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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8,111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8.04 21:30
조회
370
추천
4
글자
12쪽

197화

DUMMY

쨍그랑-.


염원석의 방어가 깨진 순간이기에.

그토록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방벽이 부서졌기에.


요한에겐 대처할 시간이 없었다. 채 놀란 표정을 짓기도 전에, 설진은 이미 그의 지척까지 접근해 있었다.

마력 단검 대신 쥔 단절석이 그리도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설진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담아 단절석을 쥔 주먹을 내뻗었다.


콱!!


왼쪽 가슴. 그러니까, 심장.

단절석은 정확히 요한의 심장에 틀어박혔다.


“커흡-!”


그 순간, 요한의 입에서 시뻘건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타격받은 심장의 여파가 목울대까지 올라가 기어코 피를 뿜는 순간까지 오고 만 모양.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상이었지만, 요한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불사. 그 정도의 공격에 죽을 리 없었다.


그러나 아예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은 건 또 아닌지.

뒤로 쭉 밀려나 나무에 몸을 처박은 요한은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일어나지도 않았고,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외상을 입은 가슴은 순식간에 수복되는 중이건만,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한편 설진은 몰아쉬듯 거친 숨을 토해냈다.


마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몸에 있는 기운이 다 빠져나가, 탈진 현상이라도 온 것 같았다.

요한이 움직일 수 없듯 설진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애당초 그는 요한과의 싸움에서 수십 번에 다다르는 폭발에 휘말린 몸이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외려 모순일 지경.


“으으···.”


입에선 메마른 목소리만이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빠질 대로 빠진 힘이 전신을 무력감으로 덮었다.


“하아. 젠장.”


몸은 말을 듣지 않고, 흡혈은 발동하다 말았다.

그나마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심장인데,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 삶을 갈망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은 산소를 최대한 잡아내려 하건만, 정작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저 옅은 호흡만을 어찌어찌 유지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행위는 힘들었다. 몸을 움직이련들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거운 추를 매달고 있는 듯했다.


“···봐야, 하는데. 확인해야 하는데.”


고개를 들어야 하는데.

시야를 넓혀 요한의 봉인 성공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머리를 들 수 없었다. 가위라도 눌린 것 같았다.

들어가지 않는 힘은 설진의 신체를 결박해 왔다.


가린 시야 너머 그나마 보이는 것이라면, 그저 옅은 빛줄기 하나뿐.

처음 보는 빛줄기였지만 그렇기에 봐야 했다. 단절석을 박아넣은 요한의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봉인은 성공했는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만 했다.


화악-!


“···?”


그 순간이었다.

희미하게만 느껴졌던 빗줄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보고 있진 않으나 어렴풋이 느껴졌다. 지금 요한의 몸엔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건 설진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변화였다.

세 차례의 봉인 시도에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 지금 보였다.

설진은 몸에 힘을 줬다. 힘을 줄 수 없는 상황이건만, 그럼에도 힘을 줬다.


악으로 깡으로 버틴 몸에 생기가 일기 시작했다. 영원히 바닥을 보고 있을 것만 같았던 고개가 의지에 감응하듯 서서히 들렸다.


스윽-.


“저건?”


그제야 겨우 고개를 든 설진은 볼 수 있었다.

네 번째 시도의 결과이자, 요한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크흡-!”


시작은 비명이었다.

요한이 처박힌 나무에서 비명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나 빛이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뜨겁지 않았음에도, 꽤 많은 거리가 있었음에도 설진은 그것을 뜨겁다고 느꼈다. 그렇게 생각했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요한의 심장에서부터 비롯된 빛은 몸을 불려 나갔다.


처음 빛이 한 손에 감길 정도로 작은 빛이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사람의 몸을 살라 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중에서 미증류의 소리가 들렸다.


[봉인에 성공했습니다.]

[봉인 작업을 시작합니다.]


시스템 메시지였다.

메시지는 단언하듯 요한의 봉인 여부를 고했다.


“으아아아아!!!”


그 순간, 설진은 고통스럽다 못해 몸이 타들어가고 있는 요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몸이 타들어가도 금세 재생됐다. 그는 죽지 않는 불사니까.

그러나 작열통을 이겨내진 못했는지 비병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살이 돋는 순간 족족 타버리는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는지.

체감상 5분은 지난 것 같았다.


“기절, 한 건가?”


그토록 쓰러지지 않았던 요한이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여전히 빛은 요한의 신체를 살라 먹는 중이며, 그와 동시에 살점은 재생됐다.

그 과정이 전부 기절된 채 지나갔다.

요한의 몸은, 요한이 모르는 새에 작열과 재생을 반복하고 있었다.


우웅-!


그러던 중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단절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설진은 쥐고 있는 단절석을 꾹 쥐었다.


이곳에 오기까지, 요한을 몰아붙이고 봉인하기까지 많은 희생을 치렀다.

그러니 봐야 했다. 놈이 봉인 당하는 모습을, 꼭 봐야 했다.


휘익-!


쥐고 있는 단절석에서 약간의 바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바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바람이 밀어내는 것이라면,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기분은 빨아들이는 것에 가까웠다.


‘블랙홀?’


단절석이 블랙홀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설진은 무사했다.

몸이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이것이 ‘빨아들인다’는 기능이 있음을 자각했을 뿐.


‘대상은 내가 아니니까.’


그도 그럴 것이 단절석은 요한을 향해 발동된 상태. 설진이 요한에게 사용한 것이니, 결론적으론 설진에겐 무해했다.

