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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황금공자는 파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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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2
최근연재일 :
2022.05.17 16:41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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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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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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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클래스

DUMMY

1.


데르마이안.


정식 명칭은 데르마이안 유니버시티. 다시 말해 4년제 대학교다.


스스로의 전공을 선택하여 학부를 결정하고 학과에 올바른 교육을 수강 신청하는. 현대의 대학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4년제 대학이다.


그저 기사학. 정령학. 마법학 따위의 현실성과는 전혀 떨어진 학문을 전공으로 수강한다는 거대한 차이가 있을 뿐 학부생들의 생활은 현대의 학부생들의 생활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당연 초⦁중등교육의 고유특징이라 할 수 있는 클래스 따위 없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있다.


데르마이안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클래스가 존재한다.

그것도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교육기관은 사회의 축소판이란 말을 자주 하곤한다.


데르마이안 카이사 역시 그 생각에 동의했다.


그렇기에 데르마이안은 지극히 개인적인 흥미로 자신의 교육기관에 하나의 시스템을 추가했다.


그것이 클래스다.


아카데미에 자주 나오는 실력순으로 줄을 쫙 세우거나 가문 순으로 줄을 쫙 세우는 진부한 짓을 하지 않았다.


천재끼리의 사회?

엘리트끼리의 사회?


그딴 것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사회는 집합이다.


집합에는 귀족도 거지도. 천재도 범재도. 어느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범한 인물도 모두 포함된.

그들이 모여 구축된 것이 사회다.


또한 사회는 평등하지 않다.


군주제. 공화제 어느 것 할 것 없다.

단 한번도 사회는 평등하였던 적이 없다.


사회의 구조는 수직이며 저마다의 층이 정해져 있다.

저마다의 층에 속한 이들은 아래를 보지 않는다. 제 위층을 바라보고 소망한다.


그들의 시선에 들기 위해 제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기본이고 당연하다는 듯 아양을 떨며 바닥에 넙죽 엎드린다.


또한 제 층의 타인이 위층으로 올라갈 기회를 잡았다고 하면 가만히 지켜보지 않는다.


질투하고 화를 내며 그 앞길을 막아 그 기회를 빼앗으러 오만 수작을 부린다.


아래층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그 아양과 투쟁은 더욱 격해지고 치열해진다.


가진 것이 적기에 남들보다 비참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그들을 따뜻한 빛을 바라고 눈이 먼 듯 앞으로 나아간다.


제들이 불나방일지 모른다 하여도.


그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층.

정해진 위치. 데르마이안은 그 층을 직접 보여주었다.


“K-클래스... 정말 등장했구나.”

“당연하지. 2학년에도 K-클래스가 존재하잖아. 2반이나.”

“그래도 역대급이긴 하다. 기적에 기적이 겹쳐져야 겪을 수나 있다는 K-클래스가 이번에는 4개 등장하다니.”


감탄한 듯 중얼거리는 그들의 앞. 거대한 게시판의 정면에 두 장의 서면.

그 두 장의 서면에는 각각 황실의 상징인 적룡이 새겨진 인장이 제 자태를 뽐내듯 그려져 있었다.


Ka-클래스 장-로우 아달람 폰 카이하젠.

Kb-클래스 장-로젠 브리티아 폰 카이하젠.


멋들어진 필체로 쓰인 그들의 이름 아래 2~4명 정도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클래스는 학부생이 스스로 개설하고 제 무리에 속할 이들은 스스로 선택하여 받아들인다.


병신이라도 안다.

모를 수가 없다.


애초에 입신양명을 위해. 제 가문의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데르마이안을 선택한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모를 리가 없다.


저 두 개의 클래스야말로 데르마이안이란 사회에서 최고층이라는 사실을.


저들의 클래스에 속한 2황자와 2황녀의 선택을 받은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임을.


저곳이야말로 데르마이안을 다니는 동안 노려야 할 최종 목표임을.


그렇기에 그 밑에 줄을 선다.

허나 그 줄 역시 순번 따위를 매겨 세우는 것이 아니다.


Ka-E-클래스.


