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서기 2050년
서기 2050년은 인류가 오래전 생각했던 흔하고 또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들이 대부분 실현된 시기다.
일단 날아다니는 자동차(flying car)가 상용화됐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라야 비행기와 별반 다를 게 없겠거니 생각하겠지만, 1990년대나 2000년대 우리가 흔히 타고 다니던 택시가 갑자기 공중으로 떠오른다고 상상해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5년 전인 2045년 새 도로교통법이 탄생했고 기존 대부분 도로의 상공 20미터 위로 이중도로가 만들어졌다.
육교나 전신주가 있는 곳은 그 위로 도로가 가설됐으나 플라잉카의 최고 고도가 50미터라는 걸 생각할 때 어느 길이나 달릴 수 있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우주 시대도 본격적으로 도래됐다.
달 탐사 정도는 20세기에도 활발했고 화성 또한 패스파인더나 오퍼츄니티 등의 활약으로 많은 분석이 이뤄졌지만, 2050년은 달 왕복 여객선이 등장한 최초의 해였다.
정거장은 세계에 다섯 군데에 불과했다. 한 번에 100명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출발하는 적은 횟수였으나,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자신도 달을 밟아 볼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에 열광했다.
왕복에 1만 달러, 1박 체류에 2,000달러 추가였으니 일반적 대학 학비 정도면 여행이 가능한 것이었다.
화폐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화폐가 US 달러로 통합된 건 2049년이었다. 유럽의 유로화, 일본의 엔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경쟁했으나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화폐의 아성을 넘을 순 없었다.
국제통화기금은 5년 후인 2054년 12월 31일까지를 환전 마감일로 정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한국의 ‘원’ 화나 일본의 엔화 등, 모든 현금을 그때까지 달러로 바꿔야 했다.
또 다른 큰 변화, 엄청난 변화는 세계가 하나의 나라로 통합됐다는 거다.
2048년을 원년으로 지구력 1년이 도래, 이 통합 국가의 이름은 지구에 숫자 ‘1’을 붙여, ‘어스원’이라고 정해졌다.
어떤 음모론자에 따르면 수 세기 후 두 번째 국가로 전복시키기 위한 일루미니티의 음모라고 주장했으나 가족조차도 콧방귀를 뀌는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어스원의 대통령엔 UN 사무총장이었던 루안 위가 선임됐다.
이름만으로 루안 위를 중국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루안 위는 미국을 기반으로 한 서양 문명권의 위인이었다.
20대 때만 해도 할리우드 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루안 위는, 이후 배우 생활을 접고 정치권에 투신, 이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21세기 초반과 비교하면 또 다른 자잘한 변화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세계가 일일생활권으로 변했고, 신체에 부착하는 컴퓨터인 ‘아이탑’이 상용화됐다.
아이탑은 기본적인 컴퓨팅 능력 외에도 수많은 다양한 기능이 있는데, ‘옷’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 또 도드라지는 거였다.
초커(choker) 형태의 아이탑을 목에 착용한 후 ‘패션’ 기능을 작동시키면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어떤 디자인의 옷이건 시각화할 수 있었다.
직접 만질 때야 그 안에 입은 면티나 면바지가 잡히지만, 밖에서 볼 땐 디자인한 그 옷 그 형태로 보이는 방식이었다.
이런 문명의 이기라야 과거의 사람들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던 수준이었으나, 생물학적으로 괄목할만한. 아니 문명 최고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생물학적 쇼크가 있었다.
바로 스물네 번째 염색체의 발견이다.
염색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크기였고, 다른 염색체와 달리 쌍이 아니라 하나만 존재했다.
엄연히 24번 염색체지만 DNA와 유전자, 염색체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게 섞여 있는 사람들 때문에 24번 유전자, 24번 DNA라고도 불렸다. 오히려 24번 DNA란 말이 더 많이 쓰였다.
또 더욱 대단한 게 영화에서나 보던 특수 능력의 발현과 관계된 염색체라는 점이다.
특정 사람의 이 염색체에 특수한 전기 자극을 주면, 기원 인류(초능력 발현 이전의 인류를 부르는 말)에게 볼 수 없던 특별한 초능력이 일정 확률로 나타난다.
여기서 일정 확률이라는 말은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이 특별한 초능력은 ‘랜덤’, ‘복불복’이다. 물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염동력’일 수도 있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하잘것없는 능력일 수도 있다. 2050년 9월 현재 밝혀진 가장 하찮은 초능력은 ‘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발현된 어스원아메리카(舊 미국, 그냥 ‘미국’이라고도 부른다.)의 청년 조 프레데릭에겐 세계 초능력협회에서 수여하는 상패와 5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렇게 보면 별 볼 일 없는 능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초능력이라는 게 사용자에 따라 무기처럼 사용될 수도 있어, 지구 정부는 초능력에 관한 엄격한 법을 만들었다.
초능력 자극 주사는 만 19세 이후에 맞을 수 있고, 1만 달러라는 고정 가격을 매겼다. 가격, 시기 등을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주사는 아이의 대학 입학 선물로 이 초능력 자극 주사를 맞혔다. 물론, 아이가 원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이 드라마, 아니 이 성장 소설의 주인공은 초능력 자극 주사, 일명 초능력 주사 맞는 게 꿈인 18세 소년, 어스원코리아의 활달한 소년 조이수의 이야기다.
조이수가 초능력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시기는 이제 석 달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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