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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너드 님의 서재입니다.

개화기 무림의 대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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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메이너드
작품등록일 :
2022.10.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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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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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중원의 분열

DUMMY

"이사회의 의견을 들어 봐야 한다더니···."


의견은 무슨. 메이너드의 마음이 정해진 순간 그들은 한낱 거수기로 돌변했다. 누가 이제와서 감히 총재이자 총독에게 반기를 든단 말인가. 어디 사소한 안건에서라면 모를까.

본인이 부총재와 함께 전장에 나서겠다는 걸 무슨 이유로 막을 수 있을까. 설령 그럴듯한 이유를 가져온다 한들 어떻게 말릴 것이고.


이사회에서 참전의 이유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오직 참전의 대가로 뭘 받을지만이 그들의 관심사였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고 나니 전쟁 준비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연합회사 전체가 한몸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두 명을 제외하면 그 불만을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메이너드에게 말대꾸 한 번이라도 해 보는 자는 오직 사취국의 총영사가 유일했다.


"이럴 거면 외교권은 왜 요구하신 겁니까? 현지에서 뜻을 정하면 본국에서 그대로 따라야 하는 줄 아십니까? 이럴 순 없습니다. 전쟁이란 일을 이렇게 독단적으로 결정하시다니요!"

"내가 남중원의 총독이라도 되는 줄 아시오? 그들이 직접 표결에 부쳤고, 그냥 통과도 아닌 만장일치요. 반대로 내가 독단적으로 이를 뒤집는 것은 옳단 말이오?"


사취국 총영사는 거친 항해를 통해 부임해야 하는 만큼 고위직 치고는 젊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메이너드의 위세가 두렵지 않다는 듯 당당하게 나섰다.

그러면 천하의 메이너드라도 그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연합회사의 번영은 어디까지나 본국에 기대어 있는 바, 그들에게 통하는 창구 하나를 스스로 망쳐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저 그럴듯한 정론만을 앵무새마냥 반복할 수밖에.

어차피 그런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지난번 아편 전쟁 때에도 전쟁을 반대하는 자들은 많았다. 그래 봐야 한 번 결정된 사항을 막을 수는 없었고, 사취국은 전쟁의 승리로 큰 피해 없이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결국 승리하여 본국에 이득을 안겨 주기만 한다면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정이 아닌 결과를 보니까. 그러면 오히려 외교권이 왜 필요한지 설득할 근거가 생기는 꼴이다.

물론 같은 열강들과의 외교와 같은 중한 권한이 아닌, 중원 내외의 삼류 국가들에 국한된 권한이어야겠지만. 그 이상은 연합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니.


"그럼, 바로 출발하실 생각이십니까? 재차 송호를 점령하러 가실 겁니까?"


총영사도 이 상황을 이해했는지, 시간이 좀 지나자 확연히 누그러들었다.

그것과 별개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리 현명하지 않았다. 송호는 무슨. 그런 짓을 했다간 이겨도 문제고, 지면 더더욱 문제다.


"우리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대기할 것이오.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피를 흘리겠소. 나중에 저들이 먼저 움직이면, 무너진 균형만 맞춰 주면 그만이지."

"방침은 나쁘지 않군요. 그럼 송호에 있는 우리 상인들의 상행 보장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광주로 옮겨 오라 하시오. 지리적으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닐지 몰라도, 연합회사의 보호를 받는 것이 훨씬 안전하지 않겠소?"

"···참으로 유감스런 일입니다. 그들 모두 중원의 기독교 왕국에 기대를 걸고 있었을 텐데···."

"그들이? 그럴 리가 있나. 천주신교는 몰라도 그들과 손을 잡은 사도련에 대해선 아주 잘 알고 있는 자들이요. 그 나라가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걸 그들이 가장 잘 알 거요."


결국 이거였나. 메이너드는 어이가 없어 그저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외교관이라는 자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라면 다른 이들은 볼 것도 없었다.

기독교라는 겉껍데기를 뒤집어 쓴 덕분에 그들이 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긴 한 모양이다. 이미 한 번 꺾은 바 있는 상나라 황실에 비교하면 더더욱.

꽤 곤란한 일이었다. 이러다간 승리하여 이득을 안겨 주고도 동방의 기독교 탄압자로 낙인 찍힐 상황이 아닌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대가 직접 가서 그들을 만나 보시구려."

