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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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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5
추천수 :
717
글자수 :
176,134

작성
24.03.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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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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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1쪽

세상 속으로

DUMMY

좋아, 한 번 해보자.

이렇게 진행하면 여론의 감흥을 불러올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했다.


“이봐. 벤자민.”

“응? 뭐냐. 갑자기 말투를 바꾸다니.”

“네가 저지른 범죄가 뭔지 알고 있다.”

“......”

“여기에 갇힌 죄목은 도둑질이었겠지.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뿐일 터.”


나는 으르렁거리듯 말을 이었다.


“실제로는 쾌락 살인범이잖아. 안 그래?”

“......! 어, 어떻게 그걸!”


그야 다음 다음 화에서 페이드와 네놈의 대화에 나올 장면이거든.

원작에서는 말이지.

이번에는 페이드 대신 내가 네놈의 정체를 밝혀주마.


“네놈이 감옥에 들어간 이후 영지에서 일어나던 연쇄 살인이 뚝 멈췄거든. 나도 이 영지를 주요 고객층으로 삼은 만큼 항상 귀를 열어놓고 살아서 잘 알아.”

“큭. 생사람 잡지 마라.”

“몇 명이나 죽이셨나?”

“이 자식. 덩치만 믿고 감히 선배인 내게......”

“선배? 내가 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나? 순진한 살인자로군.”

“크아악.”


벤자민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눈에 비치지도 않을 빠르기로 내게 덤벼든 것이다.


‘이 녀석은 3화에 나오는 악당.’


반면 나는 프롤로그에서 목이 뎅강 잘린 산적이다.

에스컬레이션을 위해 당연히 나보다 강한 악당으로 설정된 게 벤자민이라는 뜻.


“혀, 형님.”

“두목. 위험해요!”


하지만.


<엑스트라 최강.>

-당신은 모든 엑스트라 중 최강입니다.


퍼억.

놈의 주먹이 내게 닿았다.

가격한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닿기만 한 것이다.


“으아아악!”


우둑 하고 벤자민의 손가락이 부러진다.

그로서는 마치 바위를 때린 느낌이었을 것이다.

반면 내게는 깃털이 닿는 느낌조차 없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몸이 많이 녹슨 모양이지. 선배.”

“다, 닥쳐라!”


스윽.

녀석이 바지 뒤춤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작은 단도였다.

어떻게 감옥에 처박혀 살았던 놈이 단도를 구할 수 있었는가.

그건 아까 전의 왜 3년 간 열쇠를 훔치지 않고 감옥에 살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대체 가능하다.

알 게 뭐람!


“죽어라!”

“형님!”

“두목!”


솔직히 김명철로서는 이렇게 검을 마주하는 게 처음이라 좀 쫄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여론의 감흥을 불러오기 위해 꾹 참기로 했다.

게다가 나름 거칠게 살아온 아크릴로서의 기억은 대담함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믿는다. 내 특전!’


카앙!

그리고 놀랍게도.

녀석의 단검은 내 근육에 막혀...... 두 동강으로 부러져 버렸다!

뭐야 이거. 어딘가의 격투맨인가.


꿈틀꿈틀.

온몸의 근육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무섭게 꿈틀거린다.

나는 폼 좀 잡아보기로 했다.

싱겁다는 듯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끝?”

“으, 으으. 이럴 리가.”

“산적질 하고 다닌 내게 누군가를 단죄할 자격은 없다. 그러니 이건 단죄가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이건 그냥 네놈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거다!”


꾸욱.

주먹을 말아 쥔다.

그리고 번개처럼 벤자민에게 달려들어 녀석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어어어억!


“쿠어어억!”


녀석의 몸이 만화처럼 허공에 떴다.

그리고 그 허공에서 두 바퀴 반을 회전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풀썩 떨어진 곳에 흙먼지가 날린다.

나는 잔뜩 돋은 팔의 힘줄을 보고 생각했다.


‘뭐여. 이 파워는.’


엑스트라 최강이라는 설정이 이 정도로 대단한 건가.

나는 마무리로 멋진 장면을 구상해 보고, 그대로 했다.


“퉤.”


얼굴이 피떡이 되어 기절한 녀석에게 침을 뱉고 이렇게 말한다.


