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코리안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황금공자는 파업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코리안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2
최근연재일 :
2022.05.17 16:41
연재수 :
7 회
조회수 :
546
추천수 :
48
글자수 :
43,816

작성
22.05.11 15:20
조회
135
추천
10
글자
11쪽

프롤로그

DUMMY

“쿨럭...”


몸속 깊숙한 심부에서 목을 타고 역류한 핏물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수십 번을 머금은 핏물이지만 목과 코를 찌르는 비릿함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질질- 걷는 것인지 기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운 걸음을 나아가던 발걸음이 뚝 멈춰 섰다.


벽이다.


“푸핫.”


웃음이 터졌다.


어찌든 이 한목숨 유지해보겠다고 발버둥 치며 나아가 마주한 끝이 가로막힌 벽이라니.


그야말로 광대나 다름없는 꼬락서니 아닌가.


실로 처량하다.


“진짜 쓰레기 덩어리인 게임이다.”


한탄하듯 뱉었다.


이 세계에 빙의되고 게임이란 단어를 최초로 언급했다.


빙의란 단어로 유추할 수 있듯 나는 이쪽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다.


빙의의 계기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제는 너무도 까마득해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 무명의 게임을 우연찮게 구매했고 클리어를 실패했다


의외였다. 이래 봬도 여태껏 게임 따위의 클리어에 실패했던 경험이 없던 사람이라 호기심이 돋았다.


그 후 몇 번이고 플레이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클리어하지 못했다.


진정한 게이머였다면 그 결과에 의욕이 불탔을지 모르나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바로 흥미를 잃었고 게임을 포기했다.


그때 일순간 현기증이 돋았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빙의를 끝마친 상태였다.


어렴풋이 이름만 들었던 기억이 있던 인물로.


그리고 허공에 떠오른 단 한 줄의 문장.


[클리어하라.]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졌다.


고작 게임 하나 포기했다고 빙의를 시켜 클리어를 강행하다니 이 무슨 악독한 처사인가.


그러나 따져보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신내림을 받은 당사자가 제 의도와 관계없이 무당의 삶을 살게 되듯 빙의된 당사자인 나는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은 노력해 보았다만--


개같이 멸망했다.


애초에 주인공으로 플레이하던 시절.


그것도 모니터 바깥 현대에 살아가던 내가 게임으로 접하던 시절에도 클리어하지 못했던 게임이다.


그런 게임을. 주인공도 아닌 들러리로 클리어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멋대로 날뛰어대는 등장인물들과 쓸데없을 정도로 노력하는 온갖 진영의 세력들.


하물며 주인공이란 새끼는 무슨 고집이 그리 똥고집인지 내가 핸들을 살짝 쥐기만 해도 지랄 발광을 해대니 클리어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하나 따는 것이 더 쉬워 보일 지경이었다.


한숨 푹 내쉬고 ‘시발 인생.’ 한탄을 내뱉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다시금 눈을 떴을 때 나는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클리어하라.]


그 문장이 내 눈앞에 떠 있었으니까,


아, 그렇다. 이 쓰레기 게임은 죽음을-포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번일까.

십수 번을 넘은 후부터는 정확히 새어보지 않았다.


시간을 따지자면 이미 현대를 살던 시간을 아득하니 넘어섰다.


내 상식이 개변하고 거짓이 진실이 될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충분히 노력하고 노력했고 노력했다.

그리고 무수히 죽고 죽고 또 죽었다.


이번에도 같았다.


충분히, 아니 미친 듯이 노력했으나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결과가 찾아오고 있었다.


저벅저벅--


수어 명의 발걸음 소리가 귀를 울렸다.


석상마냥 굳은 체 벽을 바라보던 고개가 삐그덕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들이 보였다.


만감이 교차했다. 허탈했다.


그들에게 영약을 가져다준 것도 나였고.

그들에게 보구를 전해준 이도 나였다.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도 나였으며.

