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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佳樺 '이용' 입니다.

타천(他天)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가화佳樺
작품등록일 :
2015.12.27 10:19
최근연재일 :
2016.06.12 18:05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236,405
추천수 :
5,740
글자수 :
1,122,852

작성
15.12.01 11:18
조회
8,639
추천
225
글자
11쪽

제 2 장 시 험

DUMMY

군복 사내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흠칫!

다가서던 여인의 손이 순간 멈춘다. 그녀는 갑자기 차가운 냉기를 뒤집어 쓴 느낌을 받는다.

‘말도 안 돼! 아무리 약하게 했다지만…….’

“비켜!”

혼혈 여인의 뒤쪽에서 남성인지 여성인지 분간하기 애매한 목소리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혼혈 여인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만류하려 한다.

“자, 잠…….”

휙! 혼혈 여인이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지나친다.

퍼억! 연이어 공기가 압축되는 소리와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깐만!”

혼혈 여인의 음성이 이어진 것은 타격음의 다음이다.

의문의 인물이 행한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다.

혼혈 여인은 어이가 없는지 갑자기 나타난 인물의 뒤통수를 쏘아본다. 잘생긴 뒤통수를 한 대 올려붙여주고 싶었다.

“희야!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쉿!”

“응?”

희라고 불린 여자가 손가락을 입에 붙이며 혼혈 여인의 말을 막는다.

이유는 군복 사내의 모습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희란 여인의 주먹 한방에 족히 2~3미터는 밀려나 벽에 부딪쳤다. 군복 사내는 어깨에 통증이 느껴지는지 벽에서 떨어지며 어깨를 휘돌린다. 뼈마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두둑!

그 모습을 보던 희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야~ 오민서! 저 인간 대단한데! 하긴 저 정도는 돼야지.”

“세상에!”

“아니면 내 주먹이 약해졌나? 저 사람 보통 사람 맞아?”

“아직까지 드러난 바는 없어. 그런데 조금?”

“조금? 뭐?”

“특이하달까? 직관력이 아주 좋은 것 같아. 상황 판단력 또한 뛰어나고. 덤으로 싸움도 잘하는 것 같지?”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 능력도 없는 주제에.”

“마음에 안 드는 이유가 그거였어?”

“…….”

오민서라 불린 여인의 질문에 희는 대답하지 않는다.

중성적인 모습을 지닌 희!

키는 여성치고는 상당히 크다. 보통 남성들의 키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옷을 입고 있지만 근육질의 단단한 모습 또한 느낄 수 있다. 피부가 햇볕에 그을려서 여자로서의 모습을 느낄 수는 없지만 못생기지 않았다. 긴이 있는 얼굴이라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민서의 질문에 답은 하지 않았지만 희의 입술이 비틀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단적인 표현이다. 더불어 여기서 끝은 아니란 뜻이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능력자?

희의 발언은 분명 뭔가 그들의 비밀에 대한 것이었다.

군복 사내는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얽혀들었다. 그도 느끼고 있었다.

어깨를 휘돌려 맞춘 군복 사내가 희의 앞에 선다.

“무슨 이유지?”

“당신의 능력을 보기 위해서.”

“무슨 능력?”

“우리 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 시험.”

“난 그런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팀을 옮길 생각도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로도 만족하니까.”

“당신이 원하지 않아도 이미 보직 발령이 났다고. 우리는 그에 따라서 당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여기 있는 것이고.”

“……나도 모르는 보직 발령이라……. 더구나 말하는 걸로 봐서는 내가 지휘관이란 말인데, 지휘관에게 말도, 설명도 없이 무조건 공격을 한다?”

“…….”

“그건 그렇고 어떻게 알았지? 당사자인 나도 모르는 보직 발령이라는 것을…….”

“…….”

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정식 통보를 받은 것이 아니라 해킹을 통해 알아낸 정보이기 때문이다. 당황해하는 희를 보며 군복 사내가 말한다.

“옥상에 있는 둘 중 하나가 알아냈나 보군.”

“어?”

희와 민서 둘 다 놀란다. 상당한 거리에 완벽하게 숨어 있어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의 사내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미약한 살기를, 나머지 하나는 너희들의 귀!”

“귀?”

“소형 블루투스.”

“어, 어떻게?”

“청각은 좀 좋은 편이라 말이야. 조금 어린 것 같은 남자 목소리가 미약하게 들리더군. 그 사람이 내 정보도 제공한 것 같고 말이다.”

