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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가문 신선천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윤재호
작품등록일 :
2023.08.07 03:02
최근연재일 :
2023.12.06 01:21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74
추천수 :
5
글자수 :
11,323

작성
23.12.04 23:59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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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마법가문 신선천재 2화.

DUMMY

생의 첫 기억은 아마도, 웬 놈들한테 납치되어가던 때다.

나중에 그저 정보로써 듣기로, 범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수련자질이 있던 탓에 마도(魔道)종파에 유괴된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곳에서 자랐다.

물론, 썩 순탄치 않은 기억들이었다.

그 마도의 썩을 개자식들은 사람을 쥐어짤수록 효율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족속들이었다.


많이는 하루에 수십명씩이 죽어나갔다.

어디서 수급해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선도에 자질이 있는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데려왔기에 그럼에도 총원은 거의 줄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버텨 종파에 입문하게 되는것은 결국 극소수.

나는 '78호' 라는 이름으로 그곳에서 자라났고, 그 학대와 고문에 가까운 시간들을 버텨 결국 수도자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크게 입장이 바뀐것은 아니었다.

개중에서도 자질이 뛰어났던 몇몇은 따로 마도의 고계 수도자들의 직속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았지만, 나는 여전히 대충 쓰다버릴 소모품으로써 매일같이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해야만 했다.


다만, 결국 그 이후 탈출을 감행하여 금의문에 입문할 수 있었고.

이후 나를 그렇게 고생시킨 마도놈들을 죄 멸절했으니 오히려 내 자질이 크게 좋지 않았음이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비승에 실패했다는걸 직감했을때는 하늘을 거듭 원망하긴 했지만서도......


...

...

...

.......


"도련님?"

"아, 릴리. 미안해."


순간,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곳에는 밝은 금색의 머리에, 푸른 눈을 하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 미안하진 않으셔도 되는데, 괜찮으세요?"


전생이었다면 쉬이 볼 수 없는 외모였다.

서방 야만족이 비슷한 용모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 긴긴 생애에서도 그들을 본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너무나도 익숙하다.

무엇보다 나부터가 그녀와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응, 아무 일도 없었는걸. 걱정 안해도 돼."

"...... 항상 그렇게 말하시는게 제일 큰 걱정입니다."


릴리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 눈망울에 담겨있는 감정은 적이 무겁다.

그러나 이 녀석이 원하는대로 아이처럼 굴어주기는 영 쉽지 않은 알이었다.

지금만 해도 최선을 다해 연기중인 것을.

6살, 리히튼 가문의 막내 '카엘'을.


나는, 다시 태어났다.

이 조화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비록 비승 직전의 경지까지 닿았던 나지만, 이리 윤회나 환생 따위와 관련된 법칙까지 통달하지는 못했기에.


그것이야말로 선계에 오른 자들.

비승하여 신선이 된 이들이 아는 것 아니겠는가.

때문에 내가 카엘 리히튼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아이로 태어난 것도, 태어나게 된 세상도 원래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곳인 이유도.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일을 되돌릴수도 없는 노릇이니.

지금의 삶에 충실하는것이 최선이었다.


"릴리, 그래서 내 부탁은?"

"아,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한참 수심 깊은 얼굴로 있던 릴리는, 말 한마디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산스레 움직였다.

그 모습이 내게는 그저 미숙하게만 보여 웃음이 나왔다.

서로를 보는 시선에는 이리 큰 차이가 있다.


퉁-!


"여기, 전에 말씀하신 것들입니다."


허둥거리며 밖으로 나간 릴리는, 이어 두꺼운 서적들을 한가득 쌓아올린 채 등장했다.

두꺼운 가죽 표지에, 묵직한 나무냄새가 풍기는 서적들.

전생에서보던 책과는 분명 다른 형태였지만, 척 봐도 고급품임을 알 수 있었다.


"음, 고마워 릴리. 수고했어."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요."


릴리는 무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눈썹이 저도 모르게 씰룩거리는 것이 보인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부러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제 나름대로 무언가 신념이라고 해야할지, 뭔가를 가져버린 것 같은데.


"어, 그럼 이제 나가봐."

"...... 취급이 너무하신것 아닙니까."


