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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방새로

재벌집 둘째는 회귀 경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아세리
작품등록일 :
2024.02.10 13:11
최근연재일 :
2024.04.15 14:15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12,316
추천수 :
106
글자수 :
320,195

작성
24.04.12 14:15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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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59화

DUMMY

-59-


길게 이어진 테이블 위로


새하얀 식탁보가 깔려 있다.


그에 맞게 의자의 색깔마저


환한 샹들리에 조명빛에 반짝인다.


만족스러운 인테리어나


오랜만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나


회장의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에 한 몫 하고 있다.


“상반기 결산이 만족스럽다고 들었습니다.”


중간에 앉아 수저를 들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중간에 머리가 휑한 이 남자는


회장의 눈치를 살피는 법이 없다.


“사업을 그런 쪽으로 확장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남들이 듣기에도 비꼬는 톤이 섞였지만


회장은 그저 웃을 뿐이다.


“회사를 일궈온지 몇 십년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그 회사는 도산하기 마련이지.”


몇몇 가족 내외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회장과 말을 섞고 있는 남자는


물러나는 법이 좀채 없다.


“어디서 정보를 들으셨다면

저희에게도 알려주십시오.”


“정보?”


회장이 가소롭다는 듯 웃는다.


혹여나 식사 자리가 얼어붙을까 싶어


앞자리에 앉은 진범이 웃으며 말했다.


“다 아버지의 안목 덕분이지요.

형님. 그 덕분을 우리도 보고 있지 않습니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말했지만


정작 효과는 크지 않아 보였다.


“덕분은 무슨...”


“자자. 좋은 자리에서 다들 왜 그럽니까?”


하도 많은 식구들 숫자에


이름도 모를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꺼낸다.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회장의 미소는 더욱 만족으로 향한다.


마치, 이런 분위기를 원했다는 듯한 얼굴이다.


회장은 슬쩍 오른쪽을 바라본다.


진범과 맞은편에 앉은 반디는


이들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먹고 있다.


회장이 넌지시 묻는다.


“이런 풍경이..

전부 네 덕분인 거 같지 않으냐?”


평소라면 눈도 안 마주쳤을 반디가


회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할아버지 업적을

저한테 돌리실 필요는 없어요.”


회장이 껄껄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시끄러운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 되었다.


모두가 입을 다물자


회장은 테이블 위를 쭉 둘러보며 말했다.


“에이치엔지 시가총액이 얼마인지

다들 관심이 있느냐?”


때아닌 질문에 침묵이 흐른다.


회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반디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자식 키운 보람은 없다만,

손주 놈 잘 키운 보람은 있구나.”


모두의 시선이 반디에게 향한다.


아버지 진범도,


호시탐탐 회장의 지분을 노리는 가족들도


반디를 향한 눈빛이 심상치 않다.


“이 많은 자식들이 하지 못한 일을

단 한 명.


이 놈이 해내고 있다.”


반디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만 떨구고 있다.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가족들 분위기가 어떤지 잘 알 것 같았다.


“앞으로 계획이 뭔지 다들 듣게 된다면

놀라 자빠질거다.”


“할아버지.”


회장의 말이 길어질 것 같자


반디가 먼저 제지하고 들었다.


“식사 계속 하시죠. 저 배고파요.”


“그래? 그러자꾸나.”


너무나 너그러워진 회장의 태도는


가족들조차 예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회장이 수저를 마저 들자


다른 이들도 묵묵히 식사를 했다.


아버지 진범은 미소를 띄고 있고


반디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또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회장의 옆에 붙어 있는 자신을


더는 자책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


“아직 연락이 없다고?”


호윤의 다리 떨림이 심해진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얼굴이지만


최근에 호윤은 몸무게가 빠졌다.


어떤 일이든 호윤의 건강과 직결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연락해.

그래도 안 되면...


찾아내서 내 앞으로 데려와.”


“저 전무님..”


호윤의 옆에 선 비서가 망설인다.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호윤은


슬쩍 일어나서 비서의 얼굴을 노려본다.


“뭐?”


“이제 그만하셔야 합니다.”


용기 내어 말한 것이지만


비서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다.