“…….”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군복 사내는 이미 자신에 대해 알아온 것 같아서 정식으로 신분으로 밝힌다.

“난 흑신우(黑迅羽)라 불리는…….”

“알고 있어요.”

군복 사내가 신분을 밝히려 하자 오민서가 나선다. 그녀의 입에서는 군복 사내의 신상명세가 줄줄 흘러나온다.

- 별칭 흑신우(黑迅羽)라 불리는 부대의 대장, 부대 정식 명칭은 제3특작전대. 국가보안국 소속의 비밀부대.

- 직위 : 대위, 성명 : 이진월, 연령 : 31세

- 16세에 의문의 사고로 부모와 여동생 사망

- 대학 최고학부 재학 중 갑작스런 장교시험 응시, 장교임관

- 알려지지 않은 비밀 작전 여러 차례 수행, 그 중 요인암살 및 북파도 포함됨.

- 작전에 나선 부대 중 수하들의 생존율이 최상으로 평가되어 무공훈장 충무장 수상.

- …….

오민서의 입에서는 이진월과 관련된 평가가 최고란 수식어를 포함해 줄줄이 이어진다. 그녀의 전문 분야 중 하나인 프로파일링에 의한 개괄적인 요약을 듣던 이진월이 손을 들어 올린다.

“그만하면 됐군.”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낯간지러워. 그만하지. 그리고 난 당신들의 지휘관이 될 생각도 없어. 그러니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당신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군인이 아무리 명령에 살고 죽는다지만 난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해.”

“항명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시겠다는 뜻인가요?”

“옷 벗으면 그만이야.”

사실 진월은 많이 참고 있었다. 작전 수행 후 한 달만의 복귀다. 오랜만의 휴식을 그리며 퇴근 하는 길에 뜻하지 않은 일을 만났는데 엉뚱하게 꼬이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짜증에 폭발했어도 몇 번은 했을 상황이다.

참고 지켜봐 준 것은 이들의 특징 때문이다. 정장 사내 둘이야 뛰어난 실력을 지닌 요원이라 치면 된다. 하지만 나머지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눈앞의 민서라는 여인은 잠깐이지만 자신을 미혹(迷惑) 속에 빠뜨렸다. 그 말은 정신능력자라는 의미다.

희라는 여인은 남자처럼 보이지만 분명 여자가 맞다. 진월이 느끼기에 희는 신체능력자다. 방어를 했음에도 90킬로가 나가는 자신을 밀쳐냈다. 방어를 한 팔 자체가 뻐근해질 정도의 강타다. 그의 능력을 고려했을 때 이는 엄청난 능력이다. 지금 은신하고 있는 둘의 능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고 짜증은 짜증이다. 시험을 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월은 단호한 태도를 취한 후 이 자리를 벗어나려 한다. 순간 진월의 앞에 서 있던 두 여인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는다.

희는 소형블루투스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확인한다.

“창민아! 확실하니?”

[제가 거짓말을 왜 해요? 아~ 난 죽었다.]

“어쩌지, 민서야?”

“…….”

민서는 대답을 못한 채 쓰러져 있는 두 정장 사내를 바라본다.

한사람은 최소한 늑골 한두 개는 부러졌고 다른 하나는 다리의 경비골이 부러졌을 것이다.

민서는 별 수 없다는 듯 희를 향해 말한다.

“이 상황! 둘러댈 말이 없어. 인정할 수밖에.”

“젠장! 도대체 어떻게 안거야? 너구리같은 영감탱이!”

“더 큰 문제는…….”

“뭔데?”

“저 두 사람…….”

“억!”

“하필 데리고 와도 제자 삼아 가르치는 둘을 데리고 왔으니까.”

“으으~ 창민! 네가 골랐지?”

[왜 나한테 그래요? 실력 좋은 사람으로 데리고 오라면서요.]

“실력은 개뿔?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것도 실력이냐?”

희의 이죽거림에 갑자기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냐! 가르치는 놈이 엉망이니 배우는 놈들이 오죽 하겠느냐?”

“헉!”

희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지근거리까지 다가왔음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개를 휙 돌려 뒤를 보자 벌써 지척까지 다가왔다. 귀신같이 소리도 없이 다가선 것이다.

