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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게임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천사월
그림/삽화
천사월
작품등록일 :
2023.12.12 13:21
최근연재일 :
2023.12.25 18:0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943
추천수 :
42
글자수 :
135,606

작성
23.12.14 14:35
조회
64
추천
4
글자
20쪽

5화. 비누, 그리고 단목 상단 주 단금보!

DUMMY

비누, 그리고 단목 상단 주 단금보!







“콜록!”


사면이 막힌 아궁이에서 시뻘건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희부연 하지만 탁한 연기가 굴뚝을 타고 올랐다.


누가 보면 야밤에 혼자서 뭔 뻘짓을 하느냐고 야단을 놓을지도 모를 광경이었으나, 그래.

지금 사월은 비누를 만들기 위해 목초액을 만들겠답시고 휘영청 야밤에 꼴 시린 짓을 하고 있었다.


“하...”


사실 비누 따위야 언제 만들어도 상관없었으나.


생각해보니 일전에 임맥타통을 하지 않았던가? 사월은 괜히 설향에게 미안해졌다.


석찬간 얼마나 끔찍했을는지...?


“크음.”


제 몸뚱이에서 고약한 악취가 풍기니 눈도 뜨지 못한 호치도 저에게서 도망가려 발버둥 쳤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다.


내가 강아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저놈을 안고 자면 꿀맛일 텐데, 쩝.


“하아... 내 자신이 더럽다... 이 똥구렁내를 맡고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다니.”


어휴.

꼬질꼬질한 자신의 몰골을 보고 설향이 무어라 생각했을는지.


쯧.


아무튼 영약을 먹고 임맥타통을 하는 과정에서 벌모세수 까지는 아니어도,


전신 새맥 곳곳에 뭉쳐있던 꽤 많은 양의 불순물이 땀을 통해 피부 밖으로 배출된 탓이었다.


그냥 물로도 씻어 보고 면포로 때도 밀어보고 오만 짓을 다 해봐도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외려 물 찌든 냄새까지 배버렸지 뭔가!


가장 중요하고도 문제인 것은 사월 자신이다.

자신은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현대인이었다.


온갖 향유 가득한 바디워시부터 각종 세면도구를 사용했잖은가!


“내가 잘 씻고 산 건 아니라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암!”


찝찝한 정도가 게임 한답시고 이틀 밤낮 내리 씻지를 않아 윤기 좔좔 흐르는 엉겨 붙은 머릿결을 연상케 한달까.


지금 슥 쓸어 만져 봤지만 미끄덩한 촉감이 사람 미치게 했다.


“허잇차! 후우.”


사월이 안간힘을 쓰며 풀무질을 시작했다.


또, 오는 길 식솔들이 씻는 걸 보았는데, 말로만 듣던 창포를 달인 물인지 녹색 물로 머리를 감고 있었다.


양치도 녹색 풀떼기를 연신 씹고 또 그걸 면포에 뱉어 앞니를 닦더랬다.


“...그래. 이딴 세상에 치약, 비누 이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창폿물 아니면 잿물로 머리나 감는 거지.”


조선의 왕께서도 소금물로 이를 닦으셨다지?


그 덕에 치통으로 고초를 겪으셨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니.


일단 잿물을 이용해 비누를 만들 수도 있지만,


어린 날 사월과 함께 천연 비누를 놀이 삼아 만들던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내용으로.


얼굴에 난 뾰루지를 달래기에는 목초액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하셨다.


“뾰루지 말고도 무좀에도 그 효과가 탁월하다던가.”


목초액에 포함된 성분이 초산이라 하여 산성 물질이 섞여 있다고 했다.


해서 소량만 잘 섞어 쓰면 피부에 난 열꽃은 물론 분비물을 녹여 피지를 제거하는 데 유용했으니.


“비누에 목초액을 섞으면 훈연한 그 냄새도 썩 괜찮지. 또 지천에 깔린 게 나무잖아?”


과학이 무지무지하게 발전한 세상이야 무에 걱정이겠냐마는.


그저 손가락 몇 번 까닥거리면 집으로 배송이 다 되는 것을!


“아! 코코넛. 여기서 그걸 어디서 구하냐?”


사실 없어도 되지만 수분 함량이 많은 코코넛은 피부에 수분을 주고 노화를 막아주는 데 탁월한 기능을 했다.


