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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급 회귀자의 탑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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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펜리힐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7
최근연재일 :
2024.05.09 11:58
연재수 :
4 회
조회수 :
463
추천수 :
15
글자수 :
26,411

작성
24.05.09 07:30
조회
89
추천
4
글자
17쪽

3화. 각성파장.

DUMMY

###

도예준은 고개를 들었다. 모든 종말의 무덤에서 빠져나온 것이 현실임을 알려주듯, 자신이 서있는 뗏목을 포함하여 주위로 흩어지듯 늘어선 다른 뗏목들이 보였다.


뗏목은 비교적 구하기 쉬운 대나무를 메인 재료로 사용했고, 대나무 사이의 틈새를 짚을 엮어 만든 어딘지 부실해 보이는 밧줄로 위태롭게 엮어둔 상태였다.


거대 메기가 툭치면 그대로 박살나버릴 내구성이다. 안정성이라곤 티끌 만큼도 고려하지 않은 설계. 이곳의 조푹들이 인간 낚시터의 미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뭐, 이 조잡한 뗏목마저도 이곳에선 제법 귀한 물건이었다.


성좌들의 자비로 어느 정도 인프라가 유지된 서울과 달리 안산 쪽, 특히 서구는 거의 개박살이 나버린 상태였으니까.


“······뭐, 그래도 그리 나쁘진 않군.”


도예준은 오랜만의 자유를 음미하며 주변으로 시선을 던졌다.


녹조로 가득한 강의 수면 위로 자신의 것을 포함하여 세 개의 뗏목이 둥둥 떠있는 게 보였다.


각각의 뗏목에는 이번 메기 사냥을 위해 차출된 이들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인공 퇴비를 몸에 바른 채 거대 메기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시키는 건 전부 했잖아요! 도,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빌린 돈은 분명 갚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아빠가 이번주 내로······!”


커리어 우먼을 연상케 하는 세미정장 차림의 여자가 뗏목의 끄트머리를 움켜쥔 채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그녀의 심경을 말해주고 있었다.


맞은편의 뗏목에는 앞의 여자와는 달리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배불뚝이 중년인이 고개를 처박은 채 낮게 흐느끼고 있었다.


이쪽은 좀 낫다. 그래도 비명을 내지르진 않았으니까.


도예준은 기억조차 희미한 과거의 인연들을 한 번씩 돌아본 다음 녹조로 가득한 강물 위로 시선을 던졌다.


촤르르륵.


물살을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거대 메기가 보였다. 평범한 메기처럼 보여도, 무려 이명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또한 제법 특이한 몬스터이기도 했고.


암스킬러라 불리는 저 거대 살인 메기는 유독 인간의 팔만 노리는 변태적인 식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부유물 위에 세 명 이상의 인간을 미끼로 던져두면 손쉽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냥 인간은 안 된다.


그 변태적인 이명이 증명하듯, 양팔이 전부 멀쩡한 인간들만 미끼로 사용될 수 있었다.


똑같이 팔이 달렸다고 해서 고블린이나 오크로 대신하는 것도 안 된다. 암스킬러는, 오직 인간의 팔만 먹는다.


- 꾸륵. 꾸르르륵.


수면이 갈라지며 녹조로 가득한 강물이 요동치며 흔들린다. 파도를 일으키며 모습을 드러낸 거대 메기는 다시금 수면 아래로 잠수하더니 뗏목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촤륵. 촤르륵.


아마도, 본능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암스킬러의 영악함은 준성체 고블린, 그리고 아성체 오크에도 맞먹을 정도인데 위험 감지 관련의 육감이 극도로 발달하여 어지간한 유혹에는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저 괴물에게도 분명한 약점은 있었으니, 인간이 셋 이상 먹이로 던져지면 결국은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앞의 조건만 충족하면, 그것이 대놓고 함정임을 알면서도 욕망이 이성을 찍어누른다.


유전자에 각인된, 주술과도 같은 힘이다.


“씨발 거, 저 개같은 메기 새끼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네. 아무튼, 신호하면 바로 쏴라. 미끼들 맞지 않게 조심하고. 저번처럼 막 쏘다가 미끼들 죽으면, 어떻게든 잡아내서 저 새끼들 대신 미끼로 던져버릴 테니 명심하고. 알았냐?”


“아이고, 아무렴 미끼들 다치게 쏘겠습니까? 저번에는 낮술 처먹은 놈이 끼어있어서 그랬던 거고, 이번엔 다를 겁니다. 근데 형님, 저 계집은 좀 어떻게 안 됩니까? 시끄러워서 원.”


