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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사는 용병의 고유번호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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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3샷추가
작품등록일 :
2022.10.30 09:33
최근연재일 :
2023.04.2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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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8,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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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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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hapter 7. 미래가 흐르는 방향 _6화

DUMMY

에이아크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이 거래에 한해서는요."


"왜?"


인간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 지껄이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릴스였다.


험악해진 그의 기세를 아는지 모르는지, 에이아크가 산뜻하게 대답했다.


"이것도 '눈의 맹세'로 하니까요."


"······."


"이게 뭔진 아시죠?"


"절대로 지켜야 할 계약에만 사용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 정도는."


"아,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모르는 거군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어요."


저 계약에 세부적인 사항도 있던가.


에이아크가 설명한 건 그저 '용병의 계약'을 수정하는 데에만 사용해왔던 릴스로서는 알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여느 계약과 다름없이 '갑'과 '을'이 존재하는 이 계약이 눈의 계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정말로 각자의 '눈'을 걸기 때문이었다.


"갑은 좌안을, 을은 우안을 걸고 맹세합니다. 일종의 보증금인 셈이죠."


"어기면 실제로 그게 이뤄지긴 하나?"


"뭐, 그렇다고는 하는데요······."


에이아크가 고개를 으쓱였다.


어이가 없어진 릴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무슨 계약이람. 그 뭐냐, 책에서 몇 번 봤던 마법이나 주술 같았다. 그런 게 정말로 있을 리는 없지만.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째서?"


"애초에 그런 허구가 쓰였던 시대에서는 지금 이 시대도 '픽션'으로 상상해서 썼을 것 같은걸요. 지금은 오히려 과거가 상상인 것처럼 생각되는 것처럼요."


"······그런가."


지금 그가 몸을 담그고 있는 길드의 단장이 용병을 위해 '용병의 계약'을 만들었듯이, 이 세상의 누군가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이것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잠자코 생각하던 그때, 에이아크가 불현듯 입을 열었다.


"어쩌면 세계가 가진 능력일지도 모르죠."


"세계가?"


"신인류가 능력을 가졌듯이, 세계 자체도 이 시대를 맞이해서 가졌을지도 모르잖습니까."



*



그래서 그 보증금으로 사용된 눈은 계약이 어그러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릴스는 의문을 가졌다.


정말로 눈 하나가 사라지는 건지, 아니면 시력을 잃는 등의 '기능'을 삭제하는 건지.


적어도 릴스는 아직까지는 눈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면 그저 눈이 없어서 생존에 이상을 겪고 도태되었을지도 모르겠다마는.


이후로 이어진 잠시간의 침묵 중, 둘은 누구 할 것 없이 걸음을 서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아크가 목적했던 정보상의 가게에 도착했다.


일부러 위장하는 건지는 몰라도 가판대에 놓인 물건의 종류가 일정하지 않고, 정리도 되어있지 않았다. 그 난잡한 모양을 보던 릴스는 슬그머니 거리를 좁히고 가속을 두르다 눈을 크게 떴다. 놀랍게도 제어되는 가속의 범위가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다.


'······A가 한바탕 사용하고 가서 그런가?'


자신보다 능력을 훨씬 잘 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그저 주변의 상황으로 추측하는 것이 끝이다.


확실히 대단하기는 했지만.


여하튼, 이득이었다. 섬세하게 쓴 지 제법 되었는데도 온전히 그의 지배하에 있는 능력을 다루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최대한 능력의 범위를 늘린 릴스는 그를 두고 안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정보상과 에이아크의 대화를 엿들었다. 공기의 흐름을 조금 빙글빙글 돌리면, 저쪽의 소리를 듣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의지를 가진 아이템은 아직까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준다면 몰라도요."


정보상이 고개를 으쓱이자 에이아크가 그를 빤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이쪽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그럼 특수한 성향을 보이는 눈은?"


"아니, 그거 말입니다. 전에 당신이 말하고 갔을 때는 그런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어떻게 그런 것들이 나타날 걸 먼저 알고 있었던 거요?"


들어보니 '아니마'와 '돌연변이'에 관한 얘기였다.


투덜거린 정보상이 서류를 꺼내 내밀며 말했다.


"위치는 대강 특정해놨지만, 시일이 조금 지났으니 달라졌을 가능성도 생각하셔야 할 거요. 틈나는 대로 갱신은 해놨지만, 최소 2주 전 정보니."


