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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s19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게임의 솔로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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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s19
작품등록일 :
2022.05.11 18:30
최근연재일 :
2022.12.09 01:19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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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3
추천수 :
237
글자수 :
636,760

작성
22.10.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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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4). 게이트

DUMMY

아르테온의 입에서 갑작스레 등장한 천사의 존재에 표정을 구겼던 이지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악마가 있으면 천사도 있는게 당연한거지. 그래서,


“그 천사들은 어디에 있는데요?”


이지훈의 물음에 아르테온은 말없이 위를 가르켰다. 그런 아르테온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올린 이지훈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혹시 하늘에 있어요?”


“정확하게는 하늘이 아니라 천계지만.”


자신의 말을 정정해주는 아르테온에 이지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늘이나 천계나. 갈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아니, 이쯤 되니까 궁금해지는데.


“보통 천사라고 하면, 악마들과 대적하는 존재들 아니예요? 근데 지상이 악마들한테 이모양 이꼴이 날때까지 걔넨 거기서 뭐하고 있대요?”


“태초에 이 세상에서 벌어진 천계와 마계의 싸움이 서로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고, 두 진영의 수장은 천계와 마계로부터 세상으로 연결되는 게이트의 열쇠를 서로에게 넘기는 것으로 전쟁을 끝냈다. 그렇게 이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고, 그 평화는 긴 시간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몇년 전 문제가 생겼지. 그건 바로 이 땅에 이계와 연결된 게이트가 열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게이트에서 그대들과 같은 이계인들이 넘어왔다.”


이지훈과 서은은 자신들을 향해 이계인이라고 지칭하는 아르테온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마치, 이지훈과 서은이 이 세상의 사람들이 아닌, 플레이어라고 지칭하는 것 같았으니까.


“저희가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그대들 같은 이계인들은 이 세계의 개념과는 다른 개념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


다른 개념이라는 아르테온의 말에 이지훈은 플레이어들만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떠올렸다. 인벤토리를 소환하거나, 게임 속에서 죽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은 아르테온의 말처럼 이 세계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리라.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 이계인들이 이 세상에 나타난 이후로 이 세상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몇년 전, 이계인들 중 누군가가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를 열어버리고 만거다.”


그 다음부터는 이지훈과 서은 역시 잘 아는 이야기였다. 플레이어 중 누군가가 열어버린 마계로 이어지는 게이트로부터 이계의 악마들이 쏟아져 내렸고, 그 결과 이 세상은 악마들의 손에 유린당했다. 그말은 즉,


“이쪽에서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가 열린 덕분에 악마들은 이 세상에 직접 간섭할 수 있게 됐지만, 천사들은 여전히 문을 열 수 없다는 이야기네요.”


이지훈의 말에 아르테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재차 입을 열었다.


“물론 천사들 역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


“천사들은 이 세상과 연결된 게이트가 닫히기 전, 이 세상에 자신들의 후손을 남겨 놓았다. 그리고 대륙 남부에는 그런 천사들의 후손들이 세운 신성왕국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신성왕국에서도 신성시 여겨지는 성녀는 과거 이 세상에 강림했던 천사장 미카엘의 후손이다. 그녀라면 미카엘과 대화할 수 있을거다.”


아르테온의 말에 이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게이트가 닫히기 전에 이 땅에 후손을 남겨 놓는 방식이 딱 악마들이나 생각할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뭐, 의도야 어찌됐든간에, 결과적으로 이지훈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이었지만.


“그럼 성유물들을 찾기 위해선 신성 왕국의 성녀를 통해 미카엘과 대화를 해봐야겠네요.”


이지훈의 말에 아르테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의 북부에 이어 이번엔 남부로 가야하는 상황에 이지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이 게임은 중요한 요소들이 다 퍼져 있는건지.


“...괜히 망한 게임이 아니라니까.”


아마, 이계의 악마들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이 게임은 망하고 말았을거라고 생각하던 이지훈은 문득, 성유물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던 원래의 목적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정작 제일 중요한 걸 안물어봤네.


