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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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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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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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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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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칼 VS 킹 제이본 (2)

DUMMY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모두가 떠들썩하게 웃고 즐기는 축제 속에서 한 사내를 향해 주먹을 휘둘러야만 한다는 게 참.


현재 우리는 그런 축제의 분위기와 동 떨어진 공터에 나와 있었다.

대체 이런 장소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소란을 피운다고 해도 이 정도로 휑한 풍경이라면 마음 놓고 어느 정도 힘을 쏟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러니한 기분에 휩싸였다.


“원래는 이곳 영지의 기사들이 연무장으로 사용한 모양이지만 시설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방치된 모양이더라고, 그 누구도 찾지 않는 버려진 연무장이란 무대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자기식대로 편하게 해석한 거 뿐 이잖아?”


“아무렴, 세상 피곤하게 이것저것 따지고 드는 건 내 방식이 아니거든.”


킹 제이본이라는 저 사내는 나와의 대련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아보였지만 정작 그 기대에 부응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았다.


대련이라 해도 사람을 향해 이 무식한 힘을 정면으로 부딪혀오라 한다면 조금 거북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물론, 그에겐 바디블로우를 통해 이미 정신을 잃게 한 사례가 있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만 한다.


‘그걸 경험하고서도 내게 대련을 신청한 거라면 그 이상을 바란다는 거겠지? 또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수습하기도 귀찮은데···’


“한 번 더 말하지만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알았어, 세라 부탁해.”


시작과 동시에 기절시킬 수 있겠지만, 그래도 사과를 받아주는 조건으로 생긴 해프닝이니 적당히 상대하는 척하며 그의 만족도를 채워주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완급을 조절할 계획이었다.


전력을 쏟아내는 상대에게 그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떠들어대도 소용없다.

내가 가진 힘 자체가 이미 인간들에게 있어 반칙인 마당에, 전력을 다하란 소리는 대상을 무참히 찢어 죽여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킹 제이본이 제시한 대련의 조건으로는 첫째, 둘 중 한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죽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

둘째, 상대를 죽여도 되는 만큼, 무조건 전력을 다할 것.

셋째, 제 3자에 의해 대련에 영향이 끼칠 시 재정비 후 다시 치룰 것. 단, 환경적인 요인에 대한 것은 노카운트로 친다는 것이었다.

넷째, 위 세 가지 조건을 준수할 것.


제시한 조건만 봤을 땐 이게 대련이 맞나 싶긴 했지만, 첫 번째 조건속의 의식을 잃으면 대련은 끝난다는 것 하나만으로 망설이지 않고 승낙했다.


“칼! 아주 본 때를 보여줘! 저 자식 날 무시하고 조롱까지 했단 말이야!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묵사발로 만들어서 네발로 기게 만들어!”


멀찍이 떨어져 있는 우롱이로부터 응원이 아닌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전달받은 난 눈살을 찌푸리며 킹 제이본을 바라보았다.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 녀석이 저렇게 발광을 하며 소리 지르는 건지···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단단히 눈에 난 모양이야?”


“그것보단 싸우는 것에만 신경 쓰자고, 입으로 떠들어대는 것도 이젠 한계야.”


그의 눈에 나 이외의 다른 이들은 비치지 않고 있었다.

목표를 정했으면 끝까지 쫓아가 물어 죽이는 늑대와 같은 눈빛이다.


세라에게 눈길을 주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련의 시작을 알릴 신호로 한 팔을 하늘높이 올려보였다.


“그럼, 정정당당히 승부!”


하늘을 향해 치켜든 팔이 깔끔하게 수직으로 가르는 것으로, 나와 킹 제이본은 쏘아진 총탄처럼 빠르게 상대를 향해 달려 나갔다.


먼저 일격을 날린 이는 킹 제이본이었다.

바람을 가르듯 맹렬한 기세로 날 향해 날아드는 주먹에 엑스 자 모양으로 팔을 교차시켜 어렵지 않게 막아내 보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묵직한 충격과 함께 내 몸이 살짝 붕 뜬 채 뒤로 날아갔다.


깜짝 놀랄 만큼은 아니었기에 곧바로 중심을 잡았고 팔에 남은 묵직한 일격의 잔재를 채 느끼기도 전에 제이본이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흐읍!!!”


정신을 잃게 만들었던 바디블로우를 자신도 재현해 보겠다는 것인지 짧은 호흡과 함께 철근과 같은 주먹에 스핀이 감겨져 있었다.


자신보다 몇 배는 큰 짐승도 한방에 때려죽일 정도로 매서운 일격이 공기를 타고 피부로 전해져 왔지만, 그 뿐이었다.


손쉽게 방향을 틀어 피해보였지만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였다.

