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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님의 서재입니다.

녹색눈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지킬
작품등록일 :
2008.01.30 02:04
최근연재일 :
2008.01.30 02:04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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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05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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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녹색눈동자 - 74. 바다 위의 전투(2)

DUMMY

74. 바다 위의 전투(2)


그래도 명색이 국가이다. 섬이 작다고는 하지만 그 주위를 반 바퀴 돌고 다시 목적지인 포피르로 가려면 못해도 3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지오가 탄 배는 워낙 빨라서 그 기간을 반나절 정도는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이 제대로 불어줄 때의 일이다. 행성 에너지의 흐름이 불규칙적이 되면서 바람의 움직임 역시 뒤죽박죽이었다. 순풍이 갑자기 역풍이 되는가 하면 며칠 동안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때도 많았다. 지오가 탄 배는 바람이 불 때는 그 어떤 배보다 빨리 움직였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일반 선박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선체는 가볍지만 노를 젓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출발하고 곧 따라붙었던 추적자들의 선박들은 바람을 타고 날 듯이 달리는 지오가 탄 배를 쫓아오지 못해 점으로 변해버렸지만 그날 오후부터 불지 않은 바람 때문에 점차 그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쫓기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애가 타는 순간이다. 지오는 노를 젓는 선원들을 잡아먹을 듯이 닦달했다.

“이것들아, 빨리 저어! 이러다 따라잡히겠다! 선장은 뭐해? 바람도 불지 않는데 돛은 조절해서 뭐 하려고? 남는 노라도 있으면 같이 저어!”

선원들은 나이도 어린 녀석이 자꾸 닦달을 하니 귀찮고 화가 났지만 무섭게 다가오는 여러 선박의 모습을 보니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람의 지구력이란 한계가 있는 법이다. 거친 바다에서 노를 젓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었기에 배의 속도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반면, 쫓아오는 선박들은 노를 젓는 인력도 많고, 교대하는 인력도 많은지 충실한 속도로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로나! 썬더스태프로 어떻게 할 수 없어?”

로나는 힘없는 눈으로 멀리 보이는 선박들을 보았다.

“너무 멀어요. 가기 전에 바다에 떨어질 거예요.”

“젠장,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놈들이 화살을 쏠 텐데… 로나가 화살을 쏘는 놈들을 처리할 수 없을까?”

지오는 사정하듯 말했다. 그러나 로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젓는다. 지오는 윽박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놈들이 화살과 마법을 쏘아대면 이런 코딱지 선박은 그냥 가라앉고 말아. 정말 날 죽이고 싶어? 내가 저번에 화를 냈다고 싫어진 거야?”

로나는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지오는 자애로운 미소를 억지로 지으며 로나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래, 마음 착한 로나가 그럴 리가 없지. 예전에도 잘 해왔잖아? 화살이나 마법을 날리는 녀석들 팔다리만 잘 겨냥하면 될 거야.”

“그러다 다른 곳을 맞으면 어떻게 하죠? 그래서 또 죽기라도 하면….”

“아니, 그깟 놈들이 죽건 말건! …아니 그러니까 로나 실력이면 팔다리에 충분히 맞출 수 있잖아. 지금까지 항상 그랬잖아. 그리고 이번에 쏘는 화살은 다 덩굴이 감겨 있잖아. 혹시라도 심장에 맞는다 해도 관통되기 전에 녹아버릴 텐데 뭐가 걱정이야?”

로나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살을 준비했다. 화살통에는 50개 정도의 화살이 촘촘히 꽂혀 있었고, 여벌 50개도 있었다. 지오는 일단 안심했다. 그러나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은 바다괴물의 습격을 방지하고자 대부분 선체에 철판을 댄다. 숲의 활은 마법적인 면에서는 강하지만 물리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상대편이 방패로 잘 막으며 다가온다면 방법이 없었다. 역시 마지막으로 믿을 사람은 루크뿐이었다. 루크는 조금 전부터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등에 멘 세 자루의 검 외에 새롭게 가져온 가방에도 검이 나왔다. 누가 보면 무기를 파는 상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단단하고 탄력이 좋은 나무로 만든 커다란 슬링샷도 있었고, 도끼도 몇 자루 더 있었다. 무기만으로도 믿음직한 모습이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바람이 불어서 쓸데없는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다. 망망대해에서는 달아날 곳이 없다. 그렇다고 육식어도 많고, 바다괴물도 많은 물로 뛰어든다는 것은 자살하는 것이나 같았다. 지오는 발을 동동 구르며 추적자들의 배와 자신이 탄 배의 거리가 늘어나기를 기대했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이제 곧 그들은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젠장, 이리 줘봐!”

