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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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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최근연재일 :
2019.12.27 14: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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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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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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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부작용

DUMMY

철학 시간에 얼떨결에 발표했지만, 정작 조이수는 그날 오후 담임과의 진로 상담이 잡혀 있었다.


담임인 서비도 또한 능력자다. 이수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별 볼 일 없다고 생각되는 능력을 갖췄다.


바로 ‘빠른 타이핑’ 능력이다.


말보다 타이핑이 빠르고, 거의 생각하는 속도에 맞먹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소문에 의하면 분당 2,000타가 넘는다고 한다.


“그래, 조이수. 진로 상담 파일을 보니까 초능력 대학에 가고 싶다고 적혀 있네”


기계식 키보드를 두드리며 묻는 담임이다. 에어 모니터, 에어 키보드가 생활화된 요즘이지만 담임은 기계식 키보드를 고집한다. 버튼을 눌렀을 때 퉁겨져 나오는 느낌이 정말 좋다고 한다.


“네, 맞아요”


초능력 대학에 가기 위해선 당연히 초능력이 발현돼야 한다. 초능력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만 19세까진 70일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일단 그 애긴 젖혀두고, 적성 파악 좀 같이 해보자”


선생님과 이수 앞에 이수의 적성 검사표가 나타났다.


사고력 90

언어능력 95

계산능력 60

집중력 80

체력 60

힘 70

.

.

.


“이거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대화하면서도 손을 쉬지 않는 선생님이다. 저 쓸데없어 보이는 능력을 그나마 써먹을 수 있는 건 모든 대화를 기록하는 거다.


“음, 사고력이 뛰어나고, 언어능력이 뛰어나다?”


단순한 수준의 대답을 늘어놓았다.


“그렇지, 사고력이 높고 언어능력이 좋아. 신체 능력 쪽은 별 게 없고”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초능력 대학에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언어 쪽이나 아니면 고고학 쪽으로 가는 것도 괜찮을 거 같네”


왠지 초능력 대학 쪽은 생각 않는 분위기였다.


“선생님···. 저···. 전 초능력 대학에 갈 거예요”


책을 들여다보고 외우고, 받아 적고를 반복하는 일반 대학은 생각지도 않았다. 순간 이수의 머릿속에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옆집 민수 형이 떠올랐다.


이수의 말에 선생님이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곤 둘 사이를 막고 있던 에어 스크린을 내렸다.


그리곤 최근 있었던 선생님 조카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스원아메리카에 있는 선생님의 조카는 최근 만 15세가 돼 초능력 주사를 맞았다. 미국의 주사 허용 나이는 어스원코리아보다 낮다.


“그런데 말이지 걔가···.”


희박한 확률로 나타나는 초능력 부작용자였던 것이다.


시술 전 충분한 검사를 받았음에도,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부작용자들은 존재했다.


조카의 부작용은 신체적인 것이었다.


온몸이 점차 검붉게 변하고, 급기야 곰팡이 같은 게 자라기 시작했다.


당연히 부가적 능력은 발현되지 않았다.


일주일 후 바로 초능력 제거 주사를 맞았다. 제거 주사를 맞으면 24번 염색체가 원래대로 복구된다.


이후 조카는 반식물인간처럼 살고 있다.


“팔이나 다리가 이상 있으면 충분히 고칠 수 있는데, 조카의 경우 그냥 기력 자체가 떨어져 버렸어. 지금은 그래서 50m 정도 달려가는 데에도 힘들어하고 있지”


이수는 혹시나 선생님이 이렇게 말할까 봐 이미 마음을 먹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선생님마다 자신의 장래희망에 항상 태클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 공식적으로 발표된 초능력 주사 부작용은 겨우 0.01% 예요”


그러자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수야, 그리고. 능력이 별 볼 일 없을 수도 있어. 너도 나처럼 타이핑 빨리하는 능력 같은 거 생기면 어떻게 할래?”


개인적으로 이수는 선생님이 적성을 잘못 찾았다고 생각했다. 바로 떠오르는 선생님의 적성은 ‘속기사’였다. 하지만 언어를 바로 텍스트로 치환해주는 요즘 시대엔 딱히 필요한 직업이 아니다.


“그래도···. 나름 특별한 기술이니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우수한 초능력자’를 받아들이는 초능력 대학이지만, 희소성 있는 초능력도 받아주곤 한다.


