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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두햄
작품등록일 :
2024.05.11 15:06
최근연재일 :
2024.05.17 19:0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9
추천수 :
0
글자수 :
14,404

작성
24.05.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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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Stop one's step

DUMMY

낙원. 그들은 그 하나의 단어에 집착했다. 지금까지가 지옥이어서였을까, 그 낙원 하나를 정말 광적으로 집착했다. 헤티야의 말을 믿어가면서 낙원에 대한 꿈을 키웠고, 기대를 키웠다.


“낙원은 빛으로 가득해요. 어둠이 하나도 없어서, 항상 놀 수 있고, 어둠에 공포를 떨 필요가 없어요.”


장인인 그녀의 빛이 가득하다는 말에는 모순이 있어보였지만, 그래도 그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믿어야만 했다.


“제 말을 믿어주지 않으신다면, 낙원에 못 들어가실지도 몰라요.”


대부분은 이 말에 의심을 품었다. 그녀가 신의 사자도 아니고, 사제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의 존재라면, 누구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자도, 함께하는 남자도 없음에도 아이를 가진 몸이었기에.

그리고 믿을 것이 필요했던 그들은 그녀가 신을 잉태했다 믿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이가 커서 자신들을 구원해주리라 믿었다.


“헤티야, 낙원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저기.”


헤티야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모래가 한가득인 것은 매한가지.


“모래밭인데요?”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고, 말했다.


“저기서 빛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요.”


그녀의 말에 근처의 셋만 보던 곳을 모두가 바라보았다. 라토는 망원경을 꺼냈고, 모두는 눈썹 위에 손을 펼쳐 햇빛을 가리며 노려보았다. 그러자 보인 무언가.


“...건물?”


높게 쌓아올린 콘크리트 건물이 그들에게 보였다.


“건물이다. 건물! 도시다!”


라토의 외침에 모두는 얼싸안고 기뻐했으며, 이내 나아갈 힘을 얻었다. 걷는 것인지, 뛰는 것인지 모를 속도로 그들은 나아갔고, 마침내 도시에 닿았다.

하지만 기대에 반해 싸늘하고 공허한 도시, 그리고 건물들은 풀에 덮여있었다.

마치 사람이 아주 오래전 썼던 것 같은 사라진 도시 같았다.


“그런데··· 아름답네요. 유적처럼.”


테아의 말에 버러져있던 허접한 도시가 순식간에 다르게 보였다.

자신만의 가치와, 이전 머물렀던 사람들의 흔적과 노력, 온기에 자연의 발자취가 더해진 유적.


“사람들은 없겠죠?”


곤의 물음에 라토와 세스가 지시를 내렸다.


“도시를 샅샅이 뒤지면서 시민, 또는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그분이 안내하는 곳으로 집합합시다. 다들 라움 켜놓으셨죠?”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해산했다.

그리고 얼마 후, 모두가 한 군데에 모여 그 잔인한 흔적을 찾기 전까지는 모두가 평온했다.


-Ruins


“...그게 도대체 무슨.”

“욕하지 마. 우리도 알아.”

“...그러니까. 아까 제가 본 그··· 괴물은 지금 봉인된 상태고, 저는 그 괴물을 죽이기 위한 특수부대에 지금··· 영입이 됐다고요?”

“그래. 나는 이미 하고 있고.”

“...”

“내가 아까 보여줬던 모자도 그 부대에서 쓰는 모자야.”

“......”


르센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새롭고 혼란스러운 정보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후.”

“그래서 아까 그건 사실 의미없는 질문이긴 했어. 그래도, 뭐 형식상이라서 꺼낼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강제야.”

“제 의사는 왜 없어요?”

“내 의사도 없었어.”

“...? 왜 자꾸 앞뒤도 안 맞는 헛소리를···”

“내가 정했으니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사제와 르센은 동시에 목소리를 향해 돌아보았고, 그곳엔 중년의 남성이 서있었다.


“성하!”

“대사제님···”


둘은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대사제는 그런 둘을 다시 앉히고 자신도 앉았다.


“대사제님께서 여기는 왜···”

“아무래도 르센이 설명을 조금 필요로 할 것 같아서, 직접 왔지.”