“놔둬라. 암스킬러랑 투 샷으로 사진 몇 장 찍고 저 계집 애비에게 보내줄 생각이니까. 식인 메기 보고도 돈 안 보내면 그땐 큰형님이 사창가에 팔아넘기든 죽이든 알아서 하시겠지.”


녹조로 가득한 강둑.


안산의 신흥 조직, 금강목재파의 조폭들이 수풀에 몸을 감춘 채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긴장감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암스킬러 사냥이 한두번이 아닌 것처럼.


철컥.


탄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이 프레스 금형 기계로 찍어낸 불법 자동소총을 거대 메기에게 겨누고 있었다. 자동소총은 외형부터 익숙했다. 전쟁 영화를 봤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총.


AK-47.


그 어떤 혹독한 환경에서도 발사되는 것으로 유명한, 미하일 칼리시니코프가 설계한 소련군의 제식 소총.


총기가 엄격히 통제된 한국에서 AK-47이 웬말인가 싶겠지만, 그냥 이때는 이것이 당연시 되는 시대였다.


아무튼 저것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상당히 위험한 무기였다.


미국의 어떤 저널리스트는 AK-47을 두고 두려울 만큼 매혹적이면서도 가장 잔혹한 자동소총이란 평가를 내렸다.


뭐, 그만큼 저 자동소총에 죽은 이들이 많다는 의미기도 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을 죽여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로마의 글라디우스 양날검. 그리고 고대 아시아의 당나라 당파창을 제외하면 현대식 화기 중에선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인 무기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고.


“······흐음.”


도예준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곤 팔을 뻗었다. 손끝에서 이형의 힘이 휘몰아치더니 허공으로 고리가 맺혔다.


그그극. 그그그극


그것은 금빛의 테를 지닌 고리였다. 하나둘 늘어난 고리가 순식간에 허공을 가득 채웠는데, 그 숫자가 일곱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대기가 거대한 떨림을 토해냈다.


주변에서 메기 사냥을 준비하던 조폭들이 화화들짝 놀라며 서로를 돌아봤다.


“혀, 형님······?”


“씨발, 그런 표정으로 보지마라. 나도 마음이 복잡하니까. 제기랄······.”


화들짝 놀란 조폭들이 본능적으로 자동소총의 총구를 도예준을 향해 겨눴다. 글라디우스 양날검과 당나라 당파창을 제외하곤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인 현대식 화기가 도예준의 머리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총을 쏘진 못했다.


그것이 용기가 아닌 미친짓이라는 것을 이곳에 자리한 모든 조폭들이 알고 있었다.


콰드드득.


금빛의 고리가 여덟 개로 늘어나면서 대기가 거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고리는 여덟 개에서 다시금 아홉. 아홉 개에서 다시 열 개로 늘어나더니,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도예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아직은 이 정도인가. 나쁘진 않다만, 역시 부족하군. 하긴, 과거로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힘 일부가 남아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아마, 그게 맞겠지.”


실소를 흘린 도예준은 뻗었던 손을 다시금 거둬들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 ······꾸르르륵.


녹조로 가득한 수면 위로, 눈을 까뒤집은 암스킬러가 배를 뒤집은 채 둥둥 떠올랐다. 도예준은 기절한 암스킬러를 일견하곤, 아직도 자신에게 AK-47을 겨누고 있는 조폭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강 사장은?”


“······네?”


“강월우, 니들 큰형님 말이야. 어딨냐, 지금?”


도예준의 물음에 조폭들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은 책임을 떠넘기듯 서로를 돌아봤는데,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거한의 남자가 떨림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혀, 형님이라면 지금쯤 하우스에 계실 겁니다.”


“강월우가, 이 시간에 하우스를?”


“지, 진짜입니다! 아마 중국에서 건너온 흑사파를 상대하고 계실 겁니다. 오늘 사냥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암스킬러를 납품하기로 약속되어 있었거든요.”


“이거?”


도예준은 무심하게 손을 뻗어 기절한 암스킬러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 가벼운 손짓에 거한의 조폭은 몸을 움찔하곤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이 느리면, 곧바로 폭발하는 시한 폭탄을 목에 두른 사람처럼.


거한의 남자는 목이 부러질 기세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네! 마, 맞습니다! 암스킬러요! 부, 분명! 지금쯤 흑사파 놈들과 함께 계실 겁니다! 제,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의리가 없네?”


“의, 의리도 살아있어야 의미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폭의 말에 도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자신의 목숨이 우선인 건, 종말의 탑을 등반하는 플레이어들에겐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래.


아마도 그래서일 거다.