주인의 클래스를 거론하며 또한 자신이 그 바로 밑층의 주인임을 드러낸다.


Kb-L-Y-클래스.


또한 그 밑에 줄을 서고.


Ka-E-B-A-클래스.


또 그 밑에 줄을 선다.


그렇기에 게시판은 붙은 서면은 중심에 배치된 그들의 밑으로 줄을 서듯 쭉 내려가 있었다.


다만 그 모양이 일자는 아니었다.


저마다 나는 이들과 층이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 층에 제 클래스를 새겼고 그 밑의 사람들은 제 윗선을 스스로 선택했기에 결국 완성된 모양은 트리의 형태였다.


그렇게 완성된 나무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은 오직 하나.


황족들에게도 쉬이 머리를 숙이지 않고 오만하게 스스로 선택을 행하는 존재들.


R-클래스. 일명 로얄 클래스의 인원들 뿐이었다.


제국의 기둥.

제국의 동맹국의 주인.

황제의 외가.


황제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제 위로 두지 않는 거물 중의 거물들이 속한 클래스.


하지만 그들 역시 홀로 나서진 않는다.

또한 제 파벌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때를 기다리고 제안을 기다릴 뿐이지.


그렇기에 이것은 이변이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쩌면 반역이다.


“저거...진짜야? 내 눈이 이상한 건가?”

“내 눈도 맛이 간 게 아니면 진짜야...”

“아니, 확실히 자격이 없다곤 못하겠는데...그분들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으신데 굳이?”

“그러니까 그냥 로얄 클래스로 가면 되잖아.”


U-클래스 장- 루덴 폰 바이젠 유크라이아.


진실을 말하자면 선언이다.


그 누구도 위로 두지 않고.

그 누구의 밑으로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이다.


2.


K-클래스.


K는 카이하젠을 의미하며 이는 곧 황가를 의미한다.


그것도 황제의 직계만이 K를 내걸 수 있다.


황족은 누구보다 고결하고 고귀하며 가장 위에 있는 존재다.


아무리 제 가문이 드높아도 황가보다 드높지 않으며 아무리 제 혈통이 고귀해도 황족보다 고귀하지 않다.


그런 황족이 클래스를 개설했다.


당연 모든 클래스는 그 아래여야 한다.

그래,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작금의 사태는 조금의 소란으로 끝나지 않았다.


웬 잡놈이 그러하였다면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정계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병신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


애매한 중견이 그러하였다면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제 놈이 주제도 모르고 설쳐대는구나 생각할 수 있으니.


상위 귀족이 그러하였다고 해도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오냐오냐 자라 하늘 드높은 지 모르고 있구나 생각할수 있으니.


하지만, 유크라이아는 아니다.


제국의 기둥의 일각인 유크라이아의 후계가 정계를 모를 리가 없다.

제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 모를 리도 없고 하늘이 누구인지 모를 리도 없다.


오직 제 위로 하늘. 황가만을 두는 가문의 후예다.


그렇기에 오히려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다.

황가는 카이하젠은 유크라이아보다 위라는 사실을.


그러나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현실이 변하는 것은 없었다.


유크라이아의 후계자가 황가를 무시하고 제 클래스-파벌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친 짓이다.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기둥의 일각이라 하여도. 황가조차 눈치를 보는 거대 가문의 하나라고 하여도 저 스스로 황가와 동등하다 나서는 것은 감히 용납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황족들이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다.


그것이 학부생들 대부분이 품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몇몇 학부생들.

로얄 클래스의 몇몇과 K클래스의 주인들은 그 겉을 보는 것이 아닌 속에 내포된 의미를 판단했다.


“건방지네. 그렇지 않아?”

“예. 전하. 너무도 건방진 판단입니다.”


노을을 담은 주황색 머리가 굽이진 장발을 손가락으로 빙빙 꼬던 그녀가 요염하게 미소를 띠었다.

슬며시 휜 눈매 사이로 호박색 눈동자가 장난스레 빛을 내었다.


그녀는 답해오는 목소리에 그저 재밌다는 듯 흐흥 콧노래를 불렀다.