솔직히, 크게 알 바 아니었다.

나는 손을 휘휘 저어 릴리를 쫓아냈고, 녀석은 진심으로 서운한 기색을 팍팍 내며 방 밖으로 나갔다.


퉁!


심지어는 제 나름 반항한답시고 평소보다 소리를 내며 문을 닫는다.


"흠."


어차피 저래봤자 내일이면 풀릴테지.

나는 시선을 돌려 책들을 바라봤다.


"...... 드디어."


눈 앞에 놓인 서적들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동안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가.

의식이 있던 시절 이후로, 이곳의 지식들을 습득해나가며 꼭 알고싶었던 지식을 오늘에서야 볼 수 있게 되었다.


마법.

전생의 선술과도 어느정도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되는 그것.

전혀 다른 세계에서 새 삶이 시작되었어도, 되레 그에 흥미를 느낀 이유가 이것이었다.


6년, 수도자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그동안 나는 전생의 선술을 몸으로 익혀내며, 동시에 이곳의 문자와 역사 그리고 마법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물론 그 과정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방비도 철저하게 했다.

아이 치고는 똑똑하지만, 그 이상의 위화감은 느끼지 못하는...... 그 정도의 연기.

때문에 그동안 탐독한 지식의 양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여섯 살이라는 나이는 충분히 인지 능력이 발달할 만한 시기이니, 어느 정도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천재라는 명목하에 용납이 가능할 때다.


다른 어디도 아닌 리히튼 가문이니까.


조금은 운이 좋게도, 전생과 달리 나는 꽤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듯 했다.

소위 사람들에게 명가(名家)로 불리는 귀족 가문들 중 하나.

이 몸은 그 혈통을 물려받았다.


조상중에서도 이맘때쯤 마법을 익혀 신동이라고 불린 이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 정도 이야기가 나도는 것이야 별 신경쓸 필요 없는 이야기다.


"...... 레비테이션(Levitation)."


작게, 주문을 영창하자 책이 공중으로 부양한다.

상당한 기초 축에 속하는 주문.

내가 이 나이까지 몰래 익혀낸 주문은 이 정도 수준이다.

이 서적들을 보고 더 고급의 마법을 익혀낸다고 하더라도, 아마 남들에게 보일 수 있는건 해봤자 이정도겠지.


"확실히, 조악하다."


이 마법의 수준을 한 마디로 일축하자면 그러했다.

선술에 비해 수준이 비교적 떨어진다.

연기기(炼气期) 수준의 기초공법과 비교하더라도 그 질이 훨씬 저열하다.

이 정도라면 범인들의 무공과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해야 좋을 터.


하지만,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어린아이도 쉬이 열람하고 습득 가능한 수준의 마법이라는 것.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나는, 자못 외견과 어울리지 않을 말을 하며 책을 집었다.

촤르륵─ 책을 넘기며 그 안에 담긴 문자들을 눈에 담는다.


텁!


그렇게, 대략 세 시간.

열 권 가량의 두꺼운 책들을 모두 훑어본 뒤.


"....... 어이없군."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쓰레기들이잖아."


이 책의 저자들에 대한 맹렬한 비난이었다.




***




리히튼 가문은 제국의 명가들중에서도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명실상부 최고의 가문 중 하나였다.


특히 이들 가문은 제국 평민부터 귀족들에게 모두 상당한 호의를 사고 있었는데, 그 근간이 학문적인 성향을 띄다보니 제국 중앙의 알력다툼에서 제외된 탓이 컸다.


귀족들로서는 따로 견제할 필요가 없고, 영지의 세율도 과하지 않다.

리히튼 가문 출신중 따로 구설수에 오를만한 짓을 저지른 이들도 없고, 그 대부분의 성정이 썩 온순하다보니 그들과 대면한 이들에게서 좋은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 푸우우."


그렇다보니, 가문의 사용인들에게는 작금과 같은 상황이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여섯 살 생일을 맞았던 막내 도련님이, 아침부터 썩어 문드러진 얼굴로 한숨을 푹푹 쉬는 상황이.


덜그럭-덜그럭-


분명히 예법에 맞는 식사였지만 그 기세가 놀랍도록 흉포하다.