지오는 한 선원의 노를 빼앗아 자신이 저었다. 그러나 오히려 악영향이었다. 노를 저어본 적이 없는 지오였기에 서툴렀고, 다른 노 젓는 선원을 방해하기만 한다. 선장은 슬며시 지오에게서 노를 빼앗아 다시 그 선원에게 주었다.

“침착하세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저 배들이 공격을 하면 우리도 싸워야죠. 고객의 안전을 위해 이 배에도 무기가 있습니다. 단순한 해적 정도는 간단히 물리칠 수 있을 정도의 실력도 있습니다.”

지오는 그렇지 않아도 힘이 들던 차에 노를 빼앗기자 홀가분해졌다. 그러나 선장의 말에는 별로 신용이 가지 않았다.

“지금 쫓아오는 놈들이 단순한 해적이 아니니 문제잖아! 아무튼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거야. 화살이 쏟아질 수도 있고, 마법이 날아올 수도 있으니까.”

“예? 마법이요?”

선장은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서너 척의 배가 한꺼번에 쫓아오는 모습을 보면 보통의 해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쫓아오는 배들은 총 네 척이었다. 모두 크기와 모양은 각각이었지만 공통의 목표가 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경쟁하듯 쫓아왔지만 지금은 서로를 견제하며 비슷한 속도로 오고 있었다. 빨리 가서 싸움이 붙어봐야 뒤에 쫓아오는 이들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궁수들이 앞으로 나오고 있어요. 마법사도 있는 것 같네요.”

로나는 그렇게 말하며 활의 시위를 당겼다. 추적자들의 배에 탄 궁수들도 뛰어난 실력이겠지만 엘프의 궁술을 배운 로나 만큼은 아닐 것이다. 루크는 잠자고 배 뒤에 섰다. 옆에는 강철로 된 거대한 활과 화살이 놓여있다. 선장도 선실로 가서 활과 화살을 가져왔다. 그러나 조잡해 보이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화살이 와요!”

로나는 외치며 역시 화살을 날렸다. 배 근처로 화살 몇 개가 날아왔지만 명중한 것은 없었다.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로나가 날린 화살 역시 빗나가서 바다에 떨어진다. 바람도 없는 이 고요한 바다에서 로나가 저렇게 터무니없이 빗나가는 화살을 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로나는 쏠 상대를 겨냥하지만, 막 쏘려는 순간에 그 상대가 자신이 죽인 여자와 겹쳐 보이곤 해서 어깨를 떨곤 했다. 당연히 빗나갈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화살만 낭비하는 일이었다.

“로나는 그냥 앉아있어!”

지오는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로나의 활을 빼앗았다. 그리고 직접 쏴보려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오는 활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옆에 있던 썬더스태프를 로나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며 비아냥댔다.

“그래, 사람 죽이는 못된 일은 루크에게 다 맡기고 혼자 고결하게 지내려는 계획 잘 되고 있네. 그냥 위협이라도 되라고 하늘에라도 쏴! 그건 할 수 있지?”

썬더스태프를 받아든 로나는 정말 지오의 말대로 하늘에 대고 라이트닝을 쏘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선장은 날아오는 화살의 수가 많아지자 점차 겁을 집어먹었다. 선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뒤쪽에 루크가 버티고 있다지만 그가 쓰러지면 당장 고슴도치가 될 것 같아 노를 젓는 어깨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지오는 하늘에 연속으로 라이트닝을 쏘는 로나를 신경질적으로 바라보다가 점차 느려지는 배를 보고 단검을 꺼내 들며 선원들에게 윽박질렀다.

“몽땅 화살에 죽고 싶어? 빨리 저어! 빨리 젓지 않으면 내가 죽일 줄 알아!”

선장은 화살 몇 개를 바다에 날리고는 활 쏘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이제 자포자기의 얼굴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끝장이군요. 저긴 궁수뿐만이 아니라 마법사도 있던데… 화염마법 몇 개만 날아오면 무슨 수로 막습니까?”

지오는 루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 루크가 다 막아줄 테니까. 어차피 강한 마법은 날리지도 않을 거야. 이 배가 가라앉아서 우리가 고기밥이 되면 큰일이거든. 의뢰를 맡았으면 그 증거물을 가져가야 하니까.”

