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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현대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4.01.04 17:18
최근연재일 :
2024.02.27 00:44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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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9
추천수 :
157
글자수 :
22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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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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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납치해서 나체로

DUMMY

남포동 지점인 이가식품을 인수하고 나니 어느덧 어둑한 밤이 됐다.


"오늘 없던 직원까지 다 데리고 내일 일양물산으로 모이자고."


"네, 사장님."


"음. 그럼 퇴근들하고 내일 봅시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려 족발과 보쌈, 과일들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잘 먹어야 할 시기다.


우웅- 끽.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뭔가 익숙한 뒷태가 보였다.


"오."


아까 낮에 봤던 그 여자다.


운동을 다녀 오는지 딱 붙는 레깅스에 하늘하늘한 티셔츠가 아주...


관능적인 실루엣이 가감없이 드러난 자태를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점차 걸음이 빨라진다.


4m... 3m... 2m... 1m...


거리가 가까워 질 수록 짙어지는 음기가 내 말초 신경을 자극해왔다.


그녀가 다시 우리 연립으로 들어 서길래 더 바짝 붙었다.


거의 동시에 공동현관을 통과한 덕분에 둘의 거리는 어느새 50cm 이내.


점점 참기가 어려워진다.


여기라면 보는 사람도 없는데다 CCTV 도 없고, 워낙 오래 된 연립이라 복도의 조명도 들어오지 않고...


"저기요. 아가씨."


"네?"


앞서 있던 그녀가 날 돌아보는 순간, 찰랑이는 머릿결에 맞춰 진한 향기가 퍼졌다.


거기다 깜짝 놀란 저 동그란 눈.


아, 더는 못참는다.


팍! 파팍!!!


섬광보다 빠른 손짓으로 그녀의 혈을 짚은 후 쓰러지는 몸을 조용히 받쳤다.


툭.


"흐흐!"


지체없이 집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그녀의 옷을 모조리 벗겼다.


***


"으응... 으..."


"정신이 좀 들어요?"


식사를 마칠 때 쯤 눈을 뜬 그녀가 놀라서 제 몸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그래, 실오라기 하나 없는 나체인데다 발목엔 노끈까지 묵여 있으니까 그럴만도 하지.


"꺄아아아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줘요!!! 꺅!! 꺅!!!"


하도 미친듯이 버둥대길래 음소거를 시켰다.


팍! 팍!


갑자기 제 목소리가 안나오니까 더 놀란 표정을 짓길래 한마디 해줬다.


"뭘 놀래는 척을 해. 아혈 짚은거 뻔히 알면서."


"!!!"


"혹시 도망이라도 가면 내가 쫓아 가기가 좀 힘들어서. 니가 아무리 빨라도 그 꼴로 돌아다니진 못할거 아니야."


"..."


여자는 그제서야 조금 얌전해져서 날 바라봤다.


"뭐, 아혈 풀어 달라고? 그래야지."


이제 소리를 지르진 않을거다.


탁,탁!!


"..."


내가 점혈을 풀어줬는데도 별 말을 안하길래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디 소속이야? 연비대? 지금은 이름이 다른가?"


"...연비대 맞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 여자가 마인인건 오늘 낮에 처음 봤을 때 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불혹을 넘기고도 백수십년을 더 살았다.


그냥 산 것도 아니고, 무(武)에 대한 끝없는 번뇌 속에서 수천, 수만번 생사를 넘나들며 살았다.


이는 정파의 표현을 빌리자면 삼라만상과 만물, 그리고 천지의 오묘함을 깨닫는 현경- 즉, 입신경(入神境)의 경지.


인간으로 태어나 신의 영역 문턱에 선 내가 한낱 암컷의 외모나 체취 따위에 자극을 받는다고?


눈 앞에 카리나가 있다고 해도 없을 일이다.


만약 그녀가 내공을 이용해 음기- 요즘 말로 페로몬을 내뿜어 대지만 않는다면.


이 여자가 그랬던건 아마 날 홀리기 위해서라기 보단 평소의 정보원 생활에서 벤 습관일테다.


그래야 모든 남자들이 눈깔이 뒤집혀서 오만가지 정보를 죄다 퍼다 줬을테니까.


그렇게 나에 대한 무지함으로 경솔했던 여인은 잠시 흔들리는 눈으로 나와 범익을 바라 보더니, 냅다 엎드려 절을 했다.


"신 연비대 한국지부 1조장 김두혁, 천마신교의 부교주님을 뵙습니다."


"..."


순간 뒷골에 소름이 돋았다.


이게 얼마만에 들어보는 관등성명인가.


그때와 언어는 다를지언정 거기에 담긴 복종의사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부르르 떨린 몸을 추스르고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 일어나시고."