정상적으로 식기들에게서 부딪히는 소리이건만, 마치 그것들이 절규하는 듯한 환상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꿀꺽─


개중 신입 하녀 한 명은 몸을 부들거리며 연신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주위의 눈치를 마구 살폈다.

원래 카엘을 전담하던 유모 '릴리'가 하필 오늘 쉬는 날인지라, 그녀가 모든 일을 전담하게 된 것이었다.


분명 아침에 일어나 하녀장의 이야기를 들을때까지만 하더라도, '네엣~ 맡겨주세요!' 하며 밝은 목소리로 말을 했던 터인데.


그저 아이치고는 시니컬하고, 어딘가 의젓한 아이.

그쯤으로 생각했던 막내 도련님이 지금은 무서웠고 또 무서웠다.......


탁!


"히끅!"


그때, 탁상을 울리는 소리.

그리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숨소리 하나마저 고요하던 이곳 식당 내에서는 유별스럽게 커다란 그 소리가 울리고.


"...... 잘 먹었어."


드륵-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는 카엘.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녀는 새파란 안색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저 성난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하는 저의는 무엇일까.

당장에라도 주방에 달려가서 무어라 말이라도 해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음식들을 나른 내게 질책하시는 것일까......


그녀는 식당을 나갈때까지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러다, 잠시 뒤 카엘이 그곳을 나선 후.


콰당!


"어, 어어! 얘! 왜 그러니!"

"마리안 님! 이 애 상태가 이상해요! 입에서 막 거품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혼절해버렸다.

당연히 그에 수많은 하녀들이 당황하며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고, 그 시끄러운 소음들은 당연하게도 카엘의 귀까지 들려왔다.


"...... 뭔 짓거리들이지."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그 요상한 식사를 마친 후.


나는 방으로 돌아와 책들을 다시금 살펴봤다.

어제 하루간 다시 한 번, 그리고 일어나서 잠시 한 번.

혹여 놓친 부분이 있는가 꼼꼼히 그 책들을 점검해본 나는 확실한 판결을 내렸다.


"불쏘시개로나 써야겠군."


정말이지 그 내용들이란 조잡하기 짝이 없어서, 전생에 익혔던 공법들중 가장 쓰레기같은 것들과 비교해도 질이 떨어졌다.


물론 이것들이 무슨 비급과 비견될만한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익히는 책이라고 했던 터.

선술의 기초 수련공법서 수준의 질은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딴것들로 익히고 있단 말이냐."


이 세계에도 마법사들은 귀했다.

선도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비율과, 이곳에서 마법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비교하자면 거의 비슷했다.


그렇다면 분명 영기, 그러니까...... 이곳에서는 마나라고 불리우는 그 힘을 느낄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는 뜻이 될 텐데.


"세상을 잘못 타고났군."


만약 저쪽에서 태어났다면 선도에서 꽤나 높은 성취를 이뤘을 이들도, 이곳에서는 이리 조잡스러운 쓰레기를 익히며 썩어갔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에 굉장히 실망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 정보의 통제가 훨씬 심하다."


지금까지 내가 파악한 이곳 마법의 수준은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이곳 세계는 마법을 이용해 굉장한 성취를 이루어냈고, 소위 최강자라고 불리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생의 고계 수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일부러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마법사들에게는 이딴 것들이 마법의 정수라고 가르친다는 뜻이겠지.


물론, 나도 후일 그 소수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막내라고는 해도 리히튼가의 직계 후손이니.

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나도 멀었다.


열다섯.

지금으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이쪽 세계의 진정한 마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수도자에게 시간은 길다지만, 이런 경우에는 또 이야기가 다르다.

그 대부분은 '지식'에 관련된 부분에서 불과 같이 폭급하고, 나도 그에서 그리 벗어나는 성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면 심했지.

때문에 나는 한 가지 방도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냈다.

뭇 사람들이 들었다면 기함했을만한 방도를.


"가주를 만나러 간다."


이 생의 내 아비.

아마, 전생의 결단(结丹)을 이룬 수도자와 비슷한 경지에 있다고 추정되는 그 사람.

리히튼 가문의 가주를 만나서 담판을 지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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