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적장 서재

드래곤이 사는 집필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동하
작품등록일 :
2021.04.10 02:21
최근연재일 :
2021.05.02 21: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922
추천수 :
112
글자수 :
140,883

작성
21.04.21 21:00
조회
56
추천
4
글자
13쪽

#5_거점을 확보하라 (2)

DUMMY

<#5_거점을 확보하라 (2)>







“아저씨 정신 차려요.”

“으음······.”


서서히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죽은 게 아니었나?’


오리배는 멈춰있었고 재승이가 가까이서 날 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마비가 풀리고 있었다. 미각이 돌아오면 입안에서 고약처럼 쓴 맛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인면괴어의 쓸개를 먹은 것 같았다.

나는 그 전에 의식을 잃었을 텐데, 누가?


“아저씨 괜찮아요?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으앙.”


나는 재승이의 손에 남아있는 인면괴어의 내장을 발견하고 내가 의식을 잃은 사이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재승이는 물리지 않았던 건가?’


이제 보니 우리 네 사람 중 강소희가 유독 상처가 많았다.

그 난장판 속에서도 재승이가 인면괴어에 물리는 것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낸 듯했다.


놀랍게도 강소희가 의식을 잃었음에도 오리배는 <수호의 방패>의 가호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수호의 방패는 시전자의 마력도 마력이지만 수호의지의 영향을 받는 스킬이다.

강소희가 의식을 잃고도 수호방패가 유지되고 있다는 건 그녀의 수호의지가 얼마나 강대한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미 임계점이었다.


얇아진 수호의 방패는 인면괴어들의 집요한 공격에 서서히 균열이 가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오리배 안의 인면괴어를 주어 쓸개를 빼냈다.


“으음··· 재승아, 재승이 너 괜찮니?”

“괜찮아 엄마. 엄마 아프지?”

“엄마도 괜찮아. 걱정시켜서 엄마가 미안해.”


강소희에 이어 인면괴어의 쓸개를 복용한 박주은도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고 있었다.


“윽, 뭐가 이리 써.”


우리의 첫 번째 불안요소였던 재승이가 우리 모두를 살린 셈이었다.

나는 오리배 밖의 하늘에서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14:32


시간이 얼마 없었다.


“가라!”


내 명령을 받은 개안의 묵봉이 다시 오리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랑천의 하류에 이른 우리 앞에 거대한 폭의 강이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한강이었다.


“여기부터는 더 긴장해야 합니다.”


나는 오리배를 올림픽주경기장 방향인 좌측으로 틀며 당부했다.


“사람 불안하게 왜 이래? 이번엔 또 뭔데?”


큰물엔 큰 고기가 사는 법이다.


콰앙!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근처에서 폭음이 울리더니 강가에 정박되어 있던 유람선 한 척이 기울기 시작했다.

유람선은 마치 어뢰에라도 맞은 듯 순식간에 두동강이 나 침몰하기 시작했다.

나는 유람선을 종이배처럼 쉽게 찢어버린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철갑어(鐵甲漁).


괴수어(怪獸漁의) 일종인 철갑어는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을 두르고 있는 거대 괴수어였다.

유람서 근처에서 보이던 철갑어의 등지느러미가 사라지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녀석의 등지느러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오리배의 측면이었다.

거리는 불과 이십여 미터.

수면의 진동을 감지한 녀석이 우리가 탄 오리배를 다음 목표물로 삼은 게 분명했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인면괴어보다 철갑어 쪽이 상대하기 수월했다.


“박주은, 오리배에 반중력 걸 수 있지?”

“씨팔. 죽다 살아났는데 숨 돌릴 틈도 없네.”


가벼워진 오리배는 앞서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마치 공기부양정이 된 것 같았다.

철갑어는 강력한 괴수어지만 헤엄치는 속도는 인면괴어보다 느리다.

결국 오리배를 쫓아오던 철갑어가 포기하고 방향을 트는 게 보였다.


“휴우. 물고기밥 되는 줄 알았네. 그건 그렇고 아까는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나 기절했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또 점혈인가 뭔가 한답시고 막 더듬은 거 아냐?”

“내, 내가 언제 더듬었다고!”

“얼래? 이 아저씨 말도 저네. 성추행범으로 신고당하고 싶어?”


그때 재승이가 뒤에서 박주은의 어깨를 톡톡 쳤다.


“누나, 아저씨는 누나 살리려고 그런 거예요. 아저씨가 입으로 누나 입에 물고기 똥을······.”

“그, 그런 거 아냐!”


나는 화들짝 놀라 재승이의 입을 막으며 소리쳤다.


“뭐? 물고기 똥?”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마비 상태가 정점에 이른 박주은으로서는 인면괴어의 쓸개를 삼킬 수조차 없는 상태였으니까.

그럼 나는 어떻게······.

이미 지난 간 일. 묻기로 했다.


“아, 씨팔! 어쩐지 입이 쓰더라니 도대체 뭘 먹인 거야?


다행히 박주은은 ‘입으로’가 아닌 ‘똥’에 꽂힌 듯했다.


“살았으면 됐지.”

