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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8,07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7.28 21:30
조회
386
추천
4
글자
12쪽

192화

DUMMY

타앗!


요한이 채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빠른 속력으로 이동했다. 아니, 이동했다기보다는 질주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다리와 팔이 떨어져 나갔음에도 설진의 몸은 주저하지 않았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43이 된 민첩 수치는 그의 신체를 고속(高速)으로 만들었다.


‘일단 목을 먼저-!’


다리 하나로 날아온 설진의 몸이, 검을 잡고 있는 한 손이 요한에게 쇄도한다.

활이 쏘아지는 정도가 아니다. 마치 총알이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

그만큼 설진이 내고 있는 속도는 이질적이었다.


“설진 님!”


뒤늦게 설진의 존재를 인식한 엘리나는 다급히 설진을 불렀으나,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지금 대꾸했다간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한은 아직 몰라.’


엘리나는 설진의 존재를 인식했지만 요한은 아직 인식하지 못한 듯싶었다. 요한의 목을 베어 흡혈을 발동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설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요한에게 검을 들이밀었다. 검을 잡은 오른손이 부르르 떨렸다. 옅게 퍼져나온 피는 혈향이 되어 코를 자극하는 듯했다.


신경 쓰지 않았다. 부상에 신경 쓸 시간이 있으면 안 되었다. 그 시간에 한시라도 더 빨리 요한에게 향해야 했다. 그래야지만 성공할 수 있었다.


무심결에 내뱉은 숨이 미풍처럼 공기에 섞였다. 오른손은 여전히 얼얼하고, 시야는 핏물에 가려져 일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설진은 앞으로 나아갔다. 나아가야만 하는 일이었다.


촤악-!


“요한!”


이윽고 빛살처럼 움직인 설진의 검이 요한의 목을 갈랐고,

그 자리에서, 그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난도를 시작했다.


촤악-! 촤악-!


마구 베었다. 말 그대로 난도(亂刀)질이나 다름없었다.

요한의 팔을 쑤시자 물컹물컹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것은 사람의 피부였으되, 이미 몇십 번이나 재생한 요한의 몸이었다.


그 몸에서 다시 한 번 피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이루어진 재생은 설진과 엘리나로 하여금 지긋지긋한 신물이 나도록 만들었다.

말이 되나 싶었다. 이때까지 천 명은 죽일 기세로 기운과 힘을 방출해 왔건만, 요한은 그 모든 공격을 받고서도 살아 있었다.


아니, 살아 있었다기보단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옳은 표현인 것 같았다.

불사라기보단 그저 괴물을 보는 듯했다. 죽여도 죽지 않으니, 그리고 그것이 태엽처럼 반복되니 지긋지긋하다 못해 진저리가 났다.


“크리티얼 운즈!”


난도를 이어간 지 약 오 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제야 요한도 설진의 존재를 인지한 듯했다. 그는 설진의 잘려나간 사지를 생각하며 초근접에서 크리티얼 운즈를 터뜨렸다.


퍼엉!


다시금 폭발이 일었다.


“하아. 하아. 다 죽어가는 조력자분은 이만 퇴장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커다란 굉음과 함께 이어진 폭발은 일순 모든 것을 옥좼다. 요한을 기점으로, 반경 삼 미터에 있는 모든 것이 터졌다.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거뭇한 연기는 시야를 차단했으며, 연쇄적으로 이어진 폭발은 연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을 가능케 했다.


“적어도 가만히 있기라도 했으면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우둔한 사람이었군요.”


요한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읊조리듯 말했다.

크리티얼 운즈로 터진 폭발은 강력했다. 도저히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요한은, 이로써 설진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설진, 님?”


일찍이 몸을 물린 엘리나는 깜짝 놀란 눈으로 연기 속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왜 설진이 갑작스레 돌진한 건지.

그의 의도를 알 길이 없었다. 당황한 듯한 엘리나는 연기가 걷히길 기다렸다가, 아니. 그걸로도 모자라 연기 속을 뛰어들었다.


“어?”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퇴장?”

“···.”

“네놈이 나에게서 우세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온전히 아카멜라 때문이야. 저주가 끝난 지금은 그런 우세조차도 끝난 것 같은데.”


그 폭발에 휘말리고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설진의 모습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정도가 아니다. 조금이지만, 허벅지가 생겨 있었다.


‘다리가, 재생됐어?’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왼쪽 다리가 없었는데,

요한에 이어 설진까지. 엘리나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대체···.’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 같았다.

죽지 않는 자들의 싸움. 마치 불사자들의 전투 같았다.


“어떻게 그 폭발을 맞고도 멀쩡히···?”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당항한 건 엘리나뿐만이 아니었다.

요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봤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그는 당혹을 숨기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올라간 눈썹이 작게 실랑였다.


덜덜.


눈썹만이 아니다. 손도 마찬가지.

요한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은 엘리나가 아닌 설진이었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단절석의 위력을 눈앞에서 본 그는 경계심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아카멜라의 헌신 덕에 어떻게든 이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은 요한의 편이 아니었다. 물론 엘리나와 설진의 편도 아니었다.

두 쪽 모두 장기전으로 가면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요한은 이성을, 엘리나와 설진은 마력과 체력이 점차 고갈될 터.


‘마력이 많이 들긴 하지만, 요한의 폭발에 버티는 것 자체는 가능한 건가.’


우웅.


설진은 몸에 두른 마력을 재보급하며 생긴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암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동성. 그렇기에 손보다 다리를 우선시해 재생시켰다.


물론 충분한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기에 다리가 온전히 재생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앞으로 네 번 정도.’


설진이 요한의 자폭 공격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건 앞으로 네 번.