상념에 빠져 사월의 표정이 구긴 면포처럼 변하더니 도로 펴내며 씩 웃었다.


“그래. 꿀 넣어도 좋지.”


십이지가 뒤쪽으로 죄 산맥이다 보니 잘 찾아보면 꽃 핀 들판도 분명히 있을 테고.


그 뒤쪽 어딘가 분봉 또한 있을 테지.


“지금 꿀 구하기는 뭐하고. 오늘은 대충 만들어서 써야지.”


며칠 내로 봉밀을 수확하여 이곳 어머니께 드려야겠다.


사월은 휘파람 까지 불어가며 열심히 풀무질하다 화악-! 트림한 아궁이 덕에 연신 콜록댔다.


“콜록! 캬악, 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더니 매캐한 연기 덕에 목구멍이 성할 일 없었다.


그렇게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장작을 매운 눈으로 끔벅끔벅 보고 있자니 숯불고기가 생각났다.


“...쩝.”


츄릅.


연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자주 방문했던 숯불구이 사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숯 만드는 게 어렵진 않다고.


그냥 아궁이 입구까지 막아서 태우면 된다고 하셨다.


미간에 굼벵이를 놓은 사월이 초인적인 기억력을 동원해 당시 일을 회상했다.


“그래, 맞아!”


그러더니 제 손바닥에 주먹을 탁! 쳤다.


“나뭇결에 황금빛이 보일 때 꺼내 드럼통에 담아서 공기가 못 들어가게 해서 식히면 된다고 했지.”


이렇게 눈꽃 송이처럼 아주 이쁘게 핀다며 이게 좋은 참 숯이라 자랑하면서 고기를 굽다 말고 판을 들어 보여주신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쓰읍.”


벌써 입속에 침이 고인다. 숯을 이용해서 구워 먹는 돼지고기란 잊을 수 없는 맛 아니겠나.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대충 기억하기론 1,200도에서 태워야 한다고 들었다.


“......”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는 아궁이를 보고 있자니,


“1,200도는커녕 그 근처도 안 되겠지?”


어릴 적 할아버지와 함께 막걸리를 자셨던 농촌 대장간 대장장이 박 장인을 뵌 적이 있었는데.


화로에 웬 바가지를 집어넣더랬지.


쇳물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용암처럼 녹아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불꽃의 아귀는 이보다 더욱 거칠고 뜨거웠으니.


“에잇 씨.”


에라이 모르겠다. 그까이 꺼 대충 한번 해 보는 거지 뭐. 짜피 목적은 목초액이다.


솥뚜껑을 들고 온 사월이 아궁이 입구를 막아버렸다. 두꺼운 나무를 받쳐 넘어지지 않게 밝아서 고정했다.


손바닥을 솥뚜껑에 대고 내공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내기를 운용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경험이 일천한 사월로서는 십이지신공의 구결과 그간 접했던 다수의 무협지.


그리고 게임 내 설명 가이드만을 의존해 내기를 운용해야 했다.


“...잘못되는 거 아냐? 쓰읍.”


어디까지나 무협지 또는 게임은 제작자들 망상의 산물이 아니던가.


콰앙!


“왁! 시발, 깜짝아! 어휴우. 애 떨어질 뻔했네. 그럼 그렇지.”


내기의 수발이 익숙지 않은 탓에 암기가 된 솥뚜껑이 애먼 벽을 후려친 탓이다.


심하게 패인 것이 자칫 잘못했으면 사월의 모가지를 꺾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와, 인생 마감할 뻔. 아니, 무협지에서 보면 이렇게 하던데... 역시 믿을 게 못 돼.”


무협지에 기술된 내용 따라 운용했다 짧은 인생 골로 갈 뻔했다.


잠시 고민하던 사월이 안 되겠다 싶어 십이지신공의 구결을 연신 곱씹기 시작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모든 사물은 잃음으로써 얻음이 있고, 얻음으로써 잃는 수가 있다. 이것이 현상계 법칙이다.>


<물건을 집으려거든 먼저 펼쳐놓아야 하듯 상대방을 약하게 만들려거든 반드시 먼저 강하게 만들어라.>


“약하게 만들려거든 강하게 만들어라?”


