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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서사시입니다.

응, 이라고, 너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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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서사시
작품등록일 :
2019.06.21 11:33
최근연재일 :
2019.11.24 22:04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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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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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447,778

작성
19.09.18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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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55회 - 친애하는 너에게(12)

DUMMY

부끄러움인지 술 때문인지 모를 이유로 달아오른 볼에 차가움이 느껴졌다. 단순한 차가움 정도가 아닌, 아예 소스라치게 놀라서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차가움이었다.


“으하하! 깜짝 놀라기는!”


범인은 너와, 네가 방금 정수기에서 뽑아온 냉수였다. 나는 네게서 넘겨받은 냉수를 홀짝이다가, 조금 뒤에는 아예 한입 가득 들이켜버렸다. 이때 늘 쑤셔오던 어금니 뒤쪽이 시려서 잠시 앓는 소리를 내버리기도 했다.


냉수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겨우 물 한잔에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맨정신이 돌아왔으니, 새삼 놀랍기도 했다.


그로부터 짧은 시간 만에 감각들이 되살아났다. 가장 먼저 살아난 것이 통각이었다면, 그다음 살아난 녀석은 미각이었다. 나는 입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비린 맛 때문에 혓바닥 위를 손가락으로 훑어보기까지 했다.


응. 입에서 비릿한, 정확히는 피 맛 같은 것이 났다. 아까 넘어졌을 때 실수로 혀를 씹기라도 했던 건가.


“아....”


혀의 쓰라림은 손가락에 묻어나온 피를 확인한 이후에야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확인해보지 말걸, 이라는 후회도 같이 밀려왔다.


“몸 개그 잘 봤어! 푸하하! 아 그런데 나는 또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지? 혹시 나도 취한 건가? 하하하!”


“넌 원래 잘 웃으니까 딱히 이상한 건 아닌데.... 하, 그보다 저거 다시는 안 마실 거야.”


술은 내가 기억하던 것 이상으로 아름답지 않았다. 오히려 역겨웠다. 숨을 쉴 때마다 위장에서 올라오는 알코올 냄새가 역해서 매 호흡이 고통스러웠다.


양치한 이후에는 이 냄새가 조금 나아지길,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이번에는 진짜로 입 좀 헹구고 올게.”


“응응. 이번에는 넘어지지 말고.”


“안 넘어져.”


새삼 나의 행위예술 퍼포먼스가 네게 웃음을 줬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너를 웃게 만드는 일이 좋았지만, 그래도 두 번이나 그런 개그를 시도하고 싶진 않았다. 그랬다간 이렇게 어깨와 손이 뻐근한 선에서 끝나지 않겠지. 분명 뼈 한 군데는 부러질 것이다.


세면대로 쏟아져나오는 찬물을 손으로 담아 얼굴에 끼얹었다. 평소보다는 무감각하지만, 그래도 분명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감각이 돌아올수록 숨 속에 묻어나오는 알코올 냄새가 역했다.


분명 화장실 어딘가에 칫솔이 있겠지만, 집주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꺼내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너라면 마음대로 꺼내서 쓰라고 말했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자주 올지도 모르는 집에 내 전용 칫솔을 장만하는 일도 영 내키지 않았다.


그냥 치약만이라도 우물거리다 뱉어야겠다. 물로만 헹구는 쪽보다는 훨씬 낫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세면대 위에 올려진 치약에 손을 뻗었다. 아직 한두 번밖에 쓰지 않은 새것이었다.


그리고 그 치약에서 한 뼘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 세워져 있었다.


똑같은 치약이었다. 제품의 이름도, 한두 번밖에 쓰지 않은 새것이라는 것도 똑같은.


아직 술이 덜 깼나.


.


“하, 이제 좀 살 것 같네.”


“축하해, 살아나서.”


“별말씀을. 그런데 화장실에 왜 치약을 두 개나 꺼내놓고 써?”


“응? 두 개라고?”


바닥을 닦고 있던 네가 고개를 치켜들어서 대답했다. 네가 닦고 있던 갈색 액체는 아마도 아까 우리가 입에서 뿜어낸 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바닥에 미끄러진 것도 저것을 밟았기 때문이겠지.


“아니야. 그냥 내가 잘못 봤던가.”


