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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채

마신이 심부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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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채
그림/삽화
가채
작품등록일 :
2020.05.20 18:03
최근연재일 :
2020.05.25 19:1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04
추천수 :
13
글자수 :
44,837

작성
20.05.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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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생포 완료

DUMMY

“그야 내가 제로아딘이니까.”

“예?!”


말을 끝내자 마카이오가 귀가 떠나갈 듯 소리쳤다. 조상님을 영접하는 거니 놀랄 만도 하지.


“그럼 바알 님이 초대 공작님이시라는 겁니까?”


바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카이오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곤 우뚝 멈춰 섰다.


“그러나 분명 초대 공작님께선 어느 날 사라지셨다고···”

“아, 그건 내가 지어낸 이야기이다.”


바알이 황당함이 담긴 마카이오의 말을 끊고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이제는 의문을 가지는 것을 포기했는지 그저 고개만 천천히 끄덕일 뿐이었다.



* * *



비둘기를 따라 꽤 먼 거리를 이동하니 수도 외곽의 숲에 다다랐다. 확실히 루그두눔 일족과 가까워지니 희미하게 느껴졌던 신성력의 향기가 더욱 짙어졌다.


[바알 님,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 아닙니까?]

[괜찮다. 그나저나 너무 늦게 온 것 아닌가?]

[아, 그냥 좀 수상한 것을 발견해서.]

[수상한 것?]

[보고는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마카이오의 신상을 알아오라는 바알의 명령을 받은 아가레스는 조금 전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얻은 정보를 읊으려 하였으나, 이미 마카이오가 어디서 뭘 하는 사람인지 다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아가레스의 정보는 쓸모가 없었다.


제1 마왕이면 일 처리도 빨라야 할 텐데. 돌아가면 강등시키고 아몬을 승격시켜야겠군.


아가레스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그때, 어디선가 비릿한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피비린내가 분명했다.


“피비린내···. 바알 님, 찾은 것 같은데요.”

“제가 가보겠습니다.”


아가레스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바알을 바라보았다.


‘빨리 잡아갑시다.’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얼굴이었지만, 내가 다가가면 분명 루그두눔 일족은 달아날 게 뻔해 곤란했다. 그런데 때마침 마카이오가 나섰다. 솔직히 조금 흐뭇했다.


마카이오가 풀숲을 헤쳐나가다 발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발견했나?”

“와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데 그리··· 헉.”


마카이오에게 다가간 아가레스가 헉 소리를 내며 주춤거렸다. 웬만해선 피를 앞에 두고 놀라지 않는 아가레스가 놀라는 걸 보고, 바알이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쪽을 향해 자신의 마력을 흩뿌렸다.


그러자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살랑거리다가 사라지고, 곧이어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인간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시체들이 마구잡이로 쌓아져 있었다. 그야말로 학살이었다.


“바알 님. 걔네 천족 맞습니까?”


아가레스가 몸서리치며 말했다. 음, 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선 묻어주는 게 어떻습니까? 조금··· 충격적인 광경이니.”


마카이오가 시체 산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얼굴에는 서글픔이 담겨있었다.


“그대가 할 건가?”

“마법으로 하면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그럼 부탁하지. 아가레스 너도 도와라. 그리고···,”


시체를 묻어주는 것을 둘에게 맡긴 바알이 뒤를 힐끗 보았다.


“이제 그만 나오거라. 한낱 미물 주제에, 감출 걸 감춰야지.”


바알이 마력을 손끝에서 뿜어내며 말하였다. 그러자 허공을 바라보던 바알의 눈에 푸른 날개를 단 루그두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신 바알 님을 뵙습니다.”

“쿨럭!”


선도자로 보이는 푸른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가장 앞의 루그두눔이 바알에게 말을 건네자, 마법으로 시체들을 운용하고 있던 마카이오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아, 쟨 나 마왕으로 알고 있지. 그러나 해명보다 내 앞의 이것들을 치우는 게 먼저였다.


“닥치고 잡히거라. 귀찮게 굴면 신계에서 너희에게 일어날 일을 미리 체험시켜주마.”


