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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이

개같은 날의 오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별목성
작품등록일 :
2022.10.27 23:40
최근연재일 :
2022.11.10 23:2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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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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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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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회상과 누군가(1)

DUMMY

“머리를 자르면 죽는다, 심장을 꿰뚫리면 죽는다, 발을 자르면 움직이지 못한다.”

“그거는 세돌이도 똑같지 않냐?”

“뭐라고?”


중얼거리며 한참을 기록하던 사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사람도 그러면 죽는거 아니냐는 말이지”

“그렇긴 해”

“그렇긴 해가 아니고~”


답답하다.


“당연한걸 왜 그렇게 적어놓냐는거지”

“그게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런거지”

“어?”


무슨 소리인가.

좀비라고 해도 머리 잘리고, 심장 꿰이면 죽는건 당연했다.

시대가 무슨 시대인데 이런 소리를 하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보편화된 이 말세에.


“무슨 개소리를”


사서가 말을 끊고 들어왔다.


“우선 ‘사람’이란것에대한 정의를 내려야함이 바람직하지만”


누가 철학과 아니랄까봐 또다시 허무맹랑한 소리로 바람을 잡기 시작하는 사서.

이래서 사람들이 사서라고 부른다

매를 ‘사서’ 번다고.


“그 ‘사람’이라 부름중에 죽어서도 구천을 떠도는 이가 있으니!”


두둥탁!


혼자 신이났는지 효과음까지 내는것을 보아하니 역시 매를 사서번다는 사서다웠다.


“자네 혹시, 운구자들이라고 들어봤나?”


무슨 연극을 하는것마냥 과장되게 행동하며 이죽거린다.


“그게 뭔데?”


들어나 보자, 들어나 보고 패던지 말던지 결정하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서에게 물었다.

사서는 약간의 비 사회적인 병증이 있긴 했지만, 그 나름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다루는데 뛰어났기에 도서관같은 중요한 장소의 관리인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운구자들은 내가 지은 이름이야, 잘지었지?”


몇대 때리고 시작할까?

그런 생각보다 빠르게 어두워지는 분위기를 눈치챈 사서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초창기부터 소문이 있었어, 좀비이긴 한데, 이성을 잃지않는 사람들이 몇 있다고”

“계속해봐”

“그, 봐봐 저번에 들렸던 방랑자중에 몸을 붕대로 칭칭 감은놈도 있었고··· 썩은내 나는놈들 좀 있지 않아?”


말이 되네?

붕대로 칭칭 감은놈은 그렇지 않았지만, 방랑자중에서는 죽은 피를 뒤집어쓴것도 아닌데 썩은 냄새가 좀 강한 사람이 몇 있었다.

보통 냄새는 무언갈 끌어들이기 마련이고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냄새란 배제해야 할 것이지 함께 갈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근데 방랑자들은 기본적으로 좀 냄새 나잖아”


방랑자들이 마을에 방문하는 목적은 대부분 재보급 정도였다.

가치있는것과 가치있는것을 교환하고 무언갈 얻고, 재충전도 하고 떠나간다.

하루 이틀정도 체류하는게 보통.

나처럼 한번 체류할때 일주일 이상 하는게 특이한 케이스 아닐까?

그리고 그런 스쳐지나가는 방랑자들을 마주치는 경우는 들어올때와 나갈때 정도밖에 없었다.

시체좀 잡았으면 냄새가 좀 날 수도 있지.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내가 하는일이 뭔지는 알지?”

“대충 알지”


사서가 하는일은 정형화 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서, 혹은 그에 준하는 직업은 각 마을이며, 단체며, 집단이며 꼭 하나 둘씩 있는 직업이었고 없다면 그에 맞는 사람이라도 채워넣는, 현세의 필수적인 직업이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촌장?


“가까운곳에서 대면하고 대화해서 정보를 사기도 하고 대화중간에 얻기도 하는, 심리치료사랄까 아니면 프로파일러라고 할까? 그런 직업이잖아?”


역시 철학과, 애매한 언어를 정제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아포칼립스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죽을법한 인종이지만 그 필요또한 있었으니 이렇게 살아있는거겠지.


“그렇네”

“헤헤~”


나사 빠졌지만 역시 마을에 필요한 존재이긴 했다.


“칭찬으로 받지 말고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

“아 맞다 그렇지?”


···또라이긴 했지만 말이다.