선장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오의 말은 맞았다. 이제 추적하는 선박들은 마법을 날릴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지만 마법을 쓰는 마법사는 없었다. 오히려 이쪽에서 쓰는 마법을 방어하려고 마법사들이 앞쪽에 배치된 느낌이다.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루크는 비로소 활을 들었다. 상대는 이쪽 배를 침몰시킬 수 없지만, 루크는 그렇지 않았다. 루크는 쫓아오는 배 중에서 가장 배를 겨냥했다.

피이이잉!

팍!

경쾌한 소리를 내며 강철로 만든 화살이 배에 명중했다. 속이 비어 있다고는 하지만 작은 창처럼 보일 정도로 큰 화살을 정확히 배에 명중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루크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화살에는 작살처럼 줄이 매달려 있었고, 루크가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화살은 다시 회수되었다. 화살촉이 밋밋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살이 빠져나간 곳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루크는 화살을 회수하자마자 다시 날렸다.

피이이잉!

팍!

이번에도 명중이다. 두 번째 화살구멍이 생긴 배에서는 소동이 일어났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빨라졌던 것이다. 그 배의 선원들이 구멍을 막으려고 고생하는 사이에 루크는 또 한 번 같은 배에 화살을 발사했다. 얇은 철판을 댄 곳도 있었지만 워낙 무서운 힘으로 쏘아대니 구멍은 어김없이 뚫렸다. 그러나 화살촉도 점차 무뎌진다. 루크는 화살의 줄을 풀고 새 화살에 다시 묶었다. 그 사이에 다른 배들은 더욱 다가왔다. 이제 추적하는 배들에서 쏟아지는 화살의 수도 많아졌고, 명중률도 높았다. 배의 이곳저곳에 화살이 박혀있다. 선원들이 화살을 맞을까 두려워 노를 제대로 젓지 못하고 있었기에 추적하는 배들과의 사이는 빠르게 좁혀졌다.

피이이잉!

팍!

가장 앞에서 다가오는 배에 구멍이 생긴다. 그러나 이전 배와는 달리 철판도 견고하고 배도 훨씬 커서 화살을 날린다고 해도 침몰까지 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루크는 갑자기 돛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화살을 바꾸고 앞쪽의 배를 겨냥했다. 이번 화살은 이전 화살과 달리 앞쪽이 밋밋하지 않았다. 뽑아서 다시 쓰려는 목적이 아니라 박혀서 빠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루크는 배의 선체가 아닌 돛대에 화살을 쏘았다. 이번에도 명중이다. 루크는 아래쪽을 보며 말했다.

“살고 싶으면 빨리 노를 저어!”

지오는 루크의 의도를 알았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손을 저었다.

“위험해! 네가 가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그러나 지오의 외침에도 루크는 발을 힘주어 구르며 밧줄에 매달렸다. 상대편 배로 줄을 타고 이동하려는 것이다. 황당하긴 했지만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지오의 배는 완전히 무방비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덩치가 큰 배들이 쫓아오는데 화살을 막아줄 루크가 없다면 죽은 목숨이었다. 지오가 탄 배가 가라앉을까 두려워 큰 마법은 쓰지 않겠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는 화살도 충분했다. 물론, 루크가 이곳에 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의 선택이 최선일 수 있었다. 루크는 밧줄에 몸을 의지하고 맨 앞에 있는 배로 날았다. 화살과 마법이 루크의 몸에 적중했지만 화살 대부분은 들고 있던 도끼로 쳐냈고, 마법은 애초에 먹히지 않았다.

쿵!

루크가 상대편 배에 무사히 착지하자 배에 있던 이들의 동요가 일어났다. 이처럼 황당하고 무모한 방법을 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사불란한 지휘와 함께 루크는 곧바로 포위되었다.

쩌억!

“으아악!”

루크의 도끼가 한 선원의 등에 박힌다. 방향타를 돌리던 선원이었다. 그러나 바람도 없고, 똑바로 전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향타가 빙글빙글 돌긴 했지만 당장 배가 곤란을 겪지는 않았다. 선원들은 선실 아래쪽에서 노를 젓고 있었기 때문에 배의 움직임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갑판은 이미 아수라장이다.

“당장 놈을 죽여!”

