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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채

마신이 심부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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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채
그림/삽화
가채
작품등록일 :
2020.05.20 18:03
최근연재일 :
2020.05.25 19:1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98
추천수 :
13
글자수 :
44,837

작성
20.05.25 19:15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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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재회

DUMMY

“···누나?”

“윽, 누구···, 재형이?”


바알과 리사가 만났다. 바알에게는 꿈에 그리던 만남이었다.


바알은 리사를 지긋이 내려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왜 이렇게 엉망이야?”

“그러게.”


리사가 그들의 말을 듣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게, 나 지금 쫓기는 중인데···.”

“그게 아니라, 마력이 왜 이렇게 꼬여 있지?”


바알이 리사를 바라본 이유는 다름아닌 그녀의 체내에 있는 마력 때문이었다. 본래 전생을 기억하는 자들은 풍부하고 순도가 높은 마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리사의 몸에는 그러한 마력이 심하게 꼬여 있었다. 이 정도면 마법을 사용하지 못 할 것이었다.


“누나,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거야?”

“어, 그게···”

“거기 둘! 앞의 그 여자를 잡아!!”


리사가 말하려는 찰나, 어느새 재클린과 무장한 기사들이 뒤쫓아 오고 있었다.


리사가 뒤를 휙 돌아 재클린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쓰레기가···!”


전생에서의 유전은 이곳에서도 먹히나 보다. 내가 봐도 나와 누나의 성격은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똑같았다.


“남매가 확실하네. 둘 다 말버릇이 고약한 걸 보니.”

“닥쳐, 포로고스.”


포로고스가 말했다.


사실 너와 같은 생각을 했다곤 죽어도 말 안 해.


바알은 포로고스를 한 번 쏘아보고는 재클린과 기사들을 보았다. 그러더니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더니 손을 앞으로 뻗었다.


“재, 재형아···?”

“누나, 마법 본 적 있어?”

“아티팩트만···.”


바알은 자신의 로브를 꽉 잡고 떨고 있는 리사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럼 내가 실제로 보여줄게.”

“응?”

“잘 봐, 누님.”


바알이 말했다. 포로고스는 리사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재클린을 향해 손가락질 하였다.


곧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일어날 일을 잘 보라는 것이었다.


바알이 시선을 앞으로 돌리더니, 손가락을 눕혔다가 돌리며 세웠다. 그러자 재클린과 기사들이 달려오다가 공중으로 훅, 떠올랐다.


“악! 뭐야, 마법?”

“너무 낮네.”


바알이 작게 읊조리더니 이번엔 손바닥을 펴 휘저었다.


그러자 그들은 더욱 높이 올라갔다. 음, 비교하자면··· 아파트 15층의 높이였다.


바알은 그들을 그 높이에서 땅에 쳐박기 위해 손바닥을 아래로 펼쳤다. 그러나 리사가 바알의 팔을 붙잡더니 말했다.


“쟤네 귀족이라 죽이는 건 안 돼. 되도록 살려 놔 줘.”

“음···, 그래.”


바알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그들이 떠 있는 높이를 줄였다.


약 아파트 8층 높이였다.


그래도 신체를 단련한 기사들이니 이 높이에선 죽지 않겠지.


바알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손바닥을 아래로 뒤집었다. 그리고 곧 펼친 손바닥을 아래로 휘저었다.


그러자 재클린과 기사들이 공중에서 바닥으로 순식간에 내리쳐졌고, 돌로 된 바닥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야, 바알. 저거 물어내야 하는데. 어쩔거야?”

“네가 했어도 똑같았다.”

“그건 맞는 말이지.”


포로고스가 부서진 바닥을 찌푸리며 바라보며 말했다. 이놈은 드래곤이고, 나는 인간의 탈을 쓴 신이니, 당연히 힘을 쓰면 무언가를 부숴버리기 마련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곳에 와서 물리적인 영향을 끼치는 마법을 쓴 건 처음이었다.


바알은 입을 쩍 벌린 리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누나, 이게 마법이야. 누나도 쓸 수 있어. 그것만 어떻게 풀면.”

“어, 풀어? 뭘? 아니 잠시만. 바알? 네 이름이야?”

“응.”


바알이 말했다.


리사 또한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바알이 인간이었을 적과 같은 힘을 낼 수 있었을 터.


내가 꼬인 마력을 풀면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왜 귀족에게서 도망치지?


바알은 자신의 누나와 함께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누나, 설마 귀족이야?”

“어. 내가 백작 영애래. 그것도 장녀. 참고로 얜 약혼자.”

“야, 약혼자?!”


리사가 널브러져 있는 재클린에게 다가가 발로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런 재클린을 바라보는 리사의 얼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혐오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러더니 슬며시 고개를 들어 바알을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넌 어떻게 지냈어?”

“음···, 멋지게···?”

“그건 또 뭔 개소리야.”

“하하. 누나, 그런 착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지 마. 은근 소름돋아.”


바알이 몸서리 치며 리사에게서 한 발짝 멀어졌다.


헛소리를 내뱉는 바알을 미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본 리사는 바알에게서 눈을 떼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기사들의 갑옷을 만지고 있는 포로고스를 보았다.


“아, 쟤는 포로고스. 내 친구야.”

“아, 그렇구나. 친구···. 좋겠네? 재형이.”

“좋긴 개뿔. 맨날 싸우는데, 뭐.”

“거짓말 치지 마.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단다.”

“······.”


지구에서 줄곧 친구라곤 없었던 바알이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지만, 그 당시에 아주 외로워했었나 보다.


이렇게 표정이 달라졌다고 행복해 보인다고 하다니.


“우리 집으로 가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희 꼴도 만만치 않거든.”

“아.”

“드디어 씻는거야?”


