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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최근연재일 :
2020.04.28 01:5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184
추천수 :
281
글자수 :
251,094

작성
19.12.13 20:07
조회
154
추천
10
글자
12쪽

실종

DUMMY

"라인하르트 백작을 사로잡는 것에 실패했으니, 팔켄슈타인 제후들의 군대가 다시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 저희들만으론 막아내기 힘들 것입니다."


담담히 고하는 부하를 보며 단탈리안이 비스듬히 웃었다.


"냉정한 판단이군, 그래."

".......언제든 냉정해야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좀 더 상황판단력을 길러라. 팔켄슈타인의 제후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할터다. 군의 동원기간이 길어진 덕에 그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영지를 비웠어야했어.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타격인데 토벌군은 현재 궤멸상태. 물론 사상자가 생각보다 크진 않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패배한 상처가 있다. 그거면 돼."


단탈리안은 그리 말하며 반란군 병사가 건네준 수프 그릇을 들고 마셨다. 토벌군 본진을 공격해 뺏은 물자가 있었지만 그리 많은 수가 아니라 아직 수프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 카르테 평야는 원래는 무척이나 풍요로운 곳이라 들었는데, 식량을 구하긴 어려운건지....."

"뭐 어떤가. 최근에 날씨가 추워지고 있으니 이런 몸을 덥힐 수 있는 음식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


후르르릅


비록 내용물이 많지 않은 간단한, 전장이나 여행길에서나 먹을 수프였지만 힘겨운 상황을 이겨낸 지금, 단탈리안에겐 굉장히 맛좋게 느껴졌다.


"단탈리안, 여기 있었군."


식사를 다 끝마치고 달려온 것인지, 레티엔 자작이 단탈리안에게 다가왔다. 그는 승리했음에도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 단탈리안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점했는데도 그런 얼굴입니까."

"알베르트를 사로잡아야만 했소."

"굳이 거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뭡니까?"


단탈리안은 그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충분할 정도의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알베르트를 사로잡지 못한 것만을 탓하며 집착하는 레티엔 자작의 행동은 주변 반란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데도 일조하고 있었다. 그래서 폰 바이마어 남작을 비롯한 반란군 지도층은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라인하르트 가문의 저력을 당신들은 너무 얕보고 있소."

".....그들을 왜 걱정합니까? 그들의 군대는 이미 패배했어요."

"하!"


레티엔 자작은 단탈리안을 비웃었다.


"고작 그 정도가 라인하르트의 전력이라 생각하시오? 가주가 출전했다고 해서? 그들은 제국 설립때부터 지금까지 이 지방을 지배해온 대가문이오."

"팔켄슈타인의 제후들의 힘 덕분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많은 선제후들은 그 지역 귀족들의 지지를 얻어 그 힘을 유지한다. 오랫동안 지역을 다스려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직접적인 지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제후는 해당 지방에서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해당 지방의 대표로써의 권한을 가진다.


"비단 그뿐이라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오. 라인하르트는 루크레시아, 히게아와는 다르니."

"......감히.....!"


레티엔 자작이 히게아의 이름을 담자 단탈리안의 표정이 분노로 물들었다.


"라인하르트의 선조, 알프레드는 검성이라 불린 대영웅이오. 그분께선 비단 검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전술에도 매우 능하셨지. 병력 운용과 임기응변에 있어선 '현자' 아이레나님도 못 따라올 정도였지."

"....그건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비록 엘프라 할지라도 단탈리안도 제국 출신이었다. 비록 제국을 적대하는 입장이지만 과거 전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런 검성께서, 설마하니 라인하르트를 무방비하게 두었을거라 생각하오? 라인하르트는 이 팔켄슈타인 최강이자 제국 최고의 육군을 보유한 곳이오."

"......."

"거기엔 나의 여동생, 라인하르트 선대 백작부인 또한 있지. 그녀는 아들 없이도 우리를 토벌하고 이 지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오."


