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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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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쟁이
작품등록일 :
2016.01.10 21:43
최근연재일 :
2016.01.29 08:0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2,846
추천수 :
257
글자수 :
109,885

작성
16.01.12 13:28
조회
665
추천
16
글자
9쪽

1. 영원의 돌(4)

DUMMY

“아가...”


‘소리가 들린다, 여자 목소리가. 아가? 나를 말하는 건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컴컴한 게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눈을 뜨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설마 눈도 뜰 수 없는 상태인가? 어쩌면 눈이 없는지도 모른다.


“아가야...”


대답하고 싶다. 날 부르는 저 목소리, 하지만 어떻게 어디로 말해야 한느가. 입도 없는 걸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저 여자의 목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린다.


‘당신, 누군데 나를 부르는 거지?’


마음 속으로만 맴도는 말.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순간


“켁!”


누군가 잡아끄는 느낌, 그 뒤로 사례가 들렸다. 기침이 나온다. 그리고 느껴지는 고통. 적어도 입은 있었구나. 눈앞도 점점 하얗게 빛이 보인다. 그저 뿌옇기만 할 뿐이지만 모든 것이 차츰 선명해진다. 무엇보다, 차가운 바닥이 느껴진다. 나는 쓰러져있다.


이번엔 다른 목소리들이 들린다. 저항력 약화... 실패... 불안정 변이... 제대로 들리는 건 하나도 없다. 뭐라고 떠드는 거냐, 나를 두고 떠드는 건가. 왜 이렇게 된 거지, 아까 목소리는 누구지. 그 목소리는 어떻게 된 건가. 알고 싶단 말이다.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저 콜록거릴 뿐이다. 그 때 바닥에 닿아있는 등에서 규칙적인 떨림이 느껴진다.


뚜벅뚜벅.


나한테 누가 다가오고 있다.








남자는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보인다. 새하얗다. 남자는 순간 꿈에서 자신이 보았던 뿌연 빛과 헷갈렸다. 아직도 꿈이라 착각하기 충분했다. 시간이 좀 지나 감각이 돌아오자 이곳이 현실임을 알았다.


‘살아있구나.’


슬쩍 몸을 일으켜보니 거의 회복된 것 같다. 허리를 돌리고 팔을 크게 휘둘러 스트레칭도 해보았다. 우두둑 우두둑 뼈가 돌아간다.


그는 살았다. 회복되었다.


스트레칭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그가 누워있던 곳은 치료실 같았다. 남자 주위에 누워있는 다른 환자들은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뼈가 부러진 사람, 감기에 걸린 사람, 머리가 아픈 사람, 가슴이 답답한 사람. 그러나 환자들을 돌보는 사제의 처방은 항상 똑같다. 신성마법. 독을 해독하던, 상처를 치유하던, 부러진 뼈를 붙이던, 모두 신성마법이다.


남자가 신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유. 지금 환자를 치료한답시고 돌아다니는 사제는 사람의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찬 데서 자면 감기 걸린다는 사실 정도나 알면 다행일 것이다.


“일어나셨군요.”


치료하던 사제가 와서 말을 건다.


“예.”


남자가 짧게 답했다. 첫인상에 미운털이 박히자 이 사제와는 말을 길게 섞고 싶지 않았다.


“비록 회복됐어도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아직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남자는 사제의 말을 딱 잘랐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얼맙니까?”


“돈은 안내셔도 됩니다. 신자님을 데리고 온 아가씨가 지불하셨으니까요.”


남자는 사제의 말에 주머니에 집어넣던 손을 뺏다.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제대로 됐다. 자신이 시전한 공간이동마법은 분명 미완성된 마법이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신전이다. 마력으로 시전했는데 신성결계가 겹겹이 쳐진 신전에서 눈을 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을 이리로 데려왔다는 뜻이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고맙군.’


물론 남자의 자생력이라면 어디에 있더라도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사, 기왕이면 안전이 담보된 신전에 있었다는 건 남자한테도 좋은 일이다. 남자가 물었다.


