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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채

마신이 심부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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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채
그림/삽화
가채
작품등록일 :
2020.05.20 18:03
최근연재일 :
2020.05.25 19:1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00
추천수 :
13
글자수 :
44,837

작성
20.05.20 18:22
조회
27
추천
3
글자
10쪽

#수사 시작

DUMMY

“잠시 이쪽으로.”


아가레스가 분노를 삭이고 있는 사이, 방에서 나온 점원이 우리를 다시 그 방으로 안내했다. 나는 아가레스를 의심 가득한 눈으로 한 번 쳐다본 뒤 점원을 따라 이동했다.


사실 난 아가레스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알고 있었다. 무능해 보일 법하지만···. 직접 와 본 적은 없단 말이다.


먼 과거, 인간이었던 시절의 난 마법에 재능을 가지고 있어 대륙에서 탐내는 유능한 인재였다. 오죽하면 나를 두고 제국끼리 전쟁을 일으키랴. 그 당시 물건 취급을 당한 나는 화가 나 실수로 메테오를 한 방 내려 버렸더니, 통일이 되고 말았다.


황제? 귀찮아서 다른 애 시켜버렸다. 그 대신 작위를 받았다. 무려 공작으로. 그래서 나는 이런 곳에 직접 와 본 적이 없다. 항상 가신들을 시켰으니 당연했다. 숨어 살다가 얻은 작위라 모든 게 처음이기도 했고.


끼익-.


낡은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을 통과하자, 근육질의 남자가 그들을 마주했다. 안내해준 길드원이 차를 내오겠다며 방에서 나가자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 사건을 찾으러 오셨다고?”

“그렇다. 근데··· 차는 왜 내오는 거지? 우리가 그리 귀한 손님은 아닌데.”


아가레스가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위험하진 않은 것 같은데.


“우선 저는 샤란 길드의 길드장, 마카이오 라고 합니다. 그리고 두 분이 심상치 않아 보이셔서.”

“어느 부분이?”

“음, 글쎄요. 그건 둘째 치고, 사건이라면 최근 일어나는 살인사건들 말입니까?”


정보 면으로는 일등이라더니, 예상했다는 듯이 말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더 유명했나 보다.

아가레스가 잠시 멈칫하더니 의심 가득하던 눈이 더욱 의심 가득한 눈이 되었다. 의심도 병인데.


“하하하! 그렇게 경계하진 말아 주십시오. 여러분의 정체는 이미 눈치챘으니 의심 살 행동은 이제 못 합니다. 목숨이 아까우니.”


마카이오가 말을 끝내자 아가레스가 벌떡 일어났다. 음, 넌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아가레스, 앉아라.]

[하지만.]

[넌 이제 그만해.]


나는 사념 전달을 통해 아가레스를 진정시켰다. 솔직히 나도 놀랐다. 마족 특유의 음침한 기운은 모두 숨기고 있었는데, 한낱 길드장 이라는 것이 그것을 알아챈 것이다. 실력이 꽤 좋은 사람인 것 같다.


“호오, 우리가 마족이라는 걸 용케도 눈치챘군. 기운이란 기운은 모조리 감추었는데. 두렵지는 않은가?”

“두렵다기보단, 궁금합니다. 옆에 계신 분은 몰랐지만, 당신의 기운은 조금 새어 나오더군요. 도대체 정체가 무엇입니까? 마왕이라도 됩니까? 하하하!”


오, 생각보다 더 좋은 실력이군. 감이 좋은 건가? 그러나 신이라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였군,


‘거짓말 좀 쳐 볼까.’


“그렇다. 나는 마왕 바알 제로아딘 드 아스모데우스. 천신의 부탁을 받고 내려왔다.”


부탁이 아니라 심부름으로 위장한 명령이지만.


“아, 그렇군요···, 예?!”


진짜 마왕일 줄은 몰랐는지 마카이오의 눈이 터질 듯 커졌다. 조금 전 그건 그냥 때려 던진 말이었나 보다.


“믿지 못하는 건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카이오를 직시했다. 어떻게 내 기운을 느꼈을까.


“아뇨, 믿습니다! 그, 바알 님···?”


내 눈빛이 조금 험악했는지 마카이오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곤 살며시 내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먼저 말을 건네는 건 나였다.


“난 이렇게 한가하게 차나 마실 몸이 아닌데.”

“아, 그렇죠! 그 사건이···, 어디 보자.”


마카이오가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 위에서 종이 뭉텅이를 들고 왔다. 어찌나 두꺼운지. 루그두눔 녀석들이 여러모로 어지럽히고 있는 게 분명했다.


종이 뭉텅이 속 쓰여있는 사건 피해자, 즉 사망자 수는 만을 넘어섰다.


“허어? 이거 심각한데요, 바알 님.”


아가레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인상을 구겼다.


확실히 심각했다. 살상을 즐기고 악행을 즐겨 삼는 마족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런 철없는 마신이 아니란 말이다. 더군다나 나는 본래 인간이었기에 이렇게 과도한 살육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나의 성향을 따라 마족들의 성향 또한 나와 비슷하게 변해갔기 때문에, 아가레스와 생각이 일치했다. 아, 원한을 가진 탈옥수들은 제외한다.


“사건이 마지막으로 일어난 곳은?”

“닷새 전, 바로 이곳입니다.”

“···여기? 공국의 수도?”


나와 아가레스가 중간계로 내려온 게 이틀 전. 닷새 전에 일어났다면 적어도 이 주변에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X자 모양의 흉터가 새겨져 있더군요. 근데 그 위치가 이상합니다.”