리트 용병단의 대장이 절규하듯 외친다. 그러나 루크를 잡을 검사가 없었다. 궁수와 마법사들은 동료가 다칠까 두려워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했고, 양손에 검을 든 루크는 무차별적 도륙을 시작했다. 배가 넓다고 해도 한정된 공간이었다. 리트 용병단이 루크의 거대한 대검을 피하며 싸우기에는 공간이 부족했다. 루크의 대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피가 갑판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러는 중에도 루크의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일국의 기사대장이라도 이런 정도의 위압감과 공포를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괴물이다!”

몇몇 용병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난다. 그러나 달아날 곳은 없었다.

“마법을 날려! 쏴버려!”

용병단 대장의 외침에 마법사와 궁수가 일제히 루크를 겨냥했다. 주변에 동료가 있었지만 차라리 그것이 더 피해를 줄이는 길인 것 같았다. 루크는 갑자기 용병단 대장을 향해 돌진했다. 마법과 화살이 날아왔지만 루크의 검과 갑옷에 다 막혀버린다.

까강!

그래도 대장이라고 루크의 검을 한 번 멋지게 막아냈다. 두 번째 공격도 막은 듯했지만 이미 금이 가 있던 검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져버렸다. 루크의 검은 속력을 잃지 않고 그대로 용병단 대장의 목을 잘라냈고, 그것으로 그 배의 운명은 결정이 되었다. 루크에게 맞서던 용병단원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선실 아래로 달아나는 이도 있었는지 배의 속도도 조금은 줄었다. 노를 젓는 선원들이 동요하는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없었다. 루크는 재빨리 방향타로 가서 힘껏 왼쪽으로 돌렸다. 점차 다가오는 다른 배가 있는 쪽이다. 서로 빠른 속력으로 가고 있었기에 피하지 못한 왼쪽의 배와 충돌하자 루크는 대검으로 배의 방향타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몇 번의 휘두름으로 방향타가 날아갔고, 그 무서운 힘에 누구도 방해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야앗!”

파앙!

옆의 배로 넘어가려는 루크의 옆구리 쪽에 작은 불꽃이 번쩍인다. 마법공격이었지만 그대로 사라져서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았다. 루크는 무심한 얼굴로 마법을 쏜 마법사를 보았다. 여자 마법사였는데 전혀 마법이 통하지 않자 놀란 모양이었다. 루크가 빠르게 다가오자 놀라서 그대로 주저앉는다. 루크는 마법사 앞에서 아주 잠시 망설였다. 리사와 비슷하거나 더 어린 나이일 것 같다.

쾅!

루크는 주먹으로 마법사 바로 옆을 때렸다. 그것만으로도 마법사는 기절한다. 이제 정말로 이 배에서는 루크에게 마법이나 화살을 날릴 사람도, 검을 맞댈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배의 속도는 점차 느려진다. 루크는 주저하지 않고 옆의 배로 넘어갔다. 옆의 배만 무력화시킨다면 이제 남은 배는 오른쪽에서 오는 배 하나였다. 루크는 서둘러 배의 우두머리를 찾았다. 빨리 끝장을 내야 했다.


“정말 무시무시하군. 들었던 것보다 더 대단해. 놈이 왼쪽으로 틀지 않고 오른쪽으로 틀었다면 우리가 저 꼴이 날 뻔했어. 저런 녀석이 우리 용병단에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겠군.”

로카는 두 번째 배로 넘어가자마자 살육을 하고 있는 루크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도무지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솜씨였다. 대검과 일반 검을 같이 들고 휘두르는 모습은 너무나 자유분방해서 양손검법이라고 하기에도 무색했지만 아주 효율적으로 상대의 급소만을 노리고 있었다. 대검을 크게 휘두르면서 그 원심력으로 다른 검을 휘두르고, 움직이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몸을 틀면서 방어도 같이 이루어진다. 검사라면 감탄할만한 모습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옆에 있던 켈리가 묻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큼의 여유로움은 이제 없었다. 루크의 힘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인간 때문에 이렇게 당황한 적은 처음이었다. 5서클 적마법사인 켈리였지만 그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 저 괴물 같은 인간이었다. 긴장한 켈리와 달리 로카는 아직도 여유가 있었다.

“일단 저 작은 배를 쫓아가서 모두 죽이면 그만이야. 어차피 우리가 의뢰를 받은 놈은 저 작은 배에 타고 있으니까. 그리고 저 녀석이 저쪽의 배를 모두 평정했다고 해도 우리 배로 건너올 방법은 이제 없어. 거기에 켈리 네가 화염마법으로 저 배에 불을 내주면 아주 간단하게 끝이 나는 거지.”

“그렇군.”