“또 비슷한 일 생기면 그냥 죽게 나둬. 이 변태좌야.”


박주은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보였다.

이제보니 ‘입으로’라는 대목도 놓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정대에 이어 박주은에게까지. 이런 식으로 나는 차곡차곡 변태 이미지를 쌓아가는 건가.


“다 왔네요.”


강소희의 목소리에 전방을 보니 마침내 올림픽주경기장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리배를 강가에 댄 우리는 곧장 경기장으로 향했다.


한강을 향해 난 잠실종합운동장의 북문의 입구는 인산인해였다.

우리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간신히 올림픽주경기장의 입구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곳은 앞서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막혀있었다.

최대수용인원 10만 명의 거대한 경기장이지만 이곳에 들어가려는 사람의 수는 수용인원의 수십, 수백 배는 더 될 테니까.


가시생쥐 레이드가 지나간 후라 거리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시신을 수습할 여유조차 없어보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놀라운 적응력이었다.


“저걸 어떻게 뚫고 들어가죠?”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나는 무심하게 창공에 표시된 시간을 확인하며 대꾸했다.

예상 밖의 대답에 강소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 삼분도 남지 않았어요. 뭔가 수를 써야죠.”

“그래. 이 변태좌씨야. 여기까지 그 고생을 하면서 왔는데 어떻게든 들어가야지.”


나는 두 사람의 독촉에 이번 시나리오창을 열어 보여주었다.


“뭔가 눈에 띠는 게 없습니까?”

“글쎄요······.”

“마지막 줄에 임시 보호소 목록 보세요.”


[임시 보호소 목록 : 반포종합운동장, 서울월드컵경기장, 잠실종합운동장, 목동종합운동장······. ]


“잠실종합운동장이라··· 아!”

“맞습니다. 올림픽주경기장으로 국한된 게 아니에요. 우리가 서있는 이곳도 이미 잠실종합운동장 안입니다.”


말 그대로였다.

올림픽주경기장은 잠실종합운동자 내에 있는 여러 시설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공황에 빠진 사람들의 상당수는 ‘보호소’라는 명칭의 영향으로 막연히 올림픽주경기장을 목적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군중심리의 특성상 다수의 비슷한 행위를 보고 있다 보면 자신도 몰래 동참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우리는 하키장으로 갑니다.”

“생뚱맞게 무슨 하키장?”

“여기선 작은 경기장일수록 좋아.”


사실이었다. 말이 좋아 보호소지 이번 시나리오 핵심은 거점 확보다.

사람들은 일단 경기장 안에만, 운동장 안에만 들어오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이제 곧 이곳은 목숨을 건 투기판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 생존할 사람의 수는 각 경기장마다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주경기장에 입장한 십만이 넘는 사람이나 쇼규모 하키장에 입장한 사람들이나 생존의 수는 절댓값으로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인원이 적은 곳에서 시작하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아도 여전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어딜 그냥 가려고.”


군복차림의 사내들이 하키장 입구에서 사람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왼쪽 가슴팍에 오바로크 된 붉은 명찰. 해병대 전우회였다.


“입장료를 내야지.”

“입장료는 무슨 입장료. 내가 지금 경기 보러 왔어?”


양복 차림의 중년 사내가 전우회와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당신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래? 나 시의원이야. 누구 지시받고 이러는 거야? 엉?”

“국회의사당도 무너진 판에 무슨 의원 타령이야. 잔말 말고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


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시의원이 욕설을 지껄이며 지갑을 꺼냈다.


“얼만데?”

“그거 폐지된 게 언젠데. 입장료는 코인으로만 받아. 200코인.”


각성권에 이어 이번에는 코인 강탈인가.


“이 미친 새끼가. 그만한 코인이 있을 리 없잖아.”

“없으면 다른데 알아봐. 수영장 쪽은 더 싼 거 같던데 거기로 가보던가.”


첫 번째 시나리오의 보상금은 5코인에 불과했다.

설사 각성권을 코인으로 대체해 받았다고 해도 100코인. 합하면 105코인이 전부였다.

일부 복선 시나리오를 통해 추가로 코인을 번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200코인 이상을 소지한 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도 꽤 많은 사람이 입장료를 지불하고 하키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저들이 200코인이나 되는 금액을 소지한 이유라면 둘 중 하나뿐이었다.

사망한 이들의 코인을 훔쳤거나 그게 아니면 다른 사람의 코인을 강탈했거나.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박주은. 은신술 쓸 수 있어?”

“나 손 떨리는 거 안 보여? 오리배에 반중력 거느라 다 쥐어짰단 말야.”


예상했던 일이었다.


“어떡하죠?”


이번에는 강소희가 걱정 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냥 그 봉으로 저 꼰대들 쓸어버리면 안 돼?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은데.”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소란을 피워서 좋을 건 없었다.

하키장에 있는 해병대전우회라면 눈앞의 녀석들이 전부가 아니니까.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을 쓰자.”

“그게 뭔데?”


박주은이 의심어린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인맥.”


나는 당당하게 전우회 앞으로 걸어 나갔다.


“멈춰!”


전우회가 턱으로 옆을 가리켰다.

