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 가르침을 받았으니, 한가지 알려주도록 하지.”


적막을 뚫고 새 지저귀는 소리만 가득한 아침.

아르노가 답했다.


“조심해라.”


조심해?

뭘?


*


“가게 잘 운영하며 기다리고 있어라. 다시 만날 날이 오거든, 그때는 나도 달라져 있을 거야.”

“그래.”

“수도로 오거든 날 찾아와라. 하루 정도는 재워 줄 테니.”


아르노가 작별 인사와 함께 가게를 떠났다.

앙금을 완전히 풀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얼굴 평생 안 볼 사이는 아닌 선에서 그를 떠나보낸 길.

에밀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 머릿속의 대화가 계속 맴돌았다.


[내 추측이 맞다면, 이 식당의 원주인, 즉 네 어머니는 병사로 돌아가신 게 아니다.]


좀 어려운 말이었다.

병사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고?


[레시피에 출처가 존재하듯, 요리사에게도 출처가 있다. 네 어머니는 타지인으로, 처음부터 빈스 영지 사람은 아니었지. 개인적으로 과거를 조사하다가 깨달았다. 아마드라는 성은 어딜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정도의 실력과 레시피를 함께 갖추고 있었으면서도.]


그러니까, 아마드는 만들어진 성씨라는 말인가? 인위적으로?

그러고 보면 성씨 단위로 씨족 사회가 발달된 사회이니 뭔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이것만으로는 단서가 영 모자라서.


‘에이, 내가 신경 쓸 일도 아닌데.’


에밀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래도 나 엮인 일이긴 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몸으로 지낸 지도 이제 보름을 넘어 한 달을 향해가고 있는 탓일까.

이 몸의 전 주인이 살아왔던 궤적이, 본인의 행동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전 에밀이 욕먹으면 자기가 욕먹는 것처럼 괜히 거슬렸다.


“뭐, 내 식당만 욕 안 먹으면 됐지.”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냐.

요리사는 욕먹어도 된다. 요리만 욕 안 먹으면 되지. 그러니까 이거 말이다.

에밀이 허리를 쫙 펴고, 가게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태림]


가게 이름 두 글자, 태림이 먼저였다.

그의 이름 안태림에서 두 글자를 따왔는데, 초심을 잃지 말고 늘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붙였다.

에밀이 유명해지는 만큼, 태림의 명성 또한 드높아지겠지.


“오늘부터 태림 1일 차다.”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태림이 문 안으로 들어섰다.

큰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

왜, 에밀이라는 이름은 좀 더러운 게 사실일뿐더러, 가게를 신장 개업하면 처음 3달은 파리만 날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기도 하고.


‘재고 남을 계산도 해야 돼.’


지금은 생존을 염두할 시기다.


“재활용할 요리 레시피도 구상해 볼까? 탄두리 버터 치킨 카레처럼.”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는 아직 몰랐다.

빈스 영지 사람들에게, 아니, 이 세상 사람들에게 음식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가득한지.


*


빈스 영지.

시골 영지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인 도시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중소 규모의 영지다.

하지만 인근 곡창지대는 물론, 어업이 발달한 해안 도시에서 수도까지 연결하는 교역로의 한 축을 맡고 있기에, 다른 건 몰라도 식재료 하나는 풍부한 곳.

이곳에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가 하나 있다면.


“에밀 그 놈이 다시 가게를 시작했답니다.”


에밀 아마드.

빈스 영지 공인 개망나니가 그러했다.


“장사 망해서 가게를 내놓은 줄 알았더니, 기어코 그걸 새단장하네.”

“크룸 가니브가 자금을 대 주었다고 하더군.”

“돈도 많아. 감이 있는 줄 알았더니, 조만간 크게 잃겠군.”


당연하지만 헐뜯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고는 없었으니까.

그래,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경연 대회에서 이겼다지?”

“그 하르스타 출신까지 나온 대회에서 말이죠? 조제프 베르디에의 아들. 아르노 녀석을 꺾고.”

“허어, 어쩐지 요 근래는 말썽 안 부리고 죽은 듯 지내더니마는, 그동안 틀어박혀서 요리를 연구하고 지냈던 건가?”


상점가의 이곳저곳에서 그를 두고 나누는 이야기가 울렸다.

그것도 무려 욕이 아닌 화제로!


“왜, 이상할 게 어딨어. 그 부모도 살아 있었을 때는 손맛이 대단했잖아.”

“나도 단골이었지. 특별할 게 없는데도 계속 끌리는 뭔가가 있었어.”

“미리암네 채소가게 알지? 거기에서 철판 아이스크림이라는 걸 팔았는데, 그게 참 맛있었다는 거야.”

