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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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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쟁이
작품등록일 :
2016.01.10 21:43
최근연재일 :
2016.01.29 08:0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2,850
추천수 :
257
글자수 :
109,885

작성
16.01.18 12:24
조회
519
추천
7
글자
10쪽

1. 영원의 돌(17)

DUMMY

아둠은 멈춰섰다. 한눈에 보기에도 화려한 저택이 눈앞에 보였다. 넬슨을 협박해 게슈타크의 저택 위치를 알아낸 뒤 쉼없이 달려왔다. 정문을 지키는 경비병은 둘. 아둠은 저택의 담장을 빙 돌면서 머릿 속으로 침투계획을 세웠다.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택의 규모가 아둠의 예상보다 훨씬 크다. 그럴수록 경비는 엄중하기 마련이다. 그냥 좀 잘나가는 보석상인 줄 알았더니 그 정도가 아닌가 보다. 게쉬타크는 아둠의 예상보다 훨씬 부유한 상인이었다.


“저기...”


어깨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아둠의 고개가 돌아갔다. 들쳐업힌 이리나였다.


“다 왔으면 내려주면 안될까요? 하도 들썩거렸더니 가슴이...”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다. 아둠의 어깨에 명치가 닿아있어 아둠이 전속력으로 달려올 때마다 계속 부딪친 모양이다. 아둠이야 간지러운 수준이지만 그녀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아둠은 그녀를 붙잡고 내려주었다. 이리나는 다시 땅을 밟으며 대지의 고마움을 몸으로 느꼈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그녀는 얼마간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고 비틀거렸다.


아둠은 휘청이는 이리나와 게쉬타크의 저택을 번갈아 봤다. 그녀를 데리고 저택으로 들어갈 순 없다. 하지만 그녀를 놓아줄 수도 없다. 아둠은 대체 왜 그녀를 업고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맹장 길드에 놓고 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험한 남자들만 드글거리는 곳이라 그녀 입장에선 무섭겠지만 자신과 연관된 여자니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 여자를 걱정하는 것부터가 웃긴 일이다. 아둠이 겪고있는 이 고생의 원흉이 바로 그녀가 아닌가. 오히려 순찰대를 피하면서 오느라 시간이 두 배는 걸렸다. 한밤 중에 어깨에 여자를 들쳐 메고 달리는 남자라니...


‘내가 순찰대원이라도 무조건 쫓아간다.’


결국 이리나를 도망가지 못하게 한 상태로 자신이 저택에 들어갔다 와야 한다는 소리다. 물건처럼 어디에 맡겨둘 수도 없고 난감하다. 그래도 불가능한 건 결코 아니다.


계획을 정한 아둠은 이리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담벼락이 서로 꺾이는 가장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갔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이리나는 당황했다. 이리나가 생각하기에 남자가 여자를 담벼락으로 끌고가는 이유는 몇 가지 없었다. 머릿속에 온갖 상상이 떠올랐다. 그 때 아둠이 이리나에게 말했다.


“반항하지 마.”


이리나는 소리를 질러야 하나 고민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얼굴이 빨개졌다.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일 줄은 그녀도 몰랐다. 이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안절부절 못하던 차, 아둠의 짜증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 반항하지 말라니까.”


‘아직 아무 짓도 안했는데?’


“네?”


“마법학교 학생이라며, 반발력 푸는 법도 모르냐?”


“아...”


그제서야 이리나는 아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아둠은 이리나에게 마법 저항력을 낮추라고 주문한 것이다.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고 수련을 쌓아가면 무의식적으로 주변의 마나가 자신이 마법을 쓰기 좋은 최적의 상태로 맞춰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외부에서 다른 마나의 개입이 약해지거나 심할 경우 무력화되기도 하는데, 이를 마법사 개개인의 마법 저항력 혹은 반발력이라고 한다.


이 마법 저항력이 바로 강력한 마법사가 더욱 더 강해지는 이유이자 힘을 갈망하는 마법사들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수준 차이가 심할 경우 상대의 마법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 위대한 마법사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학파가 만들어지는 마법사들의 특성도 이 마법 저항력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 마법 저항력은 의식적으로 낮추는 게 가능하다. 아둠이 이리나에게 요구한 게 그것이고, 이리나는 아둠의 말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이리나는 빨개진 얼굴을 숙이며 황급히 마법 저항력을 낮췄다.


