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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너드 님의 서재입니다.

개화기 무림의 대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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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메이너드
작품등록일 :
2022.10.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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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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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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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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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쟁의 여파

DUMMY

당문의 지하감옥은 이전만큼 삼엄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금은 온 당문의 신경이 팔려 있었으니.

이곳의 책임자 또한 당씨 성을 쓰는 무인이라, 아마 대전에 열리고 있는 회의에 참여하게 된 듯했다.

그의 부하들은 메이너드를 막지 않았다. 설령 아무리 깐깐해 보이는 자라도, 현 당문 최고의 실세인 당예화가 작성한 명령서를 꺼내 들면 태도가 눈 녹듯이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메이너드는 안쪽의 한 밀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철컹. 두터운 철문을 열고 들어갔음에도 안쪽에선 아무 반응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쪽 벽면에는 분명한 한 남자가 묶여 있었다. 다만 눈이 가려져 있는 통에 그저 간수가 들어온 줄로 알았을 것이다.

그에게 봉해진 것은 눈뿐만이 아닌 듯했다. 그의 입은 막혀 있지 않았으나, 사실상 봉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말을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 저렇게 지친 와중에 입을 열 의지가 없는 것이다.


"좀 어때. 살 만 하던가, 지곤?"


메이너드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누가 찾아왔는지 알아챈 듯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메이너드는 가까이 다가가 그의 눈에 씌워진 안대를 벗겨 주었다. 그제서야 그들이 서로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불과 며칠만의 만남이었다.


"···메이너드, 네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당지곤의 입에선 가래 끓는 목소리가 힘없이 새어 나왔다. 그동안 고생이 워낙 많았는지, 목소리에 영 힘이 없어 알아 듣기도 힘들었다.

만약 그의 말을 정확하게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생깨나 해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실험쥐가 무어라 찍찍거리는지 알아들을 수 있다면 물론 색다른 경험이겠지만, 크게 의미는 없는 일이었다.


"가주에게 자네에 대한 자유이용권을 얻었네. 내 자네에게 빚을 진 것이 있지 않은가. 하여 자네의 단전을 회복시켜 줄 생각이네."

"···그게 무슨 개···."

"자네의 무공을 되돌려 주겠다는 거지. 그러니 부디 적극 협조해 주었으면 좋겠군."


메이너드는 미지근한 물을 가득 담은 컵을 내밀었다. 그러자 지곤은 시리도록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으나, 이내 그 물을 받아 마셨다.

벌컥, 벌컥. 어찌나 목이 말랐는지 반쯤은 턱 밑으로 흘려보내면서도 게걸스럽게 삼켰다.


그러면 그 물에 담긴 마력을 통해 그의 몸속 정보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설령 아무 일반인을 데려다 놓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렇게 깔끔한 결과를 얻진 못할 것이다. 그럴 만큼이나 지곤의 몸 상태는 몹시 엉망이었다.

단전은 갈기갈기 찢겨져 한 톨 만큼 남은 내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차라리 갓 죽은 시체가 더 나을 판이었다. 이러니 마력에 저항력이 전혀 없을 수밖에.


"흐. 흐어으으···."


그의 입에선 맥빠진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는 도저히 회복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극히 특수한 반응이었다.

그가 먹인 물에는 마력만이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어렵게 공수한 각성제가 지금쯤 심오한 '깨달음'을 주고 있을 것이다.

천시안법의 목표와 같이 한 순간을 천 번으로 쪼개 보는 것도 지금의 그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집중하게. 내 기존 자네의 심법과 비슷하게 내공을 이끌어 주겠네. 무공을 되찾고 싶다면 거부하지 말고 따르게. 이대로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가주 또한 자네가 죽기를 원하지 않아."


마지막 실험 재료인 '희망'을 주입하자, 그제서야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메이너드는 그의 몸속에 인공 마력 기관을 형성했다. 그 모양은 당문의 묘지에서 본떴던 그대로였다.

이는 아무래도 당문 고유의 심법에 최적화된 회로다 보니, 바로 스스로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해서 같은 당문의 무인인 당지곤에게 시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한 술에 화경에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면서 한참 동안이나 그들은 내력을 운기했다.


"끄으윽···."


처음에는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아마 이는 약기운에서 비롯된 내공 운용의 정교함 덕분일 것이다. 이 추측은 얼마 가지 않아 기껏 재구성한 단전이 무너지면서 사실임이 드러났다.


"제기랄. 좀 버텨 봐. 살아야지! 나가서 널 이 꼴로 만든 놈들에게 복수하고 떵떵거리며 살아야지 않겠나!"


메이너드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섞였다. 이대로면 실험 실패가 뻔한 상황이었다. 뭐 어떻게 안 되나?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마력의 흐름에 집중했으나, 이내 그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마력 순환에 있어서도 중심부인 심장부가 뛰고 있지 않았으며, 그 외에도 곳곳이 진탕되어 있었다.


만약 메이너드가 의사였다면 겸허히 사망 선고를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마법사 메이너드는 식어가는 그의 몸을 한참이나 붙들고 있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지? 그의 건강 상태가 너무 나빴다? 아니면 단순히 마력량이 모자랐나? 아니야. 억지로 대량의 마력을 밀어 넣어 봐야 애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와 같은 무지의 연쇄는 연구자 입장에선 놀랍도록 끔찍한 일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른다면, 대체 무엇부터 개선해야 한단 말인가. 그가 지곤 대신 눈이 멀기라도 한 듯이 까마득한 심정이었다.


후우. 메이너드는 한숨을 푹 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의 연구 동료, 에티앙이었다. 에티앙은 통찰력이 뛰어남은 물론이거니와, 메이너드보다 훨씬 절실하게 초월을 원하고 있었다.

