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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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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최근연재일 :
2019.12.27 14:0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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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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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3,083

작성
19.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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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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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1쪽

잃어버린 친구를 찾습니다

DUMMY

2050년에도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대가 발전하고, 모두에게 문명의 이기가 익숙한 세상이었지만 자연의 섭리는 인간이 범접할 영역이 못 됐다.


물론 인공 강우가 흔한 게 아닌 시대고, 일기 예보 예측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게 됐다는 발전도 있긴 했다.


일기 예보가 거의 정확하다는 건 여러 가지로 긍정적 작용을 했다.


특정 지역, 특정 날짜, 특정 일시에 비가 온다는 걸 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직 한 달 단위 예측엔 오차가 있지만, 기상 관측 수준은 일주일 앞까지는 이제 정확하게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에 약속을 잡을 수 있고, 준비한 행사날 비가 내리면 그에 대해 대비할 수 있었다.


지진이나 해일, 화산 폭발 등 재난 수준의 일은 물론 여전히 예측하기 힘들었으나, 지진의 경우 최소 두 시간 전에 준비할 수 있었다. 두 시간이면 사람 한 명이 걸어서 이동해도 5km 이상은 벗어날 수 있다.


2050년 학력고사 날은 한파가 예상됐다. 예보엔 최저 기온이 무려 영하 7도였다.


“대학 시험 때는 항상 날씨가 추웠대”


역사에 조예가 깊은 짝꿍 정지우의 말이었다. 등굣길에 만난 이수가 지우와 느긋하게 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유독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에도 둘에겐 약간의 여유마저 느껴졌다. 둘 다 초능력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능력 대학 지망자인 둘에게 학력고사는 굳이 목숨까진 걸 필욘 없는 시험이었다.


애당초 학력고사의 중요성이 많이 낮아졌고, 초능력자들은 예전으로 치면 체대생과 비슷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성적이 좋으면 여러 가지로 유리했다. 그래서 조이수는 적어도 한파에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발열 점퍼와 발열 바지로 중무장했고, 플라잉 보드 앞에 윈드 스크린도 부착했다. 이런 추위엔 모양만 흉내 내는 아이탑 패션 기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여유로운 시험 날이었으나 둘의 머릿속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진로 문제나 이런 게 아니었다.


친구 최수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통령과의 사건 후, 최수투는 학교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프다며 며칠 집에 있다던 최수투가 어느 날 갑자기 어스원아메리카로 이사를 갔다.


한동안 연락되지 않던 이수도 영상 편지를 받았다.


수투의 ‘뜨겁게 만드는 능력’이 미국 유명 초능력 대학의 관심을 끌었고, 그 대학의 장학생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수가 수투랑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한 건, 대통령과의 만남 당일 날 저녁이었다.


대통령의 충격적인 말을 들은 밤이었다.


이수는 그 신사답고 모든 사람의 총애를 받는 루안 위 대통령의 그 모습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김부록도 정지우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수투의 표정은 진지했다.


인간 감정에 즐거울 ‘희’와 화날 ‘노’, 슬플 ‘애’, 그리고 즐거울 ‘락’이 있다고 할 때, 수투의 표정은 그 넷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바로 다섯 번째 감정, ‘공포’였다.


학력고사 등굣길의 화제도 역시 수투의 잠적, 아니 잠수, 실종이었다.


“설마 진짜 죽인 건 아닐 텐데 말이지”


분위기 전환 삼아 던진 지우의 말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넋 놓고 운전을 하던 조이수의 플라잉 보드가 앞에 있던 플라잉 카를 거의 받을 뻔했다.


차의 주인은 다행히 아는 사람이었다. 담임 서비도 선생이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서비도 선생이 이수의 눈앞에 손가락을 드르륵 움직였다.


물론 선생의 이런 행동 또한 둘의 다운된 기분을 살려놓기 위해서였다.


“시험 날 이렇게 풀 죽어 있어서 쓰나?”


따뜻한 차 안에 있어서 그런지 서 선생의 복장은 그저 평소 같은 차림이었다.


말없이 묵례를 하고 사라지려는 조이수를 서비도 선생이 붙잡았다. 정확히는 어깨에 손을 올렸다.


“조이수, 수리 자신 있어?”


학력고사의 과목은 언어와 수리, 사고, 그리고 선택과목 세 개. 그중 이수가 가장 젬병인 과목은 수리였다.


“자신 있어요, 파이팅”


이수의 목소리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2050년의 학력고사는 각 학교에서 치러진다.


학교 운동장에 시험 공간을 따로 마련해 한꺼번에 치르는 방식이다.


정부 주도 시험이라 의자도 책상도, 공간 설치까지 모두 교육 당국의 몫이다.


최첨단 시대임에도 ‘해킹’의 문제가 심각해, 시험은 모두 옛날 방식의 아날로그로 치러졌다.


종이로 만든 문제지를 보고, 종이 답안지에 펜으로 필기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컨닝 탐지 방식의 업그레이드다.


2020년쯤만 해도 일일이 선생님이 감시해야 했던 시스템이 이젠 적용되지 않았다.


컴퓨팅 기능이 적용된 카메라를 통해 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카메라야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 시대의 카메라엔 센서 기능도 있다. 센서 설정을 통해 특이한 움직임을 발견할 경우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불안감은 있는지, 아니면 심심해서 그러는 건지 선생들은 여전히 학생 사이사이를 어슬렁거린다.


시험은 모두 주관식이다. 영어로 치러지는 언어 문제는 총 세 개. 하나는 소설 등의 영어 지문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문제. 두 번째는 특정 주제에 대해 논술하는 문제다. 나머지 한 문제는 말하기다.


수리 또한 세 문제, 선택과목, 사고 과목도 모두 세 문제다.