나도 너를 따라서 바닥에 주저앉아 두루마리 휴지로 마룻바닥을 문질러 닦았다. 하지만 나무가 빗물을 머금듯 마룻바닥이 온통 술을 흡수해버려서, 우리는 휴지와 물티슈로 대여섯 번은 닦고 나서야 겨우 냄새를 지울 수 있었다. 술이라는 녀석,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재주가 상당한 녀석이었다.


“후! 겨우 끝났네! 그런데 뭔가 게임의 흐름이 끊겨버렸지?”


“뭐 그런 느낌이 없지는 않지.”


“응. 그러니까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볼까?”


너는 여전히 이상하리만큼 높은 텐션으로 나를 이끌어갔다. 마치 여름 방학의 첫 장에서 봤던 너처럼, 조금 이질적인 활발함이 느껴졌다.


이것도 너의 모습 중 하나일 테니 싫지는 않지만, 나는 새삼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마 노파심에 의한 걱정이었을 것이다. 응. 아마도.


너는 또 제멋대로 선공권을 가져갔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아주 너그러운 자세로 너의 공격을 받아칠 준비나 하기로 했다.


“넌 나를 좋아하지?”


“당연하지. 그러면 넌 어떤....” “당연하지!”


“0.5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하다니. 진심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데.”


“그건 아니지! 진실성이 없다니! 그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고, 네가 뭘 물어볼지 예상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니까...라고 말하면 조금은 진심처럼 보일까? 흐흐.”


“땡. ‘진심처럼’ 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벌써 진심이 아닌 게 드러났어.”


“아! 들켰어?”


우리는 또 거의 같은 타이밍에 웃어 넘어갔다. 나는 너처럼 바닥을 팡팡 내려치면서 배를 붙잡고 웃지는 못했지만, ‘흐흐’하면서 웃음을 흘리는 것도 내 나름대로는 박장대소를 펼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아. 네 차례야.”


“응. 그러면 있잖아, 너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뭐든 해줄 수 있어?”


“당연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해줄 거야. 너는?”


나는 평소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너와 눈을 마주쳤다. 나름의 진심과 진지함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당연하지!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뭐든 해줄 거야.”


그리고 나의 시선에 응답이라도 하듯, 너도 진지함이 느껴지는 동그란 눈을 더욱 빛내었다.


“그렇다면 말이야.”


너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냉수로 목을 축이고, 마저 공격을 이어나갔다.


누군가는 우리의 대화를 그저 연인 간의 귀여운 대화로 보겠지만, 너의 다음 문장은 사랑을 말하는 말보다도 매서운 공격에 가까웠다.


나는 피해의식에 찌든 녀석도 아니고, 이건 그런 녀석의 피해망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공격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너는 나를 위해서 죽어줄 수 있어?”


갑자기 죽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이런 공격이라면 제법 잘 튕겨내게 된 나였다. 네가 ‘죽음 찬스’를 너무 남발해준 덕분이겠지.


그리고 네 말처럼 이 게임은 말만으로 ‘당연하지’를 외치는 게임이 아니다. 나는 차마 네게 드러낼 수 없었던 진심을 담아, 내게 주어진 유일한 패를 소리 내 읽었다. 그리고 네가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되, 장난처럼 받아들이지도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당연하지.”


나는 너를 위해서 죽어줄 수 있다. 그러니까, 내게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


너는 아까의 진지한 눈을 가늘게 만들어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그렇구나, 나는 너의 표정에서 그런 생각을 읽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나는 ‘혹시 모를 희망’ 한 줄을 떠보는 식으로 던졌다.


“정말 만약이지만, 내가 대신 죽어서 너의 죽음이 미뤄지는 일 같은 것도 일어날 수 있을까?”


네가 한동안 뜸하던 죽음 찬스를 쓴 이유가 실은 너에게 99.8%의 죽음을 피할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라던가. 그 치료법을 위해서는 내가 죽어야만 한다든가.


정말로 그런 치료법이 있다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나의 죽는 모습을 보고 싶다던 너의 소원도 이뤄줄 수 있으니, 이보다 최고의 선택이 있을까.


하지만 너도 나처럼 한 장의 선택권 밖에 쥐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 대답도 예상하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당연하지. 소설 속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고. 그건 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나는 뭘 멋대로 기대했을까. 실망했을까. 그리고 그 실망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게 허벅지를 꼬집고 있었을까.


참 제멋대로인 건 너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내 앞의 너는 아까와 다름없는 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배경이 조금 어두워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괜찮아.