세인이 보면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테지만.


십이지신공을 몸소 익힌 사월에겐 이해 못 할 소리는 아녔다.


귀퉁이가 좀(?) 아니 많이 찌그러진 솥뚜껑을 주워 왔다.


아궁이 입구에 기대 봤지만, 이곳저곳 뭉뚱그려 찌그러진 탓에 깔끔히 틀어막기 어려웠다.


마른 입술에 침을 묻힌 사월은 조금 전 구결을 떠올리며 접힌 솥뚜껑을 수복하기 시작했다.


“그니까 내공을 강하게 집어넣어서 상대를 강하게 만든다?”


접힌 부위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오, 좋아. 풍선 불듯 바람을 공급해준다는 뜻인 거잖아?”


힘을 받은 상대가 강하게 쳐오는 걸 부드러이 흘리라고?


“빠방하게 부푼 상대의 배때기를 바늘로 쿡 찌르면? 풍선이 아주 좋아 죽지?”


이 말이렷다?


풍선을 불다 입에서 놓치면 날아가듯.


솥뚜껑 또한 반탄력이 생기며 또다시 튀어 오르려 했다.


사월이 불어 넣는 내기의 속도와 양을 줄였다.


“...음. 풍선이 바람을 너무 많이 불어넣으면 터지듯이.”


뚜껑 또한 내력을 받을 수 있는 한계라 판단한 사월이 주입을 멈추었다.


새로운 깨달음에 연신 끄덕였다.


굽혀진 부분을 잡고 살살 펴내자 무른 엿가락처럼 펴지는 게 아닌가!


“크으, 여윽시. 나란 놈은.”


구겨진 걸 죄다 펴버린 사월이 아궁이를 다시 막고 종전에 깨달은 묘리를 운용했다.


“풍선처럼. 바람 넣듯.”


그러자 솥뚜껑이 달아오르며 그 내기를 품은 열기가 안쪽 목재까지 전달됐다.


하단부 아주 작은 구멍 아래 내기에 달궈진 목재들이 밝은 금광을 띄며 희끗희끗 비쳐 보였다.


“...오! 된다, 돼! 하하핫!”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게 내공을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다는 거다.


사월 저 스스로는 당장 깨닫지 못하겠지만 내기의 운용력이 매우 좋아지고 있었다.


**


사월이 아궁이와 연신 티격태격하며 밤 기슭이 너울너울 넘어갈 때.


콰앙!


거센 굉음을 듣고 놀란 암 무사가 제 거처에서 뛰쳐나왔다.


그의 손엔 잘 벼려진 역도 한 자루가 쥐여있었다.


“...뭐지? 습격인가?”


분명 소리는 사월 공자의 거처에서 울렸다.


울창한 숲에 꾸벅꾸벅 졸던 맷새들이 놀라 푸드덕 날아올랐다.


그 덕에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긴 어려웠으나.


이 근방 저택이라 해 봐야 사월과 부인 그리고 자신뿐이었다.


암 무사는 곧바로 경공을 펼쳐 사월의 거처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습격할 놈들은 없는데... 설마?”


독신세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다급한 마음이 표정에 드러났다.


내력을 미친 듯이 퍼부은 그는 1리쯤 되는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했다.


“가알-!! 이제는 대 놓고 손을 쓰는구나!”


사월의 거처에 다다른 그가 일갈대성을 뿜어내며 천지를 호령하듯 훨훨 날아들었다.


위치는?


‘주방!’


그렇게 특정한 이유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스멀스멀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찬 시간도 한겨울도 아니라서 굴뚝에 연기가 샘솟을 일이 전혀 없었다.


나무로 된 주방 문짝을 냅다 걷어찬 암 무사가 호통침과 동시에-


“네 이놈들!”


날아든 원형 물체를 역도로 재빨리 막아냈다.


태애애앵!


공력이 얼마나 주입된 건지 90근은 되는 자신의 역도가 징징거렸다.


그 또한 두 발치 뒤로 물러져 있었는데 상대가 가진 강한 공력에 모골이 송연할 정도였다.


‘제길, 쉽지 않겠는데. 공자님은?’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 예감된 그는 마른침을 꼴딱 삼키며 앞뒤 가릴 것 없이 내부로 진입했다.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검은 실루엣이 화롯불에 비쳐 야릇하게 보였다.


