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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뮤엘 님의 서재입니다.

수십년만의 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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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DJ뮤엘
작품등록일 :
2020.08.11 19:54
최근연재일 :
2021.02.05 18:08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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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6
추천수 :
58
글자수 :
557,125

작성
20.08.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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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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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2 - 사냥꾼과 구출대(2)

DUMMY

‘말도 안 돼.’


아리엔은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기껏해야 또 다른 연철부대와 충돌할 거란 예상과 달리 둘이 당한 기습을 상상을 초월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추적자들이 있었다면 분명 그녀 자신부터가 못 느꼈을 리 없었다.

기척을 숨기는 스킬이야 많지만, 그녀를 속일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건 단 한 가지, 불안한 가설을 그녀에게 제기했다.

‘왜 헌신자 녀석들이 여기에······ 분명 길드 쪽 사람들과 싸우고 있어야 할 텐데!’


*


“협력에 감사한다.” 슐츠가 말했다.

“서로 돕고 살아야죠.”


딱딱한 어조였음에도 헌신자 지휘관인 볼라스는 그가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운이 좋았다. 외각에서 길드와 한창 대치하고 있던 볼라스와 헌신자들은 마침 철수하고 있었고, 숲 중간에 슐츠와 연철부대의 지휘관을 만난 것이었다.


슐츠 같은 괴짜를 부대원을 둘 정도로 유연한 연철부대 지휘관은 곧바로 볼라스에게 숲 내에 발견된 두 이세계인의 처분을 요청했고, 볼라스는 곧바로 응했다.


어차피 수용소를 본부로 두고 이세계인들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헌신자들에겐 친절한 제안이었다.

동시에 부대지휘관은 슐츠에게 헌신자 지휘관을 보조하라는 명령 겸 배려를 베풀곤 헌신자들의 빈자리를 매우고자 숲 외각으로 진군했다.


둘은 물망초 호수 위 신전 터에 나란히 서있었다.

항상 새 이세계인이 나타난다는 그 유적이 한 눈에 다 보이는 장소로 사냥 지휘에 더없이 적합했다.

얼굴은 다들 순진해 보이나 들고 있는 것들은 하나 같이 그러지 못한 헌신자들이 수시로 다가와 볼라스에게 보고했다.


그중엔 게리의 불행한 소식도 있었다.


“헌데 동료 분은 유감이에요. 회생의 왕이 그의 정신을 보호하길.”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다 각오하고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게리 그놈은 질기다. 쉽게 미쳐버릴 놈이 아냐.”


막상 말은 그렇게 해도 볼라스는 슐츠의 검은 눈동자에서 친구에 대한 걱정을 읽을 수 있었다. 볼라스가 헛기침과 함께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다.


“붉은 머리 이방인이야 워낙 자주 부딪히다보니 이상하지 않은데······. 다른 한 명이 문제더군요. 무장이 새 이방인들의 초기 형태랑 비슷하다고 몰이부대에게서 연락이 왔지요. 아무래도 그 자가 새 이세계인이겠군요.”

“그래.” 슐츠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어. 항상 놈들은 요란하게 나타나니까.”

“이번에 한 술 더 뜨던데요. 그동안 보이지 않던 페어리도 있고. 시기도 참 ······시의적절하다고밖에 말할 게 없죠. 마침 이방인들과 우리가 딱 이곳을 두고 싸울 때 나타나다니.”

“그게 길드 놈들과 싸우다 철수한 이유인가?”

“그럴 리가요.” 볼라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미 숲을 장악했는데 더 소모전을 하는 건 낭비니까요.”

“소모전? 하나라도 놈들을 잡는 게 더 좋지 않나? 어차피 우린······”


볼라스가 말을 가로막았다.

“정신력과 사기도 중요한 자원이에요. 원정계절이 오고 있어요. 다들 우리 둘처럼 불굴의 정신력을 가진 건 아니라고요.”

“그렇군. 내 생각이 짧았다.”

“이번 사냥을 마치면 당분간 저흰 수용소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아니, 헌신자가 될 생각은 없다.”

“그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일개 부대원으로 활동하는 게 불편하실 텐데요. 적어도 제가 군단 사령관에게 언질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누구보다 낮은 자리에서 누구보다 헌신하는 게 가장 고귀한 일이다. 내 고귀한 일을 빼앗지 말거라.”

“휴-, 당신답네요, 아버지.”


볼라스는 소리 내 웃었다.

그 말에 슐츠는 공적인 일에서 그 단어는 꺼내지 말라는, 지극히 아버지스러운 충고를 아들에게 전했다.


둘은 한창 몰이사냥에 집중하고 있을 유적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한창 몰이사냥을 하고 있을 헌신자들의 신호가 그의 망원경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막간의 사냥을 시작했다.


*


“움직일 수 있겠어요?”

“아리엔이 절 깔아뭉개고 있어서 힘듭니다만.”

“그, 그런 얘긴 좀······ 눈치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특히 흉갑이 꽤 뾰족해서 아프군요. 비켜 주실 수 있습니까, 아리엔?”