라는 말을, 나는 너의 표정 위에서 읽어냈다. 아니, 네가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네가 나를 위해서 죽어줄 수 있다면 말이야, 반대로 나를 위해 살아줄 수도 있겠네?”


아.


이 순간 나는 허벅지의 통증을 참는 일도, 우울감을 삼키는 일도, 모든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리고 심장이 쿵 하고, 발끝까지 떨어졌다.


네가 또 죽음 찬스를 쓸 것만 같아서, 나는 또 죽음이라던가 그런 무거운 것들을 배경에 두고 너를 봐야 해서, 그리고 그게 몹시 싫어서 슬며시 손을 들었다.


아니다. 어쩌면 죽음 찬스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금 네가 꺼낼 것 같은 말에 비하면 죽음 찬스는 오히려 귀여운 축에 속한다.


적어도 죽음 찬스는, 네가 웃는 얼굴로 던지는 귀여운 장난 같은 것이다. 이렇게 입과 눈이 정반대의 감정을 드러내는 슬픈 얼굴로 하는 말이 아니란 말이다.


“타임. 규칙 하나만 추가하자.”


‘입 꾹 다물고 있으면 몰수패로 처리하기’, ‘죽음 찬스 남발하지 않기’, ‘도저히 벌칙을 들어줄 수 없을 때는 제2지망 벌칙을 수행하기’에 이어서 네 번째 규칙을 추가할 생각이다.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기. 무조건 도망치기.


살아남는 것을 포기한 것처럼 말하지 않기.


“안 돼. 대답해줘.”


“타임이라니까. 잠깐이면 돼.”


“미안. 이번만큼은 안 돼.”


“그렇다면 내가 졌어. 기권할게.”


“안 돼. 말해줘야 해.”


“졌다니까? 게임은 끝이야.”


나는 너로부터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뇌 녀석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 내게 필사적으로 도망칠 것을 권유했다. 이유는, 간단하게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려 바닥을 짚는 순간, 너의 손이 내 손을 강하게 짓눌렀다. 너의 얇은 손가락이 내 손목을 감쌌다. 피가 통하지 않는 것을 넘어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조여왔다.


“너무 세게 잡았어. 좀 놔줘.”


“말해줘.”


“진짜 아프다니까? 놔달라고.”


“말해주면 놔줄게.”


너는 이 말을 끝으로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좀 놓고 말하자고.”


“싫어. 내가 이걸 놔주면 너는 또 도망갈 거잖아.”


“내가 어디로 도망을 간다는 말인데?”


너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는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어디로, 언제, 어떤 질문에서 도망을 갔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였다.


나는 내가 진지함과 무거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녀석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로부터 그 둘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다.


훗날 그 둘이 너를 먹어치워 버리면, 그 뒤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그리고 그 선택지를, 아쉽게도 나만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차라리 내가 오해하고 있는 거면 좋겠어. 그래서 네가 약속해줘야 해. 말뿐이 아닌 진심으로.”


“도대체 뭘 말하는 건데? 오해라니?”


손목이 빠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저번처럼 몰려오는 구토감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네가 또 도망칠 것 같아. 하면 안 될 짓을 할 것 같아. 네가...네가 꼭 나를 따라올 것만 같아.”




너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내 생각을 읽고 있었다.




너는 나에게 언제나 ‘한 번쯤은 져주고 싶은 존재’였다.


옷깃을 붙잡혀서 끌려다니는 일도, 계곡 물속에 집어 던져지는 일도. 모두 싫지 않은 마음으로 당해줄 수 있었다.


이렇게 손목을 붙잡는 것도, 뿌리칠 수 없는 연기를 해줄 수 있었다.


“놔.”


붙잡혀있던 손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너의 얇은 손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는 포기하지 않았다. 겨우 풀려난 내 손을 향해 또다시 손을 뻗어왔다.


“하지 말라고.”


그리고 오히려 자신의 손이 내게 붙잡혀버린 모습에 당황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머릿속이 온통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도무지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너의 손목을 세게 붙잡고, 얼굴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났고, 그대로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기억난 것은 너의 집을 빠져나온 이후의 일이었다. 집을 빠져나와서, 겨우 몇 걸음을 걷고 화단에 위액을 토해낸 이후의 일이었다.




[어차피 네가 죽고 난 뒤잖아.... 그 뒤의 이야기는 너랑 상관없잖아.]




나도 안다. 진심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렇다면 당장에라도 올라가서 사과하는 것이 옳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자존심에 어긋나는 행동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어쩌면 나의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을비는 내가 떠나가길 재촉하는 것처럼 보였다.