"제가 직접 말입니까?"


봐서 모른다면, 직접 찍어 먹어 보게 할 수밖에. 메이너드는 가벼이 제안했다.

이미 알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태평천국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들의 힘도 힘이거니와 중화의 마음은 결코 꺾이는 법이 없으니.

그들에게 사취국은 바다 건너 오랑캐에 불과하다. 아편 전쟁 또한 상나라가 힘을 집결하지 못해서 진 거지, 그들이 약해서 진 게 아니니까. 중원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 되었으니, 그들은 중원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세우려는 듯 오만함을 회복하고 있었다.


설령 우두머리 몇몇이 자제하려 해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중 절반이 패권을 위해 천주신교와 손을 잡은 나일론 신자들인데, 사취국의 외교관을 대우해 봐야 얼마나 해 줄까. 가서 푸대접을 받아 봐야 이들이 십자군과 다르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바탕으로 본국을 설득할 수 있다면 더욱 좋고.


"이미 저들 우두머리의 후계자란 자가 내 취임식에 와서 깽판을 쳐 놓고 갔소. 그래도 모르시겠다면 가셔서 직접 겪고 오시구려. 이단보다는 차라리 이교가 났다고 한 조상들의 말이 이해가 될 거요."


그는 긴가민가하면서도 메이너드의 말에 따랐다. 송호의 상인들을 철수시키러 가는 배에 올라, 거꾸로 태평천국으로 향한 것이다.

가뜩이나 관계도 안 좋은데, 저런 용건으로 찾아가니 반응은 격렬할 수밖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여러 내부 정보를 가져온 건 덤이었다.


"저들은 국가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경제학의 기본인 '보이지 않는 손'조차 이해하지 못해 공동 생활을 하는 자들이 무슨 번영을 이루겠습니까. 기독교 교리도 아는 것이 일천하고 미사 방식은 뒤죽박죽이나 정통 사제의 조언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더랍니다

"고생 많으셨소. 저 치들은 아직도 저가 호랑이인 줄 아니 배움을 필요로 합니다. 그저 짐승처럼 되는 대로 나아갈 뿐이지요."


아직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기도 전이다. 미리부터 공동경제를 강조하니, 저들을 선구적인 공산주의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들이 발전하여 현대의 공산당이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순간 메이너드의 머릿속에 떠오른 적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메이너드의 기억 속 어디에서도 공산당에 기독교적인 면모는 없었으니까.


메이너드는 그런 그를 위로하며,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뽑아냈다. 그러다 보면 과연 총영사라는 자리는 포커로 딴 게 아닌지, 그들의 내부 사정에 대해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었다.

듣자하니 그들의 사정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듯했다. 그야 자기들끼리도 잘 단합이 안 되었는데 난민을 받고 안휘성을 삼켜 덩치만 커졌으니, 추스르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덕분에 시간은 넉넉했고, 전쟁 준비는 순조로웠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 어느날 밤에 이르렀다.

그날따라 유달리 큰 보름달이 떠 달빛이 밝았으며, 그 때문인지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슬쩍 창밖으로, 시계탑의 골조에 임시로 걸린 시계를 보면 이미 새벽이 반쯤 지나가 있었다.

메이너드는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쓰고 있던 책을 검토했다.

그러다가 얼마 안 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니, 숨이라도 돌리기 위해 시원한 밤바람이나 맞으러 나갔다.

한동안 그러고 있으면, 메이너드는 자신과 비슷한 표정의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에티앙 선배? 이 시간에 잠도 안 자고 뭐 하십니까?"

"뭘 하긴. 보아하니 자네 또한 비슷한 상황인 것 같구만.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해서 생각이나 정리할 겸 걷고 있었네."

"이 시간에요? 젊어진 지 얼마나 되셨다고, 여자라도 만나 상사병에라도 걸리셨습니까?"

"처자는 무슨. 그런 게 아니라 내 얼마 전에 점술을 쳐 보았는데, 보름달이 뜬 밤에 운명을 가를 일이 시작된다더군. 그게 이상하게 신경 쓰여서 잠이 오지 않지 뭔가?"

"점술? 그런 걸 믿으셨습니까? 과정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미신에 의지하실 줄은 몰랐군요."