안력을 돋은 그가 흉수를 향해 역도를 내리칠 때!


“으아아, 또, 또! 실패야!”


익숙한 사월의 목소리가 그의 귓구멍에 맴돌았다.


우뚝 멈춰 도를 회수했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기행이 아녔다.


넋 근쯤 되는 일반 검을 회수하는 것도 어려울진데,


81근을 자랑하는 청룡언월도보다도 무거운 90근짜리 역도를 한 손으로 저리 회수한다는 건 그의 신력이 대단하다는 걸 말했다.


재빨리 사월 앞을 막아서며 사면팔방을 점거했고.


때마침 아궁이에서 용트림하듯 혓바닥을 날름 이는 화(火)덕에 밝아진 사위를 제대로 분간할 수 있었다.


동시에 기를 퍼트려 반경 십 장(30m)을 확인한 결과 위협이 될 만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후우.”


암 무사가 역도를 늘어뜨리며 긴장을 풀었다.


내력 운용에 집중하고 있던 탓에 암 무사가 왔다는 걸 이제야 알아챈 사월이 말했다.


“어? 암 무사님 언제 오셨데요?”

“......하아. 공자님.”


조금 전까지 비루먹은 듯 연신 인상을 찌푸리더니만, 암 무사를 보고 반가웠는지 능청스레 웃음을 짓는다.


“이 야밤에 뭘 하고 계셨던 겁니까?”


암 무사가 역도를 늘어뜨린 채 몸을 돌리자 칼끝이 사월의 코끝에 걸렸다.


쭈그려 앉아있던 사월이 놀라 방아를 찧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갑자기 찾아와서는 칼부터 들이밀어?!


“가줍니까?!”

“가주님요?”

“흉수 말입니다, 흉수! 죽을 땐 죽더라도 흉수는 알고 죽자고요!”


뭔 소린가 해서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그러곤 주방을 나가 역도를 벽면에 기대 놓았다.


“아니, 근데 가주님께서 왜 사월 공자님을 해치시겠습니까?”

“...아시잖아요. 그 인간은 절 싫어하거든요.”


암 무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아닌 거 같던데... 그나저나 뭘 하고 계셨습니까? 공자님 말마따나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시고. 날이 좀 서늘하기로서니 그렇다고 불 땔 정도는 아닐 텐데요.”


사월 역시 마찬가지로 불에 그슬려 더벅해진 머리를 벅벅 긁었다.


“비누하고 참 숯을 좀 만들까 하고요.”

“비누? 참 숯? 그게 뭡니까?”


아, 모르겠구나.


“음... 잿물 굳힌 거랑 열탄?”

“불에 타는 나무? 불타는 나무? 뭐 그런 겁니까?”


설명하기 귀찮던 사월은 대충 끄덕였다.


“근데 머리 감을 요량이라면 굳이 잿물 굳혀 쓸 필요가 있답니까?”

“여러 가지 배합물을 넣고 굳히면 비누라는 게 되는데, 이게 씻을 때 쓰는 거거든요.”


어쩌구 저쩌구.

사월은 대충 설명했다.

그렇다 하니 암 무사 역시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다.


“거의 다 만들었으니 써 보면 압니다. 그건 됐고, 이거나 좀 보세요.”


암 무사에 의해 쪼개진 솥뚜껑을 본 사월은 아연실색하며 다른 걸 들고 왔다.


아궁이를 막더니, 공력을 불어 넣었다.


“...허. 대단합니다.”


그걸 본 암 무사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사월은 또 제 칭찬은 귀신같이 알아듣지 않나?


그가 왜 감탄하는지 영문도 모르면서 입이 헤벌쭉해서는 함박만 하게 웃었다.


“콜록! 콜록콜록!”

“에헤이, 공자님. 그렇게 웃으면 연기 때문에 매울 겁니다. 하하.”


암 무사를 째려본 사월이 설명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요. 보세요.


제가 내공을 운용해서 저 안쪽에 있는 통나무를 강한 불로 태우고 싶거든요?


근데 처음엔 진기 도인이 잘 되는가 싶어도 좀 전에 암 무사님께 날아간 솥뚜껑처럼 반발심 때문인가?