바알이 붉은 눈을 빛내며 말하였다. 그러자 감춰져있던 마력이 방출되며 공중에 떠 있던 루그두눔들을 짓눌러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하였다.


“어, 어째서 마력을···!”

“바알 님! 마카이오 님께도 피해가 가지 않습니까! 조절이라는 걸 좀 하십시오!”

“아, 미안하군.”


아가레스의 외침을 들은 바알은 마카이오와 아가레스를 덮은 마력을 곧장 거두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루그두눔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여전히 바알의 압도적인 마력에 눌려 꼼짝도 못 한 채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심해라. 난 선대의 멍청한 마신과는 달라. 주력과 마력을 모두 부리는 신이 나다. 그러니 얌전히 잡히도록.”

“이, 망할 신···!”


선도자 루그두눔이 버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하였으나, 바알은 순식간에 검은색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가자.”


대여섯 명은 되어 보이는 루그두눔을 모두 담자, 구체가 곧 스르륵 사라졌다. 드디어 첫 번째 심부름이 끝이 났다.


‘찾는 건 어려웠는데, 잡는 건 쉽네.’



* * *



“그러니까, 일부러 숨겼다, 이겁니까?”

“그래.”


사건을 마무리하고 길드로 돌아온 그들은 처음 만났던 그 조그마한 방에 앉아 대화 중이었다.


마카이오는 아까 전 루그두눔이 말했던 바알을 향한 인사말, 그러니까 ‘마신’이라고 했던 것에 대해 캐묻고 있었다.


“하···. 마왕이 아니라 마신이었다고요. 그럼 아가레스 님은 뭐 하시는 분입니까?”

“마왕입니다.”

“허어어······.”


아가레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성큼 대답했다. 그러자 마카이오는 그럴 줄 알았다며 여느 때보다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가레스, 이제 출발하도록 하지.”

“아, 예.”


바알과 아가레스는 마카이오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새에 남은 심부름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마카이오가 따라 일어서 그들을 뒤따라갔다.


“용무가 더 남아있나?”

“그, 저도 돕겠습니다.”


마카이오가 말했다. 음··· 굳이 후손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이래 봬도 공국의 주인이니 꽤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만. 솔직히 두 분께선 이곳에 아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중간계로 온 게 수백 년 전, 마왕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때 당시에 바알이 형성한 인맥은 이제 와서 무용지물일 터, 확실히 마카이오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나았다.


바알이 고개를 돌려 아가레스를 바라보자, 아가레스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바알은 결국 ‘너 친구 없잖아.’ 가 담긴 듯한 마카이오의 말에 꽤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일단 아락 열매 대량구매.”

“······엥?”


마카이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욕망의 신이 먹고 싶다고···.”

“아! 그렇군요.”


누가 시켰다고 어디 가서 말하기엔 다소 뻘쭘한 심부름이었다.


그 후 바알은 마카이오에게 나머지 심부름을 차례차례 읊었고, 마카이오는 그것들을 꼬박꼬박 적어냈다.



* * *



“오···! 바알 님, 이곳이 제 성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가?”


심부름들을 모두 받아적은 마카이오는 이런 일들은 길드에서 해결할 게 아니라며 바알과 아가레스를 화려하디화려한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했다.


저택의 눈부신 광경을 보고 감탄을 내뱉는 아가레스를 쳐다보며 바알이 조금 미안한 얼굴을 지었다.


‘더 퍼부어 줄 걸 그랬나···.’


강등시키는 대신 저택은 더 업그레이드시켜줘야겠다.


“게일, 이분들에게 방을 내어드리게.”

“예, 각하. 그럼 따라오십시오.”


오, 은근 위엄있네.


집사 게일이 바알과 아가레스에게 따라오라며 손을 내려 안내하였다. 백발의 노인이었지만 절도있게 행동하는 게일의 뒷모습을 따라 바알과 아가레스는 말없이 뒤따랐다.


“이곳, 마카이오 공국은 몇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아시겠지만, 세기의 영웅 제로아딘 님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셨지요. 아, 참. 제 소개를 안 해드렸네요. 전 대공 가의 집사, 게일 듀락이라고 합니다. 게일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절도있는 겉모습과는 달리 게일은 떠들썩한 노인이었다. 바알은 제 앞에서 저가 세운 공적을 나열하여 말하는 게일을 보고 질린 얼굴을 하였다.


