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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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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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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
글자수 :
176,134

작성
24.03.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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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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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3쪽

엑스트라 최강

DUMMY

주인공 놈...... 아니, 계속 이렇게 부르긴 뭐하니까 페이드 놈이라고 하자.

페이드 놈은 나와 부하 둘을 영주에게 넘기고 휙 떠나버렸다.


그 바람 같은 모습은 내가 설정한 그대로다.

초반 주인공은 독학으로 배운 검을 휘두르며 실전에서 성장하는 용병이었으니까.

게다가 방랑벽 설정도 추가해서, 특정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 용병이었다.

나중에 여러 인연들을 만나며 용병에서 벗어나 또 다른 전개에 접어들지만...... 그건 나중 얘기니까 관두자.


지금 중요한 건.


<주인공과 헤어졌습니다. 여론의 시선이 당신에게서 떠났습니다.>

<다음 여론의 시선을 얻기까지 필요한 활약상 : 0/100>


생각해 봤는데, 굳이 다시 여론의 시선을 얻을 필요가 있나?

죽다 살아났으니 이제 어딘가에 짱 박혀 쥐 죽은 듯이 살면 되잖아.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한때는.


<목표는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 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도입 전까지 주인공이 되지 못하면 당신은 소멸합니다.>


문제는 이거다.


‘소멸한다니. 죽는다는 건가?’


왠지 느낌상 그런 단순한(?) 문제는 아닐 것 같다.

마치 존재의...... 영혼의 소멸을 얘기하는 듯하다.

이 세계에 남지도 못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그런 비참한 상태가 될지도 몰라.


‘마지막 에피소드 도입 전이라면...... <그 일> 이 일어나기 전까지를 말하는 건가.’


내가 휴재에 휴재를 거듭한 것도 그 ‘마지막 에피소드’ 의 결말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원작 화수로 따지면 대충 250화 전후?

작품 속 시계열상으로 따지면 지금으로부터 8년 정도 지나서일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함께 쇠사슬에 묶여 있는 부하 두 놈이 말을 걸었다.


“형님. 웬 한숨이십니까. 피곤한가요?”

“역시 그 미친놈을 쳐 죽이지 않은 걸 후회하시는군요.”

“솔직히 형님답지 않았습니다. 그런 놈은 주먹 한 번 휘두르면 머리가 으깨졌을 텐데.”

“아무렴 두목의 생각이 다 있겠지만...... 그래도 그 놈은 우리 의적단을 전멸시켰어요. 그 녀석들 우리만 바라보던 해바라기였는데.”

“물론 형님께 뭐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쩐지 석연치 않습니다요. 뭣보다 우리 이대로 가면 사형 아닙니까?”


시끄럽다 이것들아.

난 원작에 이름이라도 나온 엑스트라지, 니들은 이름은커녕 외견 묘사도 없었어.

그런 것들을 살려줬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들 이름이 뭐더라?’


그렇게 궁리하자 곧 두 놈의 이름이 떠올랐다.

아크릴 데이그로서의 기억이 부상한 것이다.


“한스. 폰.”

“넵. 형님.”

“예. 두목.”

“진짜 성의 없는 이름들이구만.”

“예?”

“네?”

“됐다. 생각할 게 있으니 입 닥치고 있어.”


그러자 한스와 폰이 시무룩하게 입을 다문다.

녀석들이 말한 것들 중에도 쓸만한 게 있었다.

우리 이대로 가면 사형이다.

워낙 악명 높은 산적단인지라, 영주는 재판도 없이 우리의 사형을 결정해 버렸다.

그것도 무려 공개처형이란다. 이틀 뒤에.


‘일단 이 영지를 벗어나야 해.’


다음 목적지도 대략 머리에 그려놓은 뒤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려면 무엇보다 급한 게 무력의 상승이다.

앞으로 대륙에는 온갖 기사들이 잔뜩 벌어지게 되니까.

거기서 살아남고...... 나아가 주인공 자리를 빼앗으려면 강해지는 것은 필수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한 다양한 수단들이 내 머릿속에 있다.


“그러려면 역시 탈옥해야겠군.”

“예? 형님?”

“예? 두목?”

“내 호칭은 하나로 통일해라.”

“알겠습니다. 형님.”

“그러겠습니다. 두목.”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전생 전을 회상했다.

정확히는 내가 집필했던 소설의 다음 장면을.


원작에서 페이드 놈은 산적 두목의 목(내 얘기다)을 휙 던지고 영지를 떠난다.

그러나 떠나기 전 짤막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그를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다.


“크크. 익숙한 목소리로군. 설마 페이드 아우트 네 놈이냐?”

“음?”


그 목소리는 감옥의 벽 안쪽에서 들려온 것이다.