"흠. ······마지막 정보는?"


"아, 그건 직접 보여주도록 하죠. 그동안 구역을 하나씩 정해서 조사하는 식으로 줄여오고 있었거든요."


마치 에이아크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상이 씨익 웃었다. 그는 에이아크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 가판대에 있던 물건을 슥 훑어서 그 아래의 서랍에 쓸어 넣고는 종이를 펼쳤다. 지도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허무맹랑한 정보를 원하는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저 말곤 없을 겁니다. 그렇죠?"


"······그건 그렇긴 한데."


에이아크가 슥, 뒤를 돌아봤다. 팔짱을 끼고 있던 릴스는 턱을 까딱였다. 워낙 큰 행동이었던 지라 모르는 척하는 게 힘들었다. 한숨을 내쉰 에이아크가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했다.


"이쪽도 같이 들어도 됩니까?"


"정보를 몇 명한테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잖나."


"그건 그렇긴 하죠. 뭐, 손님이 한 겁니다?"


"그래."


둘이 대화를 나누든 말던, 릴스는 그가 펼쳐놓은 지도를 봤다. 웨이키드가 줬던 지도와는 달리 대충 그려져 있었다. 각 지역 간의 구획만 표시해둔 정도. 아, 그건 인벤토리 안에 넣어뒀었나.


마지막으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당신 의뢰전용 지도입니다. 너무 추상적인 의뢰라서 최대한 용병을 고용해서 일정 기간 한 지역을 조사한 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진행해왔는데······."


상인이 지도를 몇 장 더 꺼냈다. 지역마다 X표시가 잔뜩 쳐져 있었다. 아마 전체 지도가 아니라 일부 지역을 확대해 둔 듯했다.


에이아크가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성과는 없었잖나."


"볼 지역은 많고, 눈은 싸돌아다니고. 인력이 없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당신도 그걸 감안한다고 그랬잖아요."


"그건 별개고. 돈은 퍼다 주는 데 소득이 없으면 이쪽 기분이 영 좋지만은 않다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여하튼 지도를 보여준 건 자그마치 대륙의 절반 이상을 조사했다는 뜻이에요. 이제 나머지 반을 뒤지면 되는 겁니다."


그동안 조사하면서 나름 쌓인 데이터도 있으니, 이전에 걸렸던 기간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괜찮은 인력을 그쪽에서 빌려줄 수 있다면 더 줄이는 것도 가능할 테고······.


-가 요점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 괜찮은 인력이 자신을 말하는 것 같았다.


모른 체하며 마지막으로 올려둔 지도를 본 릴스는 X자 표시가 잔뜩 되어있는 곳 중, 비어있는 곳을 발견하고 가리켰다.


"왜 여기는 하지 않았지?"


"거기는 사람이 살지 않은 지역이니까요."


정보상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에이아크는 그 대상이 릴스였다는 사실에 지도를 다시 확인했다.


바다와 근접한 지역이었다. 대충 동그라미로 섬인 듯한 지역이 그려져 있었다. 에이아크는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여긴 그럴 만합니다."


"어째서?"


"교단의 영역이었으니까요. 머리가 제대로 된 인간들이라면 굳이 발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교단?"


릴스는 다시금 확인했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 지역은 자신과 웨이키드, 웨인이 있었던 곳이었다.


그의 반문에 정보상이 둘을 보더니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


"여기까지 공짜로 들을 셈은 아니겠죠? 평범하게 나도는 정보 아닙니다, 이거."


"······."


릴스를 의미심장하게 보던 에이아크가 승낙했다.



*



이런 시대에서 사람들이 뭔가를 의지하고 싶어 하는 건 무척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존재하지 않은 것에 신앙을 부여하고 섬기는 성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종교 단체 중, 가장 세가 컸던 곳은 '금까마귀 교단'이었다. 그리고 그 세를 바탕으로 가장 오래 버텼던 곳이기도 했다.


본래 쉘터 안에서 시작된 종교였으나, 이유를 알 수 없이 독립해 밖으로 나왔었다. 에이아크나 정보상의 말이 맞는다면, 그들이 나와 자리를 잡은 곳 중 하나가 아마 그 섬들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교단 하면, 금까마귀 교단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그런 교단의 잔존자들은 아직도 밖에 많이 떠돌아다녔다. 의뢰하다 낡아빠진 석상을 두고 집회를 여는 이들을 한둘을 본 게 아니었다.