싸움에 이골이 난 인간이라도 예지와 같은 반사 신경과 순간적으로 육체를 비틀어내는 것과 동시에 반동에 버틸 수 있는 힘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인간이란 형태의 그릇에 담긴 이형의 존재가 펼친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제이본의 두 눈엔 여러 감정들이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은 광분이었다.


눈앞의 존재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도 부서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좋잖아!”


분명히 먹혀들어 갔어야할 일격을 말도 안 되는 움직임으로 피했다.

주먹을 타고 전해져 와야 할 감각이 공허와 같이 매워지지 않자, 그 속을 채워달라고 아우성치듯 미세한 떨림과 함께 흥분되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야? 좀 더 들어와.”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킹 제이본의 만족감을 채우는 것이었다.

충분히 채워졌다 싶을 땐 주저 없이 복부에 주먹을 꽃아 그때와 같이 기절을 시킨다.


그 전까지는 놀아달라고 떼쓰는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는 것과 같이 그에 맞춰 어울러주면 되는 간단한 이야기다.


도발의 의미로 내뱉은 말도 아니었고, 이런 도발에 넘어갈 제이본도 아니었다.

이미 나란 존재에 흠뻑 매료된 모양이니까.


“안달 나게 그러지 말고 네 쪽에서도 오라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거리낌 없이 다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응석을 받아준다곤 했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었다.


아무리 봐도 킹 제이본의 일격과 스피드는 통상적으로 인간과는 달랐다.

충분히 자신이 가진 힘에 자부심을 느낄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 힘은 무린의 칼가진쿠보다도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락타베이나가 선물로 준 검은 로브의 후드가 거치적거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일격들이 날아왔다.


그의 주먹을 피하면서 후드를 벗어 시야를 확보했다.

후드를 벗는 그 짧은 행동에 살짝 가려진 시야의 틈을 놓치지 않고 제이본이 일격을 날렸다.


그 판단은 경험이 어우러진 본능에 의해 내질러진 쐐기와 같은 공격이었지만, 살짝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여유롭게 피한 뒤 그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내지른 주먹을 회수하기도 전에 그의 품속에 파고든 나를, 제이본의 늑대와 같은 차분한 안광이 따랐다.


나는 그의 멱살을 붙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턱을 향해 내질렀다.


날 향해 달려 들어오던 속도 그대로 되돌려줄 심산이었지만 다소 무리를 하듯 고개를 꺾어 피한 탓에 살짝 스치는 정도로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뇌가 흔들리며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 했다.


이 정도는 대충 예상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실망하지도, 굳이 추가타를 날리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를 만족시키기만 하면 되는 이야기니까.


그가 내비친 투지 속엔 무리를 할지언정 먼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아슬아슬한 경계정도는 연출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그런데, 예상외로 정신을 가다듬는 속도가 빨랐다.

내질러졌던 주먹을 내 뒤통수를 부여잡아 그대로 뒤로 젖히기까지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눈동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선명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제이본의 두 다리가 대지 위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견고하게 몸을 지탱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 높이 솟아있던 주먹이 무방비하게 젖힌 목을 향해 내려찍혔다.


쿠웅!!


내려쳐짐과 동시에 땅에 쳐 박히며 대지에 묵직한 울림이 울렸다.

오랜 시간 관리가 되지 않은 탓에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시야를 가렸지만, 주위의 분위기가 묘한 이질감을 보인 탓에 나는 곧바로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쿠웅!!


‘이 사람 진짜 인간 맞아···?’


옆으로 피하는 것과 동시에 제이본의 주먹이 땅에 꽂혔고 또 다시 심상치 않은 울림이 울렸다.

맨 주먹으로 땅을 내려쳤음에도 불구하고 갈라진 것은 대지였다.

묵직하게 울린 여운은 제이본의 주먹에 의해 대지가 울부짖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진짜 죽일 듯이 덤벼드네, 너무 한 거 아니야?”


방심은 금물이라며 후드까지 벗어던졌는데 결국 한 방 먹고 말았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울대를 타고 전달된 묵직함은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울림이었다.


헛기침을 하고, 목을 매만지며 어디 틀어진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으니 제이본이 어이없어하는 것과 동시에 매우 즐거운 듯 말을 걸어왔다.


“첫 번째 조건, 의식을 잃거나 죽기 전까지는 멈추지 말라, 나는 그대로 한 것 뿐 이라고. 그나저나 너 정말 정체가 뭐냐? 분명 생긴 것은 사람인데 그걸 맞고도 농담할 정도면 내 주먹에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한다고.”


역시나 하는 말과는 반대로 눈과 입은 웃고 있었다.

순수하게 지금 주먹을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고 있다.