그들이 벽에 가로막혔을 때 해결책을 내어주고 이끌어 준것도 나였다.


한번. 두 번. 고작 그 정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를 배신했다.


그것 역시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시선이 그들을 가로로 훑었다.


“3번. 2번. 4번. 2번. 그리고...너는 아직인가.”


그들이 나를 죽인 횟수.

그들로서는 결코 알 수 없을 영문 모를 소리를 평탄히 내뱉었다.


“...미친거냐. 루덴.”

“그럴 리가.”


그들에게서 건너온 답변에 피식 웃으며 답하자 그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 말해라. 루덴. 어떤 의미로 내뱉은 말인지.”

“글세.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니, 무슨 의미가 있든 그것이 중요할까. 내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


어깨를 으쓱이며 그를 바라보자 화라도 치솟은 것인지 꽉 다문 턱 근육이 선명히 보였다.


“...너는 언제나 그랬다.”

“우리에게 거짓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우리를 장난감 다루듯 기만했다.”

“또한 아무렇지 않게 사이를 이간질했지.”

“단 한번도 우리에게 진심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마지막까지 어떤 진형도 제대로 선택하지 않았어.”


그들이 서로 번갈아 가며 입을 놀렸다.


그때마다 하나의 실선이 허공에 그어졌다.


팔뚝. 허벅지. 발목. 어깻죽지. 복부.


그어진 실선을 따라 주륵 붉디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그들의 말은 단 하나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진실을 말해도 과거의 너희들은 나를 믿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 행했을 뿐이다.


“너의 일격에 내 친우가 죽었다!”


네 친구는 제국을 배반할 매국노다.


“네 황금에 내 가문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네 가문은 마족과 손을 잡아 대규모 학살을 자행할 살인귀들이다.


“네가 가지고 놀다 병신으로 만들어 버린 여인은 나의 혼약자였다!”


너의 혼약자는 너를 폐인으로 만들어 네 가문을 뺏으려 들 사기꾼이다.


뚝뚝.


전신이 붉게 칠해졌다.


내 세상이 시뻘겋게 타올랐다.


비리고 역겹고 아픈고 서글픈.

언제나와 같은 최후였다.


그래도 모든 이들에게 등을 돌려진 것은 처음이던가.

어찌 보면 장관이군.


“1황자 전하의 명으로”

“1황녀 전하의 명으로”

“2황자 전하의 명으로”

“2황녀 전하의 명으로.”


“네놈을 죽이겠다.”


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빼지른 각각의 무구가 내 목을 겨누었다.


여린 살을 타고 붉은 점이 여렇 피어났다.


그 서늘함이 어째서인지 너무도 우스웠다.


“푸훗. 푸하하하하!”

“...뭐가 우스운 거냐.”

“아니, 기막히다 생각했을 뿐이다. 한창 승계 전쟁을 치루느라 서로에게 칼을 겨눈 황족분들께서 고작 나 하나 때문에 그 무거운 손을 엉켜 붙잡다니. 참으로 영광스럽군.”

“네놈!! 지금 황족분들을 모욕한것이냐!”


발끈한 그들의 손에 힘이 더욱 실렸다. 점점 파고드는 무구의 끝이 살을 파먹고 붉은 액체를 왈칵 쏟았다.


하지만 나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공동전선. 좋은 말이지. 그럼 하나 묻지. 내 수급은 누가 챙겨가느냐.”

“뭣-”


일순 침묵이 감돌았다.


한시코 내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던 그들이 처음으로 제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껏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를 죽이는 것에 정신이 팔려. 서로가 동맹이란 사실에 안도를 느껴 잊고 있었던 그것.


나의 죽음을 당당히 밝히며 선전하고 승리를 선언할 주인공은 단 한명 뿐이라는 사실을.


“당연히 위계를 따져 1황자 전하께서 수급을 취하시는 것이-.”

“무슨 헛소리냐! 우리 몰래 1황자 전하께서 황태자 책봉이라도 받으셨나? 그렇지 않으면 황제 폐하의 자식분들은 모두 평등하는 사실을 잊은 것이냐!”