“제가 잘 설명했을텐데···”

“아신, 내가 너를 한두번본줄 알아? 너는 현장이 더 어울려.”

“...드릴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직접 왔지.”


대사제는 르센에게 싱긋 웃어주며 말을 시작했다.


“우선 특수부대의 이름은 르코소. 르센은 제 5기로써 들어가는거야.”

“...5기요? 그럼 4년 전에도 있었다는 뜻 아닌가요?”

“그렇지.”

“그런데 저는··· 아니, 왜 아무도 모르죠?”

“특수에 비밀 부대였으니까.”

“뭔가 떳떳하지 않은 일을 하시는건 아니죠?”


르센은 약 20년을 살면서 자신이 알지도 못했던,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 원래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는 배신감과 왜 알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심이 생겨났다.

사제는 그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곤 말했다.


“르센, 말조심해.”

“아니, 그래도··· ···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괜히 불안감만 심어줄까봐 괴물에 대해서도, 이 부대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안 꺼냈어. 미안하다, 르센.”

“...괜찮아요. 그럼 저는 결국 그··· 르코소에 들어가야한다는거죠?”

“그렇지.”

“거기서 정확히 뭘 하는데요? 그 괴물을 봉인시킨다고 매일같이 뛰어다니진 않을거고.”

“좋은 질문이야. 우선 하는 일은 첫번째, 괴물 봉인. 둘째, 이 괴물에 대한 연구.”

“...? 결국 연구원이랑 전투원 둘다 하라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르센을 고른거지.”


그는 계속해서 허탈함과 함께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자세한 사항은 기밀이라 여기서는 이야기 못 해.”

“대사제님. 저는 지금까지 사제님과 대사제님의 이야기를 아주 믿고 살아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뭐에요? 전투라곤 해본 적도 없는 저한테 봉인을 하고, 연구를 하라고요?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거에요? 전 아까 그 괴물 때문에 고막이 터져서 죽을뻔했어요. 다시 만나기도 싫은데 그거랑 또 싸워야한다고요?”


르센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못해요, 저는.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사제와 대사제는 아무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르센은 계속해서 중얼거리다 방을 나갔고, 보조장치는 꺼버린채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 남은 사제와 대사제는 서로를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르센이네.”

“네, 역시 르센입니다.”


대사제는 입을 가리고 웃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Step back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하늘로? 흙으로? 어쩌면 둘다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은 죽어서 사람의 손으로 간다.


“···이게 뭐야?”

“보면 모르시겠어요?”


그들의 앞에 놓여진 시체 30구.

그런데 그 시체들은 모두 형태가 달랐다. 어린아이, 어른, 노인, 여자, 남자. 이 외에도 죽은 방법이 다양했다.


“이건 과다출혈. 저건 질식사. 이건··· 압사. 저 노인은 자연사였어요.”


처음으로 발견했던 테아가 모든 분석을 마쳤고,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카사의 옆에 있는 다섯 구.


“저게 이해가 안 돼요.”

“왜?”

“몸이 잘린 자국도 없는데 팔이랑 다리가 아주 깔끔하게 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없었을 수도 있지.”

“그···건···”

“그건 불가능해요.”


남아있는 집들을 조사하고 나온 곤이 말했다.


“어째서?”

“지금까지 확인된 발자국들은 총 30개에요. 지문도 300개. 모두 다 사지가 멀쩡했다는거죠.”

“발자국들과 지문들이 뚜렷했나?”

“적어도... 3달 전에 생겼어요. 더 전일수도 있지만, 그것도 해봤자 5달이에요.”

“테아.”

“네.”

“모두 언제쯤 죽은거야?”

“그것도 이상한게요···”

“뭔데?”

“자연사한 노인은 최소 1년 전, 나머지는 4달 전이에요.”

“노인만?”

“네, 노인만.”

“오차는 없겠지?”

“확실해요.”


라토와 세스,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도 시체와 건물들을 살폈고, 다시 모였다. 라토와 세스를 제외하고.


“라토, 어떡할까. 그냥 갈까?”

“다들 너무 지쳤어. 쉬어가야 해.”

