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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햄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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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두햄
작품등록일 :
2024.05.11 15:06
최근연재일 :
2024.05.17 19:0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1
추천수 :
0
글자수 :
14,404

작성
24.05.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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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Mother nature

DUMMY

“제복모자네요.”


르센은 자기 앞에 놓인 모자를 보며 말하자 사제는 답답하다는듯 헛웃으며 말했다.


“...그걸 물은게 아니잖아.”

“그러면요? 제 앞에 놓인게 모자가 아니면 뭐에요?”

“...”

“한 번 자세히 볼래?”


르센은 수사의 말에 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문양···을 말씀하신거에요?”

“응. 무슨 문양인지는 알지?”



그제야 사제는 그의 옆에 다가가 모자의 가운데에 달린 문양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리고 르센은 당연하다는듯 답했다.


“베샤티의 문양이잖아요.”


베샤티는 종교. 누구인지 모를 신을 섬기는 종교이며, 르센 옆에 있는 사제 또한 베샤티의 사제였다. 그런데 그런 종교의 문양이 박힌 모자라면··· 르센은 그가 이를 왜 물었는지를 눈치챘다.


“스토라에 들어오란 말씀이시죠···?”

“잘 아네.”


베샤티의 특수 조직 스토라. 연구와 함께 베샤티 신자들을 보호하는 조직이다. 다른 일도 하고는 있지만, 그들의 주된 업무는 연구 또는 전투다.


“연구 쪽이라고 믿겠···”

“반대.”


사제는 단호했다. 때문에 르센은 그의 시선을 피해 말하다 멈추었고,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요? 저 이래뵈도 나주빈 수석 졸업이에요. 그리고 저 귀 때문에 전투는 못하는거 아시잖···”

“연구는 안 돼.”

“...왜요?”

“연구는 한동안 안 받는다고 하셨어, 성하께서.”

“그러면 안 되겠네요.”


대사제. 어쩌면 이 도시보다 더 권위가 높은 사람. 그의 명령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다.


“...”

“역시 고민할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

“네. 전투···는···”


르센에게 전투는 그닥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르센에게는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그저 ‘인간답지 않다’라는 느낌이 크게 다가왔다. 굳이 폭력 말고도 많은 방법이 있을텐데.

르센이 그렇게 생각하던 사이, 사제는 들어온 누군가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듣고는 르센에게 말했다.


“르센.”

“...네.”

“생각할 시간 얼마나 주면 되겠어.”


사제는 시계를 보곤 그에게 답을 독촉하듯 물었다. 그리고는 당장이라도 달려나갈듯한 자세였다.


“...모르겠는···”

“그럼 일단 따라와. 갈 곳이 있어.”

“...네? 어딜 가요?”

“4분안에 안 가면 모두 죽어버릴 곳.”

“...네?”


정확히 말하자면 4분이 아니라 3분 38초였다.

-Choice


“서쪽으로 나아갑시다!”


라토의 말에 모두 발을 옮겼다. 간만에 만난 넓은 사막. 이를 벗어나서 새로운 장소를 만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루만 걸으면 되었기에.


“아, 맑아진다.”


그래도 다행히 비는 그쳤고, 해가 그들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덕분에 기온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더워졌지만.

구름도 없는 맑은 하늘이었기에 더 더웠고, 입을 가린 천 때문에 뜨거운 숨이 나오다 다시 폐로 들어갔다.


“허억··· 허억···”


모두의 숨이 거칠어지고,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무거운 무기들과 도구들, 길고 어두운 색의 옷이 살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고글을 써 열이 방출될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비가 나았던 것 같았다.”


라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한 명이 실신하고 쓰러지자 그제서야 쉴 수 있었다. 얼마없는 모아둔 물로 수분을 보충하고, 입고 있던 옷들을 잠깐 벗었다.

낡고 헤진 옷들은 천조각으로 덧대 빈 곳을 메웠고, 더울 떄나 추울 때나 옷을 벗고 더 껴입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지낸지도 꽤 되었기에 적응된 분위기였다.