남자는 정중하게 말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나름) 예의바르게 그녀의 몸에 깔린 자신의 몸의 해방을 요구한 것과 달리 아리엔은 화가 나 자기도 모르는 새, 얼굴색이 자기 머리칼과 비슷해져가고 있었다.


그녀는 호흡을 다지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요.”


그녀의 머리칼 바로 위에 팽팽한 밧줄이 갖가지 방향을 향해 뻗어있었다. 움직이느라 그녀의 팔을 간질이던 생명초 잎 하나가 줄에 닿았다. 곧바로 잎이 노란 섬광과 함께 가루가 되었다.


그녀는 그 광경에 놀라기 보단 능숙한 경험자처럼 설명했다.


“보셨죠? 절대 줄에 닿으면 안 돼요. 놈들이 줄에 번개 마법을 걸어놨어요.”

“잘못 건들면 상태이상에 걸리겠군요.” 남자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아프기도 하겠고요.”

“꽤 이해가 빠르시네요. 예, 번개 마법은 대부분 기절에 걸려요.”

“그럼 천천히 기어가야겠군요.”

“아니요. 그거야말로 놈들이 원하는 거예요. 우리가 어딜 기어가든 잡을 시간을 줄 테니까요. 지금도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을 거예요. 그나마 생명초 덕분에 우리가 어디에 누워있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할 뿐이에요.”

“이런 상황에 침착하신 걸 보니 여기에 익숙하실 거고. 지금까지 잡히지 않았다는 건 탈출할 방법은 있다는 거군요. 그게 무엇이죠?”

“꽤······ 똑똑하시네요?”

“그냥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뿐입니다.”

“제 방법은 합리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할 거예요.”

“합리란 건 상대적인 겁니다. 그거 외에 딱히 방법이 없다면 그것이 결국 합리적인 것이지요.”


순간 아리엔은 자신이 사람과 대화하는지 로봇과 대화하는지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이 정체불명의 유저와의 대화는 정말 많은 감정선이 무시되고 있었다.


아리엔은 극의에 달한 곡예와 함께 그의 몸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별 보듯 드러누워 천천히 주머니를 꺼냈다.


“좋아요. 그럼 일어나서 뛸 준비 하세요.”

“언제든 준비 돼있습니다.”

“꼭 잡고 있을게.” 페어리는 팔찌처럼 팔과 다리로 남자의 한쪽 팔을 감쌌다.


그녀는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거기에서 나온 건 손과 함께 또 다른 손, 아니 장갑이었다. 질긴 깃털과 꿈틀거리는 붉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장갑이었다.


번개 먹이 장갑


번개를 흘려내는 신조 천둥새의 깃털과 번개와 불을 먹고 마시는 화산악마의 살갗이 어우러진 장갑. 이 장갑이야말로 찬양받아 마땅할 일곱 신 중 하나인 천둥신의 손이라 할 수 있다.


효과 - 번개 속성 면역

상태이상 기절에 잘 걸리지 않는다.

상대의 번개 속성 공격에 닿을시 흡수.

번개 마법 및 인첸트 공격 일정량을 흡수했을 시 ‘번개 방출’ 스킬 사용가능.


길드에서도 몇 안 되는 보급 장비였다.

재료인 일반 몬스터들의 소재는 물론 악마류 몬스터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장갑은 원래 한 쌍임에도 하나만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하나면 충분했다.


“장갑 낀 손으로 줄을 제거할 셈이군요.”

남자가 추리했다. 아리엔이 웃었다.

“맞아요. 하지만 하나씩 하려면 한 세월 걸리겠죠. 장착.”


아리엔의 말에 장갑이 사라지더니 곧 그녀 손에 끼워진 채로 나타났다. 그녀는 장갑 낀 손에 버클러를 꺼내 장비했다. 그녀는 버클러의 손잡이를 비틀었다.


그러자 버클러는 고슴도치처럼 방패 테두리에 칼날을 세웠다. 파칭! 그 소리에 페어리가 순간 남자의 팔에 미끄러질 뻔했다.


“아직 일어나지 말아요.”

아리엔이 곡예 하듯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는 상체가 어느 정도 허공에 이르자 주위의 줄을 향해 춤추듯 버클러를 휘둘렀다. 줄들은 파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선 가닥처럼 잘려나갔다.


주위에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걸 좋은 징조로 여겼다. 여유로이 멀리서 포위망을 형성하던 그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대로 자신들이 달려갈 곳을 향해 본격적으로 사슬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금이에요, 일어서요!”


남자는 그녀의 말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 그녀 뒤에 붙었다. 사슬이 포물선을 그리며 주위로 날아가고 칼날을 세운 채로 회전하는 버클러는 제초기처럼 수많은 밧줄 가닥을 잘라냈다.


파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잘린 밧줄이 일제히 노란 빛들이 번득였다.


“지금이에요!”

그녀의 허락과 함께 셋은 버클러가 깎아낸 밧줄 밭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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