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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62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1.28 15:10
조회
179
추천
4
글자
8쪽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한일 합동작전

DUMMY

백수는 호리모토를 통해 친구를 좀 더 찔러보게 했다.


“사진 같은 거 없냐고 물어봐”


호리모토가 다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뭐에 쓸 거냐고 묻네요”


“대충 둘러대면 되잖아. 아는 여자애가 맘에 든다고 했다든지”


잠시 후 하야시의 사진이 날아왔다.


“생각보다 말쑥하잖아?”


아무리 봐도 평범, 아니 평범보다는 잘생긴 편에 가까웠다.


“‘말쑥’이 무슨 뜻이죠?”


토가시가 물었다.


“잘생겼다는 의미일 거야. 확실히 범죄와 관련된 얼굴로는 보이지 않네”


호리모토의 말이었다.


“그렇지. 이게 어딜 봐서 테러범의 얼굴이야. 학교에서도 아주 공부 잘하는 학생의 면상이구먼”


“면상···. 은 또 뭡니까?”


토가시는 아직 한국어 어휘가 부족해 보였다.


“형사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하야시를 잡으러 가실 건가요?”


이미 호리모토는 친구로부터 대략적인 집 주소까지 받아낸 상태였다.


하지만 하야시를 지금 찾으러 간다고 해도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놈진리교 예배당이나 아니면 모처의 아지트에서 구체적 동선을 짜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잡으러 가진 않아. 지금 가서 만난다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현장을 덮쳐 경찰에게 인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백수들에겐 물리력도 공권력도 없었다.


“그밖에 준비할 건 없을까요?”


토가시가 물었다.


일단 셋은 사린가스에 대해 좀 더 공부하기로 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단어가 바로 ‘사린가스’이기 때문이다.


사린가스는 2차 대전 때 살상을 위해 독일이 만든 생화학 무기다. 호흡기로 전파될 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흡수되는 치명적 가스다.


“그러니까 방독면만 갖고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군요”


“발포하는 순간 아주 멀리 도망쳐야 해”


왠지 깊이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움츠러드는 친구들이었다.


“...사린가스에 노출된 순간 동공이 수축하며 근육 전체가 마비된다. 구토나 방뇨를 할 수도 있고 결국은 전신이 마비돼 사망에 이른다···. 무서운 가스다, 정말”


결국, 셋은 마트로 가 필요한 준비물을 더 사 왔다. 수술용 고무장갑 1인당 두 개씩. 그리고 뚜껑을 지퍼형으로 잠글 수 있는 커다란 비닐 팩 몇 개다. 비닐 팩에 사린가스 봉투를 넣고 이중으로 밀봉할 계획이다.


셋은 다음 날인 3월 20일 아침 6시 30분 집에서 나왔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짐이 많아 호리모토의 중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무전기를 하나씩 들었고, 방독면과 필터까지 갖고 있어야 했다. 비닐팩, 비닐 장갑도 개인 필수품이었다. 셋은 배낭에 짐들을 하나 가득 넣고 등에 맸다.


“긴장됩니다. 긴장되네요”


토가시가 양손으로 얼굴을 새게 내리쳤다. 토가시의 양 볼이 붉게 물들어 올랐다.


“나도 긴장된다고. 정말이지 재미있고도 무서운 기분이야.”


호리모토는 두려움보단 그의 말처럼 정의감과 흥미가 앞서 있었다. ‘의미 있는 게임’을 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다들 겁나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끝날 수도 있어. 몰래 다가가서 봉투를 빼앗고, 역 경찰에게 인계하면 그만이야. 정의로운 일을 하고 아르바이트비까지 챙길 수 있다고”


셋이 우에 노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 50분. 징검다리 연휴에 낀 월요일이라 직장인들의 모습은 분주하고도 무거워 보였다.


“우리도 얼마 안 있으면 저렇게 되겠지?”


토가시가 말했다.


“몰라, 난 일단 대학원으로 가겠어.”


“도망가는 거야, 대학원으로?”


셋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7시 30분까지 각자 출구를 오가며 동태를 살핀다. 하야시가 있는지, 아니면 가발에 수염을 단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몰래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상이 있으면 바로 경찰에 연락한다.


7시 45분엔 모두 히비야선 플랫폼으로 모인다. 백수가 중앙, 호리모토가 앞, 토가시가 뒤쪽에 서서 역시 하야시가 오는지 살핀다.


7시 50분은 행동개시 시각이다. 호리모토와 백수는 하야시를 담당하며 봉투를 뺏는 작업에 집중하고, 토가시는 정확히 7시 50분 구내 경찰에 살상 가스를 든 위험인물이 있다고 신고한다. 더 미리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경찰이 들이닥쳐 하야시가 오던 길 그대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셋은 각자 지하철 출구로 흩어졌다. 호리모토가 1~2번, 백수가 3~4번, 토가시가 5~6번을 맡았다.


“1번 아직 큰 이상은 없다. 오버”


“5번도 괜찮다. 정차한 승용차도 없다. 오버”


무전기의 성능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잡음도 거의 없이 또렷이 들렸다.


