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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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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574
추천수 :
720
글자수 :
748,164

작성
19.04.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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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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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6. 다음 계층으로의 조건

DUMMY

“미궁에 들어오는 녀석들이 있구나, 설마 했는데 진짜 있었네.”


이목구비도 없는 녀석이 뭐가 보이기라도 하는 것인지.

상당히 산만하게 날 요리조리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심연의 목소리에 의하면 틀림없이 녀석이 2계층의 지배자가 확실하다는 것 같은데, 그에 비해 보이는 모습은 한 없이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이런 녀석에게 시련을 받아야 하다니···’


[이 미궁에 처음 발을 들인 네가 신기한 모양이로군.]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미궁임을 뜻한다.


무이전왕과의 전쟁도중 미궁이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고, 적어도 그 전에 만들어진 아주 오래된 미궁이라는 것인데.

첫 손님을 맞이하는 것에 있어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대체 이곳에서 얼마나 홀로 지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혼자 중얼거린 말에 녀석은 한 발자국 뒷걸음질 치며 상당히 놀라워했다.


“오오오오!!! 입이 달려있으니 말을 할 때 움직이잖아?!”


“······.”


“이봐, 다시 한 번 말해줘. 보다시피 이렇게 말을 내뱉고는 있지만 내겐 입이란 게 없어서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거든? 두 눈이 크게 뜨인 게 그 증거!”


“···그 두 눈도 너는 가지고 있지 않은데.”


“오오오오오!!! 완전 신기하잖아! 근데 손에 쥐고 있는 그건 뭐야?”


녀석이 쪼그리며 앉더니 내 손목을 낚아채며 물어왔다.

그 손에는 칠흑의 가면이 들려있었는데, 이 회색빛깔의 달걀귀신 같은 녀석은 자신과 이 공간을 제외하면 다 처음 보는 것투성이라며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흥분한 채 물어왔다.


“가, 가면이라는 건데 이렇게 얼굴에 착용하는 거야.”


“오오오오오오!! 완전 신기하잖아! 가면이라고 했지? 하하하하하하하, 그거 마음에 들어 마치 내 얼굴 같아서 완전 웃기잖아!!”


배꼽 빠질 듯이 웃긴 개그를 본 것 마냥 배를 까뒤집고 숨을 껄떡이는 녀석.

아, 물론 녀석에겐 배꼽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어쨌든 뭐가 그리 재밌는지, 녀석은 슬슬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가면을 착용한 날 다시 한 번 바라보며 격한 몸부림을 쳤다.


대지를 한 손으로 내려치며 다시 한 번 웃어재끼는 달걀귀신 녀석.


마치 날 보고 웃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크흠, 슬슬 시련의 내용이나 알려주면 안 될까?”


“하하하하하하!!! 으, 응? 아 시련!!”


벌떡!


역시나, 이 녀석은 자신의 임무를 완전히 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이 자리에 일어서서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설마 했는데 정말 이런 미궁에 발을 들이는 자가 있을 줄 몰랐거든. 흥분해서 그만 내 역할을 잊고 있었네, 미안!”


“뭐, 대충 어떤 기분인지 이해는 가.”


이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잿빛가루의 공간에서 수련에 매진하던 날이 떠올랐다.


확실한 건 적어도 내겐 파로에와 마이즈가 있었고, 녀석에 비하면 반년이라는 기간은 짧았기 때문에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였지만 적어도 어떤 기분에 휩싸였을지는 작게나마 공감이 갔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여 이해한다는 듯 기분을 맞춰주었다.


일단 녀석에게도 용안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단순히 이목구비가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궁이라는 특수한 환경, 또는 녀석의 존재자체가 특별한 것인지 용안은 이곳에 한해서만큼은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행동과 말투, 어조에는 적의가 없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자기 자신을 숨김없이 내비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 미궁을 위해서 신이 창조해낸 유일무이한 생명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 아쉽네. 시련만 아니라면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누는 건데.”


2M는 족히 넘는 근육질의 생명체가 어깨를 축 떨어뜨리며 말하는 모습에 조금 측은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이런 말도 안 되는 녀석에게 기분을 맞춰줄 생각은···]


“이야기정도라면 뭐 시련은 그 이후로도 괜찮겠지?”