.


어쩌면 네가 보여줬던 모습은 전부 너의 술버릇일지도 모른다. 정말 술버릇이었다면, 과연 네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무섭다’라고 말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너의 술버릇이 얼마나 고약한지는 나중에, 적어도 네가 맨정신일 때 말해줘야겠다.


언제가 됐든 내가 사과의 말을 전한 이후가 되겠지.


홀로 걸어 올라갔던 길을 그대로 내려와서 역의 입구에 다다랐다. 정신없이 나왔음에도 우산은 챙겨 나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응.


아니. 다행일 리가 없잖아.


우산을 접고 역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역에서 나오면서 우산을 펼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웅크린 채로 머리를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한참을 이 자세로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끌어안고 있었다. 이러다가 누군가 동전이라도 던져준다면 정말 초라해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그러고 있었다.


갈 수 있는 곳은 많지만 내키는 곳이 없다. 집도, 역 안도, 너의 집도.


눅눅해진 셔츠가 피부에 달라붙어서 기분만 나빠져 갔다.








그리고 달라붙는 셔츠의 가슴주머니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주머니 속에 무엇인가 들어있다고, 단번에 알아차렸다.


주머니 속을 뒤지던 손가락 사이에 종이 재질의 무엇인가가 집혀 올라왔다.


접는 모양이 특이해서 누가 접었는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쪽지, 그것이 이질감의 정체였다.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열쇠와 함께 건네받았던 쪽지도 분명 이런 모양으로 접혀있었다.


확실하다. 이 쪽지는 너만의 방식으로 접혀있었다. 접는 선을 손가락으로 훑어갈수록 확신은 진해졌다.


절대로 잊어버리거나 헷갈릴 수 없을 접는 선이었다. 나는 방학 내내 그 쪽지를 몇 번이나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으니까. 일기가 써지지 않는 날이면, 생각이 많은 날이면, 괜히 불안한 날이면 버릇처럼 어루만졌으니까.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나는 네가 이 쪽지를 일부러 넣어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몸이 기억하는 방식대로 쪽지를 펼쳤다.






첫 번째 줄의 왼쪽 모서리. 편지의 맨 처음이 시작되는 곳.


편지의 형식을 따른 너의 쪽지는 ‘이런 말’로 내게 손을 흔들었다.






“친애하는...너에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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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회 - '응'이라고, 너는 대답했다.(완) 19.11.24 36 1 21쪽
80 79회 - 어느 소설(10) 19.11.22 21 0 11쪽
79 78회 - 어느 소설(9) 19.11.19 16 0 13쪽
78 77회 - 어느 소설(8) 19.11.16 22 0 11쪽
77 76회 - 어느 소설(7) 19.11.14 27 0 10쪽
76 75회 - 어느 소설(6) 19.11.13 22 0 8쪽
75 74회 - 어느 소설(5) 19.11.11 33 0 11쪽
74 73회 - 어느 소설(4) 19.11.08 23 0 8쪽
73 72회 - 어느 소설(3) 19.11.05 39 0 14쪽
72 71회 - 어느 소설(2) 19.11.02 21 0 11쪽
71 70회 - 어느 소설(1) 19.10.29 23 0 12쪽
70 69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13) 19.10.26 38 0 11쪽
69 68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12) 19.10.24 19 0 9쪽
68 67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11) 19.10.21 22 0 8쪽
67 66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10) 19.10.19 31 0 13쪽
66 65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9) 19.10.16 26 0 11쪽
65 64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8) 19.10.12 22 0 10쪽
64 63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7) 19.10.10 26 0 11쪽
63 62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6) 19.10.09 16 0 9쪽
62 61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5) 19.10.07 34 0 17쪽
61 60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4) 19.10.05 75 0 10쪽
60 59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3) 19.10.02 29 0 18쪽
59 58회 - 마지막 게임, 작별인사 게임(2) 19.09.30 28 0 12쪽
58 57회 - 작별인사 게임(1) 19.09.28 72 0 14쪽
57 56회 - 친애하는 너에게(완) +2 19.09.21 69 1 14쪽
» 55회 - 친애하는 너에게(12) 19.09.18 40 0 15쪽
55 54회 - 친애하는 너에게(11) 19.09.15 21 0 9쪽
54 53회 - 친애하는 너에게(10) 19.09.12 3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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