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드라이첸 님의 서재입니다.

귀로(歸路)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드라이첸
작품등록일 :
2013.04.03 13:21
최근연재일 :
2013.07.20 13:09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93,662
추천수 :
778
글자수 :
93,354

작성
13.06.20 07:39
조회
3,160
추천
26
글자
7쪽

2. Memory Remains (6)

DUMMY

그 소리는 밀항해 왔던 화물선을 떠올리게 했다. 심하게 흔들리던 배와 바다 내음, 이름 모를 새들과 물고기 떼들. 심야에 선원들의 활동이 뜸해질 때면 가끔 갑판에 나와서 망망대해를 바라보곤 했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밤하늘을 날아가는 새의 모습이 마치 자신과 같아서 고소했었다. 상어들에게 사냥당하는 물고기 떼들이 마치 힘없는 모르모트 신세로 전락해버린 자신과 같아서 냉소했었다.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저 물고기들과 같은 신세가 되지는 않았겠지. 그랬다면 저 새와 같이 이 밤바다를 여행하지도 않았겠지. 아니, 조금만이라도 운이 있었다면 상어들의 사냥에서 살아남은 저 물고기처럼 다시금 평범하게 살 수 있었겠지. 부질없는 상상이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다시 숨어드는 길에 옷가지를 훔쳤었다. 옷과 운동화를 잃어버린 선원은 많이 당황했을까? 아니, 이렇게 낡아빠진 운동화와 옷이라면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새로 사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도 허름했기에 ‘곤궁한 처지’를 멋대로 상상해버린 저 요원이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자 어딘지 씁쓸해졌다. 원수에게 걱정 받는 기분이라?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으면 그것이 어떤 기분인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내고 사무실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전부 외국인이었다. 모니터를 시선만으로 뚫어버리려는 듯이 머리를 들이대고 있는 자가 두 명, 전화를 하고 있는 자가 한 명, 뭔가 읽으며 낄낄대는 자가 한 명, 그리고 대호와 눈이 마주친 자가 한 명이었다. 전부 다섯 명인데 열 평 정도 되는 공간에 ‘∩’ 모양으로 골고루 떨어져 있었다.

‘경보를 울릴 틈을 주면 안 된다.’

생각은 순식간이었고 동작은 더 빨랐다. 문과 제일 가까이 있었기에 그와 눈이 마주쳤던 자가 입을 벌려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대호의 몸은 이미 허공을 가로질러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책상 위로 뛰어든 대호는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잡고 뛰어들던 기세를 살려서 반대편에 있던 자에게 집어 던져버렸다. 뭔가 읽고 있던 자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동료를 바라보기만 할 뿐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아니 동료가 자신에게 던져졌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그것을 깨닫기에 대호의 동작이 너무나 빨랐던 것이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바닥을 굴렀다. 저 정도 충격이면 쉽게 정신을 차리기 힘들 것이다.

대호는 휘두르던 오른손을 되돌리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리며 왼손으로 옆 자리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자의 뒤통수를 덥석 잡아서 뒤로 던져버렸다. 말 그대로 ‘뒤로 던지기’였다. 도저히 제대로 힘을 줄 수 있는 자세가 아니었지만 던져진 자는 온 몸으로 그 사실을 부정했다. 마치 피칭머신에서 던져진 공처럼 허공을 날아 반대편 모니터를 박살내며 그 앞에 고개를 디밀고 있던 이의 코뼈를 부셔버렸던 것이다. 1초 남짓한 시간에 네 명을 제압해 버린 대호가 마지막 남은 자를 쳐다보곤 천천히 걸어갔다.

전화를 하고 있던 자는 한국 파견 생활 10년차인 베테랑 요원 로건-그는 항상 R이 아니라 L이라고 강조하곤 했다-이었다. 한국에서 CIA요원 10년차라면 이미 3선 국회의원쯤 되는 인품이 쌓이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인품은 뱃살로 대변되는 법이지 배짱으로 대변되지 않았다. 그것을 증거하듯 수화기를 붙들고 있는 그의 손과 턱살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로건은 천천히 걸어오는 대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수화기에 대고 말을 했다.

“박 의원님, 식사 약속은 다음에 다시 잡도록 하겠습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요.”

로건은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누구라도 눈 깜빡할 사이에 4인의 건장한 요원들을 집어던져서 제압하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로건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통화를 마무리하는 모습만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을 터였다. CIA 10년 짬밥이 공염불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미스터 T?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오?”

로건은 억지로 배에 힘을 넣고 소리쳤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사실 로건으로서는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2년 전에 함께 임무를 수행했던 요원이 갑자기 나타나서 행패를 부린다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더욱이 그 임무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더욱 그렇게 느꼈다.

“상부에서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요!”

