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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은 이제 편히 쉬고싶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장돌선생
작품등록일 :
2020.06.21 01:23
최근연재일 :
2020.07.04 23:5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63
추천수 :
1
글자수 :
16,081

작성
20.07.04 23:55
조회
9
추천
1
글자
12쪽

3. 그의 계획

열심히 하겠습니다~!




DUMMY

“이럴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지? 분명 수정에 마나가 집중되는 것이 보였는데. 흠, 아무래도 마나가 부족 했나 보군. 덕분에 온전하게 끌고 갈 수 있겠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드멜의 표정을 읽은 카랭이 점점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봐 아가씨, 마법을 사용할 마나가 없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팔이랑 손에 굳이 바람구멍을 만들지 않아도 됐었잖아. 크큭”


“아니야! 아직 그 정도로 지치지 않았다고! 이런 젠장! 왜 발동이 안 되는 거야 도대체!”


‘뭔가 이상해. 아무리 몸이 지쳤어도 몇 번을 사용하고 남을 정도의 마나는 있을 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건 마나가 사용되는 감각이 있었어. 이건 마치 촛불의 불이 입김에 꺼져버린 감각이다.’


“예의 없이 더는 아가씨를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네”


드멜은 피할 길이 없었다. 마법의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발 이후로 체내의 마나를 아무리 끌어모아도 전혀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후의 최후까지 와서 스스로 자결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절망 속에 빠뜨렸다.


드멜의 어깨와 손을 공격했던 카랭의 부하들이 그녀를 연행하듯 양쪽에 서서 카랭의 앞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드멜 또한 힘이 빠진 다리로 터덜터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지 그렇게 얌전히 있으란 말이야. 크큭, 애초의 계획이랑은 달라졌지만 길들이는 것보다는 얌전히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나름 색다른 맛이겠어.”


“결국은 이렇게...”


쾅-! 쾅-!


“복수는 고사하고 이제는 노리개 신세라니... 정말 최악이네. 심지어 마법이 아니면 죽을 용기조차 못 내는 겁쟁이.”


‘최악이다.’


모든 것이 끝난 드멜은 앞을 볼 자신이 없었다.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어디가 끝인지도 모른 채 걸어 나가지만, 그동안의 세월이 허무함으로 바뀌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까지 잃어버리니, 그녀가 바라보는 땅은 이미 심연 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네 녀석... 뭐 하는 자식이야.”


툭-


인형처럼 앞으로만 걸어가던 드멜의 앞에 커다란 무언가가 길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앞의 장애물을 확인할 용기가 없었다.


“아가씨 아니, 드멜, 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아가씨가 도망가라고는 했지만, 사실 이 녀석들 한테 용건이 있어서 좀 남았어. 아쉽지만 도망가라는 부탁은 거절할게.”


너무 따뜻하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희망이 손에 잡히는 것 같았다. 잃어버렸던 용기가 생기고 앞을 볼 힘이 생기고,. 드멜의 죽은 눈은 서서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당신이 어째서...”


“그러고 보니 아가씨 이름만 듣고 아직 내 소개도 못 했지 뭐야. 내 이름을 다 말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편하게 ‘벨’이라고 불러줘.”


“아까 도망간 줄 알았더니 겁쟁이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보군. 그런데...”


두 번의 굉음 그리고 먼지가 피어오르는 곳에는 드멜을 끌고 가던 카랭의 부하들이 알 수 없는 몰골이 되어 널부러저있었다.


“지금 이거 등장도 그렇고 의기양양한 네 녀석의 태도를 보아하니. 혹시 네가 한 짓이냐?”


아까의 천박한 카랭의 모습과는 다르게 침착함을 유지하는 카랭의 모습 때문에 드멜은 몸의 떨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머지도 살짝 손봐줬어, 어차피 한 놈만 필요하니까. 아, 하나는 도망간 거 같은데 뭐 상관없지.”


“도망가세요. 제 일입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도망가세요.”


벨의 등 뒤에 꼭 붙어있던 드멜은 떨리는 손으로 벨의 옷자락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하지만 닿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로 드러나는 공포, 도망치라며 신경 쓰지 말라는 그녀의 말과는 반대로 부디 남아줬으면 하는 그녀의 손끝에 힘이 강하면서 연약하게 버티고 있었다.


벨도 알고 있었다. 죽음을 각오하는 것은 그리 쉬운 각오가 아니라는 것을.


‘이 어린 소녀가 저런 녀석들의 표적이 되어가며 도망쳤을 시간을 생각하면 죽음을 각오했던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나이대의 여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남자에 대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야 하는 나이란 말이다.’


“인생의 선배로서 한 가지 충고하지. 힘든 일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부탁하고 같이 해결해. 경험해보니까 혼자 끙끙 앓는다고 문제가 없어지거나 해결되지 않더라고.”


누구나 어느 상황에 직면하면 원하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 하지만 드멜은 그런 상황에서 쉽게 어리광 피울 수 없었다. 자신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위해 행동해야 했고, 철이 들기도 전에 목숨이 오가는 상황을 겪다 보니 자연스레 짊어지는 쪽의 인간이 되었다.


‘그러면 안다고 생각했는데.’


태어나 처음이었다.


“벨, 저 좀 도와주세요.”


“알았어! 아가씨, 이 아저씨만 믿으라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창피할 법도 했지만 드멜은 그런 자신의 모습이 전혀 창피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흘리는 눈물이 추해 보여 싫었고, 누군가에게 얕잡아 보이는 것이 잘못이라 생각해서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안심할 수 있었다. 벨의 등이 자신을 가려주는 것이 그렇게 안심될 수가 없었다.


