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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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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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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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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6. 세계수의 영역, 광기의 바다

DUMMY

‘젠장···! 돌아와라! 돌아오라고···!’


내 생각과 달리 변질화된 육체와 재생력의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변질화가 능력의 힘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실에 신경을 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 육체가 완전히 재생되어버리면 대참사가 벌어지고 만다.


그것만은 막아야만 한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싸움에서 내 몸을 통제하지 못해 상처를 입히게 만든다면···


‘어떡하지, 이미 풀려날 대로 풀려난 기운을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앞이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빛이 칠흑을 걷어내듯 눈을 뜬 나는 다른 세계 속에 들어와 있었다.

아마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세계는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 혼자 서있는 게 고작인 작은 섬에 주위는 온통 망망대해였고 구조를 요청할 수단도, 다른 섬을 찾으러 떠날 방도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용기가 나서질 않았다.


처음으로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이정도의 광기가 내 정신 속에 잠들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바다로 위장한 광기는 무척이나 방대하고 짙었다.

그리고 그 깊이는 심연과도 같았다.


마치 광기에 바다가 녹아들어간 것처럼.

어디까지 내려가야 그 바닥을 확인 할 수 있을까.

이것도 잠재력이라면 그렇다고 인정해야만 할까?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처음 카지락스타를 맞닥뜨렸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내 정신을 자신과 융합시켜 변질된 기운을 잡아두었다.

칼도 지금과 같은 장면을 바라보았겠지.

그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어야했다.


칼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아리아에게 받은 계시가 무엇이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담담하게 행할 수 있었을까.


---


“리프세라···어떻게 해야 해?!”


느리지만 천천히 아물기 시작하는 드래곤, 칼을 바라보는 우롱토끼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세라에게 해답을 요구해보지만 세라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 또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선 칼을 진정시킬 수밖에···”


자신들의 힘으로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당장 떠오르는 것은 그것뿐이다.


‘문제는 어떻게 칼을 진정시키는 가인데······.’


세라는 고심 끝에 결심한 듯 칼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폭주에 의한 광기가 그 끝을 모른 채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몸이 엉망진창으로만 되어 있지 않았다면 갈가리 찢겨지고도 남을 만큼의 적대심이 세라를 향하고 있었다.


재생력에 의해 몸이 수복되면 금방이라도 벌어질 일이 되어버린다.

그 참혹함만큼은 막아야했다.


“리프세라···위, 위험하잖아!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된다구···”


오두방정을 떠는 우롱토끼와 달리 세라는 침을 삼키며 걱정 말라는 식으로 그녀를 진정시켰다.

클로버도 우롱토끼를 진정시키는 걸 도우며 세라에게 다가와 물었다.


“무언가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요?”


“몰라요, 하지만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절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에요.”


“드, 드래곤을 기절시키다니···”


클로버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세라를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수는 없었다.


솔직히 이렇게 큰 부상을 입고 무방비한 상태의 드래곤은 살아생전 처음 보았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마주할 날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다음 생을 살아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부족하지만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귀기이리···!”


어느 새 정신을 차리고 힘겹게 다가온 귀기이리가 세라에게 말했다.

우롱토끼는 만왕에게로 시선을 돌렸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자신도 힘을 보태겠다며 세라에게 다가갔다.


“나도 도울 수 있게 해줘, 내 능력이면 어느 정도 움직임은 막을 수 있을 거야.”


“우롱토끼님···”


불안해하던 모습도 그만, 어느 새 칠난제로서의 자각이 깨어난 모양이다.

클로버는 그런 우롱토끼를 대견스럽게 바라본 뒤 그녀의 어깨위로 뛰어올랐다.


“칠난제로서 아주 훌륭한 마음가짐이십니다, 저도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


우선 세라는 모두에게 자신의 곁에서 조금 떨어지도록 부탁한 뒤 양 손을 내 귓가에 가져대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이 모든 게 당신을 위함이란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세라는 손가락을 튕겼다.