“대면하고 대화 하다보면 역시 여러가지 보인단 말이지, 아 이건 콜드리딩이라고 하는 기술인데 어려운거고 이걸 잘 해내는 나는 대단한 사람이지”

“그래서?”

“아 그래 말하니까 입에서 썩은내가 나더라고? 근데 잘 보니까 썩은내가 아니고 진짜 썩은거였어, 치주근이 녹아서 이빨이 달랑거리는 수준을 넘어서 몇개가 아예 빠져있더라고? 거기다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아 사람이긴 하지만 어쨋던 자연스럽게 목넘김이 있어야되는데 그게 없는데다가 최대한 신체를 가리는 옷차림에···”


말이 너무 길어졌다.

이럴때는 그냥 적당히 무시하면 된다.


“아! 내 말 무시했지! 다 보인다니까? 콜드리딩 몰라? 콜드리딩?”

“어 그래서 어디까지 했었지?”

“궁금해서 송곳으로 푹 찔렀는데 못느끼더라고?”

“어?”


방문자, 그것도 방랑자를 찔러?


“들키면 뒷감당은 어떻게 할려고? 아니, 애초에 평범한 사람이면 어쩔려고?”

“? 내가 봤는데 평범한 사람일리 없잖아, 소문의 존재들이면 통증도 잘 안느낄테고”


자기확신을 넘어선 광기의 영역에 도달한 말.

아 그래, 애도 현세의 생존자중 한명이지.

어느정도 비틀어지고 뒤틀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일단 화내는것보다는 확인이 먼저였다.


“그래서 내가 직접적으로 물어봤지, 혹시 운구자냐고?”

“뭐???”


나는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운구자가 뭐냐던데?”

“아니··· 뭔 개소리야 지금?”


자기 스스로 적당히 정한 명칭을 생판모르는 사람이 받아들여줄거라고, 이해해 줄꺼라고 생각하는건가 지금?


“그래서 뭐라던데?”

“설명을 해주니까 다스베이더처럼 웃더니 맞다고 하던데?”


미친 세상에 걸맞는 미친새끼들이었다.

더 캐물었으나 이후의 이야기는 별것 없었다.

죽이 맞는 미친새끼 두마리는 정보교환을 열심히 하고 헤어졌단다.


“아 그런데 너한테 관심이 많다더라.”

“어? 나한테?”

“정확히는 너희들이긴 한데···”


사서는 시선을 떨궈서 보리를 바라봤다.

느낌이 이상했다.



***



문득 그런 옛날일이 떠올랐다.

무질서를 막 벗어나고 체계가 잡혀가던 때의 일이다.

그때는 보다 덜 닳아버린 마음과 감정으로 살았더랬지.


카페인이 들어가서일까?

시선은 모이지 않는데 머릿속이 무서울정도로 팽팽 돌아갔다.

온갖 잡생각이 났다는 뜻이다.


“킁킁”


그때 보리가 무언가 한줄기 냄새를 맡았는지 킁킁대기 시작했다.

그래, 나도 그런 냄새를 느꼈다.


사서가 말해줬던, 운구자들을 구별하는 법, 그 기억속 묘사.

소독제인지, 포르말린인지.

어디선가 수영장이나 병원을 떠올리게 하는 한줄기 냄새가 코속으로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몸 구석구석 숨겨놓은 작은 날붙이들을 빠르게 상기하고는 손에 든 단삽을 강하게 쥐고 외쳤다.


“누구냐!”


그런 기시감을 느껴본 적 있는가

분명 혼자 있을텐데 누군가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강렬한 기시감.


나는 순간적으로 밖으로 튀어나갔다.

근방에 있다면 잡을 수 있다.

그런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2층 상가를 빠져나오자 좁다란 계단 아래로 누군가 사라지는듯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잡힐듯 잡히지 않을듯 애매한 경계를 넘어가며 누군가의 윤곽이 점점 느려졌다.

처음에는 발걸음 소리만 희미한게 들리던게 쫒아가면 쫒아갈수록 점점 더 큰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도망가는 그림자가 보였고, 뒷모습이 보였다.

휙 하고 코너를 돌아 아슬아슬하게 파악 안되는 뒷모습을 보자 곧 잡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


“보리 멈춰”


그렇게 말한 내 발걸음은 천천히 늦춰지다 이윽고 멈췄지만 내 뒤를 계속해서 쫒아오던 보리는 나를 스쳐 지나가고도 멈추지 않고 걸으며 고개만 내 방향으로 돌렸다.


