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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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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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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글자수 :
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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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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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8. 크리스탈 레오닉 유니

DUMMY

“너에겐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이대로 요정계로 갈 것이냐, 아니면.”


꾸욱!


“···크, 어억···!”


기절한 레이나를 억지로 깨워 군화로 목을 짓밟는 기시단.

광기에 의해 굳어진 육체는 저항하려는 행동조차 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만···!”


내 몸 또한 레이나와 마찬가지로 굳어진 상태.

제이본에게 멱살을 잡힌 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곤 두 눈과 입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이외의 선택지는 주지 않았다.”


꾸욱!!


“끄, 으아···악!!”


밤하늘 아래 레이나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숲을 울렸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것이냐!]


“끄으으으!!!”


움직여라 제발 좀!!


제이본의 싸늘한 시선이 내게 머물러 있었다.

대체 왜!


“제이본, 왜 기시단에게···! 대체 어째서!!”


“···리더,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강자에게 끌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냐고.”


“거짓말이다···!”


하지만 용안은 그가 진실을 내뱉었다고 알려준다.


“리더와 함께 했던 것은 강자와 싸울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고. 지금 리더의 꼴을 보라고. 짓밟힌 엘프 하나 구하지 못하는 약자에겐 흥미 없다고.”


함께 한 시간은 짧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제이본은 절대 이런 말을 내뱉을 인간이 아니다.


우롱이와 티격태격하던 나날들.

귀찮아하면서도 항상 우릴 신경써주던 모습들.


마이즈에 의해 구슬에 흘러들어 갔을 때도 제이본이 가장 앞장서서 날 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세라가 말해주었다.


무엇보다, 제이본은 우리들을 동료라고 말해주었다.


그런 그가, 고작 강자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동료를 배신했다고···


“리더의 그 눈빛, 소름 돋는다고.”


“···뭐?”


제이본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나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판단하지 말라고. 나는 동료 이전에 가족 같은 부족원들을 배신하고 이 세상으로 홀로 나선 몸이라고? 그런 놈이 지금 와서 배신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제이본···!”


아니다.

용안은 틀림없이 진실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넌 지금 기시단의 광기에 의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주위로 확산된 기시단의 기운에 내 몸과 레이나는 꼼짝달싹 못하고 있지만 제이본은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제발 부탁이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이대로는 레이나가···


“잡설은 끝이냐, 지금까지 기다려준 것만 해도 큰 관용을 베풀어 주었다. 그래서 대답은.”


레이나는 고통과 광기에 의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내게 굴복해선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겁이 많은 자신을 바꾸기 위해 홀로 나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따랐을까.


지금 이 상황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레이나는 모른다.

전부 나 때문이다.


내가 그녀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려 들고 있다.

무엇 때문에?


“···미안, 레이나. 역시 안 되겠어.”


“대답은?”


“당장 그 발 치워, 따라 갈 테니까.”


“가장 효과적인 협박은 인연이 닿은 자에게 원시적인 고통을 부여하는 것이지, 다만 네놈은 한 가지 잊고 있는 것 같군.”


레이나의 목을 짓누르고 있던 발을 치우며 기시단은 내게 다가왔다.


“네가 처한 입장을 아직 이해 못하고 있는 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저주받은 육신에 내 힘이 깃든 것은 물론, 멜의 언약에 의한 불사까지.”


푸욱!


기시단의 손이 내 복부를 뚫고 그 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감각을 확실히 느끼기 위해서인지 내장을 움켜쥐었다 찢으며 입을 연다.


“딱히 네놈의 말을 순순히 들어줄 필요는 없다. 이렇게 해도 죽지 않는 육신이니 말이다. 나는 성가신 것은 꺼려하는 성격이라 말이지.”


기시단이 제이본에게 눈짓을 주자 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광기에 의한 몸은 아직 움직여지지 않는다.

기시단의 손에 의해 축 늘어진 몸은 저항도 못한 채 내상과 재생을 반복할 뿐이다.


“너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군. 정신의 죽음은 진정한 죽음을 뜻한다. 지금부터 천천히 새겨주도록 하마.”


촤악!!!


흉하게 훼손된 내장을 흩뿌리며 내 몸은 레이나의 곁으로 던져졌다.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레이나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턱!


그리고 나와 레이나의 시야 사이로 군화 한 짝이 비집고 들어온다.

광기의 화신이 내려다보며 싸늘한 말을 내뱉는다.


“앞으로 질리도록 봐야할 것이다. 네놈이 죽지 않으려면 오늘부로 익숙해지도록.”


‘안 돼!!’


기시단의 군화가 들리며 다시 레이나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레이나의 얼굴 바로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는 기시단.


나와 레이나의 시선이 마주하였다.

죽음을 직감한 한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용안을 통해 엿보았다.


갖가지 감정이 내게 전해져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전해져 온 감정은 미안함.