“얼마나 지불했습니까?”


“10골드였습니다, 신자님.”


‘그 여자, 쓸데없이 10골드나 날린 게 됐군.’


남자는 그 미지의 여자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크게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자신을 데려오고 10골드나 지출하다니. 남자는 다시 물었다.


“혹시 그분이 누군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저희도 누군지는... 설사 안다 해도 그 아가씨가 알려지길 원치 않아했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인연이군.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런 일이 한둘이 아니니까. 어쨌든 그 여자는 자기 선행에 만족하고 있겠지.’


남자는 그 여자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그리고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했다. 사제가 당황하며 말렸지만 남자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 남자는 신전을 나왔다. 뒤에서 사제들이 뭐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를 걱정하는 건지, 자신들의 말을 무시해서 흉을 보는 건지,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아무튼 남자는 신경쓰지 않았다.


얼마간 거리를 걸으며 남자는 이곳이 인간왕국 메데간의 수도 메드간임을 알았다. 그리고 한탄하며 중얼댔다.


“빌어먹을, 정말 멀리도 왔군.”


거인바위산은 대륙 서쪽에 있고 메드간은 대륙 남부에 위치해있으니, 남자는 순간이동으로 거의 대륙의 반을 건너뛴 것이다. 다만 남자가 원하던 곳이 아니고, 여정을 오히려 더 길게 만들었다는 것이 흠이다.


길을 걷던 남자는 ‘옌리크 쉼터’라는 여관을 발견하고 별 고민 없이 들어갔다. 그리고 여관 주인에게 조용한 방을 원한다고 했다. 여관주인이 그런 곳은 이미 손님이 차 안된다고 하자 남자는 방을 하나 잡고는 아예 그 방과 붙어있는 양쪽 호실까지 잡아버렸다.


남자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그대로 누웠다. 허리에 결리는 감촉으로 보아 좋은 침대는 아니었으나 괘념치 않았다. 어느정도 몸이 편안해지자 남자는 석영거인과의 전투를 복기했다.


정말 위험했다. 거인은 남자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검은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남자가 부리는 마법의 대다수가 거인에게 통하지 않았다. 마지막 일격으로 거인을 쓰러뜨리긴 했으나, 급격하게 고갈되는 정신 때문에 순간이동 마법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만약 이동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면 꼼짝없이 붙잡혔을 것이다.


‘어찌됐건 ‘이것’을 얻었으니... 그걸로 됐어.’


남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재료를 구했으니 이제 남자의 계획도 한 걸음 더 전진하리라. 남자는 흐뭇한 마음에 주머니로 손을 넣어 ‘그것’을 만져보았다, 아니 만져보려고 했다.


‘이 주머니가 아니었나?’


남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른 주머니를 뒤졌다. 워낙 경황이 없었으니 충분히 헷갈릴 수 있다.


‘다른 주머니를 뒤져보면 나오겠지?’


남자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원래 ‘그것’이 있어야 할 주머니에 없을 때 떠오른 불길한 생각은 마지막까지 뒤로 하고 싶었다.


없다. 남자는 홀린 듯이 모든 주머니를 뒤졌다. 금화와 귀한 보석들이 바닥에 쏟아졌지만 남자가 찾는 물건은 없었다.


“없다, 없어!”


아무리 봐도, 주머니를 뒤집어봐도 없었다. 남자는 끊어지려는 이성의 끈을 붙들어맸다. 온갖 추측이 떠올랐다. 신전에서 떨어뜨렸을까? 아니면 여자가 나를 옮기던 중에? 혹시 이 물건의 가치를 알아본 신전이 슬쩍?


‘내 실수다. 깨자마자 확인했어야 하는데!’