왜 계속 튀어 나간대요?


제가 원할 때까지 유지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돼요. 방법 좀 알려줘요. 영 짜증 나거든요.”


팔짱 낀 그가 사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해했다는 듯 끄덕끄덕했다.


“이미 답은 알고 계신데요?”

“에?”


그가 아궁이를 향해 턱짓하자 사월 역시 발그레 달아오른 솥뚜껑을 쳐다봤다.


“처음에 공력을 주입하자마자 반발심이 일어 뚜껑이 날아갔죠?”

“어? 맞아요. 어떻게 알았지?”


암 무사가 속으로 웃었다.


제가 그 소리 듣고 여까지 왔지 않았겠습니까, 도련님아.


모를 수 있었다.

사월이 멍청한 것이 아니라 무공에 제대로 입문한 지 고작 이레였다.


이제 막 기감이 발달했다는 뜻이니.


응당 몇 리(리당 1km)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바로바로 생각해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하. 다 아는 수가 있죠. 근데 지금은 보세요. 집중하지 않아도 내기를 유지하고 계시네요?”

“어... 그렇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암 무사는 내심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내공을 불어 넣는 게 솥뚜껑이라 우스꽝스러운 거지 저게 도검이라 생각해보자.


결국, 일류 무사는 되어야 할 수 있는 기행으로 이는 바로 검문劍門의 단계였다.


이류二流 무사라함은 사지육신에 기운을 돌려 신체조건을 범인보다 굳세게 하는 단계였고.


분명 훤한 대낮의 술시까지만 해도 진일보한 덕에 내공만 일류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완연한 검문의 경지다. 성격까지야 그래. 이해하고 넘어갔어. 헌데 지금 저 모습은 대관절 무어란 말이냐? 도통 이해의 범주를 벗어났다!’


사람이 죽기 전에 일변한다지 않은가?


사월 공자 역시 그 수명이 다해 죽을 팔자에 놓였던 건데,


어찌어찌 살아남은 덕에 변화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암 무사가 이리 생각하는 것도 나름 일리가 있었다.


사월도 알겠지만 여러차례 위협을 받아온 바.


흉수를 찾고는 있지만 너무도 은밀했다.


사월에게서 떨어질 수 없어 정보 수급에 한계가 있던만큼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을 뿐이지.


대충 흉수가 누군지 감은 있었다.


‘독신세가.’


조금 전 그가 이곳에 오면서 의심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였다.


‘그나저나. 정말 하늘에서 기연을 내려주신 걸까?’


혼자 무언가를 연일 깨치고 있는 사월의 모습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


사실 저 정도면 대종사급이라 봐도 무방했다.


물론 확신할 순 없었다.


간혹 기운에 민감한 사람들도 더러 있는 건 맞으니까.


하지만 사월은 해당하지 않았다.


분명 무재에 대한 오성이라곤 손톱의 때만큼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늘 무공이라곤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망나니라 가주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고.


딱히 무공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도 없으니 누군가 이렇다 할 도움을 줬다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결국 스스로 깨치고 있다는 뜻.’


하! 황당무계한 시세에 쓴웃음이 났다.


입맛을 다신 암 무사가 말을 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계속 수련하시다 보면 익숙해지실 겁니다. 이미 요체는 깨달은 듯하니.”

“그렇군요.”

“그나저나 언제 주무실 겁니까?”

“거의 다 됐으니, 곳 잘 겁니다. 그러는 무사님은 안 들어가실 거예요?”


암 무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잠도 다 깼고. 공자님과 같이 야화夜火나 하렵니다.”

“오, 심심했는데 잘 됐어요. 어서 이리와 앉으세요. 말동무나 해주시지요.”


사월이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두들겼다. 그가 옆에 털썩 앉자 사월이 솥뚜껑과 그를 연신 돌아봤다.


“......”


뜻을 이해한 그 역시 뜻 모를 쥐불놀이에 동참했다.


“너, 너무 쌔요! 기운을 줄여요, 어서!”

“예? 태우는 거 아닙니까?”

“아이고, 환장하네. 저 아까운 거 우짤꼬.”


그렇게 밤하늘 달빛이 뉘엿뉘엿 지더니 어느새 청아한 새벽녘이 밝아오고 있었다.


“오! 다 됐나 본데요?”


