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5.06 21:00
연재수 :
181 회
조회수 :
5,053
추천수 :
1
글자수 :
970,659

작성
22.11.13 21:00
조회
27
추천
0
글자
12쪽

40

DUMMY

-짐승-



짐승의 머리에 박힌 손톱을 회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부러뜨린다.


나머지 손톱도 머리에 쑤셔 넣고 부러뜨린다.


천은 그저 평온하게 이 상황을 쳐다보고 있으며 선은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


둘의 반응은 달랐지만, 그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똑같다.


“설명해 드릴게요.”


천은 내 말에 반응하지 않고 날 쳐다만 볼뿐이다.


“눈치채셨는지 모르지만, 이놈은 짐승이에요.”


내 행동으로 인해 아마 둘 다 의심은 하고 있었겠지.


부러져서 남은 손톱을 집어넣고 무릎을 꿇는다.


“처음 볼 때부터 탈을 쓴 걸 눈치챘어요.”


“다른 짐승이 탈을 썼는지 어떻게 아는 거지?”


배웠어.


맞아가면서.


“그, 그냥 직감이에요.

그리고 대부분 들어맞았고요.”


“저놈은 네가 눈치챈 걸 어떻게 안 거지?”


저놈도 나랑 같이 배웠으니까.


“본인이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니까 지레짐작으로 그런 거 아닐까요?

탈을 쓰고 꽃밭에 와있으니 그리 평온하지 못한 상태였을거예요.”


“음.”


“그리고 날 따라와서 확인한 거고요.”


“거기서 무슨 얘기를 나눴지.”


내 반역행위를 보고하고 너희들의 행방도 보고할 거라고 했어.


난 저들을 은밀히 따라다니는 거라고 했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어.


그래서 난 저 죽은 놈에게 허튼짓하면 죽여버린다고 했지.


가자기 나한테 혹부리영감의 혹을 보여주더군.


자기한테 어떤 위해라도 가하면 터뜨려버리겠다고.


“왜 자신을 계속 쳐다보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예전에 절 괴롭히면 사람과 닮아서 쳐다봤다고 했어요.”


“말도 안 돼!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그놈도 속았다는 거야?”


“잠깐. 일단 들어보고 판단합시다.”


“알겠어. 계속해.”


“속··· 지 않았어요.

그러더니 탈을 벗으면서 자신의 본 얼굴을 보여줬어요.”


“왜? 자기랑 작당해서 우리를 털어먹자고 라도 했어?”


좋은 생각인데?


고마워, 선!


“네. 마, 맞아요.

천님과 선님은 저를 믿을 테니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지도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무, 뭐!? 저 새끼가 내 지도를 노렸어!?”


선은 지도에 대한 소유권 얘기만 나오면 과민반응하지.


“네··· 그래서 일단 제가 수락하는 척하고 보고하려 했는데 상황이 너무 급해서요.”


“뭐가 급했다는 거지?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그, 그러니까 제 말은 따로 얘기를 나눌 상황이 없었다는 말이에요.”


“음.”


천과 선이 저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한다.


선이 이따금 화를 내는 걸 보니 지도 얘기를 꺼낸 게 유효한듯싶다.


얘기를 마친 천이 내 앞에 선다.


“좋아. 의심스러운 면은 있지만, 아가씨께서 널 데려오셨으니 한 번만 믿어주지.”


“가, 감사합니다.”


위기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젖든 나머지 천에게 절까지 해버렸다.


“선, 짐을 짐승에게 전부 주시오.”


“알았어. 잘됐네! 들고 다니는 게 힘든 참이었는데.”


“그,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

어떻게 얻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저놈이 혹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요.

그걸 이용해서 무슨 일을 꾸밀 작정이었나 봐요.”


“혹? 혹부리영감 혹?”


“네, 맞아요.”


도깨비한테 팔면 짭잘하게 받을텐데.


아니, 아깝게 생각하지말고 줘버리자.


그 돈은 지금 나한테 필요없어, 그리고 혹부리영감을 만날 일도 없을 테니 말이야.


“가져와 봐.”


선이 바닥에 앉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나는 죽은 짐승에게가 몸을 뒤져 혹을 가져다주었다.


“이거 너 할래?”


“그것도 짐인데 그냥 팔아버리는 게 어떻소?”


“혹시 알아? 혹부리영감 만나면 선물을 줄지 말이야.”


“희망의 종착지는 절망이지.”


“뭐라는 거야? 어쨌든 너 안 가진다고 했다?”


“필요 없으니 당신 하시오.”


“너 진짜 딴말하지마?

나 느낌이 좋아서 그러는건데 진짜 내가 가진다?”


“알았으니 이제 움직입시다.”



///



묘한 거리감을 안고 걸어 오길 몇시간째.


섣불리 말을 꺼냈다간 겨우 잠재워놓은 의심을 불러일으킬수 있기에 잠자코있었다.


“다 왔네? 야, 짐승. 우리는 여기서 하룻밤잘테니까 내일보자.

내일 8시에 여기서 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선이 천을 데리고 주막으로 향한다.