그 말인즉, 요한에게는 유해하다는 뜻이었다.


우웅-.


빛이 일렁였다. 사람을 살라 먹을 정도로 커지게 된 빛은, 무지개가 일렁이듯 반짝이며 요한의 몸을 덮었다.

이윽고 서서히 분해 작업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이내 요한의 몸은 빛이 되어 조각조각 흩어졌다.


우웅-.


흩어진 빛은 단절석을 향했다. 되돌아오듯, 원래의 자리를 되찾듯, 조각조각 흩어진 빛은 하나둘 단절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설진은 그 광경을 지켜봤다.

몸이 분해되며 빨려 들어감에도 요한은 말이 없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절한 육체가 빛에 둘러싸여, 서서히 흡수되었으니.


비록 이 과정이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언정 봉인을 의미할 수는 있었기에, 설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봉인의 과정을 눈에 담았다.

스르륵-. 마지막 한 조각까지 빨아들이고서, 단절석의 기능은 종료.


언제 그랬냐는 듯 빛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요한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요한이라는 존재를 말끔히 지운 듯했다.


[단절석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제 단절석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는 단절석이 일회용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아쉬웠지만, 설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단절석의 아쉬움보단 요한 봉인의 기쁨이 더 컸다.


[48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길었던 전쟁이 끝을 고하듯 다시금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는 곧 요한의 봉인이 성공했음을 재차 방증하는 듯했다.


“···끝?”


돌연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임 제국 에피소드의 끝. 그리고, 해피 엔딩.


“해낸, 거지?”


해냈다, 라고 생각했다.

게임에서도 탑에 들어와서도 성공한 적 없는 해피 엔딩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이 손으로, 직접 쟁취해 냈다고 생각했다.


힘들었다. 그만두고 싶었고 멈추고 싶었다. 아직도 몸은 잘 움직이지 않아, 거동조차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요한에게 당한 폭발의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였으며, 고통 또한 마찬가지였다.

온몸이 쑤셨다. 만신창이가 된 사지와 상반신은 달려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다.


그럼에도 설진은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를 올렸다.

그리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럽게 그리되었다.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해피 엔딩에 드디어 도달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하하.”


웃음을 토해냈다.

메마른 웃음 따위가 아닌, 진실된 웃음.

이루 말하지 못할 성취감이 온몸을 감싸들었다.


“···끝.”


다시 그 말을 내뱉었다. 설진은 눈을 감았다.

확실히 끝이긴 했다. 요한은 봉인되었으며, 네 명의 고위 사제는 죽었다.

황실군의 희생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만 어찌 되었던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니,

그러니까.


“조금 정도는.”


쉬어도 되겠지.

감은 눈이 점차 몽롱하게 흩어졌다.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 설진의 몸은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다.


지금 시시각각으로 느껴지는 고통을 망각하고서라도 기절할 정도로 말이다.


털썩-.


설진의 몸이 쓰러졌다. 리아엘라가 한계에 임박했듯, 설진 또한 한계까지 끌어올린 신체가 과부하 상태에 빠진 것이다.

시스템 메시지도, 불어오는 겨울의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 순간, 그 어느 것도 설진의 기절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듣지 못했다.

48층 클리어 메시지와 함께 출력된 다음 문장을.


[49층에 진입했습니다.]

[목표 : ERROR]


* * *


저번 던전행 때, 엘리나가 아이언 골렘을 잡히 위해 사용했던 검술이 있었다.

바로 제사식 폭우. 그때 당시 엘리나는 폭우를 사용했음에도 비교적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요한에게 폭우를 사용한 엘리나는,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내상을 입고 말았다.


‘역시 교회의 수장은···.’


사용한 마력의 차이였다.

아이언 골렘을 사냥할 때, 엘리나는 비교적 적은 마력을 사용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요한의 몸을 완전히 망가뜨리기 위해 최대한의 출력을 발휘하다 보니 그만큼 반발이 따랐다.


“으윽.”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따라왔다.

한 걸음을 내디디면 몸이 아렸다. 그럼에도 엘리나는 멈추지 않았다.


저벅, 저벅.


‘확인해야 해.’


요한이 펼쳤던 폭풍 자체는 멎었다.

사라졌다. 소멸하기라도 한 양 갑작스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이 요한의 죽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싸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는 수도 없이 많았고, 엘리나는 그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확인해야 해!’


설진과 요한의 전투 결과를 확인해야 했다. 누가 이겼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했다.

물론 엘리나는 설진의 편이었다. 그래서 설진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빌었다.


그러나 언제나 염원했던 소원이 이뤄지진 않는다.

그렇기에 엘리나는 확인해야 했다. 요한이 이기고 설진이 패했을 경우, 정말 사생결단(死生決斷)을 하고서라도 요한을 몰아내야 했다.


타다다다!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엘리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뛰었다.

폭풍이 멎었던 곳으로. 그곳에는 리아엘라가 있었다.


“리아엘라!”


그녀가 쓰러져 있었다. 한계를 맞이한 몸이 말라 비틀어지듯, 의식 하나 없이 쓰러져 있었다.

숨은 쉬고 있긴 하지만 의식이 없었다. 기절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혼수상태나 다름없는 현상이었다.


덜덜-.


무망중 엘리나의 손이 떨렸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꿀꺽-.


앞으로 있을 일을 각오하고서라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섯 보. 그만큼 걸었을 때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설진, 님?”


온몸이 폭발에 휘말린 채, 눈을 감은 채 쓰러진 설진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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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204화 22.08.13 38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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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201화 22.08.08 38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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