힘을 보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내 발목을 붙잡게 만들어 죄송하다며, 안 좋은 기억을 남겨주어 죄송하다며.


죽음이 드리운 순간까지 그녀는 날 향한 미안함 감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지금부터 철저히 고통을 심어주도록 해주마.”


날 죽이기 위해 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기시단.

레이나의 머리를 으깨려는 순간을 나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건가.


재회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하듯 내게 미소를 짓는 레이나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올가미, 옭아매기.”


“네 녀석들은!”


제이본이 황급히 기시단의 옆으로 뛰어왔으며 레이나의 머리를 으깨려는 기시단의 발은 허공에 우뚝 멈춘 채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로 한 존재를 응시하였다.


“기시단님.”


그리고 곧바로 검은 뿔이 나타나 고개를 조아렸다.


“파로에 프론락텀, 거기에 크리스탈 레오닉 유니도 함께인가. 유하의 조각으로써 녀석을 지키기 위해 발악하는군.”


“유니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처형식, 올가미.”


파로에의 부탁에 곧바로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인 유니가 쓰러져있는 레이나의 육신에 구슬 하나를 놓았다.

그러자 레이나는 구슬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고 다음, 내게 구슬을 놓으려는 순간!


“그 날의 치욕은 네 녀석의 목숨 값으로 청산해주마!”


유니의 뒤로 나타난 검은 뿔이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채 주저 없이 찔러 넣었다.

하지만 어느 새 사라진 유니.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 역으로 검은 뿔의 뒤를 잡아버렸다.


그리고 유니 또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품속에서 특별해 보이는 구슬 하나를 꺼내 보였다.


“신견주람의 봉인구슬, 차원 봉인식.”


“이 자식이 감···”


신견주람을 꺼내고 조용히 입을 땐 순간.

세계는 잿빛으로 물들었고 이내 좁혀지며 검은 뿔을 집어 삼켜버렸다.

장악의 악마란 이명을 지닌 검은 뿔조차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술식을 발동 시킨 크리스탈 레오닉 유니.


그녀의 힘에 의해 검은 뿔은 허무하게도 차원의 틈에 봉인 되어버렸다.


“···!! 유니님 신견주람을!!”


기시단을 상대하고 있던 파로에는 신견주람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 유니의 행동에 적지 않게 놀란 듯 했다.


하지만 조용히 내뱉는 유니의 대답에 파로에는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기시단과 셀러디뮤즈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 신견주람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 가족을 지켰기에 후회는 없음.”


“유니님···”


“날 상대로 여유로운가 보군.”


돌연 공중으로 날아오른 기시단의 육체로부터 검붉은 기운이 사정없이 마구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하늘은 이내 피를 머금은 것처럼 빨갛게 변했고, 이에 유니는 곧바로 다음 신견주람을 꺼내 들며 중얼거렸다.


“지금 세계의 종말은 좋지 않음. 억제하기 위해 또 하나의 신견주람을 발동.”


기시단의 광기와 신견주람의 힘이 위태롭게 맞물리니 공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장대비.”


“지빠귀 사냥, 궤적 베기.”


하늘을 등지고 떠있는 기시단의 뒤로 검붉은 창과 같은 기운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새하얀 빛을 내는 새들이 쏜살같이 날아가 기시단의 육신을 통과했다.


그리고 유니는 총총걸음으로 재빨리 내게 다가오더니 쪼그려 앉아 내 품속에서 구슬을 꺼냈다.


“힘을 다한 구슬은 회수하겠음. 오늘로써 마지막 도움. 온전히 유니의 판단으로 이걸 주겠음.”


내 품에서 나온 구슬은 색이 바라다 못해 금이 가있었고, 유니는 그것을 작은 보따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게 영롱한 새 구슬을 전해주는데.


그것은 바로 신견주람의 봉인구슬이었다.


“조율자, 아버지는 당신에게 거는 기대도 큼. 신견주람을 주는 것은 유니의 의지이지만 미래를 보면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함. 우린 지구로 갈 예정. 이 세계에 가망이 없다고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사용하길 바람.”


지구?


“방금 지구로 간다고 했어?!”


“기시단의 기운이 한층 강해지고 있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좋지 않음.”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는 유니.

그녀가 내게 구슬을 놓는 것으로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프론락텀의 잔재, 끝까지 날 분노케 만드는군.”


내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던 기시단은 자신을 막아서는 파로에를 보며 중얼거렸다.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만든 장본인들.


파로에 혼자면 몰라도 크리스탈 레오닉 유니까지 있으니 다 잡은 먹이를 다시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 분노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그저 쏟아낼 수밖에.


파로에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저희들은 끝까지 당신들의 터무니없는 야망을 저지할 것입니다.”


“할 수 있으면 해 보거라, 기껏해야 도망칠 수밖에 없는 잔챙이들이.”