왜?


그 시선이 꼭 그렇게 말하는듯 했다.


“멈춰봐, 일단.”


-생각을 제대로 해야된다.


직감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이상적인 판단을 하고있는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있는가?.

카페인은 집중을 올려주는 약이지만, 때때로 텐션을 올리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었다.


생각의 선후가 바뀌었었지만, 내가 운구자들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흘려들어온 냄새 때문이었다.

운구자 특유의 냄새.

그러면 다시 상기해야한다, 운구자란 무엇인지.


“좀비···”


방부제를 왜쓰는가? 썩지않기 위함이다.

왜 썩지 않아야 하는가? 좀비이기 때문이다.

좀비란건 많은 약점이 있지만 강점도 몇 있다.

그중 하나는 무한에 가까운 체력이였다.

비록 지능의 이슈로 응용하지 못하지만, 사용 할 수 있다면? 좀비와 인간의 중간에 있는 운구자라면?


충분히 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쓰읍 하.


자리에 멈춰서 깊게 심호흡을 했다.

유도당했다.

얼마나 깊이 함정에 빠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라도 냉정함을 되찾은건 불행중 다행이었다.


2층 상가가 인위적인 환경이라는걸 깨닫는 순간 후퇴를 해야됬는데.

나는 잘못된 판단을 반성하며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주변 판단부터.


-골목길, 주택가, 너무 깊지 않음.


대로 바로 옆에있는 골목이 아니라 상당히 진입해 있었다.

주변은 주택이 즐비했고 높은 건물은 2층정도니 위쪽에서 다수에 의한 공격은 어렵다.

들어왔던 길은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빠져나가는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돌아가는길에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회로는 있었나?


내 깊은 한숨과 고민을 느낀건지 보리가 불안한지 제 꼬리를 쫒아 뱅뱅 돌았다.


“해결방법, 해결방법”


작게 되내여 본다.

우리한테 관심있다는 운구자.

우리, 보리와 나.


···


보리는 기본적으로 달리기가 나보다 빠르다.

군견용 방탄복을 입고 나서야 내가 아무 장비도 없이 달릴때랑 비슷한 수준이다.

체력도 나만큼은 된다.

나는 30키로 짜리 배낭을 매고있으며 단삽은 1키로나 하는데다가 뛸때 덜렁거리고 혁대에 매달린건 다 합치면 5키로쯤 될것이다.

조끼는 모든 고가치품을 보관하는데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꼭 필요하니 제외.

그리고 마을까지는 걸어서 하루거리, 즉 아홉시간이다.


딸깍


배낭의 가슴끈을 풀고 팔을 내리자 제 무게로 슬쩍 떨어졌다.


딸깍딸깍


혁대는 무게때문에 잘 안벗겨지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된다.


덜그럭


옷소매에 끼워넣은 작은칼이 튼튼하게 고정됬는지 다시한번 보고 진작에 내려놓은 단삽을 쳐다봤다.

그리고 열심히 구성해 놓고 사용해서 길들여놓은 장비들을 쳐다봤다.


“하···”


아쉽네


“뛰어!”

“멍!”


파바박


판단이 내려지면 빨리 행동해야한다.


황금 고블린이 모든 짐을 내놓고 도망가리라 생각 못했던걸까?

인근에서 당황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망설임이 신발을 끌었다 멈추는 소리로 나타났다.

그 틈을 타 우리는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뛰어 보리 뛰어!”

“헥헥헥”


보리는 장기전을 각오하는지 벌써부터 혀를 꺼내서 열을 식히기 시작했다.


‘아··· 물 먹고올껄’


배낭에 놓고 온 물.

아침에 일어나서 마실껄.


“빨리가자!”


그럼에도.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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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운구자들. 22.11.10 13 1 12쪽
9 8화. 도시민과 식육. 22.11.09 16 1 11쪽
8 7화. 개새끼 22.11.08 18 1 11쪽
7 6화. 설사약과 지사제 (2) 22.11.07 52 2 11쪽
6 5화. 설사약과 지사제 (1) 22.11.05 76 0 10쪽
5 4화. 회상과 누군가 (2) 22.11.04 24 0 11쪽
» 3화. 회상과 누군가(1) 22.11.03 30 0 11쪽
3 2화. 활동시간. 22.11.02 31 3 11쪽
2 1화. 이동시간 22.11.01 40 3 10쪽
1 프롤로그. 헤멤 22.11.01 61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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