"존명."


"...흐!"


명나라 말로만 듣던 말을 한국말로 들으니까 또 새롭다.


"이렇게 뵙게 돼서 송구합니다. 상황이 급박해서 속하가 예를 갖추지 못..."


"아아, 아니야. 지금은 내가 묻는 것 부터."


"답하겠습니다."


"그래. 근데 그전에... 내가 믿음을 가져도 될까?"


주혼술은 같은 마기를 가진 놈에겐 소용이 없다.


아쉬운대로 대화를 하는 동안에만 효과가 있는 언제술이나 기감으로 거짓을 구별할 수 있긴 한데, 연비대라면 거기에 저항하는 훈련을 받았을게 뻔하고.


내가 불신을 내비치자 김두혁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답했다.


"부교주님을 뵙기 위해 목숨을 걸고 왔습니다. 추후 한마디라도 거짓말을 한게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죽겠습니다."


"...흠."


여러모로 진심인 것 같아서 곧장 질문을 했다.


"저놈도 연비대겠네?"


"네, 연비대주입니다."


"오, 쟤가 대주야?"


연비대주라면 교내 서열도 제법 높은 놈이다.


"넌 왜 그날 같이 안왔어? 너네 대주 먼저 보내서 죽나 사나 본거야?"


"아닙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저만 가겠다고 했는데 말릴 틈도 없이 뛰쳐 나가서... 저는 일주일 동안 추적은 없는지 주변 체크하고 흔적들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나 나가 있는 동안 들어와서 대주님 어떻게 되셨나 확인도 하고?"


"송구합니다."


"아이, 아니야. 일인데 뭘. 그럼 연비대주씩이나 되는 분을 누가 저렇게?"


"처음 보는 놈들이었습니다."


"...마인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하나하나가 다른 무공을 썼습니다."


"어떻게 다른?"


"소림의 나한, 무당의 태극, 화산의 매화검 같은... 무공을 구별할 만큼 검을 섞은건 세명 뿐이었습니다."


"..."


마인이 아닌 무인이, 그것도 진작 사라진 문파들의 무공을 쓴다는건 좋지 않다.


"이유는?"


"그것도 알기가... 허나 저희가 부교주님께 오는 길을 습격한 걸로 봐선 그걸 막으려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나도 위험하다.


입안이 써져서 잠깐 숨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그럼 그놈들은 어디서 부터 붙어서 어디서 떨어진거야?"


"잠실에서 부터 기미가 보이다가 판교 IC에서 저희를 습격했습니다. 놈들과 대치하면서 경부 타고 내려 오다가 용인 신갈 IC에서 따돌렸고, 원주 지나서 강릉까지 간 다음 국도로 이동했습니다."


"출발은 신강에서 한거야? 한국 들어와서 그놈들이 붙은거네?"


"네? 아, 아닙니다. 출발이 잠실입니다."


"잠실?"


"네, 저희 연비대 본대는 30년 전 부터 한국에 있었고, 교주님께서도 10년 전에 천마타워에 거처를 잡으셨습니다. 여기가 중국과 일본 중간이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환경이 제일 좋아서... "


"..."


조금 놀랐지만 통신망이나 교통망, 주거 환경 등을 생각하면 한국이 가장 좋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럼 이제 교 전체가 한국에 있는거야?"


"군사부와 호법원, 연비대 본대만 우리 나라에 있습니다. 천마대는 아직 신강 일대에서 훈련을 하고, 연비대 지부들은 아시아 각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국인이야?"


"네, 연비대주도 한국인입니다."


"음..."


잠시 김두혁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물었다.


"근데 저놈이 나한테 교주를 죽여달라고 했는데. 그게 내가 모시던 교주님은 아닐거고."


"네, 며칠 전 교주님께서..."


"잠깐만, 교주님이 누구? 성함이 어떻게?"


"백진천 교주님이십니다. 부교주님께서 눈 감으신 이후 쭉 본교에 계셨습니다."


"..."


생각이 복잡해지는데 김두혁이 혼자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그 분이 밀려 나시고 새 교주가 취임을 했습니다."


"뭐?"


"네?"


"교주님이 밀려나? 스스로 떠나신게 아니라?"


"네, 새로운 교주에게 패배한 후 다급하게 떠나셨습니다."


"..."


이놈에겐 들을 말이 정말 많을 것 같다.


***


김두혁은 교주님의 행방이나 적에 대해선 아는게 거의 없었지만, 대신 천마신교에 대해서라면 모르는게 없었다.


얘기를 들은 시간만 무려 8시간.


중구난방으로 들은 수많은 정보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잠깐 명상 좀 한다."


"네, 부교주님."