완성된 검둥이들을 꺼내 보니,


바스스.


“.....”


너무 태웠는지 죄다 부스러져 버렸다.


“쩝. 그럼 그렇지...”

“하하핫! 실망하긴 이릅니다? 저기 하나 남았거든요?”

“어디, 어디, 어디?”


진짜다! 깊숙이 박혀있던 단 하나.


사월은 부지깽이로 콕! 찍어서 꺼냈다.


다른 것보다 조금 더 굵직한 놈이었는데 야밤을 밝히는 횃불처럼 맑고 고운 금광의 자태를 뽐냈다.


“오, 오오! 됐어요, 됐다고요, 암 무사님!”

“정말이군요! 공자님이 말했던 그 눈꽃의 결이 보입니다!”


얼굴에 묻은 숯 덕에 검둥이가 된 둘은 좋다고 서로 손뼉을 마주쳤다. 짝!


호다닥 방으로 달려간 사월이 요강을 들고 왔다.


“후후. 이걸 이제 요래 넣으면 끝입니다.”


숯을 집어넣어 뚜껑을 닫아 공기를 밀폐한 뒤 식혀 놓았고.


비누도 아까쯤에 완성됐는데,


자시 어간 오밤에 자는 숙수를 냉큼 깨워 받아온 소량의 콩기름과 잿물에 분말을 만들어 넣고 비비적비비적 잘 저어 굳혀놨던 참이다.


완전히 굳으려면 조금 더 있어야겠지만.


여기서 분말은 밀가루 또는 팥이나 녹두를 갈아낸 가루다.


세가 내에서도 간단한 식사나 참으로 만두나 찐빵을 쪄 먹기에 웬만한 재료는 다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백화요 일대에 올리브나 팜므(코코넛 기름)등.


사월이 잠시 둘러본 결과 그러한 재료는 발견하지 못하여 아쉬운 감은 있었으나.


“지금은 이걸로 만족.”


다른 재료는 차차 시간을 두고 찾아볼 요량이었다.


조금 더 굳게 두어야 하지만 급한 마음에 대충 숟가락으로 퍼 올렸다.


“오오!”


성글지 못해 탱글탱글한 덩어리가 딸려 왔다.


목초액을 섞어 그런지 훈연한 냄새가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어 주었다.


반으로 나눠 암 무사의 손에 쥐여준 사월은 작별을 고하고 욕탕으로 날름 떠났다.


벙- 찐 암 무사는 숯 묻은 검지로 제 볼을 긁었다.


그러더니 물컹물컹한 비누를 보며 제 코를 쓱쓱 비볐다.


“이리 물큰 한 게 그리도 용하다고?”


그렇게 제 거처로 돌아가 욕탕에서 나온 암 무사는.


“끼얏호--!”


뽀드득 뽀드득 아주 죽여주는 상쾌함에 자리를 박차고 하늘로 숭숭 날아올랐다.


그 시각.


가주와 단목 상단주는 회동해 차후 일정을 논하기 위해 술잔을 나누던 중 괴이한 비명에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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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연단공방 공사 착수! 23.12.22 38 2 20쪽
12 12화. 비누 대량 공급 시작! 23.12.21 43 1 22쪽
11 11화. 십이지검법을 터득하다. 23.12.20 46 1 21쪽
10 10화. 내, 이 비누 갖고 당장 사천으로 가리다! 23.12.19 41 1 21쪽
9 9화. 게임 속 주인공 장천. 그리고 귀령문. 23.12.18 51 2 22쪽
8 8화. 호위무사의 무공을 상승 무학으로! 23.12.17 57 3 15쪽
7 7화. 비누 좀 나누어다오. +1 23.12.16 56 4 15쪽
6 6화. 분봉 수확! +1 23.12.15 59 4 18쪽
» 5화. 비누, 그리고 단목 상단 주 단금보! 23.12.14 65 4 20쪽
4 4화. 그러고 보니, 비누가 없잖아?! 23.12.13 78 4 16쪽
3 3화. 임맥타통이요? +1 23.12.12 86 4 19쪽
2 2화. 가주님, 신공까지 준다고요? 23.12.12 110 4 19쪽
1 1화. 게임 속으로 빨려들다. +1 23.12.12 142 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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