메이너드가 아는 에티앙은 한없이 이성적인 인물. 고작 점술에 현혹될 사람은 아니었다. 젊어지면서 호르몬의 균형에 변화가 생겨 성격이 바뀌기라도 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두 초월자의 청각에 저 멀리서부터 소란이 이는 것이 들려왔다.


"초월자의 직감에는 초월적인 부분이 있기 마련이겠지. 심심풀이 겸 확인이나 할 겸, 점술을 펼쳐 보았네만, 우연히도 오늘은 일치하는 모양이구만."


에티앙은 득의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이에 메이너드는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아무리 초월의 경지가 고절하다 하더라도 결국 물리 법칙을 벗어나지는 않을 터. 아마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소란을 무의식중에 느끼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의 점술이야 아마도 그저 우연에 불과하겠지. 그런 것이 지금의 무의식적인 직감과 합쳐져 진짜처럼 느껴진 것뿐이고.

그런 것들이야 여유 날 때 천천히 확인해 보면 될 일이었다.


곧 전령이 백룡장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소란에 사람들이 잠옷 바람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다.


"총재 각하! 급보입니다. 태평천국군이 북벌을 선언하고 군대를 움직이기로 뜻을 모았답니다!"


그만한 규모의 조직이 움직이려면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티가 안 날 수가 없다. 첩보각에서 그것들을 수집해서 낸 결론이 전해진 것이다.

북벌이라. 아무래도 전장이 결정된 듯했다.


"내일 날이 밝자마자 배에 오를 수 있도록 모두에게 전파하라. 중원으로 갈 것이다."


중원. 넓게 보면 이 대륙 전체를 의미하지만, 아주 먼 옛날에는 그중에서도 중앙의 한 지역을 일컬었다. 바로 상나라의 수도가 위치한 중경 부근의 지역이었다.

새로운 전장이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기약 없이 준비하던 일인 만큼, 명령은 신속히 실행되었다. 후방은 차기 총재에게 맡겨 두고, 군사와 군수품을 가득 실은 사취국 동양함대가 해가 중천에 뜰 때쯤 부두를 떠났다.


그들은 육지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중경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에 관군이 태평천국군의 발목을 최대한 잡아,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버텨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기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산동성의 한 항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자들은 태평천국군이 아닌 관군이었다. 적어도 아직 여기까지 태평천국군의 마수가 뻗치지는 않은 것이다.


"잘 맞춰 오셨습니다, 총재시여! 땅을 딛으시어 여독을 풀으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이미 놈들이 지척에 있습니다. 조우하기까지 며칠이 채 걸리지 않을 터이니, 부디 잘 준비하소서."


그들을 맞이한 관료들은 기꺼이 숙영지와 풍족한 식량을 제공했다.

얼핏 보기에 배를 타고 온 자들의 수가 많지 않아 보였으나, 사신인 계단왕이 기이하리만큼 승리를 자신하였다 들었다. 그 이유야 이들과 같은 말단이 알지 못하지만, 분명 시답잖은 것은 아닐 터였다.


연합회사의 군대는 크게 셋으로 나뉘어졌다. 천축을 통해 고용한 용병들. 예전부터 경비회사에서 종사하던 낭인 출신 가드들. 스티븐스가 새로이 모집해 훈련한 남중원 용병회사의 용병들.

다 합쳐서 일만이 채 되지 않았으나, 빈 숫자는 관군이 채워 주기로 입을 맞춘 상태였다. 어차피 그들이 원한 것은 초월지경에 이르렀다는 부총재의 무력과 신무기였으니.


다음날 아침이 밝자 메이너드는 군영을 에티앙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면 황하강을 따라 쭉 뻗은 넓은 들판이 그를 반겼다. 그 너머의 지평선으로는 산동山東이란 이름에 걸맞게 두툼한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저들이 신중히 나온다면 지형지물을 이용해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을까 싶었다. 총포를 상대하기엔 그 편이 유리할 테니까.

물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싸워 줄 필요는 없겠지.

마침 그들이 중경으로 가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장애물이 있으니, 전투를 강요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놈들이 황하를 건너려 할 때를 노린다. 황하강 유역의 평원에서 전투를 강요한다면 이를 피하긴 어렵겠지."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경의 총포를 이용하기에 그만한 환경이 달리 없겠지요."


정찰을 나갔던 메이너드가 돌아오자 대략적으로 전략이 짜여졌다. 여기에 군부가 호응하니,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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