귓가에 울린 맑은 소리가 공명을 울리며 내 몸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다.


몸의 근육들이 조여들고 또 다시 피가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라가 저주의 힘을 사용한 것이다.


“쿨럭···! 크르르르···”


낮게 울리는 짐승의 소리.

미약한 숨소리에 당장 숨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롭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손가락을 튕기며 숨소리가 닿을 정도의 근거리에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쿨럭···! 끄으으으!!”


저항하려 들지만 온 몸의 균열이 더욱 벌어져만 간다.

그 사이로 근육들이 세라에 의한 저주의 힘으로 꿈틀대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세라는 눈을 감았다.

도저히 뜬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녀석과 싸우는 칼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을 뛰어넘은 초월적인 존재였다.

드래곤이 선택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말은 평범한 방법으론 지금의 그를 잠재울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끄으으으으···”


저항이 이내 약해지기 시작했지만 세라는 더욱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검은 반점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세라는 저항이 약해짐을 느낀 뒤 힘을 거두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었고 그 틈에 또 다시재생하려는 칼을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귀기이리와 우롱토끼를 불렀다.


“지금이에요···”


세라가 비킨 자리를 귀기이리와 우롱토끼가 차지했다.

우롱토끼는 자신의 능력인 대상을 경직시키는 힘으로 최대한 움직이지 못하도록 노력하였고 귀기이리는 세라를 바라본 뒤 재차 확인을 바라고 있었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세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흡!!”


귀기이리는 검으로 균열이 벌어진 틈을 찔러 넣었다.

그 뒤, 재생하려는 곳과 팔 다리 등을 수 십 차례에 걸쳐 찌르며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세라는 그 틈에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클로버가 건네주는 물을 마시며 눈 뜨고는 보지 못할 처참한 광경에 치를 떨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면 세라가 다시 투입되어 칼의 체력을 소모시킨다.


무시무시한 재생력과 끝을 알 수 없는 그의 정신력과 체력은 이러한 과정을 이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


작은 섬에 앉은 채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이 방대함을 다시 거두어들이는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기껏 생각해낸 것은 이 기운의 형태가 무의식중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것밖에 없었다.


스스로도 바다를 품을 수 없다는 나약한 마음가짐에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 이상 섬이 작아져버리게 되면 내가 있을 곳은 없어지고 만다.

그럼 나는 어디에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후···또 약해지는 소리하는 거 봐라. 진짜 먹혀들기 전에 빨리 조치해야하는데.”


섬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있는 지면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표현이 맞았다.

얼마안가 완전히 잠기게 되면 내 의지는 점점 나약해지다 못해 소멸해 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풍경은 찰랑이는 바다와 내가 있는 이 작은 섬뿐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다 속에 발을 담구니 끌려가 버릴 것처럼 잡아당기는 무언의 힘이 느껴지는 바람에 쉽사리 행동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진짜 어떻게 한담.’


이곳이 무의식의 공간이라면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변화가 가능한 공간은 아닐까하고 수차례 실험해보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무슨 짓을 해도 이 공간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덥지? 원래 이렇게 더웠었나···?”


내 정신의 어느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작렬하는 태양에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점점 열기가 더해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크기도 한층 커진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한데? 내가 별짓을 다해도 아무런 변화도 없던 곳인데 태양만 저렇게 빛난다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와중에도 섬의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얼마안가 날 집어삼킬 듯 찰랑이는 바닷물에 나는 조심스럽게 열대야 나무 위로 올라갔다.


“혹시···저 태양이?”


탈출구가 아닐까 생각하던 나는 곧바로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열대야 나무의 끝까지 올라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고 올라섰다.


태양은 점점 더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내 전신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고 지쳐가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눈 부셔야할 태양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 ···ㅅ요······


“뭐지? 뭔가 소리가 들리는데···”


태양이 그 크기를 점점 키워감에 따라 섬도 점점 광기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잘 듣기 위해서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다.