“혹시 세계수를 성장시키는 비술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이지훈의 물음에 아르테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대는 항상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만 물어보는군. 재미있어... 그대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그렇다.”


“오오...”


아르테온의 대답에 이지훈은 생각보다 모르는 게 많기는 했지만 이 세상의 모든 지혜를 알고 있다는 은현룡이라는 이름값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탄성을 터트렸다.


“헌데, 그 비술은 왜 묻는거지?”


“그게 말이죠.”


이지훈은 자신과 서은이 얼어붙은 대지를 찾아온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엘프들의 왕국에서 세계수의 씨앗을 얻은 뒤, 그 씨앗을 싹틔우기 위해 재료를 모았던 일, 그리고 세계수의 힘을 이용해 도미온 왕국을 지켜낸다는 이지훈의 이야기를, 아르테온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경청했다.


“그래서, 그 인간들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세계수를 성장시킬 비술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를 찾았다는 것인가. 역시, 그대는 재미있는 인간이야.”


세계수의 정령으로부터 자신이라면 그 비술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는 하나, 정말 자신이 그 비술에 대해 알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계에서 온 인간은 그 가능성을 믿고 자신을 찾기 위해 연약한 인간들에게는 사지라고 할 수 있는 이 얼어붙은 대지로 향한 것이다.


게다가 그 이유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니.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드래곤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 방식이었으나, 아르테온은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이지훈의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세계수를 성장시킬 비술에 대해서는 알려주도록 하지. 다만 이 비술은 상당한 마력이 필요한데 괜찮겠느냐?”


생명체, 그것도 세계수를 성장시키는 비술은 상당한 마력이 필요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비술을 시전하는 동안 자신의 마력을 전부 소모한 뒤 사망할 것이 분명했다. 이지훈의 마력량 역시 인간치고는 어마어마한 수준이기는 했지만, 그런 이지훈조차도 이 비술은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었다.


“마력이라면 남아도는 사람이 하나 있어서 괜찮아요.”


이지훈은 지금쯤 도미온 왕국에서 잘먹고 잘 지내고 있을 핑크를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이지훈의 말에 아르테온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르테온의 앞에 밝은 빛이 터져나왔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양피지 묶음과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깃털 펜이었다.


“잠시 기다리거라. 지금 비술에 대해 적어줄테니.”


아르테온이 그렇게 말한 순간,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깃털 펜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양피지에 무언가를 새기기 시작했다.


“오... 이건 마법으로 움직이는건가요?”


저절로 움직이는 깃털 펜이 신기한 듯, 시선을 빼앗긴 이지훈이 아르테온을 향해 묻자, 아르테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가 떠올리는 것을 그대로 작성해주는...아! 그대의 질문에 답하느라 엉뚱한 게 새겨졌지 않나!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서 내 알이나 지키고 있거라!”


아르테온이 이지훈을 향해 알을 건네며 휙휙하고 손을 내저었다. 아르테온에게서 쫓겨난 이지훈은 얼떨결에 받아든 아르테온의 알을 들고 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콰직!


어디선가 들려오는 부서지는 소리에 이지훈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알의 윗부분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한 이지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설마...”


-콰지직!


다시 한번 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아르테온의 알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크라아!


어미인 아르테온과 똑같은 은색 비늘과 붉은 눈을 가진 새끼 드래곤이 깨진 알의 틈새에서 머리를 내밀며 울부짖었다. 새끼 드래곤과 눈이 마주친 이지훈이 황급히 아르테온을 부르며 달려갔다.


“아르테온님!!!”


“저리 가 있으라고...!”


그 새를 못참고 다시 돌아온 이지훈을 향해 무어라 말하려던 아르테온은 이지훈이 자신에게 내민 새끼 드래곤을 발견하고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알이 곧 부화하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설마 지금 깨어날줄이야. 게다가,


“그대, 혹시 이 아이와 눈이 마주쳤나?”