네 번의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그의 마력은 온전히 바닥나게 된다. 다시 초인을 사용하지 못하고, 몸에 마력을 두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안에 신체의 재생을 끝내야 해.’


그 안에 팔과 다리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지만 행동 범위가 넓어진다.

설진은 다시금 검을 세웠다. 공격의 전조라고 생각한 요한은 급히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설진은 요한에게 향하지 않았다.


대신 품에서 돌 하나를 꺼냈다. 단절석. 불사자인 요한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자, 나아가 봉인시켜버릴 수 있는 귀보.


“엘리나.”

“네?”


훅-.


“이건··· 뭔가요? 돌멩이?”


그것을 엘리나에게 던졌다. 십 분은 이미 지난 상태라, 쿨타임은 초기화되어 있을 터. 설진은 엘리나에게만 들리도록 마력을 이용했다.


소리가 흐르는 파동을 비틀어 한 방향으로 길을 만들었다. 요한에게 들리지 않음을 확인한 그는 설명하듯 말을 이었다.


“요한을 봉인할 수 있는 유일한 귀보입니다. 십 분에 한 번. 성공 확률은 반반. 대상의 정신 상태에 따라 봉인 확률의 높고 낮음이 좌지우지됩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오래 설명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엘리나는 황녀. 그 찰나의 순간 지나간 말을 듣고도 어느 정도 맥락을 짚은 듯했다. 단절석을 꾹 쥔 그녀는 다시금 전투 재개 준비를 마쳤다.


“···그래서 아직 봉인하지 못하고 있는 거군요. 이성을 찾았으니.”

“아카멜라의 어둠이 걷힐 때까지 버텨야지요. 조금이라도 이성을 잃어 길길이 날뛰는 순간, 그때가 아마 요한의 최후가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해 보지요.”


못하겠다거나, 할 수 없다거나.

그런 말은 일체도 없었다.


한다. 해야 한다. 그것이 전부였다. 엘리나가 어떤 각오를 가지고 교회와의 전쟁을 결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 올린 검을 세웠다. 아직 신체의 재생은 완료되지 않았다. 말인즉 계속 요한을 공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


타앗!


재차 몸을 움직여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비록 한 다리는 없지만, 초인이 왼쪽 다리의 부재를 커버해 주고 있었다.

오른 다리를 굽힌 후 스프링처럼 뛰어올랐다. 단시간에 요한에게 접근한 뒤, 이때껏 해왔듯 그의 몸을 난도질했다.


촤악-!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고유 능력 흡혈이 활성화됩니다.]

[입힌 피해의 20%를 회복합니다.]

.

.

.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시스템 메시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리에서 새 살이 돋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재생의 감각. 수복의 기분.

그리고, 고유 능력으로 흡혈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


“홀리 샤우트! 크리티얼 운즈!”


한편 몸을 살라 먹음으로써 설진이 회복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요한은 그를 몰아내기 위해 다시금 자폭을 사용했다.


저벅.


설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전진했다.

조금이라도 더 요한의 몸을 베어내기 위해서. 그리하여 흡혈을 발동시켜, 몸을 수복시키기 위해서.


폭발로부터 전해지는 충격은 마력으로 막았다. 그간 민첩과 마력 스텟을 최우선으로 올려 온 설진이기에 요한의 공격을 어느 정도 흘리는 것이 가능했다.


“···당신.”


이쯤 되니 화가 나는 건 요한이었다.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는 설진의 다리에 요한은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재생을 끊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방법이 없어 가만히 있는 느낌이다. 설진은 요한을 보고서 조소를 띠며 그를 공격했다.


아카멜라의 어둠을 받기 전에도 그랬다.

요한의 얼굴을 잡고, 찍어누른다. 그리하여 요한은 이성을 잃었었고, 미친 듯이 설진에게 공격을 퍼부었었다.


퍼엉! 퍼엉!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다를 건 없었다. 아카멜라의 어둠에 한계가 찾아온 것인지, 어둠이 견디지 몰할 정도로 요한이 한계를 넘은 것인지.

그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동시에 신체 폭발로 이뤄지는 크리티얼 운즈와, 일반적인 공격형 홀리 샤우트가 다중으로 펼쳐졌다.


“큭.”


설진은 표정을 구기며 더욱 많은 마력을 불어넣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한꺼번에, 그리고 다수로 전개되는 요한의 주문을 막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했다.


네 번, 아니. 이미 한 번 막았으므로 세 번.

거기다 방금의 다중 공격을 막는데 한 번.


이제 남은 건 두 번이었다. 다리는 재생되었지만, 아직 발은 재생되지 않았다. 설진은 몸을 물리며 재생된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하아. 하아.”


멀찍이서는 요한이 큰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는 중이다. 불사는 말 그대로 죽지 않게만 해주는 것.

그 외 고통, 마력, 체력적인 부분을 극대화시키주진 않는다. 점차 체력이 바닥나고 있는 요한을 보며 희망의 빛이 어렸을 즈음,


타앗-!!


돌연 뒤에서 뛰쳐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나였다.


“요한!”

“···?”

“이제 그만-!”


그녀는 설진이 만들어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요한이 숨과 마력을 고르고 있는 틈을 타, 제삼식 단비를 사용해 접근하더니만 망설임 없이 주먹을 뻗었다.


콱!


왼쪽 손이었다. 쥔 주먹 안에는 단절석이 잡혀 있었다. 단절석을 쥔 상태 그대로 요한을 공격한 것이다.


“제국에서 사라지십시오!”

“컥!”


심장을 가격당한 요한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밀려나는 도중에 요한의 입에서 피가 한 움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봉인에 실패했습니다.]

[재사용까지 남은 시간]

[10 : 00]


그런 메시지가 울렸다.

동시에 설진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려는 요한의 얼굴과.

품에서 나온 주황빛 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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