“고작 이 정도로 페이드 그 괴물을 상대할 셈이었나. 간이 부었군.”


주인공을 인정하는 듯한 한 마디.

이건 원작 주인공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흡족할 대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2퍼센트 부족하다. 아직 마무리가 남았어.


스윽.

나는 기절한 벤자민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놈을 어깨에 들쳐 업고 다시 감옥으로 향했다.

폰이 물었다.


“혀, 형님. 그쪽은 왜 다시?”

“폰.”

“저 한스입니다.”

“폰이나 한스나. 아무튼 이놈은 다시 감옥에 던져놓으련다. 전에 말한 대로 니들과는 여기서 작별이니 내 일에 참견 말고 갈 곳 가.”


그렇게 말하며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못 들은 척했다.


감옥에 도착한 나는 벤자민이 흘린 피를 손가락에 묻혔다.

그리고 녀석의 이마에 이렇게 피글씨를 적어주었다.


-열쇠 간수 좀 잘 하쇼.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한 감흥을 불러왔으려나?

그때였다.


<활약상 100을 획득했습니다.>

<여론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다음 여론의 시선을 얻기까지 필요한 활약상 : 0/100>

<당신의 그간의 행적이 전부 드러납니다.>

<여론 반응을 확인하십시오.>

-뭐임. 뭐임. 뭐임. 대체 뭐임.

-저 산적 왜 또 나와 ㅋㅋㅋ

-의외로 부하 놈들과 갈라설 생각을 다 하네. 평생 쫄따구로 데리고 다닐 거라 생각했는데.

-지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킁 코 훔치는 거 보소 ㅋㅋ

-생각보다 인정이 많은 산적인 듯.

-그런 것보다 쟤 졸라 센데? 원래 판타지 산적들은 저 정도는 다 하는 거냐?

-저런 놈이 설설 길게 만든 페발롬(페이드 시X놈)은 대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쇠붙이에 찔렸는데 피 한 방울 안 나는 건 에바지 ㅋㅋㅋ

-그걸 다시 감옥에 던져주고 오네. 열쇠 드립은 쬐금 멋있었다.

-10점. 10점이오.



흐뭇.

내심 실실 쪼개고 있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다시 한 번 화면창에 문장이 떴다.


<처음으로 ‘호감도’ 보상을 얻었습니다.>

<당신에게 쌓인 호감도가 페이드를 뛰어넘으면 주인공 자리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아크릴 데이그의 호감도 : 10>

<페이드 아우트의 호감도 : 120>


아하.

결국 정리하면 이런 거로군.

여론에 감흥을 줄 만한 선택과 행동을 통해 ‘활약상’을 쌓는다.

활약상이 충분이 차오르면 여론의 시선을 내게 돌릴 수 있다.

이건 소설 속 주인공 시점에서 내 시점으로 전환되는 걸 의미하겠지.


그리고 내 그간의 ‘활약’ 이 마음에 들었다면, 여론에게 호감도를 쌓을 수 있다.

내게 쌓인 호감도가 페이드를 뛰어넘으면 주인공 자리가 교체 된다 이건가.


‘현재 호감도는 12배 차이.’


하지만 이것도 적은 차이이다.

원작에서 페이드의 초반 평가는 별로 좋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여러 사건사고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져서, 그 성장의 모습에 수많은 독자팬을 확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말해 페이드의 호감도는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내가 그걸 따라잡으려면 여러 가지로 수고가 들 터.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지만.


<여론의 시선이 당신에게서 떠났습니다.>

<다음 여론의 시선을 얻기까지 필요한 활약상 : 0/300>


나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 손을 탁탁 털었다.

몸을 돌리니 한스와 폰이 보인다.


“뭐야. 니들 아직 안 갔냐?”

“형님!”

“두목!”


갑자기 둘이 내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한스가 말한다.


“오늘 전 형님에게 다시 한 번 반했습니다!”

“죽고 싶나.”

“원래부터 마을에서 이길 사람이 없던 형님이었지만, 설마 칼부림마저 맨 몸으로 막아내실 줄은.”


폰이 그의 말을 받았다.