“자신은 아직 누구도 인정하지 않겠다니. 오만하다 해야 할지.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 할지. 이전에 마주했을 때는 재미없는 놈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오만입니다. 그는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를 제외하곤 황족이라 하여 내 위에 두지 않겠다고. 이것이 어찌 오만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엄벌을 내려야 합니다.”

“흐음. 그래? 그럼 내릴 수는 있고?”


그녀의 목소리가 돌연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그 서늘함에 그녀를 받드는 기사가 흠칫 입을 닫았다.


그 목소리에 감도는 장난기는 여전하나 십여 년간 그녀를 보필해온 기사는 그 속에 내포된 가시를 눈치챌 수 있었다.


기사의 뺨 아래로 스륵 땀방울 하나가 흘러내렸다.


“할 수 있겠냐고 물었어.”

“.....제 가문을 걸고 해내겠습니다.”


그것이 기사가 내놓은 답이었다.

해내겠다. 그 대답에 그녀가 싱긋 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은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속에 목을 죄는 것 같은 손길이 내포되어 있음을 모른다.


제 본성을 매혹과 장난기로 숨기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황녀로 살아온 방식이며 체득한 기술이다.


“그 녀석을 죽이는 것은 뭐 가능하겠지. 너도 알다시피 그 녀석은 재능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 후는 감당이 안 돼. 그 녀석은 나와 달라. 너도 알잖아?”

“...예. 제 생각이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그 녀석도 그걸 알기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둘 생각을 했겠지. 그 녀석은 후계자야. 후계자를 잃은 유크라이아의 행보를 네가. 네 가문이 막을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지키겠다고 유크라이아를 포기할까? 아니란 것을 알잖아?”

“...무례를 빌겠습니다.”


그녀의 질책에 기사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이윽고 제품에서 작은 단도 하나를 빼내어 제 손목을 힘껏 내리찍었다.


콰직. 살과 뼈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뚝뚝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기사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기사는 짧은 호흡과 함께 힘을 주어 단도를 지익 그었다. 콰득콰득. 뼈와 살이 갈려 나가는 소리가 연신 방을 울렸다.


“그만.”

“...예.”


그 소리와 함께 기사는 단도를 빼내 들었다. 반쯤 잘려 덜렁거리는 손목을 꾹 지혈하듯 쥐었다.


그런 기사에게 그녀는 다시금 싱긋 웃음을 지으며 손짓했다.

기사가 다가가자 그녀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기사의 손목을 감쌌다.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할 수 있어. 하지만 두 번은 안 돼.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릴 거야. 조언은 너 스스로 수백 번 고뇌하고 내뱉어. 너는 내 기사잖아? 내 앞길을 막는 책을 내놓아서 되겠어?”

“예. 명심하겠습니다.”

“응. 그러면 좋아.”


그녀의 손아귀에서 주황빛이 감돌았다. 그 빛은 온기를 띠어 기사에게 포근함을 전해주었다. 꿈틀거리는 이질적인 감촉. 제 살과 뼈가 액체라도 된 듯 출렁이는 감각.


그녀의 손아귀에서 빛줄기가 사그라졌을 때 그녀는 손을 뗐다.

기사의 손목은 커다란 흉터가 남아있었으나 완전히 달라붙어 있었다.


“그 흉터를 교훈으로 삼아.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도록.”

“예. 명심하겠습니다. 로젠 전하.”


기사가 예를 표하며 슬쩍 곁으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그녀-제 2황녀 로젠은 흐흥 콧노래를 흘렸다.


마치 걱정거리 따윈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로젠의 태도에 기사는 어찌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방금 실책을 저지른 기사가 그를 함부로 여쭐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궁금증을 삼켰다.


그런 속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로젠은 기사의 뺨을 꾹 찌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내 멍청한 오라버니가 알아서 움직여 줄 테니까.”


꾸욱 기사의 뺨을 찌른 손가락이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알아서 처박아줄 테니 지켜보자고. 유크라이아의 후계라는 놈의 진면목을.”


슬며시 휜 눈 사이 비치는 호박색 눈동자는 그 표정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게 차가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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