“됐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리나는 몸이 뻣뻣하다고 느꼈다. 방금까지만 해도 흐느적흐느적 비틀거렸는데 갑자기 팔다리 접기도 어려워졌다. 움직이기 점점 어려워져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이리나는 서있는 채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이리나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았다.


아둠은 그녀에게 석화 마법을 걸었다. 이리나가 소리쳤다. 아니 소리치려고 했다.


‘지금 뭐하는... 거에...’


하지만 갑자기 의식이 몽롱해지며 며칠간 밤을 샌 것처럼 졸음이 쏟아졌다. 이리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둠은 이리나가 완전히 기절한 걸 확인하고 굳은 그녀를 석고상 옮기듯 들어 담벼락 쪽으로 완전히 밀쳐 붙여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투명 마법까지 걸었다. 이렇게 되니 이리나는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고위 마법사가 지나가지 않는 한 이 길거리에서 누군가 이리나를 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아둠은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가늠한 뒤 말했다.


“30분만 참아라.”


아둠이 이리나에게 건 마법들은 3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풀리게 되어있다. 더 이상은 아둠의 능력 밖이다. 저택의 경비는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 없었지만 안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석화 마법과 투명 마법은 그녀를 데려갈 수도 없지만 자유롭게 풀어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둠이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석화 마법이나 투명 마법 모두 어설픈 마법사들은 꿈조차 못 꾸는 높은 수준의 마법이다. 이 둘을 동시에 쓰는 건 아둠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아둠의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마법학교에서 칼에 세 번 찔린 상처는 다 낫지 않았고 영원의 돌을 잃어버린 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움직여왔다. 마법을 걸어주면서도 아둠은 이 여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스스로에게도 투명 마법을 걸고 저택의 담을 뛰어넘는 순간, 아둠은 급작스레 찾아온 격한 두통에 신음했다.


“헉... 헉...”


현재 진행중인 마법만 무려 세 개. 이런 상태로 무리가 가는 게 당연하다. 목 위로 올라오는 쓴물을 삼키며 아둠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늦은 시간이라 저택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둠의 걱정하는 건 딱 두가지였다.


첫 번째는 정원에 개를 풀어놓았는지 여부다. 아둠처럼 투명 마법을 쓰는 마법사에게 개란 천적과도 같은 존재다. 냄새도 잘 맡고 빠르며 한번 짖어대면 사방에서 경비들이 달려오니 여간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원은 고요했고 아둠은 마음 놓고 저택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마법사의 존재. 아둠은 마법 학교에서 자신을 노린 복면의 암살자가 스스로 보안을 뚫고 들어갔다곤 믿지 않았다. 분명히 마법 학교의 보안을 뚫고 암살자를 안으로 들여보내준 마법사가 따로 있고, 그 역시 게쉬타크의 부하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저택 안에서 마법사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둘 중의 하나다. 정말 마법사가 없거나, 아둠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가 기척을 숨기고 있거나.


“하!”


투명상태인데도 아둠은 콧방귀를 꼈다. 그런 고위마법사가 이런 놈 밑에서 일한다니. 주종관계가 반대라면 모를까, 스스로 마법사이기도 한 아둠은 마법사의 콧대 높은 자존심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아둠은 저택 안으로 들어와 계단을 두 번 올라왔다. 밖에서 본 저택은 3층 건물이었으니 아둠이 있는 곳이 가장 윗층이란 소리다. 아둠은 이런 저택의 구조는 잘 모르나 왠지 게쉬타크가 가장 윗층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이 옳았다.


죽 이어진 복도 끝자락에 갑주를 입고 굳건히 경비를 서는 기사 둘이 보였다. 속임수가 아니라면 틀림없이 게쉬타크의 침실일 것이다.


아둠은 숨소리도 조심하며 살금살금 발을 디뎠다. 마법을 써 제압하기엔 너무 소란스러우니 근접거리에서 일격에 비수를 꽂는 방법으로 제압하려는 속셈이었다. 기사들과 그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그리고 열 걸음 정도 남은 순간,


끼익!