의보다 명을 중요하게 여긴 동료들이 자신을 배신했던 것도. 뭐, 결국 하나하나 붙잡아서 전부 목을 치긴 했지만.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도예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곤.


따악.


무심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그와 함께.


콰르르릉.


먹구름을 비집고 떨어진 금빛의 벼락이 조폭들 위로 떨어졌다.


파츳. 파츠츠츳.


벼락을 맞은 조폭들은 그 어떤 저항조차 못한 채 그대로 재가 되었다. 잘게 부스러진 검은 잿가루가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도예준은 조폭들의 죽음을 확인하곤, 강월우의 하우스가 위치한 곳에도 벼락 몇 개를 떨궈줬다. 그가 먼저 떠난 동생들에게 섭섭함을 느끼지 않도록.


이건 도예준 나름의 선물이었다.


금강목재파의 조폭들이 도원결의를 맺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한날한시에 지옥으로 보내줬으니 아마 그곳에서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조금 걱정이었다. 두 팔을 잃게 만든 복수의 대상인 조폭들에게 이런 따뜻한 배려를 한 것을 보면, 역시 모든 종말의 무덤에서 마음이 약해진 것이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깜빡 잊고 있었군. ”


도예준은 뒤늦게 강월우의 하우스에 암스킬러의 거래를 위해 흑사파의 조직원들도 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도 도원결의의 선물을 줘버린 것이다.


뭐, 딱히 상관은 없을 것이다.


민족은 다르지만, 같은 아시아인이 아니던가. 조금 고집을 부리면, 형제라고 우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무엇보다, 일단 배가 고팠다.


“······.”


도예준은 매캐한 탄내로 가득한 강둑을 일견하곤, 강물 위의 거대 메기로 시선을 던졌다.


짙은 갈색의 단단한 외피를 지닌 암스킬러가 기절한 채로 파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시원한 매운탕이 떠올랐다.


허기와 갈증을 달래기엔 턱도 없이 부족한 식재료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썩 나쁘지 않았다.


아직은, 굶주림의 밀도가 높지 않은 시기였으니까.


###

플레이어 관리국, 서울 강남 지부.


재해현상 관리팀의 오영길 팀장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벽면의 화면 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면에는 한국의 지도가 크게 떠올라 있었는데, 경기도 안산 쪽에 붉은색 검 표식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빼곡하게 찍혀있었다.


“빌어먹을. 지금 저거 각성 파장 맞지?”


“네, 팀장님. 근데 조금 이상합니다. 파장의 크기가······ 솔직히, 이건 그냥 말이 안 됩니다. 아마, 오류 아닐까요?”


“아이고, 김대리야. 빌어먹을 김대리야. 이거 씨발 그 미국의 아리혼 기업에서 만든 파장 감지 시스템이야. 한국 정부가 라이센스 비용으로만 매년 조 단위를 지불하고 있는. 무슨 말인지 알아?”


“아, 알죠. 아는데.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김대리는 오팀장의 까칠한 지적에 화면으로 시선을 던졌다.


붉은색 검 표식.


종말의 탑에 입장하지 않았음에도 선천적으로 이능을 각성한 플레이어들은, 그 위치가 아리혼 시스템에 기록된다. 지금처럼.


한데, 검 표식의 숫자가 심상치 않았다.


겹치고 겹친 붉은색 검 표식이 말 그대로 안산 지역 그 일대를 모조리 뒤덮고 있었다.


오류.


그래, 이건 오류가 분명했다.


오팀장의 까칠한 지적과 별개로, 이건 오류여야만 한다고 김대리는 생각했다.


“오영길 팀장님. 북한의 선천적 각성자 이명 사스콰치가 일곱 자루의 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통제하지 못해서, 북한이 개박살났죠. 거의 원시시대로 돌아갈뻔한 걸 미국의 개입으로 간신히 막아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 이걸 덮자는 거냐?”


“······네.”


올해로 7년차 공무원인 김대리는 자신의 뿔테 안경을 고쳐쓰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맞다.


사실 이게 고민을 할만한 문제인가?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덮어야만 했다.


괜히 정부의 윗선에 이야기가 흘러들어 선천적 각성자를 찾겠다는 헛소리가 나온다면, 그리고 북한 정부처럼 그 각성자를 힘으로 통제하려고 든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까?


김대리는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고위 관료들이 개지랄 떨면, 장담하는데 한국은 끝입니다. 그 고고한 승천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정말 원시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김대리의 나직한 경고에 오영길 팀장은 몸을 움찔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탓에 말을 꺼내지 않았을 뿐이지.


“하아. 김대리. 아니, 김남원.”


“······네, 형님.”


