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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롤의 서재입니다.

아베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완결

치즈롤
작품등록일 :
2016.11.20 22:42
최근연재일 :
2016.11.24 18:3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220
추천수 :
9
글자수 :
24,279

작성
16.11.22 18:30
조회
148
추천
1
글자
6쪽

2화

DUMMY

또 다시 한 대의 마차가 병사들을 싣고 언덕 위를 달렸다. 조용한 달그림자만이 등불이었다. 폭풍전야처럼 주변은 침묵했고, 요란한 수렛소리만이 정적을 깼다.

격전지를 향해가는 마차들 중에는 얀이 탄 마차도 포함되어 있었다. 용병들은 마차 안에 아무렇게나 기대어 앉아있었다. 한 마차에 다섯 명씩.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얀은 마차 구석에 기대 무릎을 받침삼아 편지를 쓰고 있었다. 실비아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맞은켠의 애꾸눈 남자가 힐끔힐끔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여백을 마저 채우기 시작했다.


실비아... 그래 나는 얀이야. 어떻게 편지를 써나가야 할지 몰라 너의 이름을 끄적였어. 전에 보낸 편지는 잘 받았어. 봉투 한 쪽에 들어있던 바이올렛 꽃잎은 유리병에 넣어서 잘 보관해 두었어. 향기가 좋더구나.

벌써 나는 세번째 나의 검을 닦고 있어. 세번째 검의 이름은 ‘나카스카’라고 지었어. 용기를 북돋아주는 주문이라고 하더군. 믿을 수는 없지만...

이 곳은 별로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야. 어제 나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동료들도 오늘이 지나면 사라져버리곤 하지.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견딜 수 있었던건 실비아의 편지 덕분이었어. 편지가 없었다면... 아마 나는 외로움에 먼저 쓰러져버리고 말았을거야. 전장에서 싸우는 용병은 ‘고독하다’고 누군가 말했었지.

아스프로스 요새는 너무도 견고해. 벌써 다섯번이나 그곳을 점령하기 위한 병력이 투입되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어. 그리고 이번이 여섯번째이지. 아마 이번 작전에 따라서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것 같아.

미안해... 너무 전쟁얘기만 했지? 하지만 내 머릿속엔 지금 온통 싸우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그리고 가끔은 아베스를 떠올리곤 힘을 내곤 해.

이제 그만 글을 줄여야될 것 같아. 잉크를 모조리 다 써버렸거든. 레바논의 군수물자에 다행이 잉크와 펜도 들어있었어. 물론 금새 동이나 버렸지만...

그럼 이만 줄일께. 안녕!


편지는 또다른 병사를 싣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갈 마차로 전한다. 그래서 마부들이 돌아오면 본영의 한켠은 병사들의 편지로 가득 메워졌다.

얀은 깃털펜을 다시 잉크통에 꽂아넣고 편지를 소중히 품 안에 갈무리했다. 도착하면 마부에게 건네줄 생각이었다. 마차는 바람을 가르듯이 달린다.

그 때 맞은편에서 지켜보던 애꾸의 남자가 얀에게 말을 걸어왔다.

“애인한테 쓸 편지라도 쓰는건가? 후후. 빨리 잊어버리는게 좋아. 이번 전투는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으니까.”

어둑한 공기 속에서 유달리 남자의 남은 눈이 빛나 보였다.

“무슨... 말이지?”

얀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되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길게 끄덕여주곤 그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마차 안에있던 이름 모를 세 명의 병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남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스프로스 6차 공방전은 양 국의 총력전이 될 양상이었다. 각지에서 패배를 거듭한 레바논은 그 동안의 열세를 타파해보고자 대범한 총력전을 계획하게 되었던 것이다. 얀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확연하게 느껴졌다.

“아스프로스의 강철 여신이 우리를 반겼으면 좋겠군.”

남자는 그 한마디를 중얼거리곤 잠에 빠지듯 벽에 기대었다.

본영은 수도에서 30킬로정도 떨어진 ‘벨켄’이란 곳에 자리잡았다. 레바논의 국경지대에서 마차로 이틀거리, 아스프로스에서 사흘거리에 있었다. 높이 쌓아올린 탑의 웅장함은 경이로운 광경이었다고 얀은 기억해냈다.

아스프로스 요새는 험한 산세를 등에 업은 벨켄의 요새와는 전혀 별개의 의미를 가진 난공불락이었다. 요새는 넓은 평야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지형적으로 대단히 불리한 요새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요새가 난공불락의 칭호를 얻은 것은 요새 병력의 효율적인 편성에 있었다. 민첩한 기동력을 가진 정예의 기마병들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특히 갑자기 들이치는 기병대의 기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레바논에선 이 요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만약 우회해서 돌아간다고 하면 뛰어난 기동성의 기병단이 뒤를 공격했을 것이고, 다른 전선을 통해 가라스 내부로 깊게 침투한다면 아스프로스의 병력들이 일제히 레바논 본국으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 불보듯 뻔했다. 따라서 아스프로스는 다섯번이나 실패를 하면서까지 점령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때, 갑자기 얀의 마차가 덜컹 소리를 내면서 멈췄다. 안에 타고 있던 용병들은 황급히 무기를 꺼내들고 무장태세를 갖추었다. 이런 밤 중에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속수무책이었다.

“전투가 벌어졌나?”

얀은 아무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답이라도 해주는 듯 요란한 금속음과 비명소리가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적의 기습이다!”

“한 명도 남김없이 죽여라!”

얀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마차 밖은 이미 격전지로 변해있었다. 그들도 무기를 꼬나쥐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작가의말

2편 양이 적어서 3편과 같이 올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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