켈리도 이제 미소가 지어진다. 로카는 훌륭한 리더였다. 자신의 팔에 안기는 켈리를 보며 로카는 큰 소리로 명령했다.

“선원들에게 더욱 빨리 노를 저으라고 해. 당장 저 배로 간다! 저 괴물 검사가 다른 경쟁자들을 모두 없애줘서 고마울 뿐이야. 하핫!”

로카는 유쾌하게 웃으며 뒤쪽을 돌아보았다. 루크에게 제일 먼저 공격을 받아 이제 거의 침몰한 배였다. 해상에서 조난을 당하면 구해줘야 하지만 지오를 먼저 잡기 위해 모두 그냥 지나쳤었다. 배에 타고 있던 이들은 잠시 바다에 떠있었지만 냄새를 맡고 온 육식어와 바다괴물에게 하나둘 죽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흘린 피 냄새에 더 많은 바다괴물들이 몰려왔다. 바다의 괴물 중에는 해룡과 같이 무서운 놈들도 많았다. 괴물이 몰리기 전에 모두 해결하고 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수고했다! 전리품은 우리가 가져가마!”

로카는 한창 싸우고 있는 루크에게 그렇게 외치며 지오가 탄 배를 추적했다. 그리고 켈리는 벌써 화염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루크가 타고 있는 배에 불을 내서 쫓아올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켈리 외에도 몇몇 마법사가 화염마법을 준비했다.

“파이어 볼트!”

켈리의 지팡이에서 사람 머리통 크기의 커다란 불덩이가 날아갔다. 다른 마법사들도 일제히 화염을 쏘아댄다. 불덩이들은 날아가서 돛대에, 갑판에 떨어졌고, 나무로 된 재질이 대부분인 배는 점차 타올랐다. 루크는 당황했다. 싸움 때문에 선원들이 불을 끌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불길에 전소될 것 같았다. 옆의 배는 불길이 떨어져도 선원들이 빨리 꺼서 피해가 거의 없었지만 루크가 방향타를 부숴버려 전진이 어려운 상태였다. 지금 타고 있는 배의 불을 빨리 꺼서 쫓아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으아아아!”

루크는 힘껏 포효하며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엄청난 박력에 덤벼들던 이들이 주춤했고, 루크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살고 싶으면 옆에 있는 배로 가라!”

루크와의 싸움으로 정신이 없던 이들은 그제야 배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이 불에 타고 있어 위험했다. 그에 비해 가까운 곳에 있는 배는 비교적 깨끗하다. 리더도 죽은 상태인지라 슬슬 옆의 배로 이동하려는 이들이 생겨났고, 루크가 위협적으로 검을 한 번 더 휘두르자 이제 앞을 다투어 달아났다.

“선원들은 당장 불을 꺼!”

옆의 배로 같이 달아나려던 선원들은 어쩔 수 없이 불을 끄는 작업에 들어갔다.

“당장 앞의 배를 따라간다! 불을 끄지 않는 자를 제외하고 노를 젓지 않는 자는 죽이겠다.”

루크의 이미 배의 왕이었다. 명령은 그대로 이루어졌고, 로카 용병단이 타고 있는 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고, 지오가 탄 배는 이제 거의 따라잡힌 상태였다.

스르릉!

화르륵!

루크는 등에 메고 있던 마지막 검을 뽑았다. 뽑자마자 검이 불길에 휩싸인다. 루크는 그것을 앞쪽 배를 향해 힘껏 던졌다. 불길을 가득 안고 날아간 검은 로카 용병단이 탄 배의 갑판에 박혔고,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뭐야?”

놀란 선원들이 불타는 검에 물을 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길은 오히려 더 맹렬히 타올라서 물 대신 기름을 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마법검이야!”

켈리가 외치며 재빨리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지팡이에 서리가 맺히더니 차가운 냉기가 불타는 검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냉기는 검 근처에 가기도 전에 아지랑이처럼 증발하고 만다.

“말도 안돼!”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봤다는 듯 켈리는 외쳤다. 주인의 손을 떠난 마법검이 계속 화염을 쏟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마법사들도 불길을 끄려 했지만 불길은 더욱 번져나갔다. 이렇게 두면 배가 전소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로카는 이제 거의 다 따라잡은 지오의 배를 보며 명령했다.

“저놈들을 일단 모두 죽이고 우리는 저 배로 옮겨 탄다. 저 배의 선원들을 죽이지 않도록 조심해! 이 배의 선원들을 데려가는 수고를 겪지 않으려면 말이야.”

