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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폭으로 재능버는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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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설화적주자
작품등록일 :
2020.04.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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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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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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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팩폭으로 재능버는 플레이어 99화

DUMMY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차를 마시며 한담하는 시간에도 주제는 계속 변하기 마련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흘러갔고 도원반과 관련한 각종 토론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도원반 학생의 생활은 아직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고 혹은 수행을 하고, 공을 세운 사람들은 현감편 다음 공법인 세 번째 단계 ‘동현편’을 전수했다.


동현편은 D급을 대표하는 공법이었다. E급에서 막혀있는 모든 수행자가 오매불망 바라고 있는 것이었지만, 공을 세울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성장이 멈추고 나면 수행은 큰 의미가 없었다. 경계를 서는 역할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들은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되돌아갔다. 저녁에 도원반 수업에 참여하는 것은 출석 체크의 의미 외에는 없었다. 수업 내용은 불교와 도교 안에서 조금씩 확장되고 있었다.


뤄청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이전과 같은 나날이 계속되었다. 도원반 일은 이제 한가한 시간의 양념 같은 대화거리였고, 논쟁을 벌이지도 그것에 흥분하지도 않았다.


거리는 바쁘게 움직이고 출퇴근 시간은 차가 도로를 점령했다. 뒤에 서 있는 차들은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리며 입에서는 계속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이런 길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는 차들과 사람들 틈을 요리조리 피하며 유유히 빠져나갔다.


시 정부 후문은 카이슈엔루와 인접해 있었다. 카이슈엔루와 지엔동루의 교차로에 작은 기차표 대리점이 다른 가게들 속에 파묻혀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었다.


표를 사는 소년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학생이 반값 할인이면, 장교증은 반값에 플러스 할인이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규정은 없어. 학생증 없이는 할인도 안 돼.”


작은 창문 틈으로 판매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확인 한 번 해주시겠어요? 이건 명백히 현역 장교에 대한 차별이라고요.”


판매원은 시종일관 불친절했다.


“살 거야 안 살 거야? 안 살 거면 비켜. 뒤에 있는 사람도 사야 할 거 아냐!”


뤼수가 고개를 돌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표정하게 서 있는 뤼샤오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칭저우(靑州) 시징시(西靜市)로 가는 표 두 장이요. 한 명은 어린이고요.”


결국, 한 장은 학생 표, 한 장은 어린이 표로 모두 50% 할인을 적용받았다.


장교 할인 정책이 없다면 졸업 전에 많이 놀러 다니는 게 남는 장사구나 싶었다.


뤼샤오위가 뤼수의 장교증을 앞뒤로 둘러보며 말했다.


“피가 끓어오른다더니 이런 신성한 걸 푯값 흥정에 쓰는 거야?”


“이건 다른 일이지. 국가를 지킨다는 것도 얼마나 신성한 일인지는 모르겠고. 싸우는 동료들을 돕는 것과 무조건 봉사를 하는 건 다른 문제야. 내가 싸우는 동료를 돕겠다고 했지 언제······.”


허걱.

그때 뤼수의 몸이 빳빳해졌다.


뽀얗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운기가 움직이고 있어!


매일 두 개씩 기해 열매를 먹은 지가 열흘이 좀 넘었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운기를 억눌러야 하는 주기도 빨라지는 상황이긴 했다.


날뛰겠다면 나는 더 세게 너를 눌러주겠어!


한 가지 의문인 것은 운기 농도가 이렇게 짙은데 왜 비로 변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바다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어흑! 나도 의지력으로 따지자면 누구한테 져본 적이 없는데, 과거 수행자들의 의지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였다는 거야?


안절부절못하고 종종거리는 뤼수를 보던 뤼샤오위가 무관심한 얼굴로 한마디를 했다.


“뤼수, 똥 마려운 거야? 아니면 어디 마비라도 왔어?”


대꾸조차 못 하고, 몇 분간 끙끙거리던 뤼수의 몸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기차표를 사서 상점을 나왔다. 그들에게 이것은 생애 최초의 여행이었고 기차표를 사는 것도 처음이었다.