“이것 또한 정유빈 수사관에게 말려드는 것입니다.”


“....이유는?”


의외로 침착하게 호윤이 반응한다.


당장이라도 뺨이 날아갈 것 같은 살벌함 속에


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경찰과 엮여서 좋을 부분이 없습니다.

어쩌면, 전무님을 잡기 위한

증거를 만드는 과정일지도...”


“그만.”


그래도 이정도면 호윤이 많이 참은 것이다.


호윤은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쉬었다.


딱히 비서를 향해 손찌검은 하지 않았지만


빠르게 잡은 파이프 담배를 물고는


줄곧 연기만 뿜어댔다.


“전무님..”


“윤 비서.”


“예 전무님.”


호윤의 묵직한 한 마디에


비서가 자세를 다듬었다.


“내가 왜 당신을 쓰는지 아나?”


비서의 눈동자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머릿속에는


최근 며칠 새 계속 바뀐


전 비서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같은 이유로 그만 두었다.


호윤은 손가락 끝으로 비서를 쿡쿡 찌르며


파이프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제일 현실적이라서.”


“예...?”


호윤은 거만한 표정으로


비서의 어깨를 토닥였다.


“한 명도 나한테 그런 소리 못 했거든.

만에 하나 하기라도 하면...”


뱀처럼 다가와 속삭이는 호윤에 의해


비서는 몸서리를 쳤다.


“다 끝장이니까.”


이미 이성을 잃은 호윤의 얼굴에는


대기업의 한 부문을 책임지는 전무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꽂혀 응징만을 기다리는


광폭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비서는 할 말을 아끼지 않았다.


“조금만 이성을 찾으십시오.

제가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하하하. 어떤 방법?”


다행히 현재는 호윤의 공격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기는 어려웠다.


“상대방이 저렇게 각 잡고 나오는데?

게다가 윤 비서는...


그냥 비서잖아?”


깔보는 눈빛의 호윤을 보고도


비서는 자세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호윤이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잡고 있는 비서다웠다.


“그냥 경찰이 아니라고...

검찰도 좋고 판사도 좋은데,

걔는 할튼 이상한 애야.”


점점 호윤의 대화가 흐트러져 간다.


대낮인데도 호윤의 책상 위는


언제나 가격이 나가는 위스키로 가득하다.


“...경찰직을 하지 못 하게 만든다면..”


“이미 해본 시도야.”


호윤이 얼음잔 위로 위스키를 따른다.


그런 행동을 보고도 비서는


침착하게 시계를 보며 다음 스케줄을 살폈다.


“자르려고 해봤는데

안 되더라고.”


위스키 잔을 든 호윤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호윤을 직접 감찰 대상에 올렸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말을 하려던 호윤이 멈칫했다.


순간 그의 눈앞에


자신을 거두려고 했던 거대한 존재가


웃으며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개 같은 영감 때문에..”


위스키 잔을 집은 호윤의 손에


핏줄이 잔뜩 선다.


몸이 떨리는 탓에 호윤의 모습은


마치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 그런 짓까지 해봤는데도

별 수가 없더라고.”


그러는 동안 윤 비서가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의 일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정유빈이라는 경찰의 위엄이


얼마나 강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졌다.


그러다 윤 비서는


무언가 생각 날 듯 말 듯한 것에 매달렸다.


“그러니 가망 없는 계획이라면

꺼내지 않는 게 좋아.

지금은 그 경찰 놈을 잡는 수 밖에.”


“그런 위험 부담 있는 일보다...”


호윤의 눈빛이 빛난다.


윤 비서가 말을 끊은 이유도 있었지만


들리던 목소리 톤이 바뀐 것에


집중하는 이유도 있었다.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은 어떻습니까?”


“..선수를 쳐?”


호윤의 눈동자가 흥미롭게 변했다.


지금껏 비서 중에서


이런 말을 먼저 꺼내는 자는 없었다.


“전무님의 개인 공장을 알고 있다면


이미 탄피의 출저를 알아냈을 지도 모릅니다.”


호윤이 당황을 거듭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호윤의 지시로 사제 총알을 만든 것이


모두 들통나게 된다.