현명한 선택이었다. 궁수들이 일제히 지오가 탄 배로 화살을 겨누었다. 그리고 지오도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선실로 달렸다. 아니 모두가 선실 안으로 숨었다.

“흥, 그래 봐야 모두 죽는다. 모두 저 배로 내려가! 배를 갈아탄다!”

로카가 제일 먼저 지오가 있는 배로 뛰어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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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25 자희
    작성일
    08.01.05 02:42
    No. 1

    후우...
    위기일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oopatts
    작성일
    08.01.05 10:18
    No. 2

    루크,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8.01.05 11:35
    No. 3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지킬
    작성일
    08.01.05 22:29
    No. 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적현무
    작성일
    08.01.07 00:43
    No. 5

    오랜만에 들렸다가요... 지킬님이 자주 못올리시게 되신다고 하셨는데,
    저도 이제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1년정도 판타지/무협 등의 소설과 이별을 해야할듯 하네요. 그때가 됬을때도 작가님이 느린 주기로라도 활동을 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 ^^ 안녕히...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지킬
    작성일
    08.01.07 01:20
    No. 6

    적현무님 힘내세요.
    1년 꾹 참고 불태우는 겁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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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눈동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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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녹색눈동자 - 101. 에필로그(남겨진 자들의 기록) +19 08.01.30 1,548 4 10쪽
105 녹색눈동자 - 100. 에필로그(연대표) +3 08.01.30 1,740 7 14쪽
104 녹색눈동자 - 99. 남겨진 자들 +6 08.01.30 1,519 6 22쪽
103 녹색눈동자 - 98. 선택 +9 08.01.29 1,244 5 16쪽
102 녹색눈동자 - 97. 만남 +2 08.01.29 1,029 6 17쪽
101 녹색눈동자 - 96. 변화 +7 08.01.28 1,335 6 20쪽
100 녹색눈동자 - 95. 방주의 비밀(2) +3 08.01.28 1,018 4 20쪽
99 녹색눈동자 - 94. 방주의 비밀(1) +9 08.01.27 1,142 3 20쪽
98 녹색눈동자 - 93. 씨앗 +3 08.01.27 1,140 4 21쪽
97 녹색눈동자 - 92. 베라 문 +6 08.01.26 1,343 5 22쪽
96 녹색눈동자 - 91. 이상한 파티 +5 08.01.26 1,159 5 22쪽
95 녹색눈동자 - 90. 안녕 로나(4) +8 08.01.25 1,186 4 22쪽
94 녹색눈동자 - 89. 안녕 로나(3) +4 08.01.25 1,157 7 21쪽
93 녹색눈동자 - 88. 안녕 로나(2) +7 08.01.23 1,102 4 24쪽
92 녹색눈동자 - 87. 안녕 로나(1) +8 08.01.22 1,053 5 20쪽
91 녹색눈동자 - 86. 고대의 무기 +5 08.01.21 1,224 5 21쪽
90 녹색눈동자 - 85. 남색의 활(2) +9 08.01.19 1,135 7 22쪽
89 녹색눈동자 - 84. 남색의 활(1) +6 08.01.17 1,044 4 20쪽
88 녹색눈동자 - 83. 회유(2) +11 08.01.16 1,043 3 23쪽
87 녹색눈동자 - 82. 회유(1) +7 08.01.14 1,204 5 22쪽
86 녹색눈동자 - 81. 한밤의 습격 +6 08.01.13 1,202 10 20쪽
85 녹색눈동자 - 80. 아놀드와의 재회 +4 08.01.12 1,219 4 20쪽
84 녹색눈동자 - 79. 주도권 +7 08.01.11 1,625 5 21쪽
83 녹색눈동자 - 78. 로나의 변화 +6 08.01.10 1,041 7 24쪽
82 녹색눈동자 - 77. 기억의 조각 +4 08.01.09 965 5 22쪽
81 녹색눈동자 - 76. 심문 +7 08.01.08 1,077 4 23쪽
80 녹색눈동자 - 75. 임시족장 니아 +5 08.01.07 1,609 4 20쪽
» 녹색눈동자 - 74. 바다 위의 전투(2) +6 08.01.05 1,194 6 22쪽
78 녹색눈동자 - 73. 바다 위의 전투(1) +6 08.01.04 1,601 4 20쪽
77 녹색눈동자 - 72. 살인 +6 08.01.02 1,349 4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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