정확히는 햇빛이 딱 한 줄기만 들어오도록 설계된 창살 너머에서.

페이드는 한 쪽 입 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그렇다만.”

“내 목소리를 기억하겠지.”

“모르겠는데? 보아하니 내가 잡아넣은 범죄자 중 하나 같은데, 원체 많이 처넣어서 말이야.”


방랑벽 주인공이긴 하지만 이 영지는 두 번째 방문한 것이었다.

두 번째 방문은 나 (아크릴)을 잡기 위해서.

그리고 나보다 앞서 방문했을 때는......


“후. 나다. 벤자민 웨일.”

“그래도 모르겠는데?”

“네 놈! 네 놈 때문에 나는 3년 째 이 독방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나를 잊었다고?”

“내가 잡범들 이름까지 하나하나 기억하고 다녀야 하나?”

“크...... 크크크! 실컷 건방 떨어둬라. 조만간 넌 내 손에 죽을 테니.”


참고로 저 발언과 장면들은 (나름대로 회심의) 복선이었다.

어설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초짜 작가한테 뭘 바래. 저 정도면 훌륭한 복선 맞지 뭐.

벤자민 웨일은 과거 페이드가 처넣은 범죄자.

녀석과의 이 대화를 소설에 넣음으로써, 나는 ‘다음 주인공이 처단할 악당은 벤자민이다.’ 라는 훌륭한 떡밥을 뿌린 것이다!


-이 작가 진짜 글 대충 쓰네 ㅋㅋㅋ 이딴 걸 떡밥이라고 ㅋㅋㅋ


라는 댓글이 어렴풋이 기억나긴 하지만 잊어버리자.


그리고 다음 화였나? 다다음 화였나.

실제로 주인공 페이드는 벤자민과 다시 조우하게 된다.

벤자민의 호언장담대로.


‘다시 말해 벤자민은 탈옥했다는 뜻이지!’


벤자민이 무슨 수로 어떻게 탈옥했는지는 소설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그런 세세한 설정까지 짜놓았을 리 없잖아.

하지만 어쨌건 녀석이 탈옥한 방법은 분명히 존재할 터.

그걸 알아내면 된다.


나는 벽에 가까이 몸을 기댔다.

그리고 옆방을 향해 입을 열었다.

벤자민의 감방이 바로 옆인 건 이미 간수를 떠본 터라 파악한 뒤다.


“옆방에 계신 분은 혹시 벤자민 씨입니까?”


한스와 폰이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바라본다.

나는 무시하고 다시 말했다.


“대답해 주십시오. 벤자민 씨 맞나요?”

“......네놈은 누구냐.”


허술한 감옥 벽을 통해 놈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나는 아크릴 데이그라는 사람입니다.”

“아크릴...... 기억에 있는 이름이군. 요즘 영지에 악명이 자자한 산적 두목이로구나.”

“감옥에서도 바깥소식이 훤하신 모양이군요.”

“면회 올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인생은 아니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 영지에서 꽤나 이름값을 높인 모양이던데.”


그런 것에 이름값 운운해도 되는 거냐?

누가 만든 캐릭터인지 원.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제게는 선배님이 되시겠어요.”

“후. 그래도 주제는 아는 녀석이로군.”

“며칠 전 페이드 그 놈과 나눈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물론 본의는 아니었으니 용서해 주시길.”

“......됐다. 페이드와 이 몸의 악연은 소문이 자자한 것. 굳이 그 대화가 아니더라도 모를 리가 없지.”


너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


“저도 페이드에게 잡혀온 몸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동지라 할 수 있어요.”

“흥. 곧 죽을 놈이 동지 타령은. 너는 이틀 뒤에 사형일 텐데?”

“여기서 빠져나가면 아니게 되겠지요.”

“하하. 탈옥을 하겠다는 거냐? 그야 여기가 ‘지옥’ 같은 감옥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감시가 탄탄한 곳인데?”


참고로 녀석이 언급한 ‘지옥’ 이라는 감옥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 이름으로서, 나중에 원작에도 등장하는 주요 무대이다.

물론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이름이니 가볍게 무시하자.


“제가 아는 벤자민 씨라면 진즉 탈옥할 방법을 마련했을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를.”

“제게도 그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웃기는 소리. 내게 탈옥의 재주 따윈 없어!”

“페이드에게 복수하고 싶으시지요?”


순간 벽 너머에서 헉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대화를 엿들었다고 했잖습니까.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죠.”

“......그건 그냥 해본 소리일 뿐이다.”

“저는 페이드의 다음 행선지를 알고 있습니다.”

“......! 뭣? 네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놈에게 끌려오면서 들었어요. 녀석이 직접 지껄이더군요. 말동무할 상대라도 필요했던 모양이죠.”