호윤이 빠져나갈 구멍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 경찰이 알고 있었다고?”


“아무래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떻게? 일부러 사무실에 부르지 않은 건데.”


호윤의 당황한 모습과는 달리


윤 비서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순순히 부름에 응답한 것도 수상합니다.”


호윤은 말없이 시선을 돌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연한 결과지만


정작 호윤이 몰랐다는 사실이


윤 비서는 한심하다고 느꼈다.


“단서를 잡고 있다면

먼저 저희가 단서의 출저를 바꿔야 합니다.”


“....주인을 바꾸자는 말인가?”


윤 비서가 고개를 젓는다.


어느덧 호윤은 윤 비서가 반디인 것처럼


대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 정도로 부족합니다.”


“그럼 어떻게?”


“에이치엔지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

분명히 바뀐 주인도 알아볼 것입니다.”


호윤은 윤 비서의 말을 듣고 있지만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해


답답한 눈치였다.


그럴수록 호윤은


자신의 빈틈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깨닫지 못했다.


“알고 있더라도

발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그게 대체 뭐냐고!”


급기야 호윤이 소리를 질렀다.


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회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 큰 난제였다.


호윤도 마찬가지로 벽시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호윤은 윤 비서의 말에


이상하리만치 신뢰가 느껴졌다.


자신보다 무언가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


그것 뿐이라고 여겼지만


스스로 자세를 낮추는 것도 모를만큼


호윤은 둔하게 반응했다.


그런 호윤을 보면서도 윤 비서는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자신의 계획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간접등만 켜진 거실 안으로


강우의 불안한 움직임이 보인다.


좀처럼 가만 있지 않으며


입술을 물어뜯고 있는 모습은


한눈에 봐도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어떤 연락을 기다리는 것처럼


강우는 몸을 움직이다가도


자꾸만 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왜 이렇게 안 오는거야.”


입은 근질거리고 있던 그때


강우의 귀에 반가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현관문 앞까지 다가온 발소리는


잠시동아 멈추더니


도어락을 여는 소리로 바뀌었다.


강우는 애써 태연한 얼굴로


현관문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곧이어 발랄한 전자음이 들리더니


열린 현관문 사이로 가녀린 몸이 드러났다.


“...왜 이렇게 늦었냐?”


구두소리를 내며 들어온 여인은


강우를 보자 표정을 찡그렸다.


“여기에 다시는 부르지 말랬지?”


“나도 부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다.”


강우는 냉담하게 반응하며 등을 돌렸다.


그 뒤를 따르기 위해 구두를 벗은 여인은


익숙하게 안쪽을 돌아다녔다.


“둘러볼 거 없잖아?”


“그냥. 오랜만에 보는 거야.”


대충 대답하면서 여인은 거실로 나왔다.


“바뀐 게 없네.”


“그때는 안으로 안 들어 왔나 보네.”


강우는 어느새 1인용 스툴에 앉아 있다.


표정이 심각해 보이다가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은


여인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오라가라야?”


맞은편에 앉아 툴툴거리던 여인을 향해


강우가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야....너지?”


“뭐래 갑자기.”


여인의 얼굴도 서서히 굳어간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반응이지만


강우는 무겁게 가라 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솔직하게 말해.

안 그러면 너나 나나...”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강우에게서 심각함을 읽은 여인은


그제야 눈을 굴리며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


“야 정수진.”


강우의 입에서 여인의 이름이 흘러 나온다.


정수진.


진범이 낳은 세 남매 중


막내의 이름.


강우의 동생이자 반디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름을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무도 없는데 왜 놀래?”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본명으로 부르지 마.”


“사격 클럽의 규칙.

이제 와서 지키자고?”


강우가 눈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올린다.


그는 몇 번 입에 묻히더니


다시 거칠게 찻잔을 내려 놓았다.


“네가...”


그의 입에서 불안한 단어가 나올 것 같다.


수진은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 개새끼한테 장부 줬냐?”


“...뭐?”


거친 표현에 수진은 당황했지만


강우는 모르는 척 하지 마라며 되물었다.


“네가...


송호윤한테 장부 줬냐고.”


흘러 내릴 듯한 강우의 얼굴을 보며


수진은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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