"아, 맞아 그거. 나 부교주 아닌데. 너네 설마 사람 잘못 찾았냐?"


"네? 아, 죄송합니다. 700년 전 눈을 감으셨던 날에 전대 교주님께서 부교주로 임명하셨습니다."


"...아아."


내가 죽고나서 부교주로 진급했단 소린데...


평소엔 그런거 신경 안쓰던 분이 의외다.


"아무튼 나 명상하는 동안 니 상사나 보고 있어. 공력 좀 보태주고."


"네."


나는 곧장 가부좌를 틀고 간밤에 들은 많은 얘기들의 핵심만 추려 중요한 순서대로 정돈했다.


1. 김두혁과 범익은 연비대 수장들이다. 교내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놈들이니 내겐 잘 된 일.


2. 천마신교가 소유한 기업은 천마그룹, 지재그룹, SD그룹이며 상당한 규모의 군수업체 및 PMC도 있다.


3. 웬놈이 연비대주도 모르는 마인들을 데리고 와서 교주님을 밀어냈다.


4. 역시 힘으로는 아니다. 놈과 한참 대화한 후에 물러나신 걸로 봐서 새교주는 머리를(혹은 머리도) 쓰는 놈이다.


5. 교주님은 내 존재를 알고 영단까지 만들어 놓으시고도 날 찾지 않으시다가, 떠나시기 직전에야 저 범익놈에게만 내 얘길 했다.


6. 오래전 사라진 문파들의 무공을 쓰는 놈들이 있다.


"흠..."


3번이 가장 문제다.


연비대라고 하면 700년 전 명황조 시절부터 대륙 최고의 정보조직이었다.


정보력, 조직력, 재력 모두 당대 최강이었던 조직이 현대까지 이어져왔으니, 기술이 이만큼 발전한 지금은 세계 어느 국가의 정보기관 보다도 뛰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연비대주인 저놈도 모르는 놈이 새 교주라고?


"하아..."


그래, 원래 산하나 넘으면 더 높은 봉우리가 있는 법이지.


이놈만 깨어나면 모든걸 알게 될 거라고 기대한 내가 한심스럽다.


어쨌든 범익을 저렇게 만든 놈들은 새 교주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큰데...


모르긴 몰라도 내 복귀를 제일 원치 않을 놈이니까.


당분간 천마신교로 돌아 가는건 꿈도 못꾸게 생겼다.


"아... 아까운데. 돈이 얼마야."


"네?"


"뭐?"


"아닙니다. 방금 하신 말씀을 잘 못들어서 여쭸습니다."


"돈 아깝다고. 천마그룹만 해도 얼만데. 어서 듣도 보도 못한 놈이 튀어 나와서 교주자리를..."


"아..."


"그놈만 아니었으면 내가 세계 재벌 TOP 5 안에 들어가는거 아니야."


내가 모시던 교주님이라면 그거 다 나한테 주셨을게 분명하다.


"전생의 기억을 찾으셨으니 곧 그렇게 되실겁니다."


"곧 같은 소리 한다. 지금은 몸뚱이가 이래서 예전 경지 복구하려면 못해도 5년이야. 지금은 인구수도 지랄 같이 많아서 더 걸릴수도 있는데, 새 교주란 놈 수준은 커녕 인적사항도 모르니 이건 뭐..."


"네? 인구수가 영향이 있습니까?"


"...아니야."


"네."


"하아..."


원래 내것이었던 돈이 다른 놈 손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그래, 부산 마약조직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지사들에 본사까지 합치면 현금만 대략 500억 쯤 되지 않을까?


천마신교가 가진 돈에 비하면 티도 안나는 푼돈이지만...


아무래도 몸을 좀 풀어야 번뇌가 사라질 것 같아서 일어났다.


"니네 대주 차에 태워. 그놈들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같이 움직이는게 낫겠다."


"네."


이제는 이사를 해도 되겠지.


짐을 싸려는데 갑자기 출출해져서 나가기 전에 분유를 탔다.


그걸 보는 김두혁의 눈빛이 요상하길래 설명도 해주고.


"습관이야. 신경쓰지마."


"아, 네."


금방 한통을 비우고 큰 가방에 중요한 물건들을 챙기는 동안 김두혁은 범익을 조심스럽게 차로 옮겼다.


머스탱은 뒷자석이 워낙 좁아서 범익을 조수석에 두고 내가 뒷자리에 앉았다.


"일양물산으로 가. 주소 알아?"


"네."


"어떻게 알아?"


"어제 부교주님 폰 추적하면서 이동경로 파악했습니다."


"...거기 경로가 많은데 시간마다 막히는데가 다르니까 네비 찍고 안 막히는 길로 가."


"네."