초능력협회에서 상금을 받은 ‘털을 곤두세우는 청년’ 조 프레데릭도 장학금을 받고 초능력 대학에 입학했다.


“이수, 주사 언제 맞을 거니?”


이미 예약해둔 날짜가 있었다.


“생일날에 맞아요. 12월 1일이에요”


확고한 제자의 생각에 선생님도 두 손을 든 눈치였다.


“예약 잘해라. 믿을 만한 병원에서 맞으라고”


결국, 학생에게 져주는 이런 선생님이라니. 이수는 그래서 담임을 좋아했다.

.

.

.

.

.

이수의 담임 서비도, 던지기 능력자 김부록, 그리고 조이수.


2020년 정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이런 모호한 이름이 많았다.


소위 서양식으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이름 말이다.


세계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세계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이름이 주목을 받았다.


또 세계의 중심이 어스원아메리카이고, 공용어가 영어이기에 그랬다.


개명 또한 어려워지지 않아서, 자신의 능력에 맞게 이름을 바꾸곤 했다. 담임인 서비도 선생이 그 예다.


담임은 영어 ‘스피드(speed)’에서 자신의 이름을 본떴다.


8학년을 마칠 때, 담임이 서비도 선생이라고 정해졌다는 이야길 듣고 몇몇 아이들은 환호를 질렀다. 스피드 능력자의 반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미 일부는 담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헬스장의 유마력 트레이너 또한 위 사람들처럼 개명한 케이스다.


이름만 봐도 힘쓰는 게 능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24번 염색체란 녀석은 참 까다롭고 독특해서, 좀처럼 완벽한 능력을 주진 않는다.


트레이너는 ‘미는’ 능력에만 특화돼 있었다.


근육의 움직임에 ‘수축’과 ‘이완’이 있다면 유마력 트레이너는 ‘이완’ 쪽인 셈이다.


“코치님, 그러면 역도 선수 이런 거 하면 좋지 않았을까요?”


‘토탈 머신’에 오른 이수가 물었다.


토탈 머신은 문명이 탄생시킨 헬스계의 획기적 발명 중 하나다.


운동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 기계에 오르면 원하는 부위에 적절한 힘과 저항을 준다. 소위 ‘가만히 있어도’ 운동이 되는 기계다. 물론 이를 위해선 ‘참을성’이 수반돼야 한다.


“나도 그 생각 해봤는데, 역도가 의외로 당기는 힘이 필요하다니까”


마지막엔 물론 잘 밀어 올려야 하지만, 처음에 역기를 턱밑까지 들기 위해선 몸 전체적으로 수축 작용이 필수적이다.


“이수 오늘 두 군데 가능하겠어?”


토탈 머신은 적절한 수치를 입력하면, 그 하중에 맞게 근육 운동을 하는 기계다. 운동선수급은 동시에 네 군데도 한다. 그 적절한 수치를 입력하는 게 트레이너의 몫이다.


“네······. 그런데 좀 약하게 해 주세요”


“그래, 그러면 이야기 나오는 김에 이두 한 번 가자. 이두랑 종아리”


학생들, 특히 초능력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겐 신체 능력이 무척 중요했다.


던지기에 특화된 김부록만 봐도, 제대로 던지기 위해선 하체가 수반돼야 한다.


특히 어떤 능력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이수의 경우는 전체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두 개 근육은 쉬운 게 아니다.


“이수야, 할 만해?”


2분도 안 돼 온몸이 땀으로 비 오듯 젖은 이수였다.


“아뇨, 죽겠어요. 코치님, 코치형, 그만!”


하지만 트레이너의 시선은 물론 관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금만 더 하자, 할 수 있어! 초능력 대학 안 가? 어느 대학 간다고? 초능력?”


“대학!!”


“초능력?”


“대학!!”


그렇게 1분을 더 채우고 토탈 머신을 내려왔다.


겨우 3분이었지만 하루 운동으로는 이미 충분했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에 기본적으로 편리함을 주지만, 시간 절약에도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달가량 걸렸던 조선 시대와 비교하면 요즘은 기차만 타도 한 시간에 주파하는 시대다.


토탈 머신도 그런 효과가 있었다. 옷 갈아입고 샤워하고 운동까지, 길어야 1시간 안에 모든 걸 소화할 수 있었다.