리사가 휙 돌아서며 따라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포로고스는 그새 옆으로 와 기지개를 피며 발을 옮겼다.



* * *



“아가씨, 다녀오셨···? 뭐야, 꼴이 왜 그러세요?!”

“재클린에게 맞았어. 파혼해야해.”


과연, 거짓말도 수준급이었다.


에이니가 리사의 말을 듣고 경악했다. 그렇게 제 눈에는 다정해보이던 약혼자가, 알고 보니 쓰레기였다니.


에이니의 눈이 화르르 불타오르며 당장 파혼하러 가자며 리사의 손을 붙잡았다.


“거짓말도 잘한다, 네 누나.”

“알아.”

“칭찬 아닌데.”


포로고스가 바알의 귀에 대며 말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바알이 멀어져가는 리사와 에이니를 보고 있던 그때, 한 젊은 남성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를 도와주셨다 들었습니다. 피곤하시겠지만, 주인님께서 만나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만나? 우리를?”

“예. 안내 해드리지요.”


아무래도 이 자는 백작가의 집사인 듯했다.


말하는 것부터 행동까지 헤르만의 집에서 본 집사와 똑같았다.


“참, 제 소개를 안 드렸네요. 전 이 저택의 집사입니다. 빌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바알과 포로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집사를 따라가던 사이, 그들은 응접실 앞에 도착하였다.


“주인님, 두 분을 모셔 왔습니다.”

“들여라.”


응접실 안에서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바알과 포로고스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응접실은 매우 넓었다. 테이블이 하나가 있고 그 주변을 소파가 둘러싸고 있었다.


백작은 들어오는 우리를 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르카 페르디난드 반 콘라드일세. 나의 딸을 구해주었다 들었네. 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 여기까지 불렀네. 오는 데 불편한 것은 없었는가?”

“집사님 덕분에 편안히 잘 왔습니다.”

“다행이군. 듣자 하니, 자네가 리사가 오랫동안 찾던 사람이라더군···?”


오르카가 바알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나는 그쪽 따님의 전생에서의 동생이라고···.


혹시 모르니 이런 말은 접어두고 모르는 척을 하자.


“오랫동안 찾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네도 모르는겐가?”

“예,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만.”

“그래, 그렇다면 실례했네. 이제 그만 쉬도록 하시게.”


오르카가 실망한 기색을 나타내 보이며 말했다. 바알과 포로고스는 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보기보다 딸을 더 아끼는 아버지 같았다.


아버지 하니까 아버지가 생각나네. 어디선가 날 보고 있겠지.


바알이 목을 젖히며 저택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아니야.”

“······?”


포로고스가 그런 바알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대체 어디서 나왔는 지 빌이 말했다. 빌이 바알과 포로고스를 앞장서 그들이 머물 곳을 안내하였다.


가는 길에 저택을 구경한 바알은 내심 헤르만의 집이 더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가 봐야 하는데.


맡긴 일이 있었다. 분명 그때 다시 오겠다 하였는데. 밤이 되면 찾아가야겠다.


“도착하였습니다. 두 개의 방을 준비하였으니, 아무 데나 들어가셔서 사용하십시오.”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편히 쉬십시오.”


빌은 젊은 집사였지만, 매우 절도있게 행동하여 감탄을 자아냈다.


나도 저런 보좌관이 있었으면 좋겠건만.


바알은 마계에 있는 마왕들을 떠올렸다. 아몬은 승격되었으니 더 바쁠 것이고, 아가레스는 일은 안하고 놀고 있겠지. 아스타로스는 감옥에서 아무나 잡아다 패고 있을 테고.


생각만 해도 절로 한숨이 나오는 마왕들이었다.


“하아···.”

“아오, 아까부터 왜 이렇게 심각한데?!”

“깜짝이야. 네가 뭔 상관인데.”

“거슬린다고, 짜증 나게.”

“허 참.”


바알이 허탈하게 웃었다. 왜 이럴까 이 도마뱀은.


“새벽에 가볼 곳이 있으니 알아서 내 방으로 와.”

“어디?”

“이따가 알려줄게.”


바알이 포로고스에게 말했다. 깨어 있는 자가 많지 않을 때, 바알은 헤르만에게 가볼 예정이었다.


말을 마친 바알은 방으로 들어가 포로고스를 보며 옆 방을 향해 턱짓했다.


여긴 내 방. 저긴 네 방.


그러곤 문을 닫았다.


드디어 휴식이었다. 역시 밝은 곳은 진절머리 나도록 싫었다.


“밝아···.”


바알이 중얼거리며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확 쳤다.


동시에 방 안이 어둑해졌다.



똑똑.


휴식을 취하려던 차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십시오.”


바알이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리사가 들어왔다.


“재형아, 이야기 좀 하자.”

“누나, 내 이름 바알···.”

“닥치고 앉아.”


리사가 바알을 째려보더니 의자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하나뿐인 누나는 웃고 있었지만 말을 험악했다.


바알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녀의 그런 모습이 무서웠다.


“누나, 제발 웃으면서 욕 하지 말라니까? 그거 보는 사람은 엄청 섬뜩해.”

“뭔 상관. 암튼, 재클린 그 새끼 죽여줘서 정말 고마워.”

“안 죽였는데? 누나가 죽이지 말라며.”

“아니, 곧 쪽팔려 뒤지겠지.”

“아.”


리사는··· 확실히 무서운 누나였다. 어쩌면 현 마신인 바알보다도 더 사악할 지도.


소름 돋는 느낌을 감추며 바알은 소파에 앉아 리사를 마주보았다.


“무슨 얘기?”

“재클린 사업 말이야. 이상해.”

“뭐가?”

“‘전생에 대한 기억’이 영업 비밀이라고 했어.”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주도 잘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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