김두혁이 휴대폰 네비를 켜길래 물었다.


"차 네비는 고장이야? 어제도 안되던데."


"아, 추적 못하게 GPS를 빼놔서 그렇습니다."


"그런게 또 있어? 야- 예전 연비대 애들이 이런거 보면 눈깔 뒤집혀서 게거품 물거다."


"하하, 그렇죠. 저 어릴때만 해도 인력거나 가끔 봤는데, 이런건 뭐..."


"인력거? 어릴때가 언젠데?"


부웅-


차를 출발시킨 김두혁이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제가 42년생 말띱니다. 남자구요. 하하! 놀라셨죠? 이게 폴..."


"폴리모프 안다."


"네? 부교주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놀랄걸 기대한 모양인데 오히려 제놈이 더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나 때도 있었어. 아니지, 마법사들은 오히려 그때가 훨씬 더 많았지. 지금은 걔네도 몇명 안될거 아니야."


"와... 네, 지금은 미국에서 연수 받고 오는 마법팀이 따로 있습니다."


"아, 이제 우리 애들이 해?"


"네, 그런데 저희가 읽은 과거 기록엔 폴리모프나 마법사 얘기는 없었습니다."


"뭐, 대외비들 몇개는 누락 됐겠지."


"아...네."


"근데 너는 참 취향이 그렇다. 그 꼴로 다니면 첩보 수집이야 그렇다 쳐도 귀찮지 않냐?"


"네, 그렇긴 한데 워낙 쉬우니까요. 일 할 때도 그렇고, 그냥 세상이 다 쉽습니다."


"그래? 여자로 살아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네. 그나저나 그 나이면 전쟁 때 여기 있었나?"


"네. 그때 북한군한테 부모 형제 다 죽고 혼자 피난 가다가 납치 됐습니다. 저한텐 그 마인이 생명의 은인이죠 뭐."


"그렇겠네."


김두혁이 범익을 힐끗 보며 말했다.


"연비대주도 저랑 똑같습니다. 포탄에 어머니랑 동생 죽고... 저보다 4살 많긴 해도 한참 어릴 땐데 자진해서 소년병으로 참전했습니다."


"뭐? 참전용사야?"


"네, 술만 먹으면 맨날 그 때 얘기만 합니다."


"그런건 받아줘야지. 저놈들 덕분에 지금 이 좋은 나라가 있는건데. 장하다."


"하하, 네."


김두혁이 날 보고 실실 웃길래 물었다.


"왜 웃어?"


"부교주님 직접 뵈니까 듣던거랑은 많이 다르십니다."


"누구한테 들어? 교주님?"


"네, 처음 교주님의 교관이셨던 얘기부터 함께 출정하신 전투들 얘기 같은거 있지 않습니까. 기록에서도 많이 읽었습니다."


"별... 뭐 어떻게 들었는데."


"엄청 과묵하시고 진중하신 성정이라 얘기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았다고 하셨습니다. 할 얘기도 안하고 속으로만 삼키셨고, 물욕도 전혀 없으셔서 평생 보급용 의복에 검만 사용하셨다고..."


"..."


"아, 이렇게 말씀을 편하게 많이 해주시는게 좋아서 그렇습니다. 사실 다짜고짜 저희를 죽이시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거든요. 말 보다 검 먼저 뽑으시는 분이라는 기록도 있어서요."


괜히 민망해져서 입이 말랐다.


"그... 시절엔 워낙 그런게 미덕이라 그런거고. 한참 현역이라 긴장을 하고 살아서 그래. 나 원래 그때도 말 많았어. 어릴 때, 살수조 들어가기 전에는."


"하하, 네. 안그래도 교주님에게 무공 지도하실 때는 말을 엄청 많이 하셨다고도 들었습니다. 오전에 시작한 설명이 저녁이 돼도 끝이 안나니까 진짜 미치는 줄 아셨답니다."


"아니 뭔 별 얘길 다... 아무튼 그, 옛날 그런거 신경 쓰지마. 때가 어느 땐데 언제적 얘기를 해."


확실히 예전의 나에 비하면 성격이 많이 바뀌긴 했다.


그땐 뭐랄까... 삼라만상을 깨닫고 나면 사람이 할 말이 없어진다고 해야하나?


천지의 모든것이 다 이해가 돼서 뭘 봐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요상한 시점이 있다.


그런 깨달음이나 무심함이야 지금도 똑같긴 한데.


아무래도 이번생은 혼자 생각하고 혼자 떠든 시간이 너무 길었다.


얘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은 모두 내곁을 떠났고, 주변엔 말은 커녕 공기도 섞기 싫은 미친놈들 뿐이었으니까.


누군가 마음 편히 대화 할 상대가 있다는건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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