칭저우는 이미 여행 성수기 철에 접어들었다. 내일은 방학식이 있고 고3 개학은 더 앞당긴다고 하니 올해 여름 방학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뤼수가 붉은색 기차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22시간 동안 앉아서 가야 하는데······.”


뤼샤오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비행기 표 아까워한 게 누군데 그래. 비행기도 타보고 싶단 말이야.”


듣고 보니 비행기를 타면 기분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뤼수가 웃으며 말했다.


“너는 기차도 안 타봐 놓고 비행기는 무슨! 다음번에는 비행기 태워줄게.”


-뤼샤오위로부터 부정 감정 +99


남은 현금이 많지는 않았지만 매달 취두부로 벌어들이는 돈은 6,000위안(약 백만 원)을 넘어 이제는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섰다. 놀고먹기만 하지 않는다면 꾸준히 저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다음에는 꼭 비행기 타야지!


“뤼수! 너 왕 짠돌이야!”


“쪼끄만 게 뭘 안다고. 돈도 가려서 쓸 줄 알아야지!”


짠돌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꼼꼼하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는 건 기본 아니야? 남들도 다 그런다고!


“얼른 집에 가서 짐 싸자. 나중에 깜빡하고 빼먹은 거 없게 잘 챙겨야 해. 그리고! 기차표는 이미 샀으니 계속 구시렁거려도 소용없어. 비행기는 다음이야! 알았지?”


“응······.”


뤼샤오위의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뤼샤오위가 뭐라 해도 뤼수는 이 순간 자기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뤼샤오위를 데리고 여행도 갈 수 있게 되다니. 쌀을 살 돈이 없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되는 기분은 참 짜릿했다.


뤼샤오위를 데리고 짐을 싸던 뤼수는 어제 산 분홍색 여행 가방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얀색 사자고 하니까 분홍색 사자고 바득바득 우기고. 이게 뭐야. 이렇게 여자애 같은 걸 나보고 어떻게 들고 다니라는 거야.”


뤼샤오위가 혀를 날름 내밀었다.


“나는 여자애잖아. 나한테는 이상한 가방이 아니라고.”


“네가 끌고 다닐 거야? 나는 도원반 학생에 현역 장교라고! 분홍색 가방이 뭐야 대체! 성 정체성에 대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잖아!”


“뤼수, 너 단어 선택이 좀 그렇다. 뭔가 자신에 대한 오해를 좀 하나 본데.”


“아니거든.”


다람수는 연필을 쥐고 꼼지락거리며 한자를 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여행 준비를 하는 모습에 다람수도 뛸 뜻이 기뻤다.


유적에서 온 지 얼마 안 돼 궁금한 게 많았는데, 다른 곳을 구경한다는 것도 좋았고, 혹시나 그곳에 암컷 다람쥐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흥분되기도 했다. 도시에서 쥐들과 몰려다니는 건 격이 좀 떨어지는 일이었다.


다람수는 눈치가 빤해져서 남매가 싸움할 때에는 될 수 있는 대로 눈에 띄지 않으려 얌전히 숨어 있었다. 괜히 나섰다가는 또 어떤 불똥을 뒤집어쓸지 모른다.


“다람수가 공부 끝내면 저 책도 챙겨 넣어야 해. 공책이랑 연필도. 공부는 쉬면 안 돼.”


다람수: ······?


연필을 잡고 있던 다람수의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여행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다니는 거라고 어제 드라마에서 그러던데······.


-다람수로부터 부정 감정······.


뤼샤오위가 펄쩍 뛰었다.


“그 논리가 여기서 통한다고 생각해?”


“당연하지.”


“자, 잘 들어봐, 여행 기간이 열흘 정도야. 칭저우는 아직 춥대. 우리가 호수 주변에서 일출이나 일몰을 보려면 두꺼운 점퍼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거기선 제대로 빨래도 편하게 할 수 없겠지? 가져가야 할 양말만 몇 켤레인데. 다람수 짐까지 싸야 하냐고.”


뤼수가 생각에 잠겼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긴 하지만, 수행자들은 추위를 타지 않는다. 털옷이 필요한 계절에도 얇은 점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려고 수행하는 거 아니었어?