아르테온의 물음에 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아르테온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테온의 반응에 이지훈이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아르테온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뭔가 문제라도 있어요?”


“그렇다. 알에서 태어난 해츨링은 처음 본 생명체를 자신의 양육자라고 각인하게 된다. 즉, 이 아이는 그대가 자신의 양육자라고 생각할거라는 것이지.”


아르테온의 말에 이지훈은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졸지에 자신을 아빠라고 생각하는 생명체가 하나 더 늘어버린 것이었다.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지훈을 향해 아르테온이 입을 열었다.


“곤란하게 됐군. 해츨링들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기 때문에, 성장하기 전까진 양육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거기까지 말한 아르테온은 붉은 눈으로 이지훈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재차 이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대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이 아이가 성장할때까지 내 레어에서 머무는 것.”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이 아이가 성장할때까진 얼마나 걸리죠?”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충 천년 전후다.”


자신의 수명을 까마득히 넘어서는 시간에 이지훈이 말도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지훈을 향해 아르테온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입을 열었다.


“수명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 마력을 가득 채운 방 안에서만 지낸다면 인간이라도 천년 정도는 살 수 있을테니.”


아르테온의 말에 포르말린에 절여진 개구리 실험체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친 이지훈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할게요. 그래서 두번째 선택지는요?”


“두번째 선택지는 내가 그대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 아이는 더 이상 그대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을테니,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내가 그대를 따라다니면 될 터. 자, 둘 중에 어떤 것을 고르겠느냐?”


이지훈은 아르테온이 제시한 두가지 선택지에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첫번째 선택지는 포르말린에 절여진 실험체 꼴이 되는 것이고, 두번째 선택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다니는 것이었다. 두가지 선택지 모두 이지훈의 입장에선 최악이었지만 둘 중에 하나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잠시 고민하던 이지훈이 결심을 내리고선 아르테온을 향해 답했다.


“...두번째 선택지로 해주세요.”


“흐음, 오랜만에 바깥 세상에 나들이를 나가게 됐구나.”


-크롸아!


이지훈의 대답에 아르테온이 묘하게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르테온과 이지훈의 사이에서 갓 태어난 새끼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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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5). 심연 22.11.30 34 0 11쪽
114 (114). 문 22.11.25 38 0 10쪽
113 (113). 그물속의 물고기 22.11.25 43 0 12쪽
112 (112). 증거불충분 22.11.24 41 0 12쪽
111 (111). 엇갈린 대답 22.11.22 36 0 10쪽
110 (110). 의심과 확신 22.11.22 43 0 10쪽
109 (109). 동족혐오 22.11.18 52 0 12쪽
108 (108) 형벌 22.11.18 37 0 10쪽
107 (107). 폭로 22.11.17 45 0 17쪽
106 (106). 소망하는 작은 세계 22.11.16 37 0 13쪽
105 (105). 2차 각성 22.11.14 52 0 10쪽
104 (104). 이지훈의 두번째 계획 22.11.12 52 0 19쪽
103 (103). 각자의 움직임 22.11.09 41 0 9쪽
102 (102). 왕가의 계획 22.11.08 40 0 9쪽
101 (101). 이기적인 책임감 22.11.07 49 0 11쪽
100 (100). 성녀 납치 22.11.04 60 0 10쪽
99 (99). 목적 22.11.03 56 0 12쪽
98 (98). 신성왕국 22.11.03 56 0 10쪽
97 (97). 성녀 22.11.01 65 0 9쪽
96 (96). 걱정 22.10.31 90 0 9쪽
95 (95). 잠깐의 휴식 22.10.28 63 0 11쪽
» (94). 게이트 22.10.27 71 0 11쪽
93 (93). 성유물 22.10.26 73 0 9쪽
92 (92). 해방 22.10.26 77 0 11쪽
91 (91). 대면 22.10.24 62 0 11쪽
90 (90). 재능과 질투 22.10.22 58 0 13쪽
89 (89). 돌맹이도 맞들면 낫다. 22.10.20 70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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