로건은 다시 한 번 외쳤다. 그렇게라도 해서 이 자를 물러나게 하고 싶었다. 만일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 자리가 자신의 죽을 자리가 되리란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상부에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거야.”

대호의 조용한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로질러 로건의 고막으로 침투했다. 로건에게 그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대호의 말은 그가 더 이상 CIA를 위해 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스터 T가 비밀을 알게 되었다. 로건은 그렇게 해석했다.

“그 일이라면 나도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오!”

“그랬겠지. 당신은 그저 당신이 할 일을 했을 뿐이겠지.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거야.”

어느새 대호는 필사적으로 외치는 로건의 앞에 서서 담담히 대답을 하고 있었다. 로건은 문자 그대로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와서야 잊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책상 밑에는 비상버튼이 있었다. 발만 뻗으면 버튼을 밟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10년간의 나태한 생활로 몸은 비대해졌지만 수 십 수 백 번 반복해서 훈련받았던 기억은 살아있었다.

‘위기의 순간이 오면 본능을 따라라!’

로건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빠른 속도로 발을 움직였다.

“으아악!”

사무실에 커다란 비명 소리가 울렸다. 로건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어린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발 위에 놓여진 대호의 발 때문이었다. 대호의 발이 로건의 발을 사정없이 뭉개버렸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밟은 것인지 대호의 신발 바닥은 살과 뼈를 부수고 바닥과 만나 있었다. 이쯤 되면 나이답지 않게 눈물을 줄줄 흘리는 로건을 비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당시의 정보다.”

대호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에 있는 두꺼운 양장본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제목은 ‘녹슨 망치’였다. 페이지를 주르륵 넘겨보던 대호는 어느 순간 몸을 비틀며 책을 집어던졌다. 뒷 편에서 정신을 차린 한 요원이 조용히 몸을 일으키다가 정통으로 얻어맞았는데 책 모서리가 관자놀이에 박혀 버렸다. 아마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리라.

“협조하면 편히 죽여주겠다.”



작가의말

퇴근시간에 쫓겨서 좀 이상한데서 끊어지네요.

있다 집에가서 좀더 손봐야겟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ps : 으..비밀글 걸어놓고 갔어야 되는데 깜빡하고 그냥 왔네요..ㅁㄴㅇㄹ

      이제와서 덧붙이기 할수도 없고..아오..;

      걍 담편으로 이어가야겠네요...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로(歸路)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격조했습니다. +4 13.08.14 307 0 -
공지 오타, 어색한 문장, 문제 있으면 언제든 지적해 주세요. 13.07.13 1,119 0 -
공지 보충수업이 시작됩니다. (7/24) +4 13.06.25 1,039 0 -
공지 글 수정과 연재주기 +5 13.04.11 3,153 0 -
27 2. Memory Remains (11) - 숙희는 억울했다. +9 13.07.20 1,219 45 3쪽
26 2. Memory Remains (10) +7 13.07.16 1,738 64 9쪽
25 2. Memory Remains (9) +15 13.07.12 2,038 53 8쪽
24 2. Memory Remains (8) +10 13.06.26 2,674 31 13쪽
23 2. Memory Remains (7) +10 13.06.22 3,372 30 9쪽
» 2. Memory Remains (6) +4 13.06.20 3,161 26 7쪽
21 2. Memory Remains (5) 13.06.18 2,362 28 7쪽
20 2. Memory Remains (4) +6 13.06.15 2,989 31 7쪽
19 2. Memory Remains (3) +4 13.06.12 2,388 24 7쪽
18 2. Memory Remains (2) +6 13.06.10 2,566 28 8쪽
17 2. Memory Remains (1) +7 13.06.07 3,633 25 8쪽
16 1. New Born (15) +8 13.06.05 2,793 32 8쪽
15 1. New Born (14) +1 13.05.30 3,144 28 8쪽
14 1. New Born (13) +2 13.05.28 3,111 26 8쪽
13 1. New Born (12) 13.05.25 4,217 25 9쪽
12 1. New Born (11) 13.05.25 2,803 26 8쪽
11 1. New Born (10) +4 13.05.22 3,003 21 8쪽
10 1. New Born (9) 13.05.20 3,460 21 7쪽
9 1. New Born (8) 13.05.15 2,794 19 8쪽
8 1. New Born (7) 13.05.13 3,668 22 7쪽
7 1. New Born (6) 13.05.11 4,270 25 8쪽
6 1. New Born (5) 13.05.09 4,009 21 7쪽
5 1. New Born (4) 13.05.07 4,048 20 7쪽
4 1. New Born (3) +4 13.04.10 4,320 36 8쪽
3 1. New Born (2) +8 13.04.09 3,847 26 8쪽
2 1. New Born (1) +4 13.04.04 4,622 2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