“게다가 주먹 한 방에 사람을 공중제비 시키다니요. 그 정도면 사실 그 미친 괴물도 손쉽게 제압하실 수 있었을 테지요.”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자코 끌려온 것에는 뭔가 큰 뜻이 있다는 이야기. 저희도 두목의 이야기에 동참시켜주십시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생각해보면 얘들을 데리고 다니는 게 활약상이나 호감도 축적에 악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얘네는 원작에서 이름도 안 나왔으니까.

옆에 있으면 적어도 짐꾼 역할은 충실히 할 것이다.


여론의 시선도 떠난 마당이건만, 나는 괜히 폼 잡으며 말했다.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두렵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좋아. 우리는 앞으로도 함께다. 뒤처지지 말고 잘 따라오도록.”


한스와 폰이 감격한 듯 연식 고개를 바닥에 박았다.

나는 둘을 일으켜 세우고 옷의 흙먼지를 손수 털어주었다.

아크릴로서의 기억 때문에 아무래도 친동생 같은 녀석들인지라.

한스가 어쩔 줄 몰라하다 화제를 돌렸다.


“그럼 형님. 이제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나는 먼 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북쪽으로.”





목적지인 북쪽을 향하면서도 나는 활약상 수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주인공 페이드 놈을 흉내 내서, 들리는 영지마다 현상금 걸린 범죄자들을 척결하거나 용병 길드에 의뢰가 들어온 일들을 처리해 준 것이다.

대충 다섯 군데에서 그런 일을 반복했더니 활약상이 쌓였다.


<다음 여론의 시선을 얻기까지 필요한 활약상 : 10/300>


쥐꼬리만큼.


‘역시 이런 소소한 사건들로는 활약상이 쌓이지 않는군.’


괜찮다.

지금까지의 일정은 하나의 실험이었다.


‘엑스트라 최강.’


과연 이 능력이 어느 수준까지 통할 것인가를 알아본 것이다.

실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엑스트라는 그 기준이 미묘하지만, 사전적 의미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을 뜻한다.

제아무리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라도 내 원작에서 이름은커녕 존재조차 등장하지 않은 이상 엑스트라 미만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전혀 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활약상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건 여론의 관점에서일 뿐, 실제 이 세계 속에서는 나름대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이번 일은 길드를 통해 해결했는데, 범죄자를 넘겨주고 약속한 보상을 받은 뒤 길드장이 내게 악수를 청했다.

꾸욱.

그리고 그 악수한 손을 놓지 않았다.


“당신 본명을 숨겼지? 거기 뒤의 둘도 마찬가지고.”

“무슨 말씀이신지?”

“그 덩치와 인상이 숨겨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네. 한때 모드윈 영지에서 산적 두목으로 이름을 떨친 아크릴 데이그 씨 아니신가?”


내가 인상을 구기자 길드장이 얼른 악수를 푼다.

그리고 오해 말라는 것처럼 손을 휘 저으며 말했다.


“딱히 고발하겠다는 건 아닐세. 그러니 인상 좀 풀어.”

“......?”

“어차피 용병들이야 반쯤 범죄자들의 집합소지. 여기에 모인 친구들 중에는 댁보다 더 험한 과거를 가진 이들도 많아.”

“하고 싶은 말이 뭐요.”

“탈옥 후 벌써 여기가 다섯 번째로 들린 영지로 알고 있네만, 언제까지 그렇게 떠돌아다닐 건가. 아예 정식으로 우리 길드에 소속되는 게 어때? 내 과거는 확실하게 지워주지.”


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필요 없소. 할 말이 끝났으면 가보지.”

“흐. 이거 아쉽게 됐군. 물론 자네에게.”


따악.

갑자기 길드장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 그림자처럼 앉아있던 인영이 몸을 일으켰다.

장발의 장검을 품에 안은 남성이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무시무시한 기세를 풍기며 다가온다.

그는 우리와 2미터 정도 거리를 떨어뜨리고 섰다.

길드장이 말했다.


“소개하지. 우리 길드에서 자랑하는 특 A급 용병, 가드너 펠컨일세.”

“......”

“질풍의 가드너라는 이명 정도는 들어봤겠지?”


아니. 원작에 안 나오는 인물이라서.

즉 엑스트라라는 말이지.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좋은 저녁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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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엑스트라 최강 +6 24.03.20 1,468 35 13쪽
1 프롤로그 +6 24.03.20 2,034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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