더불어 다른 일에 관심이 많지 않은 릴스가 알고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아직 자신이 스승님들 아래에서 배우고 있을 때 의뢰를 받았던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막 의뢰를 받으려고 했던 때였나.


대충 9년 전인가, 10년 전인가······.


'그즈음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유난히 어렸을 때를 비롯해 길드 본부에서 머물 때의 기억이 많이 사라졌다. A는 그 이유가 아마 자신이나 B들이 왔다 갔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은 나이에 '뚜렷한 인격'을 가진 것들이 안에 쉬지 않고 드나드니 그럴 수 있다고.


일단 그가 교단 출신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놈의 신앙이고 뭐고, 자신 외에 의지할 이가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이없지 않나.


여하튼, 다시 돌아와서.


정보상은 당연히 그 교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둘에게 뜻밖의 얘기를 했다.


"금까마귀 교단이 아닙니다."


"······뭐?"


"정식 이름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금까마귀 교단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그 사람들이 스스로를 '교단'으로 불러서 일단 그렇게 부르기로 한 거죠."


"어째서 확신하는 거지?"


"그야 금까마귀 교단은 금색의 까마귀가 상징물인데, 거기는 그러지 않거든요. 신설 교단의 상징은 '새하얀 날개' 문양입니다."


"······."


에이아크의 말이 급속도로 사라졌다. 릴스는 무표정을 짓는 남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래를 이미 꽤 보고 왔다는 사람답지 않은 얼굴이었다. 불쾌함, 당혹스러움이 꽤 많은 퍼센트를 차지했다.


미리 봤던 곳에서는 보지 못했던 상황인 걸까. 아니면, 무엇인가가 그 미래에 가변성을 준 걸까.


"이건 전혀 몰랐죠? 진짜 돈 받을 만한 정보입니다."


"인정하지."


에이아크가 주머니에서 지폐 몇 개를 꺼내 내밀자 받은 이가 히죽 웃었다.


"아, 서비스로 하나 더 드리죠. 이건 확실하지 않은 정보인데 이상하게 제보가 많아서요."


다른 지도를 꺼낸 정보상이 손으로 지역을 동그랗게 표시했다.


"새빨간 불덩어리가 지역을 지나다니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불덩어리?"


"네."


"눈의 돌연변이일 가능성은 없나?"


"그야 있기는 하겠죠. 그렇지만, 확인된 정보가 아니라서 돈을 받고 팔기가 모호해서요."


이마를 짚은 에이아크가 의뢰에 조건을 추가했다.


"이제부터는 정확성이 없는 정보도 다 포함해서 전해줘. 대신, 정확하지 않으니만큼 의뢰비는 이전의 1.7배로."


"그렇다면야."


싱글벙글 웃는 정보상에게 에이아크가 다음에는 이 지역을 조사해달라며 위치를 표시했다.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끄덕인 정보상이, 아, 하며 가게를 나가려는 둘을 잡았다.


"이건 최근에 가게를 들린 분들한테 다 드리는 건데, 으음. 확실하지 않고, 우리도 오히려 저 정보를 좀 확인받았으면 좋겠어서 푸는 거거든요."


"길게 끌지 말고 본론만 말해."


"'빙하 앞에 천국이 있다', 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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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Chapter 7. 미래가 흐르는 방향 _9화 23.04.01 24 0 12쪽
94 Chapter 7. 미래가 흐르는 방향 _8화 23.03.31 22 0 12쪽
93 Chapter 7. 미래가 흐르는 방향 _7화 23.03.26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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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Chapter 7. 미래가 흐르는 방향 _4화 23.03.19 27 0 12쪽
89 Chapter 7. 미래가 흐르는 방향 _3화 23.03.18 30 0 11쪽
88 Chapter 7. 미래가 흐르는 방향 _2화 23.03.17 34 0 12쪽
87 Chapter 7. 미래가 흐르는 방향 _프롤로그 + 1화 23.03.12 84 0 12쪽
86 Chapter 6.5_4_생존확인 23.03.11 40 0 15쪽
85 Chapter 6.5_3_Uncompleted, Loading... (1) 23.03.10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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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Chapter 6. 죽은 것에게 경의를_6화 23.02.26 30 0 12쪽
79 Chapter 6. 죽은 것에게 경의를_5화 23.02.24 44 0 11쪽
78 Chapter 6. 죽은 것에게 경의를_4화 23.02.20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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