“이번 수색에 있어 우리 측의 정보대의 활약이 가장 우수했다는 것을 너희들도 알고 있을 터! 당연 수급을 취하는 것은 우리다!”

“무슨 헛소리! 우리 세력이 피해를 감당하며 몰아붙였기에 저 녀석을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수급은 우리가 취하겠다!”


단 하나의 파문. 그것만으로 믿음은 산산이 무너진다.


이 세계의 믿음이란 너무도 가볍고 부질없다.


점차 내 목에서 떠나가나는 무구들이 방금까지 협력하던 동료를 향해 나아간다.


그 광경에 화악 환멸이 피었다.


수십. 수백 번은 본 장면이다. 이제 지긋지긋하다.


“아담.”


그 부름에 어둠 속에 제 모습을 감추고 있던 이가 흠칫 몸을 떨었다. 허나 그뿐.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담.”

“.......”

“아담.”


포기치 않고 계속 그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숨어있던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르다.


푸르른 초원처럼 시원한 청록의 머릿결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밤바람보다 서늘한 인상. 허나 그 눈동자에 비추어지는 심지는 누구보다 굳세게 빛났다.


내가 현대의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마주하며 징글징글하게 부딪치며 이끌어온 이 게임의 주인공이자 유일한 클리어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 게임 속에서 수십 번의 죽음을 겪는 동안 단 한 번도 나를 죽이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어울린다 싶었다.


이 지긋지긋한 굴레를 끝내기에 그가 제격이었다.


“내 목을 베라. 아담.”

“...루덴.”

“네가 내 목을 가져간다 선언한다면 이 머저리들도 입을 다물겠지. 그러니 네가 배어라.”

“...난... 못해 루덴...”


아담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갈 길을 잃은 동공이 내 몸에 아로새겨진 실선을 따라 흐른다.


여전히 쓸데없이 정이 많은 녀석이다.

그래서 쓸모가 없었다.

무엇하나 그에게 맡길 수 없었다.

결코 믿을 수 없었다.


한숨이 푹 새어 나왔다. 이럴 때 등을 떠밀어 주는 것은 언제나 내 역할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담은 무엇하나 쥐지 못했을 테니까.


“아담. 지금 네가 내 목을 베어주지 않는다면 내 목은 성벽에 걸릴 것이다. 무수한 몰매를 맞을 것이며 침을 뱉고 발길질을 당하다 결국 길거리를 나뒹굴겠지.”

“.......”

“내 육신은 온갖 무구로 난도질당할 것이고 살가죽을 벗겨 모욕을 당할 것이다. 그러니 네가 배어라. 아담.”

“.......루덴.”


아담의 눈이 슬며시 감겼다. 떨리던 손끝은 차분하게 진정되어 자연스레 검의 자루로 향했다.


“...미안하다.”


툭. 때구르르.

목이 바닥을 굴렀다.


역시 더러운 기분이다.


******


찌릿 거리는 두통이 찾아오고 그에 반응하듯 천천히 눈이 열렸다.


그 앞에 여태와 다름없는 문장이 흩날렸다.


[클리어하라.]


그 문장을 읽고 후우 짧게 숨을 골랐다.


이윽고 한손의 중지를 치켜세웠다.


“지랄.”


클리어? 지랄하고 있다.


파업이다. 그따위 엿이나 먹으라 해라.


이제 내 멋대로 살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 황금공자는 파업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6. 클래스 +1 22.05.17 46 3 12쪽
6 5. 아크란(2) +1 22.05.16 56 3 14쪽
5 4. 아크란(1) 22.05.14 65 7 14쪽
4 3. 황금공자(3) 22.05.13 69 7 17쪽
3 2. 황금공자(2) 22.05.12 80 8 16쪽
2 1. 황금공자(1) +1 22.05.11 95 10 13쪽
» 프롤로그 22.05.11 136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