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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나의날에 님의 서재입니다.

선봉의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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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날에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1 20:00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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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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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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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69화

DUMMY

단테 일행은 루나와 함께 그녀의 거주지로 걸음을 옮겼다. 루나는 루이스와 함께 둘이 앞서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주다스와 함께 뒤에서 걸으며 궁금한 점을 물으며 걸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정령에 대한 것이었다.


“정령이 깃든 식물에 정령과 아까 루나씨가 보여준 정령이랑은 뭐가 다른 거야?”


단테의 질문에 주다스는 잘 알고 있는 분야인 듯 자신 있게 곧장 대답했다.


“정령에는 크게 두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계인 이곳의 자연에서 태어난 [자연 정령]과, 다른 하나는 정령계에서 태어나 인간계의 엘프나, 인간과 계약해서 소환되는 [원소 정령]입니다.”


“그럼 우리가 경쟁전 때 봤던 식물에 깃든 정령은 [자연 정령]이라는 건가?”


단테의 말에 주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자연 정령에는 딱히 종류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원소 정령]은 아까 루나씨가 설명해주셨다시피 원소에 따라 [바람의 정령], [물의 정령], [대지의 정령], [불의 정령] 이렇게 4종류로 구분되는데 하급 정령 기준으로 바람의 정령은 실프, 물의 정령은 운디네, 대지의 정령은 노움, 불의 정령은 샐러맨더라고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맞아. 정령은 하급 중급 상급 그리고 정령왕 급으로 나뉘어 있다고 했지?”


단테가 주다스의 설명을 듣고 기억하고 있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네. 인간들중에는 상급 정령을 소환하는 사람도 손에 꼽습니다. [원소 정령] 소환에는 자연 친화력이 특히 영향을 많이 받아서 엘프가 아니라면 평생 구경도 못 해보고 죽는 사람들도 많아요.”


“정령이라···.”


주다스의 말에 베아트리체가 눈을 반짝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단테가 베아트리체에게 물었다.


“정령에 관심 있어?”


베아트리체는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질문이 들어오자 잠깐 놀랐지만,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정령사는 흔치 않아서 대우도 엄청 좋거든요! 거기에 용병 정령사라면 얼마나 더 멋있겠어요! 정령들도 귀엽고 멋있기도 하고···.”


신나게 말하던 베아트리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하지만 저는 정령을 소환할 수 없대요. 안 그래도 10살도 되기 전에부터 정령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아빠한테 조른 적이 있거든요. 친화력 검사를 해달라고. 해봤는데 저는 소환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베아트리체가 밝았던 표정도 금세 시무룩하게 바꾸며 말했다.


“사실 하급 정령이라도 소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정말 어려워. 전체 인구의 1%도 안 될 거야. 너무 시무룩할 필요 없어.”


주다스가 시무룩해진 베아트리체를 보다가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단테도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맞아! 정령 친화력은 부족했지만, 베아트리체도 멋진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


단테와 주다스의 위로 덕분일까. 베아트리체는 금방 시무룩해진 표정을 없애며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때 앞서서 걷고 있던 루나와 루이스의 걸음이 멈췄다. 단테와 주다스, 베아트리체는 그들 뒤로 다가갔다.


“무슨 일 있나요?”


단테가 루나에게 물었다. 출발하기 전 루나의 설명으로는 아직 30분 정도 더 걸어야 거주지가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한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슨 일인지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별일 아냐.”


그렇게 대답했지만, 루나의 표정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루이스는 주다스에게 눈치를 주더니 단테의 앞으로 와 섰다. 그리고 루이스의 눈짓을 받은 주다스도 움직이자 주다스와 루이스가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앞을 막고 선 모양이 됐다.


“...?”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무슨 일인지 아리송하고 있을 때 루나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며 10명이 넘는 엘프들이 나타났다. 가벼운 복장에 활만 메고 있는 루나와는 다르게 그들 모두 검과 활 모두 가지고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특히 그들의 가운데에 있는 엘프는 체격이 좋은 남자 엘프로 진한 빨간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고 갑옷과 검 활이 가장 화려했다.