그러자 희미하지만 세라의 목소리가 조금씩 뚜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정신 차려요, 칼. 제발···


“세라의 목소리···저기가 맞았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태양이 탈출구일 줄이야.

드디어 보인 해답에 기뻐하기도 잠시, 나는 중심을 잃고 하마터면 밑으로 떨어질 뻔 했다.

어느새 땅의 면적이 야자나무를 제외하고 물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빠져나가야지.”


나는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황급히 준비를 끝마치고 태양을 향해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


“리프세라 너무 힘들어 보여···”


멀리 떨어진 채 귀기이리와 우롱토끼는 세라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지, 열 손가락으로 세어도 부족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롱토끼와 귀기이리가 지친만큼 세라도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붙잡아두는 간격도 짧아지기 시작했고 전신으로 검은 반점들이 상당히 올라온 상황이었는데, 곧 세라의 머리 위까지 번질 지경에 다다랐다.


“리프세라님! 무리하지 마십시오, 다시 교대를···”


멀리서 고개를 크게 저어보이는 세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귀기이리도 안타까운 마음에 인상을 구겼고 우롱토끼도 조마한 마음에 모은 두 손에 힘이 더해졌다.


여기서도 세라의 등이 크게 들썩일 정도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게 보였다.

이 이상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굉장히 위험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귀기이리가 바라보기에도 저 힘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면서 까지 힘을 사용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몰고 가는 것일까.


칼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파멸로 이끌어가고 있다.

마치 자신의 목숨은 희생되어야만 한다는 것처럼.


“귀기이리 안 되겠어, 말리지 않으면 리프세라가 먼저 죽을 거야.”


우롱토끼가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나머지 황급히 달려 들려했지만 귀기이리가 황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


“이거 놔! 이번에는 진심이야! 지금 우릴 구해주기 위해 힘을 빌려준 은인을 죽게 놔두란 말이야?!”


귀기이리는 걱정하지 말라며 클로버에게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한 뒤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를 방해해서는 안 돼, 너도 느꼈을···”


“알고 있어! 내가 그것도 모를 것 같아? 나도 칠난제라고 그래도 저렇게 무리해가면서까지 자신의 동료를 지키려하는데, 나보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 채 있으라고? 그러고도 왕의 위대한 전사로 남아있길 원한다면 칠난제 따위···”


당장이라도 뿌리치고 달려 나갈 것처럼 굴던 우롱토끼가 말을 끝까지 잊지 못한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있던 귀기이리의 손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자기 할 말만 한다고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귀기이리 또한 우롱토끼와 똑같은 마음이었다.

우롱토끼와 같은 마음이었지만 귀기이리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우롱토끼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진짜 이대로 두고 보기만 할 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너를 믿고 너도 나를 믿어주었듯, 저 둘의 믿음도 의심치 말고 지켜봐주자. 우리들의 왕이 그랬던 것처럼···”


“···알았어.”


고개를 들지는 않았지만 수긍을 했다는 듯 우롱토끼는 자리를 지켰다.

귀기이리는 그녀의 어깨에 올렸던 손을 거두었고 클로버가 곧바로 우롱토끼의 어깨에 올라타며 나긋한 목소리로 달래주듯이 말했다.


“우롱토끼님, 형태는 달라도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리프세라님도 저희에게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에요. 비록 보잘 것 없는 작은 힘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저희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면 되는 거랍니다.”


클로버의 말에도 우롱토끼는 쉽사리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화가 난 듯이 클로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결국은 이렇게 가만히 서서 지켜만 보고 있으라는 거잖아.”


분하다는 듯 우롱토끼가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클로버는 마음이 아팠다.

일족을 잃은 슬픔에 항상 감성적이게 된 우롱토끼이다.

밝은 척 행동해도 잠이 들 때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칠 정도로 아픔을 간직 한 존재이기도 하다.


클로버는 그런 그녀를 바라볼수록 항상 마음이 아파왔다.