그야 언제 당가주처럼 죽게 될지, 사람의 운명이란 도통 알 수가 없으니까.


돌아가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뭐라도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메이너드 경. 볼일은 마치셨습니까?"

"그래. 안쪽의 시체는 내 장원으로 옮겨 주겠나?"

"···시체, 말입니까?"


밖으로 나오자 간수들이 말을 걸었다. 그들이 그토록 학대하던 죄수였음에도, 막상 죽었다고 하니 싱숭생숭한 모양이었다. 머뭇거리는 그들에게 그 명령이 입력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주에겐 내가 말하지. 자네들은 운송 준비만 해 주게. 내 부하들을 보낼 테니 그들에게 잘 인도하기만 해 줘."


가주, 당예화의 이름이 나오고서야 그들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혹시 모르니 가주에게 똑똑히 말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그것도 나중 일이었다. 우선 실험 과정이 생생하게 기억날 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메이너드는 그 길로 곧장 장원으로 돌아가, 소천을 가주에게 보냈다. 이제 소천이 알아서 시체를 챙겨 줄 것이다.

쉴 틈도 없었다. 메이너드의 서재에서는 밝혀진 램프등이 꺼질 줄을 몰랐다.


"총재 각하. 실례합니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메이너드는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조금 둔하게 고개를 들었다. 책상 위 노트에 한동안 집중하던 탓에 목과 손목이 시큰거렸고, 눈이 따가워 휴식이 절실한 상태였다.


"누구인가."

"사도련의 소문주, 천우진이라 합니다."


그러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만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천우진. 아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며, 여기서 들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기대하지 않은 이름이기도 했다. 중원의 동쪽 반대편에 위치한 송호에서나 있을 사도련주의 제자 이름이었으니.


메이너드는 순순히 응접실로 향했다. 그러면 과연 익숙한 얼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진? 이것 참, 오랜만일세. 신수가 훤하군. 그동안 꽤 잘 지낸 모양이야."

"예, 경과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괜찮게 지냈습니다. 경도 참, 돌아오시자마자 기약 없이 폐관에 들어가버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 후로 종종 광동성에 들렀습니다만 한 번도 뵙질 못했으니···. 뭐, 덕분에 부총재 님과만 친해 졌지요."

"하하. 미안하군. 그땐 아무래도 마음이 너무 급했어."

"뭐, 성과가 있으셨다면 저도 괜찮습니다. 저도 무인이니만큼 그 마음, 당연히 이해합니다."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로, 그의 몸은 아주 건강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전에는 좀 마라 보였는데, 지금은 근육이 늘어 탄탄한 무인의 몸의 모범이라고 할 만했다. 그의 기세 또한 많이 정돈되어, 지난번의 그가 풋내기로 보일 지경이었다.


"메이너드 경은, 적어도 겉으로는 하나도 변하지 않으신 것 같군요. 마음 같아선 폐관의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당장이라도 가르침을 청하고픈 마음입니다."

"왜,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예. 제가 여기에 온 건 임무 때문이니까요. 사사로이 검을 뽑았다가 지장이라도 생기면 곤란합니다."


그의 외면이 변한 것에 비해 내면은 딱히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을 통해서는 강렬한 호승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그런 태도에 감화되기라도 했는지 메이너드도 어쩐지 몸이 근질거리는 듯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강자와의 싸움에 리스크가 없을 순 없었다. 메이너드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들은 한동안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의 근황. 송호와 광동은 별 일이 없었는가, 등등.

그러다 보면 은근슬썩 서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가령 메이너드가 광동성의 현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별로 관심도 없다는 것. 혹은 우진이 그동안 많은 실전을 거치며, 꽤나 거친 나날을 보내었다는 것.


"사도련을 공격하는 정신 나간 놈들이 이 시대 중원 무림에 있던가?"

"없진 않습니다. 대개는 장강 이북에서 넘어와 번왕부와 붙어먹은 정파 놈들입니다. 본분에 맞게 도나 잘 닦을 것이지,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키고 다니는 사고뭉치들이지요."


그는 옷깃을 걷어 어깨의 검상을 보여 주었다. 얼마 전 정파의 고수에게 입은 상처라 했다.


그래도 메이너드가 살문을 정리해 준 덕분에 밤에는 좀 편히 잘 수 있었다는 말 또한 덧붙였다.

이는 어찌 보면 중요한 대화겠으나, 그리 핵심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만약 알고 싶었다면 송호의 상인들을 통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본론은 차 한 잔을 다 마셔갈 때가 되어서야 나왔다.


"경께서 태평천국의 반군을 몰래 지원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하여 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라고 스승님께서 절 보내셨습니다."

"···진위를 확인한다라. 확인한 다음에는 어쩔 셈인가."

"당연히, 저희도 끼워 달라고 해야죠."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대답에 그만 메이너드는 눈을 꼭 감아 버렸다.

누구 인생 망칠 일 있나. 남의 나라 반란에 끼어들 정도로 메이너드는 무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가 여기까지 대놓고 말한 것은 분명한 결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려고 해 봐야 휘말리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길을 놓아주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네. 다만 장사의 사람들에게 다리를 놓아줄 수는 있지."

"좋군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더이상 번왕부의 횡포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어떻습니까. 그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려면, 그들의 종교에 귀의해야 할까요? 혹시 그렇다면 도움을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뭐, 그것까지는 필요 없을 걸세. 적당히 존중만 해 주고, 포교만 허락해 준다면야.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 선교사들의 책 정도는 지원해 줄 수 있을 걸세. 그 정도면 천주 신앙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걸세."


메이너드는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 머릿속은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과연 이들의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예측하기 아주 어려운 일이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해 보였다.

조만간 관군에 양질의 무기를 착실하게 전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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