“모래늪 있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서 앉아.”


세스의 말에 모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앉을 곳을 찾았다.

모래늪. 밟기만 하면 사망 확정인 자연이 파놓은 함정이다. 거대한 벌레가 입을 벌리고 들어오는 먹이를 탐내는 모래늪이 아닌 모래지옥이다.

휴식이 되자 다들 조용해졌다. 앞으로의 힘을 아끼기 위해서일까, 할 말이 없어서일까. 뭐가 되었든, 일단 현재가 편해졌다는 것은 확실했다.


“...배고파.”


그런 적막을 깬 키루의 말소리. 그러고보니 그들이 제대로 된 끼니를 먹은지도 벌써 3일이었다.


“...조금만 참아. 조금만 더 가면 도시가 하나 나와.”


곤의 말에 키루는 시무룩해져 고개를 숙였고, 곤은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다 주머니에서 빵 한 조각을 꺼내 건넸다.


‘툭.’


모래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돌리자 그곳엔 입구가 바싹 마른 물병이 떨어져 있었다. 물이 없어 그대로 던져버린 것일까. 그러기엔 물병의 주인의 시선이 어딘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다 외쳤다.


“...물. 물이다.”

“물?”

“오아시스다!”


사막 한 가운데의 물, 그리고 오아시스. 사람들은 홀린듯이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고, 거기엔 키루와 곤, 카사, 테아도 있었다.

라토와 세스는 알았을 것이다.


“물 마시러 가자!”


그들은 오아시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먹이를 쫓는 맹수처럼.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달려도···


“뭐, 뭐야? 여기 있었는데? 오아시스가··· 여기 있었는데?”


오아시스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이조차도 자연이 만들어낸 함정이라는 것을.


“...”

“그럼 그렇지.”


그만큼 물이 간절하고, 허기와 갈증에 지쳐있다는 것이라는 것도 알았으리라.

텅빈 발걸음으로 다시 그들을 향해 돌아오는 일행에 라토가 말을 꺼냈다.


“조금만 더 갑시다, 여러분. 곧 도시가 나오니.”


그들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식량과 식수를 얻는 방법은 그들의 대장인 라토를 믿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라토는 대장으로써 아주 적합한 인물이었으니까.


“일단 제 비상용 물이라도 좀 나눠드리죠.”


한없이 나눠주는 그의 마음, 그리고 희생하는 정신, 모두를 이끌어내는 말과 리더쉽.


“제것도 드리죠.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라토의 동생, 세스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 둘 덕분에 그는 더 큰 세상을 보았으리라.

사람들은 그 둘이 나누어준 물을 마셔 겨우 갈증을 채웠고, 다시 옷을 입었다. 이제 슬슬 갈 때가 되었기에.


“그럼 이동합시다. 갑시다, 헤티야.”


지친 몸을 마지막으로 쓰면 끝에 낙원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헤티야의 예언이었기에.


-Desert



“그게 무슨 소린데요, 도대체?”

“1분 안에 안 닫으면 우리 다 죽는다고!”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린데요?”


르센은 사제를 따라 뛰어가면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에게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외치는 소리 같은 소리가.


“누가 자꾸 소리 지르는데요?”

“너는 또 무슨 소리야?”


사제는 어느 방 앞에 멈춰서선 카드를 대고 급하게 들어가려했지만 르센이 그런 그를 막았다.


“제대로 설명 안 해주시면 저는 못 들어가요.”


그러자 그를 쳐다보는 금빛 눈동자와 뒤이어 이어진 깊은 한숨.


“레비아탄. 그것만 기억해.”

“...예?”

“성경에 기록된 괴물.”

“......”


아무런 대답이 없자 사제는 그저 들어갔고, 르센은 또다시 잡으려다 같이 들어갔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상자가 들썩이면서 검은 액체를 뱉어내고 있는 것. 화학약품의 자극적이고 역한 냄새가 뿜어져나왔고, 액체보다는 점액에 가까운 것은 상자 안을 치다 결국 빠져나오고 있었다.