레티엔 자작은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알베르트를 사로잡으면, 그 인질로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오. 그러지 못했으니, 이번엔 장담할 수 없구려."


담담히 걸어가는 레티엔 자작의 등을 보며 단탈리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번은 우리의 승리다. 이대로 시간만 더 벌면..... 팔켄슈타인은 우리의 것이 되리라. 하지만........'


단탈리안은 먹던 수프 그릇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불안한 감정이 드는 것이지.....?'


-


".....실종....이라구요?"

".......그래."


그 무렵, 남은 병력을 수습하는 것에 성공한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라인하르트의 영지, 라웬부르크에 도착해 영주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율리아에게 알베르트의 실종 사실을 고했다.


"그럴리가요! 아버지, 어떻게 된 겁니까? 반란 토벌이 목전이라고 들었었는데!"

"미안하구나, 율리아..... 면목이 없다."

"어떻게 된 겁니까? 토벌군이 궤멸까지 당하다니, 어떻게 된 거냐구요!"


율리아가 드물게 격렬한 감정을 보이며 자신의 아버지인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을 추궁했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답해봐요. 얼른요, 아버지!"

"......."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을 보다못한 율리아가 큰소리를 내려 하던 그 때, 누군가가 그녀를 막았다.


"그만두세요, 율리아."

"......! 어머님....."


그녀를 막은 것은 선대 라인하르트 백작부인이었다. 그녀와 알베르트는 아직 혼인을 하지 않았으나, 오래전부터 정혼자로 정해져 있었고 그렇게 생활해왔기에 그녀는 백작부인을 어머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백작부인은 율리아의 손을 쥔 채 고개를 젓더니 그 눈을 슈타이어마르크 백작 쪽으로 향하며 물었다.


"정말 진실을 고하지 못하겠습니까, 경?"

".....백작부인....."


오래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인 백작부인을 본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의 눈이 흔들렸다.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는 그 강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추궁하듯.


"죄송합니다, 백작부인. 제 불찰입니다. 토벌군 내의 배신자가 있었는데, 제대로 살피지 못하였습니다."

"배신자?"

"폰 바이마어 남작입니다. 그가 배신하였습니다."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당시의 상황을 모두 백작부인에게 말하였다. 그녀는 그것을 말없이 듣고는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몸을 일으키며 율리아에게 말했다.


"율리아, 아무리 당신이 알베르트의 정혼자라 하더라도 아직은 혼인하지 않은 상황. 이 이상 영지의 일을 당신에게 맡기는 것은 좋지 않겠지요."

"어머님......."


백작부인은 율리아를 잠시 바라보고는 옆에 있던 집사에게 명하였다.


"지금부터 라인하르트 가문은 내가 관리한다. 라웬부르크 영주 대행의 권한을 발동한다. 지금 즉시, 가신들을 모으도록."

"예, 큰마님."


율리아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선언한 백작부인이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할 것이라 다시 선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영지와 라인하르트 가문은 내가 관리합니다. 당신은 내 뜻에 따르도록 하세요, 율리아."

"네, 어머님."


과거, 라인하르트 가문을 한미한 가문 출신이면서도 휘어잡은 여걸, 카트린 백작부인이 다시 일선에 나서는 순간이었다.


-


"배신? 거기다가 라인하르트 백작이 실종?"

"예."


황제가 황당하다는 듯이 세실 자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를 책망했다.


"자네 부하들은 도대체 무엇을 한 건가? 배신자의 동태하나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다니!"

"면목없습니다."


고개를 숙여보인 세실 자작은 어떤 목록을 건네주며 황제에게 말했다.


"여기 목록을 보시면, 히게아와 접촉 의심이 있던 자들인데 이들을 경계하고 있었으나 늦은 듯 합니다."

"이곳에 폰 바이마어 남작도 있군."

"예. 이번 반란 때의 행동을 지켜보고 추후에 더 경계할지 말지를 정하려 했는데,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황제는 목록을 쭉 보다가 거칠게 접었다. 흑십자 기사단의 그림자라 할 수 있는 정보 담당 및 암살 부대를 보내 지원을 했는데도 배신자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세실 자작에게 물었다.