이제 와서 ‘내가 제로아딘이다.’라고 말하기엔 또다시 마카이오처럼 놀란 모습을 보아야 했기 때문에, 바알은 그냥 입 닫고 있기로 하였다.


사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게 있었다. 마카이오의 이름이 성이라면 그의 이름은 마카이오 마카이오인가?


“게일, 대공의 이름이 혹시 마카이오 마카이오인가?”

“···! 큽, ···풋, 푸하하하!”


바알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앞장서 가는 게일에게 물었다. 게일이 멈칫하더니 이내 몸을 부르르 떨며 웃음을 참다가 못 참겠는지 터뜨렸다. 그러다 아차, 싶더니 입을 열었다.


“아뇨, 각하께서는 ‘헤르만 크로웰 드 마카이오’라는 제대로 된 이름을 갖고 계십니다. 길드에서 오셨군요? 마카이오라는 이름은 길드에서 쓰시니.”

“헤르만···.”


바알이 끄덕이며 여태까지 ‘마카이오’인 줄만 알았던 대공의 제대로 된 이름을 나직이 읊조렸다.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헤르만의 정체를 몰랐던 것이 이상했다. 공국의 이름을 곧이곧대로 따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는데, 그걸 이제 와서 눈치챘다는 게 우스워서 스스로가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다.


“아가레스. 알고 있었나?”

“음, 조사하려고 출발하고 얼마 안 돼서 알게 되긴 했습니다. 이미 알고 계셨던 것 아닙니까?”

“아니, 몰랐는데.”

“역시.”


아가레스의 말끝에 희미하게 “멍청해.”라는 말이 들려왔다. 바알은 그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


‘인정하자.’


역시 나는 이런 거에 머리 쓰는 데에 어두웠다. 싸움이 최고지.


어느새 바알과 아가레스는 그들이 머물 방 앞에 도착했다. 각자의 방은 마주 보고 있었고, 게일은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쉬라고 했다는 헤르만의 말을 전하고 물러났다.



* * *



“어젯밤에 각 신전에 연락을 넣었습니다. 아락 열매도 대량으로 오늘 올리라고 전하였고요.”

“수고 많았다. 생각보다 빠르군.”

“하하, 감사합니다. 공왕인데 이 정도도 못할까요. 그런데···.”

“음?”

“요즘 들어 신전이 귀신처럼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바알 님께서 직접 오신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관련이 있을 터였다. 원래라면 신들은 자신들의 신전에 신탁을 내려 공물을 바치라고 하거나,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다름 아닌 신이 직접 내려와 명령을 전하다니 헤르만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리라.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아가레스가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가디언 제작에 쓰이는 육신들을 도둑맞는 것 말이에요, 생각할수록 더 수상합니다.”

“계속해라.”

“저희는 오래되고 버려진 시체들을 가져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느 누가 어째서 오래된 시체들을 모으는 걸까요?”

“······.”


아가레스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바알은 침묵을 유지했지만, 표정은 여느 때보다 더 심각했다.


짜악-!


그들을 가만히 살펴보던 헤르만이 손뼉을 치며 정적을 깼다.


“우선 두 분, 얼른 마계로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신성력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서요.”


헤르만이 바알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히 바알의 마력 안에 가둬놓았던 루그두눔 일족이 그 안에서 폭주하고 있었다.


“아가레스.”

“예.”


바알이 아가레스를 한 번 부르자, 아가레스가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는 듯 소환진을 재빨리 허공에 그려냈다.


우웅-.


머지않아 소환진이 완성되자, 바알은 헤르만을 쳐다보았다.


“또 올 테니···, 조금 전 아가레스가 말한 것, 조사해주었으면 한다.”

“그러지요.”


헤르만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바알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소환진으로 사라졌다.


작가의말

주인공은 머리쓰는 일을 잘 못 합니다. 싸움만 잘하거든요. 그래도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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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사 시작 +5 20.05.20 2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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