남자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방안을 맴돌았다. 그렇게 광증을 보이던 남자가 바닥에 고이 접혀 떨어져있는 쪽지를 발견하는 데는, 제법 시간이 지난 뒤였다. 남자는 쪽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펴 읽기 시작했다. 쪽지를 읽어갈면 읽어갈수록, 남자의 손떨림도 점점 격해져갔다.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아저씨가 깨어났단 소리겠죠? 전 아저씨를 신전까지 업고 온 가냘픈 소녀랍니다. 다른 게 아니구요, 저는 길가다 반죽음이 된 아저씨를 보고 착한 마음에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냘픈 소녀의 몸으로 아저씨를 업고 신전까지 데리고 왔어요. 아저씨한테 나는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그 생명의 은인이 어쩌다보니 싸구려 보석 하나를 슬쩍 챙기게 됐어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급하게 써서 두서가 없네요. 용서해주실 거죠, 아저씨?」


남자는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쥐었다. 쪽지의 반쪽이 우그적 구겨졌다.


잠시 후, 옌리크 여관주인은 당장 무슨 일이라도 낼 것 같은 표정의 남자가 여관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작가의말

문피아는 처음이라 시스템적으로 궁금한 게 많은데 아직 가입후 48시간이 안됐다고 질문게시판에 글도 쓸 수 없네요 ㅜㅜ


자유연재란 옆에 연재작들 중 ‘독’은 독점인 건 알겠습니다.


연두색으로 빛나는 건 왜 그런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한자락
    작성일
    16.01.17 00:05
    No. 1

    연두색은 이번달에 열린 연참대전 참가작들을 표시하는 색입니다. 격월 열리는 연참대전이란 행사가 있습니다. 하루 3000자 이상으로 글을 올려야 탈락이 안 되는 대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NewtDrag..
    작성일
    16.01.22 15:24
    No. 2

    내 코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NMTH
    작성일
    16.01.23 10:45
    No. 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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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 가시를 뽑은 용(3) +4 16.01.27 409 3 12쪽
27 2. 가시를 뽑은 용(2) +4 16.01.25 438 2 10쪽
26 2. 가시를 뽑은 용(1) +2 16.01.24 337 2 11쪽
25 1. 영원의 돌(22) 챕터1 마지막화. +10 16.01.21 371 9 9쪽
24 1. 영원의 돌(21-3) +3 16.01.21 419 4 6쪽
23 1. 영원의 돌(21-2) +1 16.01.21 321 6 7쪽
22 1. 영원의 돌(21-1) +3 16.01.20 333 4 6쪽
21 1. 영원의 돌(20) +5 16.01.19 375 7 13쪽
20 1. 영원의 돌(19) +3 16.01.19 446 7 7쪽
19 1. 영원의 돌(18) +3 16.01.19 406 8 12쪽
18 1. 영원의 돌(17) +3 16.01.18 519 7 10쪽
17 1. 영원의 돌(16-2) +4 16.01.17 386 10 9쪽
16 1. 영원의 돌(16) +4 16.01.16 532 10 6쪽
15 1. 영원의 돌(15) +1 16.01.15 474 7 3쪽
14 1. 영원의 돌(14) +1 16.01.15 535 10 7쪽
13 1. 영원의 돌(13) +2 16.01.15 465 10 11쪽
12 1. 영원의 돌(12) +4 16.01.14 373 11 14쪽
11 1. 영원의 돌(11) +4 16.01.14 493 13 10쪽
10 1. 영원의 돌(10) +3 16.01.14 413 11 13쪽
9 1. 영원의 돌(9) +1 16.01.13 390 10 3쪽
8 1. 영원의 돌(8) +3 16.01.13 430 11 7쪽
7 1. 영원의 돌(7) +3 16.01.13 458 10 8쪽
6 1. 영원의 돌(6) +2 16.01.12 409 9 3쪽
5 1. 영원의 돌(5) +1 16.01.12 597 13 8쪽
» 1. 영원의 돌(4) +3 16.01.12 666 16 9쪽
3 1. 영원의 돌(3) +1 16.01.12 423 15 8쪽
2 1. 영원의 돌(2) +6 16.01.11 470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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