매일 같이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클로버는 우롱토끼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항상 생각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었다면 하고···


그 바람은 이루어 질수 없지만 클로버는 알고 있음에도 몇 번이나 꿈을 그렸다.


“우롱토끼님, 당장 코앞의 걱정에 눈이 멀어 해야 할 일을 잊으시면 안 된답니다.”


“···해야 할 일?”


클로버는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일부러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우롱토끼님께서는 저 두 분께서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뭐? 아니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여기서는 귀기이리님의 말대로 저 두 분을 지켜봐주기로 하죠. 단, 저희는 다음 일을 생각하면 되는 거랍니다.”


클로버는 우롱토끼에 대한 것이라면 어떠한 것이든지 알고 있다.

항상 지켜봐왔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있다.


그녀는 매사에 부지런한 아이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였고, 항상 웃음으로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따뜻한 아이였다.

항상 남을 위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물론 상대방을 놀리는 행동이나 말썽을 심각하게 피우기는 했지만 그런 게 없었다면 수인족의 마스코트로 여겨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랬던 아이가 일족을 잃게 되고 조금 변해버렸다.

철이 들 나이가 되기 전에 철이 들어버렸고, 위장된 미소로 애써 남을 위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 일족의 마지막 아이인 우롱토끼가 더 이상 슬퍼하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그것이 클로버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이것만큼은 꿈을 꾸지 않고도 이룰 수 있다.


우롱토끼의 눈물은 그 날로 마지막이 되어야만 한다.

클로버는 아직도 그 날의 서럽게 울던 우롱토끼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럼 저희들은 저 두 분께서 힘이 날 수 있게 맛있는 음식과 푹신한 침대, 그리고 음악을 준비하도록 하죠.”


“···그래 그게 좋겠군.”


클로버의 말에 귀기이리도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런 둘의 반응에 우롱토끼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보였지만 이해하지는 못한 눈치였다.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은혜는 언제 어디서든 갚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랍니다. 지금 우롱토끼님께서 느끼시는 분함을, 아득히 뛰어넘는 은혜를 생각해보죠.”


“···지금 느끼는 감정을 뛰어넘는···”


“예, 저 두 분께서는 분명히 돌아오실 겁니다. 그러니 저희는 확신을 가지고 리프세라님의 말을 따르도록 하죠, 그 뒤에 분했던 감정을 은혜로써 앙갚음을 풀어도 늦지 않는답니다.”


클로버의 말에 우롱토끼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어느 정도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우롱토끼는 정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귀기이리와 클로버도 그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 뒤 칼과 세라를 향해 눈을 돌렸다.


“···클로버 고마워, 덕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게 되었어.”


“아닙니다. 제가 우롱토끼님을 모시는 이유 중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감사는 제가 감사하죠.”


“···클로버는 가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말할 때가 있다니까, 아무튼 내가 고맙다고 하면 고마운 거야.”


수줍게 말하는 우롱토끼를 바라보며 클로버는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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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0. 제3세력, 강철의 사나이 VS 미친 광대 (2) 19.02.28 196 2 11쪽
43 10. 제3세력, 강철의 사나이 VS 미친 광대 19.02.27 215 2 14쪽
42 10. 제3세력 19.02.26 2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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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9. 칼 VS 킹 제이본 (2) 19.02.23 200 3 12쪽
39 9. 칼 VS 킹 제이본 19.02.22 2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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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6. 세계수의 영역, 요정계 19.02.09 543 6 15쪽
27 6. 세계수의 영역, 비호국(庇護國) (3) 19.02.08 566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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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6. 세계수의 영역, 비호국(庇護國) 19.02.06 648 9 16쪽
24 6. 세계수의 영역, 교황청의 악마들 19.02.05 718 10 15쪽
» 6. 세계수의 영역, 광기의 바다 19.02.04 761 1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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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변질화 (2) 19.02.01 796 13 9쪽
20 5. 장악(掌握)의 악마 VS 변질화 19.01.31 820 13 13쪽
19 5. 장악(掌握)의 악마, 대항 (3) 19.01.30 795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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