뤼수가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세탁 세제도 가져가자. 또 필요한 거 있어?”


“라면, 감자칩, 누룽지!”


뤼샤오위가 떠오르는 대로 아무거나 말했다.


“그런 거 들고 가서 뭐하게?”


“22시간 동안 기차를 타려면 최소한 세 끼는 먹어야 하는데, 인터넷 평을 보니까 기차에서 파는 음식은 맛도 없고 엄청 비싸대. 그러니까 그냥 가면 낭패라고.”


“그래? 그렇다면 컵라면 여섯 개 정도 가져가자.”


여행가서까지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우겠다는 소리에 뤼샤오위가 도끼눈을 했다.


-뤼샤오위로부터 부정 감정 +199


“하하하. 농담이었어. 감자칩, 누룽지 다 가져가자. 그리고 이따가 시장에 다녀오자. 내일 저녁 기차니까 점심에 할아버지랑 류 이모님 식사 대접 한 번 하려고. 너는 항상 그 집에서 간식을 얻어먹잖아. 시간 있을 때 보답은 해야지.”


뤼수는 매달 300원의 부식비를 류 이모에게 드렸다. 류 이모도 돈을 받는 게 뤼샤오위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까다롭기 그지없는 어린 소녀를 끼니마다 챙긴다는 건 좋은 마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B급이면 류 이모도 결코 낮은 등급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상대에게는 아무런 에너지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구샤오나 다른 사람들의 파동도 모두 느낄 수 있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류 이모님이 숨겨진 보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신분을 철저히 감추는 특수한 이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출발하는 날 이른 아침. 뤼수가 수련을 나갔다.


새벽 3시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리시엔은 마당에 등을 밝히고 책을 보고 있었다.


“너희 어디 가려는 거 아니었어?”


"네. 저녁에요. 점심때, 할아버지랑 류 이모님께 식사 대접을 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준비는 다 해놨어요.”


“그래 그러마. 바깥 구경이라 좋지! 만 권의 책을 보고 만 리의 길을 떠나보라잖아. 두 가지 모두 인생을 풍부하게 해줄 거야. 그런데······.”


놀러 가서도 수련을 할 것인지 묻고 싶었다. 수련을 멈추면 실력이 후퇴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나 리시엔은 결국 말을 주워 삼켰다. 뤼수는 누가 재촉한다고 달라질 아이도 아니었고 수련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성실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자신도 뤼수를 존경할 정도였으니 하려던 말은 모두 잔소리가 될 뿐이었다.


이제 한 달을 갓 넘긴 뤼수의 운기는 리시엔이 기해설산을 열었을 당시의 운기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였다. 리시엔의 관심사는 오직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였다.


고요한 밤. 뤼수가 칼을 휘두르는 소리 그리고 바닥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어둠을 채웠다. 똑! 똑! 맑고 청아한 소리가 리시엔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닿고 있는 것 같았다.


리시엔은 이 소리를 알고 있었다.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낸 입자들이 수많은 유혹을 이기고 기어코 만들어내는 결정. 하늘을 감싸고 있던 두꺼운 구름이 합쳐지고 뭉치면서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순간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였다.


소리는 진짜였다. 그러나 진짜 물방울은 아니었다.


무도공명음(武道共鳴音).

그것은 수행이 특정 관문에 다다르면 나오는 ‘도’의 소리였다.


그가 머리를 돌려 뤼수를 보았다.


이 소리가 나의 것은 아니니 뤼수의 소리구나.


리시엔이 두 눈을 감았다. 눈으로 볼 필요가 없는 진실한 것들이 더 실감 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뤼수의 운기가 보였다. 그리고 운기가 비가 되는 것이 보였다.


방금 그 물방울 소리는 구름이 모여 비로 내리는 첫 번째 빗방울이었다.


리시엔과 동료 수행자들은 적운성우(積雲成雨) 즉, 운기가 비가 되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서적에는 그것이 불세출의 영웅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적운성우를 완성한 한 선배 수행자는 이런 글을 써 놓았다.


‘오늘 구름이 비가 되면서 무도의 공명음이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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