“그렇다고 여기서 쉴 수는 없잖아?”

“다음 도시는 아페르밖에 없어.”

“중간에 하나도 없어?”

“···토라가 하나 있긴 한데, 오히려 가는게 아페르까지 가는 것보다 더 걸려.”

“차라리 여기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바짝 가면 금방이잖아.”

“···”


라토는 세스의 초록빛 눈동자를 한 번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가 진정으로 간절할 때 그에게 보내는 눈빛이었기에 라토는 져줄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그래.”

“···그런데.”


일행들에게 가려던 세스를 라토가 잡았다.


“뭔데?”

“···아니겠지?”

“뭐가?”


세스를 잡은 라토, 그리고 라토의 발목을 잡는 누군가.

그리고 세스는 그런 그를 눈치챘다.


“차라리 죽었다고 해.”

“그래야겠지?”

“그게 더 말이 돼.”

“···그런데 너무 잘 맞아떨어지잖아. 네다섯 달 전이라니.”

“그분이 무조건 이쪽으로 왔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 게다가 그분은 바다쪽으로 간다고 했고.”

“···여기서 하루만 가면 항구가 있어.”

“···”

“이쪽이 항구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고.”


떨쳐내도 그들의 몸을 타고 올라오는 의심이라는 덩굴. 그리고 부정이라는 비료. 이를 끊어내는 방법은 뿌리를 뽑아내는 수밖에 없다.


“됐어. 저 사람들이 죽었든, 말든, 우리는 그냥 아페르만 보고 가는거야. 됐지?“

”그래. 그러자.“


그들은 일행을 향해 돌아갔고, 어쩌면 좋을 소식을 전했다.


-Body


늦은 밤까지 그들은 시체를 묻어주었고,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들었을 때, 카사는 자신의 옆에 없는 테아를 눈치채곤 찾으러 나왔다. 그리고 발견한 그녀는 어린아이의 무덤 옆에 있었다.


“테아.”


작게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흠칫 놀라고 그를 향해 돌아보았다.


“카사.”

“왜 안 자고 있어?”

“잠이 안 와.”


추운 밤 날씨에도 담요라도 걸치지 않은 그녀를 위해 그는 천을 덮어주었고, 그녀는 말을 꺼냈다.


“이 아이는 9살밖에 안 된 아이였어. 그런데 사인은 질식사. 그 어린아이가 죽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테아 덕에 좋은 곳으로 갔을거야.”


공허한 눈빛으로 흙더미를 바라보는 그녀를 그는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말로 잘 표현을 하지 못하는 그였기에 그가 하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그렇게 한동안 안겨있던 그녀가 말을 꺼냈다.


“마음같아서는 죽인 사람을 찾고 싶어.”

“아페르는?”

“아페르는 나중에 가도 늦지 않아. 하지만 이 시체들은 시간이 지나면 썩을거고, 더 파헤칠 것이 사라져버려.”

“···”

“너는 별로 안 내키지?”


그녀는 대답이 없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결국 답했다.


“응. 딱히.”

“그럴 줄 알았어.”


그리고는 멍하니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나도 그냥 해본 말이었어. 애초에 우리는 같이 이동해야하니까 개인 행동도 안 되잖아. 안 된다는건 진작에 알고 있었어.”

“라토한테 말해볼까?”

“그 돌덩이가 잘도 움직이겠다.”

“그건 그래.”


둘은 얕게 웃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들이 그들에게 쏟아질듯 떠있었다. 그들에겐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대화는 조금 달랐다.


“옛날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의미있는 물건들로 별자리를 만들었대. 그리고 이름을 붙여주고.”

“우리도 하나 만들어볼까?”

“어린아이자리로?”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의 말에 그녀는 손목에 차고 있던 라움으로 별을 지도로 찍고 선으로 그었다. 선들의 모임이 간결하면서도 어린아이임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만드는거 맞아?”

“맞을걸.”


그리고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가 일어났다.


“이제 잠 오지?”

“응. 지금이면 바로 잘 수 있어.”

“잘 됐네.”


둘은 침낭에 들어가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잠에 들었다.

아마 그 아이는 테아의 옆을 맴돌 것이다.


-Conste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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