녹초가 된 이수는 걸을 힘도 별로 없었다. 플라잉 보드에 그냥 걸터앉아 집에 갈 계획이었다.


모든 게 귀찮은 이수는 아이탑 패션 모드도 켜지 않은 채 보드에 올랐다. 출발하려는데 아이탑 진동이 울렸다.


이수의 절친 최수투였다. 영어 단어 ‘체스트(chest)’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수는 수투의 이름을 곰곰이 생각할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기껏해야 ‘가슴’이니까 말이다.


버튼을 누르자 에어 스크린에 수투의 얼굴이 나타났다. 수투는 옆집에 사는 동시에 옆 반 학생이었다.


“야, 이수야. 같이 가자”


무턱대고 용건부터 말하는 수투였다.


“뭘 같이 가?”


이수는 재빨리 에어 스크린을 내렸다. 얼굴 보며 통화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게 여겨졌다.


“나 내일 생일이잖아”


생일 따윈 외우지 않는 이수였다.


“아, 그래? 축하해! 생일 파티 안 해?”


“파티는 안 할 거야. 대신 부모님이 선물을 주신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물이 있었다.


“어떤 선물?”


그리고 예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초능력 주사!! 나 내일 당장 주사 맞으러 가! 같이 가자, 이수야!”

.

.

.

.

.

절친이 먼저 주사를 맞다니.


이수는 뭔가 지고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사실 최수투는 프로그래머가 꿈이었다. 그래서 진로도 그쪽으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부모님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다. 반대하던 초능력 주사를 허락하셨다.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하는데 엄마가 돌아왔다.


“엄마, 오셨어요~”


“아들, 먼저 와 있었네. 밥은?”


부모님들은 이렇게 항상 자식을 먼저 챙기신다. 하지만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아들?”


복고풍으로 챙겨 입은 엄마였다. 이수가 휘둥그레 눈이 커져 쳐다보자 웃으며 핸드백을 내려 놓았다.


“엄마가 차 마시고 왔거든.”


놀라운 패션이었지만 2050년은 많은 게 자유로워진 세상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미라 차림도 본 이수다.


“나 밥 먹었어요. 스테이크 캡슐 하나 있더라”


아날로그를 고수하는 엄마에겐 마땅찮은 대답이었다.


“찌개 끓여 놓은 거 있는데, 그거 먹지”


이수의 관심은 엄마도 캡슐도 아니었다. 스크린 속의 영상이었다.


“아들, 뭐 봐?”


영상의 주인공은 팔다리가 뒤틀린 이수 또래였다. 그런 장애를 갖고 활기차게 살아간다는 그런 내용의 다큐멘터리다.


“엄마, 이 아이가, 부작용으로 이렇게 됐대. 초능력 주사”


이수의 말에 엄마는 아들의 목을 두 팔로 감쌌다.


“부작용 없을 거야, 괜찮아”


막상 허락하고 나니 불안감이 드는 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수투요. 내일 주사 맞는데요”


“어머, 수투 생일 지났니?


“아니, 내일 생일인데 내일 맞는데”


그때 뒤에서 AI 벡셀이 다가왔다. 물을 달라고 주문했던 이수다.


“이수의 친한 친구 최수투. 최수투의 생년월일은 2031년 9월 26일입니다”


친한 친구가 주사를 맞는다니 부러움도 컸지만, 걱정도 있었다.


“벡셀, 초능력 주사 현재 부작용 확률이 얼마나 되지?”


그러자 충격적 대답이 돌아왔다.


“2050년 9월 25일, 현재 초능력 주사의 부작용 확률은 0.02%입니다”

.

.

.

.

.

0.02%라니


이수가 알던 확률의 두 배로 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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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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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잃어버린 친구를 찾습니다 +6 19.10.04 2,469 58 11쪽
6 초능력의 댓가 +4 19.10.02 2,601 61 12쪽
5 대통령과 스타들 +3 19.10.01 2,762 61 11쪽
4 꿈, 걱정이라는 이름의 +4 19.09.30 2,986 67 14쪽
» 부작용 +10 19.09.26 3,109 70 11쪽
2 최고의 졸업 선물, 초능력 +17 19.09.23 3,979 81 14쪽
1 프롤로그 - 서기 2050년 +19 19.09.19 4,895 7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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