“철판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단 말인가?”


긍정적이다!

아무리 들어도 동네 주민들끼리 평범하게 맛집 이야기 나누는 광경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

이런 대화의 흐름이 듣기 불편했던 걸까. 빈스 마을의 대장장이 겸 무기점 주인.


“크흠!”


루카스가 콧바람을 불었다.


“에밀이 바뀌긴 뭘 바뀌어? 사람의 본성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아! 어차피 곧 망하겠지. 녀석의 요리는 형편없소.”


그 말에 무기점 물건을 보던 경비병 한 명이 슬쩍 반박했다.


“경연 대회에서 우승했다지 않소?”

“하하, 운이 좋았겠지. 겉모습이 그대로인데 속만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라도 했다는 말이오?”

“안 될 건 뭐요? 깨달음이 있었으면 가능하지.”

“몰랐는데 무기 보기 전에 사람 보는 안목부터 기르셔야겠군?”

“자네, 미쳤나? 말이 안 통하는군. 손님을 이렇게 대하는 가게라니.”


자리를 뜬 말동무의 모습에 대장장이 루카스의 이마 위로 힘줄이 불끈 솟았다.


‘언제부터 에밀 녀석 욕도 맘대로 못 하게 된 거지?’


그는 기억하고 있다.

에밀 식당에 들러서 밥을 먹었을 때, 위액이 쏟아지도록 시큼했던 그 음식 맛을! 흐물흐물했던 식감을!

환불을 요구했더니, 진상 취급했을 때의 없었던 그 분노를!


[상식이 결핍되셨습니까?]


그 재수 없는 면상에 이마 위로 힘줄이 빠직 솟아났다.


“흥!”


사실, 분노가 치솟는다고 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

뒤에서 열심히 헐뜯거나 망하길 빌거나 분노의 망치질을 반복하는 정도 외에 그가 뭘 할 수 있겠나.

캉! 캉! 캉! 캉!

그런데.


“······.”


궁금하긴 하다.

에밀이 요리를 잘한다고? 그것도 경연 대회에서 우승까지 할 만큼?

그 명성 자자한 하르스타 출신을 꺾으면서까지?


‘허어, 궁금해. 아니, 궁금하지 않아. 아니, 궁금하긴 해.’


사실, 빈스 영지같이 평화롭고 심심한 영지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고는 별게 없었다.

기껏해야 맛있는 밥 먹는 정도일까.

다행히 교역로 한복판에 위치한 영지 특성상, 재료 빨로 밥 하나 만큼은 풍족하다는 게 빈스 영지민들의 최고 행복.

요리에 미쳐버린 세상이지만, 그중에서도 빈스 영지민들은 자부심이 각별했다.


[한번도 안 먹어봤던 음식이었다니까. 본 적도 없어.]


태림이라고 했나?

에밀이 세운 가게에 대해 떠들었던 말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일에 집중할 못 하겠다.


‘아니, 그래도 자존심이.’


내면의 투쟁을 반복하길 한참이었다.


“어?”


트드득, 빠직!

망치 두드리는 데 힘을 너무 준 나머지, 칼날에 그대로 금이 가더니 토막 났다.

아! 이거 비싼 건데!

영주가 직접 주문해서, 제대로 만들었더라면 한 달 치 매상은 굳는 물건이었는데!

나는 망치질조차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된 건가. 그깟 에밀 한 놈 때문에?


“젠장!”


대장장이 루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작업복을 벗어 던지고는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이게 다 에밀 때문이다! 어차피 이대로는 일 못 해!’


직접 가서 먹어 보고, 내 생각이 옳았다는 확신을 얻어야겠다!

쿵, 쿵, 쿵, 쿵!

루카스가 그렇게 성난 발걸음을 옮겨 에밀의 가게에 도착한 순간.


“어?”


그는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와.”

“이거 오늘 안에 먹을 수는 있겠나?”


가게 입구, 그 바깥에만 벌써 인파가 수확 철 논밭의 벼처럼 우글거리고 있었으니까.


“사람이 이렇게 많아서야 원.”

“냄새는 좋은데 벌써 얼마나 서 있는 거야? 환장하겠네?”


인파, 인파의 벽이었다.

한창 젊은 연인들부터 나이 많은 노인네들까지.

그와 같이 에밀을 육포처럼 씹었던 상점가 식구들까지.

못해도 수십이 넘는 인파가 에밀의 가게 앞으로 몰려와서는,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따지러 왔나?’


에밀이 문제 저질러서? 아닌데? 진짜로 밥 먹으러 온 것 같은데.