마치 전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와봤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가운데에 서 있던 엘프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루나에게 꽂혀있었지만 단테는 그가 자신도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가 상관할 건 아닐 텐데? 바잘.”


“상관할 게 아니긴. 엘프의 영역 근처에서 버젓이 더러운 썩은 내 나는 것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엘프 전사들의 수장인 내가 상관하지 않으면 누가 상관한다는 거지?”


루나가 그 빨간 머리 엘프에게 말하자마자, 바잘이라고 불린 그 엘프는 루이스와 주다스를 바라보며 곧장 말을 되받아쳤다.


“말조심해. 이들은 내 손님이야.”


바잘의 말에 루나가 표정을 더 굳히며 말했다. 아까의 친절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살벌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루나의 발밑에서 작은 바람이 일어나는 듯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뭇잎들이 들썩였다.


“하. 이래서 쓸모없는 바람이란. 도움을 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이젠 더러운 언데드에 인간까지 마을 안으로 들이려고 하다니.”


바잘은 크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루나의 기분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바잘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나 주위로 강한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거주지로 갈 거니까 신경 쓰지 않고 꺼져.”


루나 뒤쪽에 서 있던 단테 일행에게는 한 줌의 바람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루나부터 시작해서 그 앞쪽으로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잘이라고 불린 엘프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서 있었지만, 그 뒤에 있던 9명의 엘프들은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안 넘어지려고 버텼다.


바잘은 자신의 뒤에 있던 엘프들을 바라보고는 다시 코웃음치며 루나에게 말했다.


“관리 잘하는 게 좋을 거야. 네 거주지야 상관하지 않겠지만 그들이 다른 곳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내가 직접 없애버릴 테니 말이야. 누구와는 다르게 ‘우리는’ 마을을 지키는 전사들이니까.”


바잘은 말을 끝내고 곧장 뒤를 돌아 걸음을 옮겼다. 바잘이 돌아가는 순간 루나도 바람을 거두었고 간신히 몸을 버티고 있던 9명의 엘프들도 서둘러 바잘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 쉰 루나는 뒤를 돌아 단테 일행에게 말했다.


“미안해. 안 좋은 말 듣게 한 거 대신 사과할게.”


고개까지 숙이며 말하는 루나의 모습에 단테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런 말을 들으면서까지 저희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저 엘프는 누군가요? 하이엘프인 루나씨께 저렇게 대하다니.”


더러운 것들이라는 것은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괜히 루나까지 쓸모없다는 둥 욕을 먹은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던 단테였다.


“바잘, 불의 인도자야. 그리고 저런 말은 너희가 아니더라도 자주 듣는 이야기니까 너무 신경안써도 돼.”


다시 친절한 표정으로 돌아온 루나가 말했다.


불의 인도자. 루나는 바람의 하이엘프인 자신을 바람의 인도자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불의 인도자라는 의미는 간단했다.


“불의 하이엘프”


단테가 중얼거렸다.


“일단 다시 출발부터 할까? 가면서 간단히 설명해줄게. 너희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았지만 저들을 만난 이상 알긴 해야 할 것 같네.”


반문하는 단테에게 루나가 거주지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엘프 마을의 문제점을.”


루나가 설명해준 엘프 마을의 구조는 이랬다. 고대의 숲 가장 깊숙한 곳에 세월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는 커다란 나무, 통칭 [어머니]를 중심으로 엘프 마을이 형성되어있다. 그리고 가끔 쳐들어오는 인간들이나 몬스터들로부터 그 엘프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을의 동서남북 바깥에 하이엘프들이 거주지를 만들어 그들을 따르는 엘프들과 머물러 있다.


서쪽에는 바람의 인도자인 자신이 머물고 있고, 북쪽에는 방금 만났던 불의 인도자인 바잘이, 동쪽에는 땅의 인도자 바스, 남쪽에는 물의 인도자 유칼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프들은 성인이 되면 자신이 어떤 원소의 정령을 다룰지 선택하게 돼. 그리고 평생 그 정령과만 교감하며 살아가게 되지.”