나타난 중년인은 중년이라기엔 약간 애매하다. 귀밑머리는 이미 하얗게 변했다. 노년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문제는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주름이 적다. 젊어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피부 때문이다. 체격은 아담하지만 강건해 보인다. 꼿꼿한 모습이 나이를 짐작키 어렵게 만든다. 성깔을 대변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꼬장꼬장해 보이는 모습에 그에 걸맞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강희!”

“국…장…님~”

“허! 내가 국장으로는 보이나 보구나?”

“그, 그럼요.”

남자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흉포함(?)을 보이던 희가 완전히 호랑이 앞의 강아지다. 이 모습만 보더라도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다.

국장이라 불린 이의 시선이 쓰러진 두 정장 사내에게로 향한다.

“상대도 못 알아보는 어리바리한 것들을 내가 가르쳤다니……. 쯧쯧. 나도 다 된 거야. 다 됐어.”

“그게 어떻게 국장님 잘못이에요? 다 멍청한 저것들 잘못이지. 깨울까요?”

“애교냐? 어울리지 않는다. 선머슴!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라. 민서, 저놈의 반만 닮아라. 더도 바라지 않는다.”

“…….”

강희의 시선은 순간 오민서를 향한다. 원망의 빛을 담아서.

오민서는 분위기 파악하고 조용히 한편에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국장은 앞에 서서 조용히 자신을 주시하는 진월을 올려다본다.

“좋군.”

“…….”

밑도 끝도 없이 좋다는 말 한마디 던진 후 다시 눈싸움이다. 몇 분쯤 지났을까? 정적만이 흐른다. 침을 삼키면 그 소리가 들리게 생겼다.

“올려다보려니 목이 아파. 좀 숙여 보게나.”

“신분부터 밝혀주시지요.”

진월의 입에서 처음으로 정중한 경어가 흘러나온다.

“음. 말해주면 알려나?”

“…….”

“대답해 주기 전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구만. 간단히 요점만 말해주지. ‘너’같이 보통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것 정도?”

“…….”

국장의 말과 눈빛에 이제껏 담담함을 유지하던 진월이 약간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

국장은 진월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넘겨짚었는데 맞나 보구먼. 허~! 이것 참. 이런 우연이 있나?”

“…….”

“대답도 못하고……. 아니, 안하는 것인가? 묵언은 곧 긍정이기도 하지.”

국장은 대답하지 않는 진월의 주변을 천천히 맴돈다.

진월의 위아래를 훑는 모습이 마치 예술품에 어떤 흠집이라도 있나 확인하는 것 같은 태도다.

주변을 돌던 국장의 발걸음이 진월의 뒤통수에서 멈춰 선다.

“아이들이 쓸데없는 짓만 한 것은 아니군. 사실 한참 전부터 지켜봤는데 자네 보통이 아니었어. 더구나 강희의 일격을 막아내고도 멀쩡하다? 강희의 능력은 절대 보통 사람이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은 아니거든.”

국장의 손이 들리더니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 방향에 아직까지 조용히 머리 박고 숨어있던 둘이 흠칫 놀란다.

“최탑! 하려고 했던 것 한번 해봐라. 나중에 처리하려했는데 지금 해야겠구나.”

퓨퓨풋~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음기를 장착한 라이플의 총성이 연이어 세 번 울린다.

당연히 목표는 진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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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11 글래머각연
    작성일
    15.12.12 15:22
    No. 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통금시간
    작성일
    15.12.18 22:59
    No. 2

    조연들 하는짓이 재수없네요...그래도 뒷내용이 기대되는...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가화佳樺
    작성일
    15.12.19 08:43
    No. 3

    재수없더라도 참아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채이서
    작성일
    16.02.06 19:59
    No. 4

    찌질이 호구가 아니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소설보러
    작성일
    16.05.31 18:56
    No. 5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국민의짐
    작성일
    19.06.22 11:23
    No. 6

    무공훈장 충무장?
    중무장이라는 줄...
    근데 오래되긴 했지만 한국이 베이스 같은데 무공훈장 충무장이라는 것도 있나요?
    아니면 임의로?
    소설이니까?
    비슷하게 벤치마킹하면 혼란스럽지요..
    무공훈장은 뒤에 붙지 않습니다.
    앞에 붙지요..
    태극,을지 ,충무,화랑,인헌 무공훈장 이렇게요...
    비러머글 화랑은 왜 무공훈장 4등급에 붙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누구의 농간일까요?
    화랑...신라 귀족 여인네들의 도우미 주제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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