“이것들이 쇼를 하나. 어떤 함정을 설치했는지 모르겠지만, 곱게 죽지는 못할 거다. 각오해라 겁쟁이.”


“잠깐 카레라는 놈, 급할 거 없잖아, 딱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시작하자.”


“큭, 뭐, 뭐야 이건!”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당장이라도 뭉겨질 것 같은 다리에 힘을 주고도 겨우 서 있는 것이 고작이다.


‘엄청난 위압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도대체 무엇이 나타났기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 살기를 내뿜는 거지.’


“이곳, [세계수의 중심]에는 어떻게 들어온 거냐.”


히익-!!


벨의 목소리가 들리자 카랭은 그의 목소리가 몸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신경을 망가뜨리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이상 현상의 원인은 눈앞에 있는 괴물이라는 것을.


“네 녀석, 어떻게 그 정도의 힘을...”


“그건 알 거 없어. 묻는 말에나 대답해.”


카랭은 자신이 방금 실수했음을 알아차렸고, 그런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쇼. 아가씨는 못 본 거로 하고 조용히 시골에 처박혀 살겠습니다. 부디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수많은 전투 경험은 눈앞에 있는 상대가 어느 정도의 레벨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의 카랭은 그 눈을 통해 강한 상대와 전투에서는 함정과 잔꾀를 부려 승리하였고, 약한 상대에게는 여흥 거리로 즐기며 잔혹하게 죽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지금은 눈앞에 남자가 거슬리는 벌레를 죽이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뿐이다.


‘이 녀석은 이미 차원이 달라.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인 이 몸조차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저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밖에는 없겠어.’


“그럼 대답해. 어떻게 들어왔는지.”


“아, 아무 생각 없이 아가씨를 뒤따라오다 보니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 제발...’


“응, 믿어.”


“네? 그럼 살려주시는 건가요...? 하하...”


“아니? 나중에 가면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귀... 귀찮아... 하... 하...”


벨은 딱밤 자세를 취하고 실성한 카랭의 얼굴을 조준했다. 카랭과는 상반되게 벨은 벌칙을 때리는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래도 깔끔하게 보내줄게.”

쾅-!


손가락을 튕기자 거의 동시에 카랭의 머리가 터졌다.


머리가 터져버린 카랭보다 놀란 것은 드멜이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카랭의 머리는 흔적도 없이 날아갔고, 정신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카랭 부하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벨은 분명히 마나를 사용했지만, 영창조차 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어.’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그에게 전해야 하는 말이 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정도야 뭘”


드멜은 벨에게 정중한 감사의 인사를 올렸지만, 벨은 별거 아닌 듯 무심하게 받아주었다.


“흠, 하지만 문제인걸. 저런 자들이 세계수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세계수의 중심까지 들어오다니. 심상치 않은걸.”


“그러면 카랭이 거짓말을 한 거 아닐까요?


벨의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드멜이 의견을 냈다.


”그건 아닐 거야. 내가 이래 봬도 거짓말 하나는 끝내주게 잘 구별하는데. 그 녀석, 딱히 거짓말하진 않았어. 아무래도 아가씨를 뒤따라오다 들어온 것은 사실인 것 같아.“


”그렇다면 어떠한 연유로 인해 제가 들어올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카랭이 들어 올 수 있게 된 걸까요?“


”악의 없이 들어온 아가씨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세계수 이 녀석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단 말이지. 단순히 아가씨 때문에, 길이 열렸다고 하기엔 세계수의 결계는 꽤 견고하지.“


”그렇구나. 세계수의 관해 잘 알고계시나 봐요.“


”그렇지. 그래도 나름 옛 동료였으니까.“


”네? 동료요?“


”아니야, 혼잣말이었어, 아무튼, 녀석들이 이곳까지 들어온 건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이라는 건 알겠군. 일단 그 부분은 나중에 조사해봐야겠어. 그것 보다 이렇게 깨어난 것도 운명, 곧바로 나의 계획을 실행해 볼까,“


드멜은 벨이 비밀이 많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섣불리 그에 대한 과거를 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계획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사실 드멜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인 카랭을 마주했을 때, 아무 정보도 없는 벨이 카랭과 대치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힘의 차이. 자신 역시 벨에게 마법으로 선제공격을 가했지만 이후 손바닥을 펼치는 것만으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그저 목숨을 구걸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그때와 분명한 실력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카랭에게 맞서려 했던 방금의 상황이 본능적으로 벨은 이미 차원이 다른 강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말하는 계획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하, 결국 너도 내 위대한 계획이 궁금하다는 거군.“


”벨의 강함은 이미 상식을 벗어났어요. 그리고 혹여 벨이 세계를 위협할 만한 계획을 진행 중이라면... 저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당신을 막겠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만일 벨이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한다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 물론 그의 강함 앞에는 어떠한 방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야 한다고 몸이 말하고 있다. 또한, 드멜이 느낀 벨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내가 아무리 힘을 잃었어도 아가씨 하나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어. 그리고 느껴봐서 알 거 아니야? 하지만, 그런데도 내 계획을 막고 싶다는 건 목숨을 걸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겠지?“


”당신의 계획이 궁금한 순간 결심한 일입니다. 당신이 살려준 목숨이지만 당신을 막을 수 있다면 던질 각오가 되어있어요.“


묘한 긴장감이 둘 사이에 흐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군.“


드멜은 마른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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