바닥 장판이 어긋나며 마찰음이 났다. 아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암살자를 막기 위해 일부러 소리 나는 장판을 깔기도 한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눈빛이 변한 기사들은 서로를 슥 쳐다보더니 이윽고 한 명이 천천히 접근해왔다. 나머지 한명은 여전히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허나 둘 모두 언제든지 발검할 수 있는 자세였다. 다가오는 기사의 보폭은 신중하고 짧았다. 아둠은 아예 숨도 쉬지 않고 자리에 멈춰 섰다. 기사는 천천히 다가와 이제 서로간의 거리는 두 걸음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순간, 전진하던 기사가 우뚝 멈춰 섰다.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수없이 행한 수련으로 얻은 감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그것을 머리로 인지하고 검을 뽑기까지는 아주 짧은 시간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나 아둠은 바로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푹.


검을 반쯤 뽑은 기사의 인중에 비수가 꽂혔다. 급소에 꽂힌 일격에 다가오던 기사는 절명했다. 격한 움직임에 투명 마법이 풀리자 아둠의 모습이 드러났다.


“침입자다!”


거의 동시에 문 앞에 대기하던 기사가 소리치며 검을 뽑았다. 하지만 그의 외침이 아래층의 동료들에게 닿기도 전에 아둠은 그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으면서 궁금한 점, 설정 오류, 맞춤법, 단순 감상 등등 어떤 것도 좋습니다. 모든 종류의 댓글은 항상 환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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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6.01.22 17:22
    No. 1

    찾는게 급하긴 하지만 치명상을 두번이나 당하고 바로 쳐들어가는건 성급한데요. 앞에서는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사람으로 묘사하셔서.. 하도 급해서 정신이 없다고 하면 납득할만 하기도 하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찍쟁이
    작성일
    16.01.22 23:20
    No. 2

    남자주인공에게 그만큼 영원의 돌은 소중해서 무리수를 뒀다고 생각합니다.(물론 본인도 훔친 거지만) 하지만 작가의 필력 부족으로 이해가 안되는 점 사과합니다. 흑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한자락
    작성일
    16.01.24 09:13
    No. 3

    명치는 중요한 급소중 하나입니다. 가만 어깨에 여자의 명치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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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 가시를 뽑은 용(1) +2 16.01.24 337 2 11쪽
25 1. 영원의 돌(22) 챕터1 마지막화. +10 16.01.21 371 9 9쪽
24 1. 영원의 돌(21-3) +3 16.01.21 419 4 6쪽
23 1. 영원의 돌(21-2) +1 16.01.21 321 6 7쪽
22 1. 영원의 돌(21-1) +3 16.01.20 333 4 6쪽
21 1. 영원의 돌(20) +5 16.01.19 376 7 13쪽
20 1. 영원의 돌(19) +3 16.01.19 447 7 7쪽
19 1. 영원의 돌(18) +3 16.01.19 406 8 12쪽
» 1. 영원의 돌(17) +3 16.01.18 520 7 10쪽
17 1. 영원의 돌(16-2) +4 16.01.17 386 10 9쪽
16 1. 영원의 돌(16) +4 16.01.16 532 10 6쪽
15 1. 영원의 돌(15) +1 16.01.15 474 7 3쪽
14 1. 영원의 돌(14) +1 16.01.15 535 10 7쪽
13 1. 영원의 돌(13) +2 16.01.15 465 10 11쪽
12 1. 영원의 돌(12) +4 16.01.14 373 11 14쪽
11 1. 영원의 돌(11) +4 16.01.14 493 13 10쪽
10 1. 영원의 돌(10) +3 16.01.14 414 11 13쪽
9 1. 영원의 돌(9) +1 16.01.13 390 10 3쪽
8 1. 영원의 돌(8) +3 16.01.13 430 11 7쪽
7 1. 영원의 돌(7) +3 16.01.13 458 10 8쪽
6 1. 영원의 돌(6) +2 16.01.12 409 9 3쪽
5 1. 영원의 돌(5) +1 16.01.12 597 13 8쪽
4 1. 영원의 돌(4) +3 16.01.12 666 16 9쪽
3 1. 영원의 돌(3) +1 16.01.12 423 15 8쪽
2 1. 영원의 돌(2) +6 16.01.11 470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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