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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완결

치즈롤
작품등록일 :
2016.11.20 22:42
최근연재일 :
2016.11.24 18:3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224
추천수 :
9
글자수 :
24,279

작성
16.11.23 18:30
조회
134
추천
1
글자
6쪽

4화

DUMMY

날이 밝았다. 전장의 아침은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햇빛이 밝아서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임시본영 내에서는 국왕을 맞아들이느라 바빴다.

병사들은 입구에서부터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그 끝에는 본영의 도독이 투구를 벗고 한쪽 무릎을 꿇은채 왕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독의 양쪽에는 번쩍이는 은투구를 쓴 호위병이 붉은색 깃발을 들고 시립해 있었다. 깃발에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포효하는 사자가 그려져 있다.

곧 화려한 왕의 행렬이 들어온다. 황금으로 도금한 갑옷으로 온 몸을 감싼 레바논의 국왕 ‘필립 2세’가 흑갈색의 준마를 타고 천천히 거닐었고, 앞뒤로 시동들이 그의 말을 끌었다. 그리고 그 뒤를 수많은 기사들이 따랐다. 비록 레바논의 주력은 용병이었지만 기사도 무시할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개개인의 전투력과 기동성은 기사가 더 뛰어났다.

행렬의 첫머리에서 왕은 거만하게 도독을 내려다보았다. 도독은 머리를 조아리며 왕림을 환영했다.

“전하! 소신 길버트가 전하께 인사올리옵니다. 모든 전사들을 대신해 전하의 왕림을 기뻐하며 충성을 맹세합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곤 말에서 훌쩍 뛰어내려 도독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웠다. 도저히 왕좌에 앉아 관망만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날래고 기품있는 몸동작이었다.

“그동안 수고했다.”

도독은 머리를 숙였다. 왕은 돌아서서 시선을 병사들에게로 옮겼다.

“오늘은 일전에 없던 큰 전투가 될 것이다. 목숨을 구한 사람은 영광된 축복 속에서 환향할 것이고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그대들의 영혼은 영원히 위대한 ‘아베스’의 이름 아래 빛날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사들이여! 신은 그들과 함께하리라!”

그는 우렁차게 외쳤다. 역전의 용사였음을 자랑이라도 하듯 장대한 기골과 뛰어난 기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약속이라도 한듯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들은 검과 방패를 양손에 들고 하늘을 향해 치켜올리며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내뱉었다.

‘아베스의 이름 아래 빛날 것이다...’

얀은 속으로 되뇌였다. 어둠 속에서 홀연히 빛나는 구슬처럼 그의 머릿속은 ‘아베스’라는 세 글자의 단어만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다.

“얀... 괜찮아요?”

로즈가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 그제서야 얀은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얀들은 왕을 호위하는 친위단과 함께 최전방에 배치되었다. 친위단은 뛰어난 역량으로 뽑힌 기사들로 이루어졌다. 그들의 갑옷과 방패에 그려진 문장은 화려하기만 했다.

얀의 소대는 왕을 직접 호위하는 역할을 맡았다. 스무 명으로 이루어진 친위대가 멀찌감치 왕을 둘러싸고, 그들은 왕의 바로 곁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전투할 기회는 별로 없는 셈이었다. 오히려 왕을 보좌하는 역할이랄까?

얀은 필립 2세의 바로 옆에 말머리를 나란히했다. 한 나라의 왕과 말머리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용병에게 있어서 더 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고삐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폐하, 곁에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얀은 엄숙하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바로 왕의 옆자리였다 하더라도 용상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음. 자네에게선 힘이 느껴지는군. 짐도 한 때는 전쟁터에 있었던 몸. 때가 된다면 한 번 겨뤄보고 싶구나.”

왕의 한마디 한마디엔 위엄이 서려있었다. 얀은 엄청난 위압감에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간신히 입을 떼었다.

“...황공하옵니다.”

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필립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듯 껄껄거리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왕의 위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네는 말한테 머리를 조아리는군.”

“황공하옵니다!”

얀은 얼굴을 붉혔다. 당황하는 바람에 큰 목소리를 내버리고 만 것이다. 필립은 다시 한 번 호쾌하게 웃었다.

“웃고 즐길 시간은 지금뿐이겠지... 헌데, 짐은 아스프로스의 여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얀은 시선을 말갈기 밑으로 떨군채 대답했다. 그에겐 이 쪽이 훨씬 편했다.

“병사들 사이에선 죽음의 여신이라고도 불리지요. 그녀는 언제나 가라스의 깃발에 은총을 내렸으니까요.”

“음... 여신께서 오늘은 심술을 부리지 않으셨으면 좋겠군...”

필립은 미소를 띈채 중얼거렸다.

삼십분 쯤 지났을까. 멀찌감치 요새의 전경이 강한 햇빛을 받으며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필립이 오른손을 번쩍 치켜올리고, 레바논의 전 병력은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우리 병력은 3천... 저쪽은 많아봐야 천... 아스프로스만 뚫린다면 가라스의 수도는 이미 떨어진 셈. 해볼만한 장사로군.”

필립은 일부러 얀에게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한 번에 몰아붙인다. 양날의 검... 이 남자는 군대의 절반을 잃더라도 한 번은 수도에 닿을 각오다.’

얀은 말 위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모든 병사들은 비장한 각오를 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예?”

“정면돌파... 말일세.”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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