“왜?”

“치명상을 입은 부위와 거리가 멉니다. 일부러 새기는 것처럼요. 그리고 사인이 전부 ‘익사’입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물이 없었고요.”


루그두눔은 인어 족이다.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니 주변의 물기는 당연히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아가레스는 생각에 잠겨있어 턱을 괴고 가만히 종이 서류들을 쳐다보았다.


“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가보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꿈쩍도 하지 않던 아가레스가 기척을 읽었는지 따라 일어났고, 마카이오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방을 나섰다.


“마차 한 대를 준비하거라.”

“예, 각, 아니, 마스터.”


‘···각?’


이상한 게 들렸지만 일단 무시하기로 한다. 지금은 우선 한시바삐 마계로 돌아가서 쉬고 싶으므로, 나에겐 속도가 중요했다.


“빨리 갈 수 있겠지?”

“몇 분이면 갑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마카이오의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방해하는 작자가 있으면 족쳐버려야지.


금방 준비된 마차에 올라타자 곧바로 출발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광장에 도착하였다.


“겁도 없이 광장에서?”

“그러게요. 천신이 교육을 잘 했네.”


언젠가부터 아가레스가 자꾸 불경스러운 말만 내뱉더니, 그게 다른 신을 향할 때도 있을 줄이야. 밉기야 했지만, 재미도 있어서 가만히 놔뒀더니 이제 막 나가기로 했나 보다. 그래도 그게 다른 신을 향하면 곤란한데.


“너 그거 들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괜찮습니다. 왠지 안 죽을 것 같거든요.”


아가레스가 눈꼬리를 휘며 말했다. 그에 반해 마카이오는 이 작자들이 죽을 작정이라도 했나, 싶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대, 진짜 그냥 길드장인가?”

“···예? 그럼요, 당연하죠.”

“흠···.”


그냥 길드장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의심스러웠다. 정체를 알아보질 않나. 정보 길드의 길드장이라면 정보 모으기에만 능하지, 마법과는 관련이 없지 않은가. 이 인간의 정체를 알아봐야겠다.


[아가레스, 이 자를 조사해봐라.]

[예.]


이번엔 저도 동의했는지 옆에 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마카이오의 눈이 커다래지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둘러대기 귀찮으니 무시하자.


“음, 확실히 신성력이 약간 느껴지네.”

“예? 신성력 말입니까? 마력이 아니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카이오는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입을 벙긋거렸다. 그래, 이해 안 될 만 하지. 성스러운 힘을 다루는 것들이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는데.


“걱정하지 마라. 이 기분 나쁜 잔향만 쫓으면 찾을 수 있다.”

“애초에 걱정한 게 아닌데···.”


마카이오가 중얼거리는 것을 가볍게 무시하고 땅에 깃든 신성력을 끌어내었다. 나는 즉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신성력을 손가락으로 흡수하였다. 그러자 비둘기 한 마리가 내 손가락으로부터 생겨나 날아올랐다. 추적 마법을 걸어놓았다.


“가지.”

“···!”


마카이오가 날아오르는 비둘기를 보다가 잠깐 흠칫하였다. 추적 마법이 새겨진 것을 눈치챘는지 곧장 내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비둘기는 동서쪽으로 날아갔다. 혹시 몰라 비둘기를 중심으로 결계를 쳐놓았다. 쥐꼬리만큼 남아있던 신성력을 한데로 모은 것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력이 침투하면 비둘기는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귀찮아질 것이고, 나는 방해한 놈을 잡아 패고. 암튼 이런 중요한 일을 할 때는 반드시 귀찮은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치이익-.


이렇게.


“하···.”


왜 이런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 걸까. 비둘기 주변에 마력이 느껴졌지만 결계 덕분에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결계에 닿자 타들어가는 마력을 추적했다. 마카이오의 기운이 느껴졌다. 꽤 익숙한데.


“길드장. 그대가 마법사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예···. 그러···십니까?”


생각해보니 내 마력과 비슷하기도. 그렇다면, 그런 인간은 세상에 한 명밖에 없었다.


“내 결계에 닿을 만한 마력을 가진 자는 길드장 따위를 하고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지.”

“아···! 그, 그게,”

“그대, 제로아딘이군?”


마카이오의 몸이 잠시 굳게 경직되었다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에게선 내가 몇천 년 전에 남긴, 그러니까 인간이었을 때 후세를 위해 남겨놓았던 나의 마력이 느껴졌다.


어디가서 쪽팔리게 싸우다가 지지 말라고 거대한 마정석에 내 마력의 대량을 부어 넣었었다. 다행히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쪽팔릴 일은 없나본데. 암튼 이 마카이오라는 놈은 제로아딘 공작인 것이 틀림없다.


“죄송하지만, 제로아딘은 아니고···, 제 이름이 가문 이름입니다.”

“뭐?”


이런 배은망덕한 놈들을 봤나. 어째서 이름이 바뀌어있는 걸까. 살면서 크게 당황한 경험 중 탑10 안에 들게 생겼다.


“제로아딘이라는 이름은 몇백 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당시 가주가 맘에 안든다고 바꿔버렸거든요.”

“오, 이런.”


내 이름이 그렇게 맘에 안 들었구나··· 더 이상 궁금해할 가치도 없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저 비둘기를 쫓아갔다. 그러자 마카이오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바알 님께서 어찌 제로아딘을 아십니까?”

“그야 내가 제로아딘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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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담 +3 20.05.20 7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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