그 둘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천이 고개를 돌려 날 잠깐 쳐다보고 다시 갈길을 가버린다.


왜 쳐다보는거지?


나는 혹시나 다시 쳐다볼까 싶어 시야에서 벗어날때까지 계속쳐다봤다.


하지만 다시는 뒤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저 둘.


말로는 넘어간다고 했지만 나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았을거야.


더 이상 의심살만한 행동을 하면안돼.


꽃밭에선 나도 너무 놀라서 생각없이 행동했어.


사도 핑계를 대는것도 한두번이지 더는 속아주지 않을거야.


멍청하게 그리고 우유부단하게 행동해야해.


그렇다고 짐이 될 정도로는 말고.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난다.


이런 진지한 순간에 하필...


어쩔수없네.


돌아다니는 토끼라도 한마리 잡아먹어야겠어.


천이 허락했으니 잡아먹어도 아무 탈 없겠지?


내 목에 걸린 표식을 괜히 한번 만져본다.


순간.


내 눈앞에 자귀추적자가 나타난다.


“뭐해?”


“네? 아, 저기, 그러니까... 배가 고파서 토끼를 잡아먹으려고요.”


“누구마음대로?”


“주인님이 허락해주셨어요.”


“주인? 천 말하는거야?”


“네.”


“그러고보니 표식까지 달아놨네?

그런건 안해도 되는데 말이야.”


“마을안으로 들어가려면 어쩔수 없다면서...”


“됐고. 천하고 언니는 어디갔는데?”


“마을에 가셨고 저는 여기에 남아서 두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잘됐네. 너 잠깐 나 따라와.”


자귀추적자는 내말을 듣지도 않고 내 손을 잡는다.



///



정신을 차려보니 온 사방에 동지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있고 피가 바다처럼 흐르고있다.


눈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보이는건 시체와 피뿐이다.


주체할 수 없는 떨림이 내 몸을 옥죈다.


“아, 데리고 왔나?”


“네. 생각보다 빨리찾았어요.”


“뭐하노? 빨리 읽어라.”


“언니, 머리 좀 고정시켜주시면 안돼요?

병든 닭마냥 머리를 계속 쳐박아서 읽을수가 없네요.”


자귀추적자가 내 머리채를 잡고 고정한다.


저항하고 싶은 힘도 없고 의지도 생기지 않는다.


저들 앞에서 나는 저 시체들과 다름없는, 그저 살리고 싶으면 살리고 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그런 하찮은것에 불과할테지.


동지가 죽었건만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내 동지다, 동포다라고 하면서 막상 목숨이 위험하니 그런생각은 싹 가시나보지?’


문뜩 천이 내게 한말이 귀에 멤돈다.


떨림이 내 몸을 옥죄고 무력감이 내 마음을 옥죈다.


불개가 내눈을 마주본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없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진짜가?”


불개가 다시한번 내눈을 쳐다본다.


“진짜없어요.”


“맞나? 알았다.”


“그럼 제자리에 돌려놓을게요?”


“어.”



///



어느새 내가 토끼를 잡으려고 했던곳으로 와있다.


“야, 정신 좀 차려봐.”


자귀추적자가 내 뺨을 치며 말한다.


“네, 네. 차렸습니다.”


“내가 온거 말하지마.”


“네, 알겠습니다.”


내가 대답하자마자 자귀추적자가 사라진다.


예전에는 저러지 않았는데.


가속화되는 모양이야.


랑이라는 아이가 저항하지 않은걸까?


“저기, 여기에 같이 좀 있어도 될까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어린 짐승이 날 보고있다.


행색이 추레한걸보니 그리 평탄치 않은 지난날이었나보다.


“그럼. 여기 앉아도 돼.”


나는 손바닥으로 땅을 톡톡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린 짐승이 나에게 배꼽인사를 하고 옆에 앉는다.


“부모님은 어디 가셨니?”


“죽었어요.”


“응?”


담담하게 말하자 되려 내가 당황하여 반문을 해버렸다.


“죽었다고요.”


“그렇구나. 물어봐서 미안하다.”


“미안할거 없어요.”


부모에 대한 원망이 큰 아인가? 아니면 슬픔이 너무 큰 나머지 정상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걸까?


어느쪽이던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내 코가 석자라 그럴 수 없었다.


아까 본 참상때문에 식욕이 똑 떨어졌지만 기운을 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라도 채우면 조금이나마 나아지겠지.


“어디가세요? 저 피하시는거라면 그냥 있으세요.”


“네가 널 왜 피하니? 배가 고파서 토끼라도 잡아먹으려고 한다.”


“네? 토끼 잡았다가 인간한테 걸리면 곱게 죽지 못할거예요.”


곱게 죽지 못할거라니.


단어 선택도 참.


“난 주인한테 허락받아서 괜찮아.”


“주, 주인이요?”


“그래. 내 목에 표식보이지?”


손가락으로 목에 걸린 표식을 한번 들어본다.


“난 주인이 있거든. 그래서 괜찮아.”


“그, 그러면 주인되시는 분은 어디계신데요?”


“저 마을에 있지.”


“같이 안들어가고요?”