“할 수 있습니다. 잊지 마시길, 세계수는 저희와 함께한다는 것을.”


파로에의 말에 기시단은 비소를 담아 입을 열었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작은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승리 따위 녀석이 과연 납득 할 수 있을까 싶군. 유하의 의지를 이어받은 존재는 모든 생명의 존엄을 짊어진 자. 너희들은 결국 녀석에 의해 파멸될 운명이다.”


유니의 권능이 있는 한 이 승부는 절대 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잘 아는 기시단은 칼을 놓친 것과 동시에 힘을 거두었지만 역시나 주체할 수 없는 분노는 숨길 수 없었다.


무의미한 싸움만 아니라면 모든 힘을 개방시켜도 상관없는 그녀였지만, 명분이 사라져버린 이상 그럴 이유는 없었다.


“그건 두고 봐야 아는 일입니다.”


“그래, 실컷 발버둥 쳐 보거라.”


그 말을 끝으로 유니는 파로에의 옆으로 다가와 구슬을 꺼내보였다.

구슬을 바라보던 기시단은 유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신견주람의 봉인구슬을 헛되이 쓰는군, 유니.”


“적절히 잘 사용되었다고 생각함.”


“세계수를 담아내고, 나의 광기를 억제하는 것도 모자라, 나의 수하를 봉인하고 녀석에게 하나를 넘겨준 것이? 웃기는군.”


“헛되지 않음. 3신이 그를 지켜보는 한 신견주람은 그저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음.”


---


론 우저에서 조금 떨어진 풀숲에 나타난 나는 곧바로 레이나를 끌어안고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다행이 별 다른 외상과 내상은 보이지 않아 한시름 놓았지만 기시단을 처음 마주한 순간의 공포는 트라우마로 남을 만큼 강렬한 충격 이었다.


[당장 움직여야만 한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면 녀석은 곧바로 쳐들어오겠지.”


그렇게 되면 피해는 예측 불허.


나로 인해 죄 없는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지워지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니콜라이는 아직 모험가 길드에 남아있어 호수의 조사와 미궁에 관한 얘기를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기시단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금제로 처리되는 정보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자리를 떠서 움직이려 하자, 니콜라이는 날 불러 세웠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당장 떠나야해.”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


우선 최대한 인명피해가 나지 않을 장소로 멀리 움직일 생각이다.


“미궁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입니다만, 혹시 무린에 대한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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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크리스탈 레오닉 유니 19.07.04 147 1 12쪽
107 18. 친위대장 19.07.03 90 1 13쪽
106 18. 미리나델의 펜던트 19.07.02 99 1 14쪽
105 18. 광기의 짐승 19.06.27 90 1 12쪽
104 18. 이무기와 구미호 19.06.26 110 1 12쪽
103 18. 살수 19.06.25 107 1 13쪽
102 18. 포식자 포르미루 19.06.24 91 1 16쪽
101 18. 움직이는 세계 19.06.20 94 1 15쪽
100 17. 두더지 +1 19.05.04 131 2 12쪽
99 17. 까마귀 19.05.03 102 1 12쪽
98 17. 재앙급 몬스터 19.05.02 105 1 13쪽
97 17. 격차 19.05.01 102 1 13쪽
96 17. 검은 큐브의 가디언 19.04.30 93 1 12쪽
95 17. 창공의 정원, 심연의 금제 19.04.29 91 1 12쪽
94 17. 심연의 목소리 19.04.27 102 1 13쪽
93 17. 미래의 희망을 위해서, 4계층으로 19.04.26 84 1 12쪽
92 17. KGW소속 초자연현상 처리 기능반 19.04.25 93 1 12쪽
91 2부 끝)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내게 : 두 사람 19.04.24 93 1 14쪽
90 16. 미래의 지구, 검은 정장 19.04.23 91 1 12쪽
89 16. 3계층 : 미래예측의 시공간, 미래의 지구 19.04.22 91 1 13쪽
88 16. 2계층의 비밀과 광기의 사슬 19.04.20 89 1 12쪽
87 16. 모든 능력을 끌어내어 부딪쳐라 19.04.19 95 1 13쪽
86 16. 다음 계층으로의 조건 19.04.18 89 1 12쪽
85 16. 두 번째 시련으로, 2계층의 지배자 19.04.17 105 1 12쪽
84 16. 첫 번째 시련의 비밀 19.04.16 96 1 12쪽
83 16. 심연 파훼법 19.04.15 89 1 12쪽
82 16. 첫 번째 시련, 굳게 닫힌 미궁 19.04.13 102 1 13쪽
81 16. 생태계 조사 19.04.12 84 1 12쪽
80 15. 유하의 의지를 빌어 19.04.11 96 1 13쪽
79 15. 계약과 병의 근원 19.04.10 8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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