“후후, 나는 아까 이미 먹었지.”

“왜 또 왔어?”

“한 번 더 먹으려고.”


저렇게까지 신나 한다고? 밥 한 그릇 때문에? 에밀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알면서?

루카스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훼까닥 했나?”


이 마을 사람들, 그렇게 뒤에서 욕을 해 댔으면서. 가게 열자마자 부뚜막 오른 고양이처럼 몰려왔어?

자존심도 없나?

본인은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루카스 본인마저도 그중 하나였다.

기다려? 말아.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아쉽기도 하니 모르는 척 줄을 한참이나 서는 와중이었다. 슬슬 발목이 시큰할 무렵.


“아악! 에밀이 사람 잡는다!”


가게 입구 쪽에서 찢어져라 노인의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럼 그렇지, 에밀이!’


제 버릇 남 주겠나.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사건을 저질렀구나!

루카스가 기대한 찰나.

노인을 뒤따라 문을 박차고 나온 에밀이 비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노인을 향해 중얼거렸다.


“사람? 새치기하는 사람은 사람 취급 안 하는데, 줄이나 좀 시키시죠?”

“나도 손님이야!”

“내가 안 받으면 손님이 아니지.”

“이놈 자식이! 넌 부모 없어?”

“없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 이이이이익!! 나이도 어린 게 어딜 빠딱빠딱 말대꾸를 하고 있어! 노인 공경도 몰라?”

“노인 공격하기 전에 조용히 꺼지시죠. 앞으로 살 날도 얼마 안 남으신 분이.”

“이익······! 나이.”

“나이 하니까 하는 말인데, 남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힘든 날에도 기다려 주시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모범은 못 될망정 민폐나 끼치고.”


에밀은 새치기 범 노인을 말 몇 마디로 가게 바깥으로 쫓아냈다.

루카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한 마디를 안 지네.’


에밀 맞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군. 저 사회성의 존재 유무가 희미한 말투는 분명 에밀이 맞았다.

하지만 그 말투가.


‘오늘 만큼은 마음에 드는군.’


마음에 든다.

마침 식당에서 쫓겨난 사람이 상점가에서도 유명한 진상 노인이니까.

돈은 별로 안 쓰는 주제에 목소리는 쓸데없이 커서, 가게에 자꾸 뭘 공짜로 내놓으라며 여론몰이한다고.

보통은 콧김이 귀찮아서라도 콩고물 하나 들려주고 돌려보냈지만.


“쯔쯔, 드디어 화를 보는구만.”

“그동안 누가 한마디 안 해주나 기다렸는데, 이걸 에밀이 하네.”

“속이 뻥.”


에밀은 달랐다.

진상과 타협하지 않는 자세에 대기줄에서도 흐뭇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식은 얼마나 맛있으려나.’


루카스가 그렇게 기대감에 차서 줄을 서는 찰나였다.

내가 뭘 잘못 봤나?

그의 두 눈에 수상한 사람이 들어왔다.

온몸을 가리도록 긴 망토와 깊게 푹 눌러쓴 후드, 흩날리는 긴 금발, 그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귀?’


평범한 인간이라기에는 비정상적으로 기다랗고 뾰족한 귀.

잠깐, 저거 설마.


‘엘프?’


엘프가 이런 식당 앞에 왜?

찰나의 순간, 수상한 이방인은 인파 사이에 섞여 자취를 감췄다.

잘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그림자처럼 흘리면서.


- 차라리 죽는 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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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초보 요리사들을 죽이는 칼날 +5 23.04.15 322 12 14쪽
12 12화. 이런 변경 영지에서 이 정도 수준의 요리 23.04.14 341 9 12쪽
11 11화. 질긴 고기와 육즙의 역학관계 +2 23.04.13 358 8 15쪽
10 10화. 고기에 무슨 장난을 치는 거야 +3 23.04.12 365 9 10쪽
9 9화. 내 알 바는 아니지만 +1 23.04.11 380 8 14쪽
8 8화. 호부 밑에 견자 +1 23.04.10 399 7 12쪽
7 7화. 썩기 직전의 과일 +1 23.04.08 417 7 13쪽
6 6화. 하나 살 때마다 하나가 무료 23.04.07 420 8 11쪽
5 5화. 두 손 두 발 23.04.06 444 7 13쪽
4 4화. 재능 없는 녀석들의 특징 +1 23.04.05 449 8 12쪽
3 3화. 빚쟁이가 투자를 바람 +1 23.04.04 478 11 11쪽
2 2화. 아직 안 죽었구나 +1 23.04.04 521 11 12쪽
1 1화. 장사 시작합니다 +1 23.04.04 67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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