당연히 페이드는 떠들지 않았다.

한스와 폰도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바라본다.

나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말했다.


“저와 함께 탈옥합시다. 제가 페이드 앞에 선배님을 안내할 테니.”

“그건...... 조금 구미가 당기는군.”

“시간은 이틀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까지도 필요 없다. 후후, 사실 거사는 사흘 뒤였다만 조금 앞당기는 거야 일도 아니지.”


그는 시원하게 탈옥 계획을 오픈해 주었다.

그것은 개연성 똥망 소설답게 허술한 계획이었다.

손재주 좋은 벤자민의 수하가 면회 때 몰래 간수의 열쇠고리를 가짜와 교체했다.

그리고 틈을 타서 벤자민에게 그것을 넘겼다는 이야기다.


‘그게 가능하면 왜 3년이나 여기 썩어 있었냐?’


라고 묻지는 않기로 했다.

애초에 이건 원작에서 설정한 적도 없는 내용이지 않은가.


“거사는 오늘 밤이다.”

“잘 알겠습니다. 기다리지요.”


그렇게 우리 둘의 대화는 끝났다.

나는 목을 우둑 풀고 몸을 돌렸다.

한스와 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두목. 페이드 놈이 다음 행선지를 밝혔던가요?”

“후...... 한스.”

“저 폰입니다.”

“한스나 폰이나. 아무튼 둘 다 잘 들어라. 오늘 밤 우리는 여기를 나간다. 그리고 우리 인연은 거기까지야.”


그러자 녀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계속 말했다.


“우리의 보금자리는 이미 무너졌다. 다시 돌아갈 곳 따윈 없어.”

“하, 하지만 그게 형님과 헤어질 이유는 아니지 않습니까.”

“내게는 다른 계획이 있다. 너희들은 함께 할 수 없는 계획이.”

“두목......”


호칭 통일하라고.

아니, 이제 굳이 그럴 필요도 없긴 하다만.


“그동안 고마웠다.”

“크흡.”

“흐어엉.”


녀석들은 아크릴(나)의 고향 마을 동생들이었다.

일전에 언급한 대로 영지전에서 마을이 몰살당하고 함께 도망 나온 사이.

가히 평생을 함께 봐 온 사이이다 보니 저들의 반응도 이해가 갔다.

물론 김명철로서의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나는 몸을 눕히고 휙 등을 돌렸다.


“자둬라. 오늘 밤은 바빠질 테니.”


그렇게 말하고 코를 훌쩍였다.

킁.

뭐야. 왜 내 코끝까지 찡한 건데.

이건 아크릴로서의 기억 탓이려나.





그날 밤.

탈옥은 식은 죽 먹기였다.

실제로 식은 죽 먹기니까 원작에서 벤자민이 페이드를 찾아간 것이겠지.

그러고 보니 원작의 벤자민은 안내자도 없이 어떻게 페이드의 다음 행선지를 알아냈대?


‘내 소설이 다 그렇지 뭐.’


야음을 틈타 무사히 탈옥에 성공하자 벤자민이 끄아아 기지개를 켰다.


“하아. 이 상쾌한 밤공기. 역시 저 안쪽과는 냄새부터가 다르군 그래.”

“고생하셨습니다.”

“크크. 아니, 고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약속은 지키도록.”


페이드 앞에 안내하겠다는 약속 말이겠지.

하지만 모름지기 악당의 약속은 깨기 위해 하는 거다.

물론 나는 원작가인 만큼 페이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녀석을 만날 생각은 없어.

나는 나대로 강해져야 하니까.

당연히 벤자민을 페이드에게 안내할 일도 없는 것이다.


‘대충 녀석의 위치나 전달하고 헤어져야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탁, 하고 화면창이 떠올랐다.


<무사히 탈옥했습니다만, 활약상은 차오르지 않았습니다.>

<활약상은 평범한 행동과 선택으로 차오르지 않습니다.>

<여론에게 상당한 수준의 감흥을 불러와야만 활약상으로 인정됩니다.>


엥?

그래도 일단은 탈옥에 성공했는데 활약상이 그대로라고?

여론의 감흥을 불러와야 한다고?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보자. 독자들은 어떻게 나와야 좋아하려나.’


순간 내 생각이 ‘엑스트라 최강’ 에 미쳤다.

저번에 튜토리얼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능력.


‘엑스트라 최강이라. 이건 대체 뭘까.’


그렇게 생각하자 화면창에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고유능력 1. 엑스트라 최강>

-당신은 모든 엑스트라 중 최강입니다.

-엑스트라 최강 능력으로는 주인공과 조연들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오호라. 이 능력이라면......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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