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저멀리

#2. 스타트(Start)

"오...오늘도 고맙게 생각하네."

"아닙니다. 부장님. 원래 일이니까요."

일은 항상 퍼펙트하게.

용모는 항상 단정.

"할머니, 무거운 짐은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인성적인 면도 훌륭.

"대리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응. 고마워. 그러고보니, 결혼식 한다고 들었는데...?"

"네. 맞습니다!"

"좋은 사랑해라. 축의금은 두둑하게 넣어주도록 하지."

인품까지 완벽.

갖가지 이유로, 모든 것이 완벽한 그는 지금.

'......이세계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며, 컴퓨터 자판을 힘없이(다른 이들에게는 힘차게) 두들겨댔다.

***

"하아......"

환상. 파라다이스. 이상향. 이상형. 낙원.

'그런 건 참 멀리있고, 이루기도 힘들고,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것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막연하지만, 정말 가고 싶은 걸 어떡해.'

그러며, 추욱 의자에 늘어지는 것이다.

외부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 남들 눈에 띄지 않을때마다 농땡이를 부린다.

아무래도, 불량하면.

"......나 짤려버리고, 짤려버리면, 돈도 못 벌고, 그러면 아내부터 시작해서 이세계 초기자금이......"

「초기자금」

모든 일에 있어서, 초기 자금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다.

설령, 쓰일 수 없는 돈이라고 할지라도.

다르게 값어치가 보일수도 있으매와.

아무래도 돈을 가지고 있으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둘 수 있으니까.

'이세계가 골드(G) 단위인지, 금화, 은화의 금속단위인지, 아니면 종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혹시 자신이 가진 돈이.

그곳에서도 쓸 수 있는 화폐라고 한다면.

"그것 참 초기자금으로써는 최고 아닌가!"

'스타트' 라인이 정말로 좋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음흐흐흐흐흐...'

"또, 이세계 타령 하고 있는거야? 백작님아."

"당연하지. 라스파트. 스타트 라인이 좋아야, 뭐든지 잘 되는 법."

"......그래......뭐 그렇다 치고, 이번 주 레이드는 어떻게 할 생각? 백작의 명성에 금만 안 갔으면 좋겠는데."

"당연하지. 나도 이번 레이드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놓치면 나뿐만 아니라 라스파트라는 이름에도 금이 갈 거 아니냐?"

"그렇지. 그래. 역시나, 백작. 소문의 백작의 힘 좀 빌려보실까."

"매주마다 빌리는 거 같다마는."

"아하하. 그런가."

"그보다, 네가 보낸 서류. 오타만 A4 반 장이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평가가 떨어질거다."

"너무하네."

"아무리 게임 속에서는 유능한 라스파트여도, 현실에서는 선처 안된다고?"

"네네. 대리님."

'라스파트'

게임에서의 닉네임이다.

본명은...

"그러고보니, 네가 누구였더라."

"예?"

맹한 얼굴을 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모르는 듯 했다.

'아니다. 그냥.'

인상이 깨져버리겠지만. 그냥 놔두도록 하자.

그보다.

"정말, 스타트 라인에 서있는 거 맞는걸까."

다시금 어두워져 키보드 자판에 머리를 박고야 만다.

작가의말

「나, 이세계로 갈 수 있는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걸까?」
「여보는 아마 서 있을거야.」
「그런가. 고마워. - 어느 부부의 대화 中」

여울입니다.
2편도 가벼운 마음으로 쓰게 되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힐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