흑백과 같은 세상에서 비로소 풍부한 색감으로 채워진 세계를 거닐고 있는 듯,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기는 모습이다.


“그러는 너도 인간이기엔 비정상적인 힘을 가진 거 아니야?”


마법에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제이본은 육체를 강화한 마법이나 도구에 의한 도움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마법이라면 내가 가진 용안에 의해 이미 간파 당했을 테지만.


그렇다면 말 그대로 육체 능력만으로 이런 위력을 내고 있다는 것인데, 인간의 육체만으로 순수하게 이런 힘을 내는 것은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정체 운운하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고. 지금처럼 즐거운 날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으니까.”


“역시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거지? 좋아, 이제 서로 한 방씩 주고받았으니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야.”


“그래, 그 말대로 좀 더 즐겨보자고.”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듯, 제이본을 제외한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그와의 대련 속에서 나 또한 재미를 느끼고 있음을 뒤늦게 느꼈다.


전력을 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절제를 통한, 강한 인간과의 대련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투지에 동조해 버리고 만 것이다.


칼가진쿠와의 대련과 세라와의 힘과 저주사이의 격돌, 그리고 검은 뿔의 악마와 생과 사를 넘나든 광기 젖은 전투까지.


그 속에 담긴 의지는 천차만별로 달랐지만, 이 순간만큼은 양극으로 비출 만큼 특별하게 다가왔다.


순수하게 힘과 힘이 격돌하는 싸움.

목적은 오직 그것뿐이다.

오로지 눈앞의 상대를 향해 내가 가진 힘과 기술을 쏟아내기만 하면 되는 그런 단순한 구조의 세상일 뿐이다.


이런 기분을, 내가 전력을 내지 못한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채 제이본을 바라보았다.

그가 왜 이토록 싸우고자 했는지는 애써 이해할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내 힘이 순수하게 어디까지 먹혀들지 시험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녀석을 찾아야만 한다.

게다가 자신과 같이 즐길 줄 아는 녀석이면 더욱 좋다.


킹 제이본이라는 남자가 살아가는 세계는 그런 것이다.


“후반부는 내 쪽에서 먼저 시작하는 걸로!”


축제는 3일 밤낮없이 벌어진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면 그때까지 지루할 틈 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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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1. 공백인형, 칼의 조언 19.03.05 177 1 13쪽
47 11. 공백인형, 팀 편성 (2) 19.03.04 199 1 12쪽
46 11. 공백인형, 팀 편성 19.03.02 198 1 12쪽
45 10. 제3세력, 백하단과 유하 여제 19.03.01 215 2 12쪽
44 10. 제3세력, 강철의 사나이 VS 미친 광대 (2) 19.02.28 195 2 11쪽
43 10. 제3세력, 강철의 사나이 VS 미친 광대 19.02.27 215 2 14쪽
42 10. 제3세력 19.02.26 202 3 12쪽
41 9. 칼 VS 킹 제이본 (3) 19.02.25 202 6 13쪽
» 9. 칼 VS 킹 제이본 (2) 19.02.23 200 3 12쪽
39 9. 칼 VS 킹 제이본 19.02.22 213 2 12쪽
38 8. 강철의 사나이 (3) 19.02.21 216 2 14쪽
37 8. 강철의 사나이 (2) 19.02.20 267 2 12쪽
36 8. 강철의 사나이 19.02.19 290 3 14쪽
35 7. 목각인형 (4) 19.02.18 277 4 12쪽
34 7. 목각인형 (3) 19.02.16 307 6 14쪽
33 7. 목각인형 (2) 19.02.15 334 5 12쪽
32 7. 목각인형 19.02.14 369 5 14쪽
31 1부 끝) 세계수의 영역, 여정의 시작 19.02.13 457 5 12쪽
30 6. 세계수의 영역, 동료 19.02.12 436 9 12쪽
29 6. 세계수의 영역, 세계의 일원 19.02.11 471 7 14쪽
28 6. 세계수의 영역, 요정계 19.02.09 543 6 15쪽
27 6. 세계수의 영역, 비호국(庇護國) (3) 19.02.08 566 7 13쪽
26 6. 세계수의 영역, 비호국(庇護國) (2) 19.02.07 556 8 11쪽
25 6. 세계수의 영역, 비호국(庇護國) 19.02.06 648 9 16쪽
24 6. 세계수의 영역, 교황청의 악마들 19.02.05 718 10 15쪽
23 6. 세계수의 영역, 광기의 바다 19.02.04 760 11 17쪽
22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변질화 (3) 19.02.02 752 13 12쪽
21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변질화 (2) 19.02.01 796 13 9쪽
20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변질화 19.01.31 820 13 13쪽
19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3) 19.01.30 795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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