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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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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59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12 21:05
조회
14
추천
3
글자
11쪽

술식

DUMMY

위이이잉, 고막을 찢을 듯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무슨 소리야??”


“나도 몰라!!”


사이렌 탓에 자신의 말도 들리지 않아 소리쳐야 간신히 말이 전달된다.


무명뿐만 아니라 리사도 들어본 적 없는 굉음이다.


자리에서 귀를 막고 있으니 30초가 지날 때 쯤 소리가 멎는다.


“귀청 떨어지겠네!”


“이제 소리 안 질러도 들리거든? 그나저나 뭐였지?”


“뭔가를 경고하는 거 같은데, 설마 이 요기?”


무명은 대충 가려놓았던 천을 가리킨다. 누군가 고의로 설치한 것이 분명한 것을 우연히 들춰낸 것이다.


리사는 다클서클 진 피곤한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누가 온다.”


무명은 반사적으로 근처의 나무 뒤로 몸을 숨긴다. 리사도 눈치껏 무명의 뒤를 따라 숨는다. 중앙의 방향에서 재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샛길은 숲을 가로지르는 길이었기에 반대방향에서 무명과 리사가 보이지 않아 들키지 않고 숨는 것이 가능했다.


“왜 숨는 거야?”


리사가 속삭이는 투로 묻자 무명도 소리를 줄인다.


“나도 몰라. 혹시 우리가 뭔가 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잖아.”


“오해야 풀면 되지.”


둘이 아옹다옹하고 있을 때에 낯선 이가 벌써 근처까지 다가 왔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계열의 복장으로 마른 체격의 남성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게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있다. 자그마한 가죽주머니가 달린 띠를 허리와 가슴팍에 매고 있고 허리의 끈에는 짧은 단검을 차고 있다.

상의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로 허리께에서 천이 양쪽으로 갈라진 모양새다.


“딱 봐도 수상한데?”


“그러게?”


둘은 숨을 죽여 가며 후드의 사내를 바라본다. 사내는 천을 한 번 확인 해보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발견자를 찾는다.


시선이 숲을 향하자 둘은 보이지 않게 재빠르게 숨는다. 분명히 인기척을 느꼈으나 사내는 굳이 반응하지 않는다.


사내의 시선이 걷힌 것을 느끼자 둘은 다시 사내를 지켜본다.


그 짧은 틈사이로 사내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으나 보지 못했다.


그러고는 가슴팍의 작은 가죽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송곳 같은 픽을 꺼낸다. 그러고는 공중에 빠른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새긴다.


“술식이야.”


리사가 그것을 보고 나지막이 말한다.


“술식?”


“무슨 효과인지는 몰라.”


“이 근방에서는 프시케 씨만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정확히는 프뤼나도. 아무튼 복장부터 근방의 사람이 아냐. 아마 높은 소속의 사람일거야.”


리사의 추측은 옳다. 사내가 입고 있는 옷의 소재는 상당히 강력한 동물의 것이다. 일반인이 돈이 얼마나 있더라도 구경조차 못할 물건이다. 그것을 더더욱 가공했으니 리사도 그 값어치를 계산할 수 없다.


사내가 새긴 글자는 공중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며 원형으로 돈다. 이내 그것들이 뭉쳤다가 천에 새겨진다.


무명은 그 모습을 눈에 분명하게 새긴다.


새긴 것을 확인한 사내는 자리를 떠난다.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무명은 조심스럽게 숲 밖으로 나온다.


“뭔가··· 일이 시작된 느낌이군.”


쎄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요기를 바라보았을 때에 탁한 감각이 올라온다. 리사 역시 그러한 불쾌한 감각을 느끼고 있다.

퀘스트니 뭐니 하는 게임하는 감각을 생각할 여유가 달아난다. 이마에 식은 땀이 절로 난다.


“근처에만 있어도 이런데···. 관장님이 걱정이야.”


“그 사람이 여기에 천을 뒀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봐. ···조금, 어지럽다.”


요기 탓에 리사는 휘청거린다. 이미 그녀의 몸은 도서관장의 일을 대신 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이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신체 건강한 무명도 요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책은 좀 미루자. 아무래도 이게 더 문제니까.”


리사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무명의 부축을 받으며 도서관으로 다시 향한다. 무명은 원래부터 체력이 좋지 않아 상당히 벅찬 일이었음에도 겨우 걷는다.


그리 멀지 않았던 길이 힘들게만 느껴진다. 대략 두 배정도의 시간이 걸려서야 도서관 앞이다.


다행히도 리사의 체구가 작았기에 망정이다.


무명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서관의 문을 연다.


“어머···!”


“사장님?”


프시케가 안 쪽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무명이 생각보다 많이 늦자 걱정이 되서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 안에는 아무도 없어서 적어도 리사를 볼 수 있는 이 곳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무명은 프시케를 보자 자그마한 반가움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온 몸에서 긴장이 풀려 힘이 빠져나간다.


어깨에 부축하고 있던 리사가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칠 뻔 했지만 프시케가 재빠르게 가슴으로 받는다.


“젊은 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럴 때까지 하는 건.”


프시케는 부드러운로운 미소로 고개를 두어 번 젓는다. 가슴에 안긴 리사는 조용히 숨을 쉬며 잠들어 있다. 리사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눕혀준다.


“무슨 소리인지는 몰라도 아닙니다. 물 한잔만···.”


프시케는 정수대에서 물 한 잔을 따라 준다. 정수대는 지하수의 물을 기계식으로 퍼서 술식을 통해 정화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시설이다.


“그럼 무슨 일이야?”


“요기 때문인듯 한데···.”