“들어가도되는데, 내가 불편해서 말이야.

들어가도 바로 지하도로 숨어버리고.

근데 지하도는 냄새가 많이 나서 안가려고 해.

그래서 대부분 밖에서 기다리곤 하지.”


“와아...”


“나 토끼 한마리 다 못먹는데 너도 같이 먹을래?

너 밥먹은지 오래됐지?”


내 호의가 칼날로 되돌아왔지만 이 아이는 그러지 않겠지.


“네... 며칠간 풀이나 열매로 밖에 끼니를 때웠어요.”


“그래. 내가 잡아올테니까 네가 불을 피우고 있을래?”


“네! 알겠어요!”



///



“맛있니?”


“맛있어요!”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는 어느새 본인 몫의 토끼를 게 눈 감추듯이 헤치워버렸고 아직 부족한지 나를 쳐다보고있다.


입맛도 없던차에 내 몫을 토끼를 건네주었다.


“아저씨는 안먹어요?”


“나는...”


“야! 여기와서 이 미친것들 좀 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사람 2명이 우릴 쳐다보고있다.


“뭐야!? 이 새끼들이 지금 토끼를 잡아먹은거야?”


나는 자리에 일어서서 아이를 내 등뒤로 숨겼다.


“저는 주인님의 허락을 받고 토끼를 잡았습니다.”


“응? 네가 주인이 있어?

네가 주인이 있으면 난 사도다. 하하하”


그래.


네가 자귀추적자로구나?


아까 내가 본 자귀추적자는 가짜였어.


“제 표식이 보이십니까? 저는 인간을 모시고 있는 종입니다.”


속에서 천불이 끓어 올랐지만 가까스로 인내하고 내 표식을 저들에게 보여주며 강조했다.


“응? 진짠가? 너 표식본적있어?”


“어, 없는데? 가짜아냐?”


“그러면 어쩌지?”


“혹시나 저를 해하시면 제 주인님이 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내말이 우물쭈물대던 저들에게 결정타가 되었을까?


“나 돈 없는데...”


“나, 나도.”


“그러면 그냥 갈까?”


“그냥 가자.”


얘들 상태가 좀 이상한데?


별탈없이 넘어가면 나야 좋지만.


“그냥 가긴 어딜가!”


어린 사람 둘이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누군가가 고함을 치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덩치를 보니 우두머리격인듯 싶다.


“대, 대장! 저 짐승들이 토끼를 잡아먹길래 내가 혼내주려고 했더니 주인이 있다고 하잖아?”


“주인? 짐승을 종으로 쓰는 놈인걸 보니 그놈 수준도 알만하다.”


“그, 그래도 우리한테 배상을 청구할 수 도 있다고 하니까...”


“배상은 무슨 배상! 내가 이 마을 촌장 아들인데 누가 나한테 배상을 요구하겠어!?”


“그, 그건 그렇지만...”


“시끄러우니까 저 새끼들 전부 끌고가!”


일이 꼬이는데.


“제가 이 토끼를 잡았으니 이 어린 짐승은 빼주세요.”


어차피 천이 날 구해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어린 짐승만이라도 빼달라고 했다.


저 셋을 죽이는건 식은죽먹기 보다 쉽지만 천과 선에게 의심을 받고 있고 또 괜한 피를 보고싶지 않았다.


“어쭈!? 네가 지금 감히 나한테 명령하는거야!?”


“그, 그게 아니라...”


“닥쳐! 이 짐승새끼야!

야! 저 새끼 둘다 끌고가!”


체념하고 내 뒤에 있는 짐승을 돌아보니 예상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뭐지?


이런일을 전에도 겪어본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4 61 23.01.16 26 0 12쪽
63 60 23.01.15 30 0 12쪽
62 59 23.01.14 30 0 12쪽
61 58 23.01.09 36 0 12쪽
60 57 23.01.08 27 0 12쪽
59 56 23.01.07 31 0 13쪽
58 55 23.01.02 29 0 12쪽
57 54 23.01.01 32 0 11쪽
56 53 22.12.24 46 0 12쪽
55 52 22.12.19 32 0 11쪽
54 51 22.12.18 33 0 12쪽
53 50 22.12.10 35 0 12쪽
52 49 22.12.05 32 0 12쪽
51 48 22.12.04 32 0 12쪽
50 47 22.12.03 36 0 12쪽
49 46 22.11.29 31 0 12쪽
48 45(2) 22.11.27 32 0 11쪽
47 45(1) 22.11.26 31 0 12쪽
46 44 22.11.21 26 0 11쪽
45 43 22.11.20 28 0 13쪽
44 42 22.11.19 28 0 12쪽
43 41 22.11.14 28 0 12쪽
» 40 22.11.13 28 0 12쪽
41 39 22.10.24 31 0 13쪽
40 38 22.10.23 29 0 13쪽
39 37 22.10.22 30 0 12쪽
38 36 22.10.18 28 0 12쪽
37 35 22.10.17 27 0 12쪽
36 짐승 3 22.10.16 30 0 12쪽
35 짐승 2 22.10.08 26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