"이들이 벌써 행동하다니 이상하지 않나? 자네가 이걸 조사를 완료한지 얼마나 됐나?"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폐하께서 지시하신 것이 저번 달이지 않습니까."


그랬다. 황제가 메클렌부르크의 반란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조사를 명한 것이 바로 1개월 전이었다. 메클렌부르크의 뒷조사는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 중 히게아에 대한 정보는 더욱 접근하기 힘들어 많은 희생을 치러가며 겨우 얻었고, 이들과 접촉한 귀족들을 조사하여 목록을 만들기 시작해 완료한 것이 저번 주였다. 비밀스레 행한 일이고, 그렇기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는데 대응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림자 부대의 지휘관에게 들었는데, 접촉한 인원들을 죽여 입을 막았기에 정보가 새나갔을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알고 미리 움직인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고 미리 행했다면 더욱 큰 규모로 일어났어야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움직인 것은 폰 바이마어 남작과 휘하 기사들, 병사들 뿐이며 여타 귀족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


황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단순히 반란이 실패로 돌아갈까 두려워 그들을 움직인 것인가. 그렇다고 확정짓기엔 그러한 행동은 큰 위험이 존재했다. 히게아의 개입이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행동이며 그들과 연관된 귀족들이 있음을 알리는 행위인데, 그런 중요한 패를 먼저 내보였다는 것은 그것이 실패할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만을 가져온다.


"이런 식으로 패를 먼저 소비하다니, 그들답지 않아.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저도 그렇게 생각하여 추가 조사를 명해놓은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라인하르트 백작에 대한 대처입니다."


라인하르트 변경백작인 알베르트는 팔켄슈타인의 선제후이다. 선제후 중 한 명이 반란군에 패해 실종이란 전대미문의 사태가 지금 벌어진 것이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비웃음을 살테고, 무엇보다 팔켄슈타인 지방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팔켄슈타인 지방은 엘프 연방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방으로 오랜 세월을 그들과의 전쟁에 바친만큼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곳의 귀족들이 흔들린다는 것은, 국경이 위험하다는 뜻도 되었다. 게다가 그 틈을 다른 제후들이 노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반란군이 사로잡았다는 소식은 없나?"

"예. 만약 사로잡았다면 대대적으로 광고했겠지요."


토벌군을 완전히 와해시키고 귀족들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그들이 놓칠리가 없었다. 결국 아무 말도 없이 조용한 지금의 상황은 그들도 놓쳤고, 알베르트는 도주에 성공했다는 말이 된다.


"......라인하르트 가문에선 아무런 소식이 없는가?"

".....라인하르트 가문은, 선대 백작부인이 직접 나섰습니다. 카트린 백작부인께서 직접 영주 대행의 권한을 발동하셨다고......."

"호오......"


그 말을 들은 황제의 눈이 빛났다. 카트린 백작부인은 비록 자신을 낮추었으나 카트린 백작부인은 선대 라인하르트 백작을 내조하며 영지를 완벽하게 다스린 것으로 유명했다. 거기다가 몇번은 직접 본인이 군대를 이끌고 선대 백작이 자리를 비운 사이 활개치는 도적무리 등을 없애는 등 여걸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정작 그 자신은 아리엔 공작에 자신을 비해 낮추고 있지만, 그녀는 제국 내에서 그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백작부인이 나선다면, 내가 나설자리는 없는가."

"그래도, 아직 나가있는 그림자 부대에게 명령을 하실 수는 있으십니다."

"......아니, 그러지는 않도록 하지."


황제의 눈이 빛났다.


"백작부인의 수완을 다시 한 번 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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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분열(2) 19.11.27 223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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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히게아 19.11.25 215 7 11쪽
8 의문 19.11.23 250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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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야간 습격 19.11.17 295 8 12쪽
5 가족의 잔상 +2 19.11.16 384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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