여유로웠던 프시케의 표정이 굳는다.


“요기? 여기서? 말도 안 돼. 그건 혈옥에서 새는 거야. 여기서 수 십일은 넘게 걸어가야 그 조각을 볼까 말까 하는데.”


“누군가 고의로 설치한 건지, 고의로 안보이게 했는지, 아무튼 리사의 얘기로는 요기라고.”


“이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면 맞겠지. 하지만 어째서?”


프시케는 고민에 빠진다. 머릿속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를 최대한 따져보지만 대체로 불가능한 결론이 내려진 수들이다.


“안보이도록 술식이 적힌 천으로 가려놨어요. 그리고 그걸 발견할 때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요.”


“사이렌? 난 못 들었어. 아마 이 근처까진 안 들린 모양이야.”


무명은 무언가 의견을 덧붙이려다 육체적으로 피로해서 본 것만을 전달하기로 한다.


“그 다음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와서 저희는 숨었어요. 그리고 그 남자가 어떤 술식을 천에 새겼고요.”


“같은 글자라도 조합하는 순서가 다르면 효과가 달라. 그래서 나중에 봐도 짐작하기 어려운데···.”


“······그거라면 괜찮아요. 제가 봤어요. 어떤 의미인지는 몰라도 그대로 쓸 수 있어요.”


“정말? 모르는 글자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대단하네.”


무명은 본 것은 완전히 기억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정신이 자라고 나서부터 본 것은 하나라도 빼먹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다.

그 탓에 꽤나 피곤하게 살아왔으나 최근이 되서야 그런 짐을 벗어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용케도 믿어 주시네요.”


“응? 거짓말이었어?”


“아뇨. 보통은 믿기 힘든 이야기라 생각해서요. 아마 프뤼나였다면 한소리 했을 걸요?”


“그 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 그래도 믿긴 했을 거야. 네가 기억할 수 있는 건 내가 술식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니까.”


무명은 머쓱하게 미소를 짓는다. 분명 무명에게도 술식은 원래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명뿐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느낄 것이다. 결국 개인의 능력의 한계를 멋대로 정해 놓고 있는 일종의 편견이었음을 깨닫는다.


무명은 종이와 펜을 빌려 기억대로 그림을 그리듯 글자들을 써내려가자 프시케가 그것들을 읽어준다.


“확산. 부패. 만연. 흑. 염(念). 그리다. 염(染), 염(念). 재. 혈육. 확산.”


단순히 글자의 나열은 아니다. 일정한 형태로 이루어진 룬이다.


“···이런 조합식은 처음 봐. 불가능한 조합은 아닌데, 이런 발상을 하다니.”


“어떤 효과인지는 아시겠나요?”


“응. 식이 특이해서 정답이 확실하진 않지만, 증폭하고 오염. 그리고 확산의 삼중 술식으로 보여.”


더 이상 설명을 듣지 않아도 꽤나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다. 분명 그 사내가 술식을 쓴 이후로 체력이 급격하게 소모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비대를 부르는 게 좋겠죠?”


“술식으로 부를게. 그리고 어차피 내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야.”


경비대에게 먼저 보고를 해봤자 일은 다시 프시케에게 돌아오게 되서 시간상 절약이다. 그래도 빠른 처리를 위해 술식을 짜서 경비대를 호출한다.


“그래도 다행히 네가 정확히 기억해서 해제식은 금방 짤 수 있을 거 같아.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짜볼래?”


무명이 술식을 익히기에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해 대답이 섣불리 나오지 않는다.


“실패할 걱정 하지 마. 나도 옆에서 같이 할 테니까, 만약 네가 실패하면 내 걸로 쓰면 돼.”


“···좋아요. 어떤 원리인거죠? 단순히 글자를 쓰는 것으로 발동되는 건 아닌 듯한데.”


“맞아. 말에는 힘이 있어. 그것을 분명히 파악해야 가능 해. 그래서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누구나 쓰기 힘들기도 하지.”


“의미를 파악한다······.”


“그래서 먼저 글을 배우라고 한 거야.”


프시케는 펜으로 술식을 짜기 시작한다. 방금 보았던 사내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내는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면 프시케는 행과 열을 맞추어 써내려간다.


“염. 해. 잃다. 바람. 해··· 끝. 아예 없애는 건 내 지식으로는 불가능해. 덮어두는 느낌으로 짰어.”


상당히 짧은 술식이 완성되었다. 무명이 따라 그린 것은 다소 삐뚤했으나 나름대로 잘 베껴 써 내렸다. 당연하게도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기에 발동되지는 않는다.


무명은 문득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린다.


“괜찮아. 천천히 배우자.”


“네.”


생각의 검증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


“으응―”


때맞게 누워있던 리사가 뒤척거리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피곤했나 보구나. 조금 더 잘래?”


프시케는 상냥하게 리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 프시케님?”


“그래. 요기는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같이 가고 싶어.”


방금 일어났음에도 프시케의 말과 보이는 상황으로 리사는 대강 상황을 이해한다. 체력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는 것이 눈에 보여 무명은 말리고 싶다. 게다가 체력이 완전하지 않은 건 무명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조심해야하는 거 잊지 말고.”


프시케의 상냥한 걱정에 리사는 알았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일행은 도서관을 나온다.


그리고 그 때에 맞춰 하늘에 순식간에 먹이진다. 중앙으로부터 요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탓이다. 상당히 심각한 일로 번지고 있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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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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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식 22.05.12 15 3 11쪽
3 요기(妖氣) 22.05.12 20 6 12쪽
2 프시케 22.05.11 30 8 11쪽
1 눈을 뜨다. 22.05.11 60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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