사무적이지 않은, 친근함마저 느껴지는 호칭에 김대리는 사석에서처럼 오영길 팀장의 부름에 답했다. 오영길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친하게 지냈던 그때의 그 시절처럼, 조금은 씁쓸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물고 있었다.


“후우. 남원아, 나도 안다. 근데, 마찬가지로 너도 알고 있지 않냐? 이거 아리혼 시스템이다. 영원한 비밀은 없어. 미국은 이미 눈치 챘을 거다. 그놈들은 비밀이니 지랄이니 떠들어대지만, 녀석들이 몰래 정보 수집하고 있는 건 너도 알고 있을 거 아니냐?”


“압니다, 형님. 그러니 협조를 구해봐야죠. 최소한 이번에 나타난 선천적 각성자의 힘이 안정 궤도에 들어설 때까지는 묵인을 해달다라고, 그렇게 요청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래, 아주 잠깐 욕신을 내려놓고 시간만 벌면 된다.


선천적 각성자들의 힘의 폭주는 보통은 사흘, 늦어도 나흘이면 안정 궤도에 들어서면서 그 힘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애초, 각성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잠재적 힘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드는 힘이었다.


비로소 탑에 입장해야만 다시금 재각성이 가능한 이능.


그래.


보통은 그랬다.


문제는.


오영길은 미간을 찌푸리곤 김남원에게 물었다.


“근데 남원아, 너는 그래서 저 괴물은 언제쯤은 되어야 안정 궤도에 들어설 거 같냐? 이틀? 사흘? 아니면 일주일?”


“그, 글쎄요? 그건 저도 잘······.”


오영길의 물음에 김남원은 몸을 움찔했다.


사실, 이건 확답하기 힘들었다.


화면의 지도 위로, 안산 지역을 가득히 채운, 겹치고 겹친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힘든 붉은색 검 표식들이 있었다.


역대 최강의 검술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 받는 미국의 신성, 승천자 클로이 아나이스가 각성했을 때 아홉 자루의 붉은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기록이 있었다.


또한 종말의 탑 등반자이며, 동시에 승천자이자 태자당의 핵심 간부 역을 맡고 있는 흑마법사 신즈레이도 마찬가지인 아홉 자루의 붉은색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이들이 일곱 자루, 영웅급 잠재력을 지닌 이들이 여덟 자루, 혼자서도 국가를 뒤흔드는 수준의 괴물들이 아홉 자루의 붉은 검을 지니고 있었다.


애초 선천적 각성자는 흔치 않았고, 그들 중에서도 승천자의 잠재력을 지닌 아홉 자루의 검은 더욱 드물었다.


한데, 하물며 화면 위를 뒤덮은 저 붉은색 검들의 갯수는.


괴물?


아니, 이건 그냥 전례가 없는 괴물조차 뛰어넘은 무언가였다.


“······빌어먹을.”


오영길 팀장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이라도 최고 재해등급인 하르마게돈을 공표하고 비상 사태를 선언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


하지만 오영길은 가까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곤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부디,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저 형언하기 힘든 기이한 존재가 앞서 성좌들과 함께 인류의 파멸에 동조했던 그 빌런들처럼, 인류를 향한 적개심이 있는 존재가 아니기를.


조금이라도 좋으니 인류애가 있는 존재이길 바랐다.


간절한 마음으로.


###

타닥. 타다닥.


뜨거운 불꽃에 장작이 타들어가면서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고즈넉한 숲 속 공터. 투박한 무쇠솥이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며 식욕을 자극하는 매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도예준은 점점 완성되어 가고 있는 특제 매운탕을 일견하곤 나무를 깎아 만든 식기를 꺼내들었다.


“매운탕은 오랜만이군. 간은 얼추 맞췄고. 일단, 먹어볼까?”


나무를 깎아 만든 국자로 나무그릇에 매운탕을 옮겨담자, 손바닥을 통해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도예준은 수저를 들더니 천천히 매운탕을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음식의 맛을 즐기듯이.


그리고 그와 함께.


카득. 카드득.


조금씩, 아주 조금씩.


육신과 영혼에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포식.


고유권능의 발동이었다.


작가의말

1화가 너무 길다는 주변의 조언이 있어 부득이 잘랐습니다.

그로인해 회차가 살짝 뒤로 밀렸습니다. 다음화는, 오전 중에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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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마도서의 제작에 필요한 것. 24.05.09 90 2 19쪽
» 3화. 각성파장. 24.05.09 89 4 17쪽
2 2화. 회귀. 24.05.08 104 4 15쪽
1 1화. 종말의 포식자. 24.05.08 18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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