“3번과 4번. 아직 의심 가는 인물 없다. 호리모토 무전기 아주 마음에 든다. 오버”


그런데 7시가 넘자 생각지 못한 상황이 일어났다.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6번 쪽에 갑자기 몇십 명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5번에도 통행량이 늘고 있다. 오버”


“2번과 1번도 마찬가지다. 들어가는 사람을 하나하나 살피기 힘든 상황이다. 오버”


“가운데도 똑같다. 모두 하야시의 민얼굴은 신경 쓰지 말고 가발에 수염에 집중한다. 오버”


사람이 많아지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무전기 상태가 갈수록 나빠졌다.


“.....승용···. 있다···. 고민 중이다. 오버”


“호리모토 뭐라고 말했나. 오버”


“차······. 대가 있다···. 일단 그쪽으로······. 다. 오버”


셋 중 유독 심한 건 호리모토 쪽이었다.


“토가시다. 호리모토가 차를 발견하고 이동 중인 거 같다. 오버”


“몰···. 다가가고 있···. 오버”


“조심하라, 호리모토. 상황만 살펴라, 오버”


그리고 잠시 후 호리모토의 목소리가 변했다. 사람이 적은 쪽으로 나왔는지 무전기 목소리도 좀 더 또렷해졌다.


“은색 승용차 한 대에 두 사람이 앉아 대화하고 있다. 운전사는 젊은 청년, 하야시는 아니다. 조수석 쪽이 확실친 않지만, 수염 난 사람이 앉아 있는 거 같다. 오버”


“호리모토, 계속 지켜봐라. 내가 1번, 토가시가 2번 쪽으로 지원을 가겠다. 토가시는 2번으로 간다. 오버”


차가 서 있는 쪽은 1번 쪽이었다. 승용차는 1번 출구 앞 50m 지점 갓길에 멈춰서 있었다. 행인인 척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어색한 머리와 턱수염이 눈에 띄었다.


“백수다. 가발과 수염 확인했다. 토가시는 2번에 그대로 대기. 나와 호리모토는 1번 쪽에서 계속 지켜본다. 오버”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25분. 사린가스를 발포하기 정확히 30분 전이었다.


“토가시다. 이쪽에서도 차가 보인다. 운전사와 가발 남자가 다투는 것 같다. 오버”


그때 갑자기 운전석 문이 열렸다. 차에서 내린 운전사가 차 뒤쪽으로 돌아왔다.


“운전사가 내렸다. 모두 행동에 조심하고 눈에 띄지 않게 한다. 오버”


차 안을 들여다본 운전사가 갑자기 뒤쪽으로 걸어왔다. 백수 쪽으로 정면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운전사가 형사님 쪽으로 이동한다”


심장이 콩알만 해진 백수가 벽 구석으로 바짝 붙었다. 하지만 운전사의 목표는 백수인 거 같았다.


‘오지 마, 오지 마!!’


속으로 간절히 외쳤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

.

.

.

.

뒤돌아서 있는 백수의 등을 운전사가 두드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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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한일 합동작전 20.01.28 180 4 8쪽
21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놈진리교 20.01.27 197 5 10쪽
20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준비를 철저히 20.01.26 210 6 9쪽
19 2.대명각 호텔 화재 - 미션 임파서블 20.01.24 209 5 10쪽
18 2.대명각 호텔 화재 - 군대 다들 다녀왔죠? 20.01.23 212 5 10쪽
17 2.대명각 호텔 화재 - 잘못된 판단 20.01.22 206 5 8쪽
16 2.대명각 호텔 화재 - 살아야한다는 욕심 20.01.21 214 5 10쪽
15 2.대명각 호텔 화재 - 질서는 생명이다 20.01.20 224 6 9쪽
14 2.대명각 호텔 화재 - 말동과 선복 20.01.19 224 6 10쪽
13 2.대명각 호텔 화재 - 스파이더맨 20.01.18 234 4 9쪽
12 2.대명각 호텔 화재 - 특전단 나가신다 20.01.17 240 6 10쪽
11 2.대명각 호텔 화재 - 해결한 줄 알았네 20.01.16 265 8 11쪽
10 2. 대명각 호텔 화재 - 71년 충무로 +6 20.01.15 393 7 10쪽
9 1.궁류 총기 연쇄 살인 사건 - 62대 8 +7 20.01.14 418 10 9쪽
8 1.궁류 총기 연쇄 살인 사건 - 열둘과 맞바꾼 희생 20.01.13 410 7 9쪽
7 1.궁류 총기 연쇄 살인 사건 - 인질극 20.01.12 418 6 7쪽
6 1.궁류 총기 연쇄 살인 사건 - 눈 돌아간 구 순경 20.01.11 462 8 9쪽
5 1.궁류 총기 연쇄 살인 사건 - 달래야 산다 20.01.10 487 7 11쪽
4 1.궁류 총기 연쇄 살인 사건 - 선물과 파리 +1 20.01.09 549 9 9쪽
3 1.궁류 총기 연쇄 살인 사건 - 될성부른 문제아 20.01.08 607 11 9쪽
2 1.궁류 총기 연쇄 살인 사건 - 순경 구범곤 20.01.07 803 13 11쪽
1 프롤로그 - 1993년 남해 제리호 +1 20.01.07 1,309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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