과목당 거의 두 시간씩, 종일 치르는 시험이기에 학생들은 기력 관리가 중요했다.


점심시간에 공급되는 음식 캡슐 또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가미된 비싸고 맛있는 것이었다.


힘겨웠던 수리 영역을 마치고 엎드려 있는 조이수의 등에 무언가 툭 하고 부딪쳤다.


이수의 발치에 작은 종잇조각 하나가 나뒹굴었다.


행패의 주인공은 친구 김부록이었다. 프로야구팀 입단이 예상되는 김부록도 일단 학력고사는 치러야 했다.


이수가 우울한 얼굴로 돌아보자 조금은 더 기력이 있는 김부록이 입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물론 부록의 기분 또한 좋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문제의 그 ‘대통령 사건’ 다음 날, 이수는 연락이 안 되는 수투의 집으로 직접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날 밤 수투에게 영상 메시지가 날아왔다. 난 잘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방문할 때마다 특정 시간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다.


수투 부모님은 연락되지 않았다.


학교에 문의해보니 수투는 이민 절차를 모두 밟았다고 했다.


“수투 부모님이 다녀가신 거예요?”


옆 반 담임에게 물었지만 모호한 답만 돌아왔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긍정이라고 하기엔 확실치 않은 말이었다.


초능력 조절 미숙으로 생긴 그 날의 사건, 존 버크만이 달려드는 장면과 나뒹구는 수투. 당연히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언론 보도 하나 없었다.


그렇다고 학교 측이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알릴 상황도 아니었다.


한 학생이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올렸으나 거의 10초 만에 게시물이 사라졌다.


첨단의 시대라는 건, 그만큼 관리자의 손길도 편리해지는 법이다.


21세기 초엔 기껏해야 반도 하나, 많아야 대륙 하나 정도를 지배하던 최고 통치자가 이젠 전 지구를 관리하고 있다.


그만큼 그 능력 또한 커졌다는 예측이 맞다.


그래도 구시대의 유물은 남아 있었다.


시험을 마친 이수의 앞에 나타난 ‘점집’이 그 일례다.


가끔 이렇게 통학 길에 들어서곤 하는 포장마차였다. 깨끗하지도 않아 천막에 꼬질꼬질 때가 묻어 있었다.


이수의 발길은 의식하지도 못하게 점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기 전 잠깐의 고민을 했으나, 이런 게 운명이려니 생각했다.


“고민이 많네, 학생”


새하얀 머리의 할머니가 말했다.


포장마차의 실내는 옆에 올려놓은 난로와 그 위의 주전자 덕에 포근했다.


“어···. 떻게 아셨어요?”


점이라는 걸 본 걸 태어나 처음인 이수였다. TV에서나 본 게 전부였다.


“이 할머니는 모르는 게 없어요! 그래, 어떤 거 볼 거야?”


이수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두 개가 있는데요···.”


“하나에 10달러, 그런데 하나는 그냥 해줄게. 시험 보고 왔지?”


“어떻게 아셨어요?”


“다 안다니까, 이 할미는”


이수가 말한 고민은 수투에 대한 것, 그리고 자신의 초능력이었다.


“초능력···. 이 뭔지는 아시죠?”


왠지 걱정되는 이수였다.


할머니는 말없이 점괘를 섞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점을 보는 방식은 생년월일을 따지는 게 아니었다. 따로 물어보지도 않았다.


도자기로 된 하얀 색 둥근 통에 연갈색 길쭉한 종이가 하나 가득 들어 있었다.


이수가 대충 봐도 거의 수백 장은 넘어 보였다.


이수의 얼굴을 한 번 보고 하나, 다시 보고 하나, 그렇게 총 세 장을 꺼냈다.


꺼낸 종이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팽개쳤다. 아무래도 팽개쳐진 모양까지 계산하는 거 같았다.


“뭐 먼저 얘기해줄까?”


“친구의 행방이요!”


이수는 일단 수투의 안위가 걱정됐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만날 거야”


반가운 소식이었다.


“언제요···?”


“내년에”


아주 짧고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이수의 체증이 한 번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초능력에 대한 대답을 물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종이 점괘 세 개를 손으로 비비고 구기더니, 가루로 잘게 잘게 찢었다.


점괘는 금세 수십 개의 조각으로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리곤 손을 내미는 할머니였다.


“이게 다예요?”


“10달러”


더 말해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10달러면 이수가 좋아하는 콜라 하나를 몇 개나 사 먹을 수 있는 돈. 하지만 돈 씀씀이가 크지 않은 이수의 지갑엔 모인 용돈으로 언제나 가득했다.


할머니에게 돈을 드리고 나서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


“네?”


플라잉 보드에 오르려던 이수가 뒤를 돌아보았다.


“큰 사람이 될 거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송이가 날리기 시작했다.


이번 11월 들어 처음 보는 눈이었다.


이수는 겨울을 너무 좋아한다.


추운 계절이지만, 왠지 모르게 겨울에선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장갑을 벗어 옆구리에 끼고는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했다.


쌓이고, 또 쌓이고, 또 쌓이는 하이얀 눈.


손안에 담긴 눈을 하늘 높이 뿌렸다.


내리는 눈과 눈구름이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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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초능력의 댓가 +4 19.10.02 2,601 61 12쪽
5 대통령과 스타들 +3 19.10.01 2,762 61 11쪽
4 꿈, 걱정이라는 이름의 +4 19.09.30 2,986 67 14쪽
3 부작용 +10 19.09.26 3,108 70 11쪽
2 최고의 졸업 선물, 초능력 +17 19.09.23 3,979 81 14쪽
1 프롤로그 - 서기 2050년 +19 19.09.19 4,895 7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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