판자때기에 매직으로 조악하게 쓴 글씨가 보였다.


[입장료 200코인]


“저희 작은 아버지가 여기로 오라고 했는데요.”

“작은 아버지? 그게 누군데?”

“황자 용자 길자 되십니다.”

“그게 누군데?”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전우회가 참견했다.


“선배님, 황용길이라면 저희 대장님 성함 아닌가요?”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자네가 황용길 대장님 조카라고?”

“네.”

“그럼 옆에 있는 사람들은?”

“누나, 동생, 조카입니다.”


박주은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좀 늦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도로가 엉망이어서.”


전우회로서는 핸드폰만 터지면 간단히 확인이 될 일이었으나 지금 세상의 통신기기들은 죄다 먹통이었다.


“제가 대장님께 가서 확인해볼까요?”


쓸데없이 꼼꼼한 놈이었다. 나는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늉을 했다.


“물어보시려면 서둘러 주세요. 이제 일분도 안 남았네요.”


내 말에 전우회 선배라는 인간이 잠깐 고민하는 눈치더니 입을 열었다.


“들어가. 있다 확인해봐서 거짓말이면 그냥은 안 쫓아내!”

“감사합니다.”


황용길이라면 엑스트라급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이름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던 건 고등학교 시절 수학선생님의 이름을 차용한 탓이었다.

어떻게 그 악마를 있겠는가.


“내가 아저씨 동생이라고?”


하키장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박주은의 갈굼이 시작됐다.


“아까 그 아저씨가 더 기분 나빠. 어떻게 우리를 남매로 볼 수 있지.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오네.”


말과는 달리 박주은은 그 뒤로도 한참을 떠벌렸다.

하키장은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좌석은 의미가 없었다. 좌석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시나리오 ‘거점 확보’를 종료합니다]

[시나리오 성공에 따른 보상을 정산중입니다]

[보상품 : 200코인]


이번에는 신격들의 표를 받지 못했다.

아마도 시나리오 초반에 인면괴어들의 습격을 받은 영향이 컸을 거다.

거의 죽기 직전인 사자한테 배팅을 걸 만큼 아둔한 신격들은 없을 테니까.

그러니 이어질 시나리오에서는 직전 시나리오에서 날린 표를 충당할 만큼 많은 배팅을 받아내야만 했다.


시나리오 종료 안내를 받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경기장 내의 스크린에 화면이 떴다.

화면 속에는 한 사람이, 아니 구도자 한 녀석이 있었다.


「이어질 시나리오의 특성상 진행을 맡게 된 구도자 방구석이다.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너희 중 단 열 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또 다시 살아남았다고 안심하기도 전에 이어진 충격적인 선포.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박주은, 오늘부터 동생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드래곤이 사는 집필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작 안내 <이계군단 소환술사> 21.06.15 21 0 -
공지 연재중단 안내 +4 21.05.04 36 0 -
공지 프롤로그 추가 안내 21.04.17 82 0 -
공지 연재일정 안내 21.04.10 58 0 -
27 #6_카테고리 집필실 (3) +2 21.05.02 37 2 12쪽
26 #6_카테고리 집필실 (2) 21.04.29 37 2 13쪽
25 #6_카테고리 집필실 (1) 21.04.28 34 1 12쪽
24 #5_거점을 확보하라 (6) +2 21.04.27 51 3 12쪽
23 #5_거점을 확보하라 (5) 21.04.26 53 2 12쪽
22 #5_거점을 확보하라 (4) +2 21.04.25 66 4 11쪽
21 #5_거점을 확보하라 (3) 21.04.22 56 2 12쪽
» #5_거점을 확보하라 (2) 21.04.21 56 4 13쪽
19 #5_거점을 확보하라 (1) 21.04.20 76 4 12쪽
18 #4_무법천지 (6) 21.04.19 66 5 11쪽
17 #4_무법천지 (5) 21.04.18 100 4 11쪽
16 #4_무법천지 (4) 21.04.17 78 4 11쪽
15 #4_무법천지 (3) 21.04.15 74 4 12쪽
14 #4_무법천지 (2) 21.04.14 71 5 13쪽
13 #4_무법천지 (1) 21.04.13 87 4 12쪽
12 #3_하멜른의 쥐잡이 (7) 21.04.12 110 4 13쪽
11 #3_하멜른의 쥐잡이 (6) 21.04.11 105 4 12쪽
10 #3_하멜른의 쥐잡이 (5) 21.04.10 92 4 12쪽
9 #3_하멜른의 쥐잡이 (4) 21.04.10 119 4 12쪽
8 #3_하멜른의 쥐잡이 (3) 21.04.10 165 4 13쪽
7 #3_하멜른의 쥐잡이 (2) +1 21.04.10 182 5 12쪽
6 #3_하멜른의 쥐잡이 (1) 21.04.10 186 5 12쪽
5 #2_집필을 시작합니다 (3) 21.04.10 211 5 11쪽
4 #2_집필을 시작합니다 (2) +1 21.04.10 320 5 10쪽
3 #2_집필을 시작합니다 (1) 21.04.10 363 6 12쪽
2 #1_맹인 안마사 21.04.10 496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