루나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엘프들은 숲속에서 굉장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하이엘프인 자신이 보통의 걸음으로 움직이면 단테 일행이 따라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루이스와 주다스 단테 정도라면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베아트리체도 있었기 때문에 단테 일행도 굳이 속도를 높여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어? 인간 정령사 중에는 적지만 두 종류 이상의 원소 정령을 소환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루나의 말에 베아트리체가 번쩍 손을 들며 질문했다. 정령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만큼 궁금한 점도 많은 모양이었다.


“맞아. 인간들은 그렇지. 하지만 엘프는 평생에 걸쳐 한 종류의 정령과만 계약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맹약이거든.”


“맹약이요?”


이번엔 단테가 되물었다.


“응. 지금까지 인간과 계약한 정령왕님이 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니?”


“아니요.”


루나의 질문에 베아트리체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대로 지금껏 정령왕을 소환했다던 인간은 없었다.


“하급, 중급, 상급 정령들은 여러 마리가 있어. 계속해서 태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지. 하지만 정령왕님은 달라. 유일무이한 존재시지.”


거기까지 말한 루나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네 분의 정령왕님이 모두 음···. 뭐랄까 자존심이 조금 쎄.”


“자존심이요?”


단테의 물음에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령왕님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원소 정령들과 계약한 자가 다른 원소 정령과 계약하는 걸 보기 싫어하셔. 정령왕님들끼리 경쟁심리가 있거든. 그래서 우리랑 맹약을 맺었어. 엘프들은 단 한 가지 속성의 정령과만 계약을 맺기로. 대신 정령왕인 자신들이 엘프 중에서 계약자를 선택해서 계약을 하기로 말이야.”


인간 정령사가 들으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만큼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지금껏 정령왕을 소환하는 인간이 없었던 까닭은 자연친화력이 엘프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인간들은 판단해왔었다. 그렇기에 자연친화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도 진행했었다.


하지만 지금 루나의 말이라면 인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정령왕을 소환할 수 없다는 말이니 인간 정령사들이 들으면 얼마나 충격적일까.


“와, 이건 충격적인데요? 정령에 대한 책을 그렇게 많이 읽었는데도 전혀 몰랐어요.”


베아트리체가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놀란 건 주다스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오로지 루이스만이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엘프들의 맹약이니까. 인간들과 교류는 거의 없고 그 사실을 알려봐야 좋을 건 없으니 인간들이 모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지.”


“그런데 그건 엘프입장에서는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정령왕님을 소환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좋은 거잖아요.”


단테가 의문을 표했다. 루나가 이야기했던 건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엘프마을의 문제점’이었다.


“정령왕님을 소환하는 건 당연히 괜찮지. 문제는 엘프들이 한 종류의 정령만 소환할 수 있다는 것부터 시작해.”


루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단테의 이야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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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제 82화 대련 +1 23.01.02 109 3 13쪽
82 제 81화 개화의 시작 +1 22.12.25 144 3 13쪽
81 제 80화 까마귀 +1 22.12.18 146 3 12쪽
80 제 79화 (훈련4) 22.12.04 117 4 13쪽
79 제 78화 훈련(3) +1 22.11.27 116 5 10쪽
78 제 77화 - 훈련(2) 2023년 1월 19일 수정 +1 22.11.20 130 4 13쪽
77 제 76화 훈련(1) +1 22.11.13 148 4 12쪽
76 제 75화 몽상(2) +2 22.11.06 131 5 11쪽
75 제 74화 몽상(1) +1 22.10.30 150 4 12쪽
74 제 73화 +1 22.10.23 152 4 11쪽
73 제 72화 +1 22.10.16 157 4 11쪽
72 제 71화 +1 22.10.03 179 4 12쪽
71 제 70화 +1 22.09.25 163 4 11쪽
» 제 69화 +1 22.09.18 17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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