“우욱··· 이게 무슨···!”


르센은 냄새에 입과 코를 틀어막았고 사제는 수사들이 건넨 망토를 걸친 후에 칼 몇 자루를 들었다.


“잘 봐. 곧 너도 할테니까.”

“...네? 자꾸 무슨 소리···”


‘쾅! 쾅!’


점점 상자 안에선 무언가 터져나오기 위한 발버둥의 소리가 들려왔다. 르센이 큰 소리에 점점 정신을 붙잡기 힘들어져 보조장치에 손을 댄 순간.


“끄지 말고 내가 하는 말 다 외워.”

“...네?”


그가 더 묻기도 전에, 사제는 상자를 향해 들고 있던 칼들을 던져 박아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을. 그런데, 어딘가 이상한.


“생명체는 역행하며 인간은 진보한다.

따라서 세계에는 인간만 남으면서, 너와 같이 하등한 괴생명체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베샤티의 힘으로, 베샤티의 은혜로, 베샤티의 ––을 위해.”


칼이 박히면서 안에선 괴성이 터져나왔고, 르센은 그의 말을 기억하기보다 정신을 놓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었기에. 하지만 점점 눈앞은 어둠에 잠식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뭐야, 도대체. 저건 또 뭐고, 사제님은 뭘 말하시는거지? 소리가 너무 커. 잘못하다가는 정신을 잃는···’

“르센! 정신 차려!”


사제의 목소리에 그는 무의식중에 뜯고 있던 머리를 놓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놓여진 광경을 보았다.

새하얗던 방은 시꺼멓게 뒤덮이고, 상자 안에선 거대한 괴생명체가 튀어나오고 있는 것을. 거대하고, 눈은 실핏줄이 하나하나 다 보일만큼 크고 선명하여 시선에 압도되며, 검은 진액을 떨어뜨리며 사제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제님!”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에게 다가가려고 발을 들었을 때 들려온 그의 말과 발걸음을 막는 끈적끈적한 진액이 그를 막았다.

점점 압도되는 느낌에 숨을 쉬기 힘들어지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궁금증과 무언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무력감, 그리고 사제를 보면서 느껴지는 묘한 경탄.

단순한 ‘멋있다’가 아닌 ‘나도 하고 싶다’가 되어있었다. 그것도 의식이 아닌 무의식으로.

사제는 중얼거리면서 계속해서 괴물에게 칼을 던져 그것의 살속에 박아넣었다. 하지만 피도 나지 않고 오히려 칼을 삼켜버리는 듯했다.

그러다.


“스그라티스.”


그의 말과 함께 괴물 안으로 박아넣었던 칼이 환한 빛을 내면서 뭉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괴로워하면서 몸을 움츠러들었고, 귀가 찢어질듯한 괴성을 질러댔다.


“아악!”


르센은 귀를 막으며 주저앉았다. 보조장치로도 해결이 되지 않을정도의 소리였다. 겨우 눈을 떠서 바라보자 액체는 점점 사라지고 괴물은 작아지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방이 원상복귀가 되고 있던 것이었다.


‘스스스스···’


하는 소리와 함께 괴물은 한뼘 정도의 크기로 작아졌고, 사제는 이를 가볍게 들어 다시 상자 안에 넣고 박았던 칼을 빼냈다. 그리고는 온갖 종이와 사슬로 묶으면서 봉인시켰다.


‘삐이···’


얇은 이명이 귀에 남고 온몸에 힘이 빠진 르센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참고있던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이··· 이게 도대체···”

“할 수 있겠어?”

“......네?”

“...일단 나가자.”


사제는 그를 일으켜주곤 방을 나갔다.

그리고 방안에는 또다시 기상을 기다리고 있을 저주만 곤히 잠들어있을 뿐이었다.


-Levi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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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Stop one's step 24.05.17 4 0 12쪽
» 2화- Mother nature 24.05.13 6 0 11쪽
1 1화-Old boys 24.05.12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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