실은 시련이전에 녀석을 통해서 이 미궁에 대해 물어볼 것도 있었고, 꽤나 시원스런 성격을 지닌 녀석이 이 미궁의 안에 또 존재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심연의 목소리의 말을 자르고 입을 열었다.


내 제안에 녀석은 역시나 과도한 몸짓과 말투로 순수하게 기뻐하며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근육을 부풀리며 만세 포즈를 취해보였다.


[정보를 얻을게 얼마나 있을지 몰라도···그래 네가 치루는 시련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해나가겠지.]


심연의 목소리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되었는지 얘기가 끝나면 부르라며 기운을 거두었다.

그렇게 나와 2계층의 지배자는 바위의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


대화는 생각보다 짧게 끝났다.

대략 30분정도?


왜냐하면 심연의 목소리가 넌지시 내뱉었던 대로 녀석을 통해 이 미궁에 대해 정보를 얻고자 했던 계획은 초장부터 제대로 말아먹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내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데, 미궁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해도 나는 이곳 말고는 몰라.”


“진짜? 하아, 분명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미궁의 관계자이니 하다못해 몇 계층까지 존재하는지는 알고 있지 않을까 했지만 녀석은 그것마저도 모른다고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다음 질문을 머릿속으로 준비해놓고 있었던 나는 그 대답에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계층이 나뉘었다는 것은 혹시 모를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니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계층이 몇 층인지 정도, 그 외에는 정말 몰라.”


“그래? 아무튼 질문에 답해줘서 고맙다.”


성심성의껏 대답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며 녀석을 바라보니 초원의 너머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이목구비도 없는 녀석이 이렇게 하염없이 초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상당히 아련하게 다가왔다.


긴 세월동안 그 누구도 발을 들이지 않는 미궁의 한 공간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녀석은 타 종족들처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감정을 지닌 생명체이다.

처음으로 마주한 자신 이외의 생명체에게 호기심을 보였고,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상태였으며 시련을 받겠다고 하니 헤어짐을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1계층은 어떤 곳이었는지 대답해주라.”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는데, 적어도 이곳만큼 좋은 곳은 아니었어.”


“1계층도 심연에 둘러싸인 공간이었다니 재밌네.”


심연에 둘러싸인 공간보다 이렇게 푸른 초원이 펼쳐진 지금의 장소가 훨씬 좋다고 대답해주자 녀석은 또 다시 호쾌하게 웃더니 자부심을 가지며 설명을 해주었다.


“원래 이곳도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이었는데 내가 이곳에 배치받기 전에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거든.”


“그럼 이 초원을 네가 만들었다는 거야?”


“솔직히 이런 미궁에 들어올 자는 별로 없을 거라 생각이 들었거든. 무료할 바에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허락을 구했지.”


“이 미궁을 만든 신은 어떤 녀석이지?”


미궁을 만든 신의 피조물이니 모를 리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조금 둘러써 질문을 해보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술수에는 걸려들지 않았다.

아니, 아예 들을 수 없도록 이미 조치가 되어있었다.


“크크큭,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는 게 금제가 걸려있거든, 그것보다 바깥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줘. 내 무료함을 달래주면 시련도 쉽게 내줄테니까.”


“시련의 난이도를 네 맘대로 조정해도 되냐?”


“이봐, 2계층의 지배자란 이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니까 의심은 접어두고 얘기나 해주라.”


“그래 알았어.”


내가 이야기를 해주는 동안 녀석은 온갖 별난 리액션은 있는 대로 보여주며 호응을 보내왔고, 이왕 이야기보따리를 풀기로 한 거 지구에서의 이야기도 같이 들려주었다.


애초에 이곳에서 태어나고 지낸 녀석이라 딱히 누설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쪽 세계나 지구에서의 이야기나,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갖가지의 정보는 녀석에게 있어서 신선함과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에 구분을 두지 않았다.


처음에는 뭘 이야기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쪽 세계랑 지구에도 존재하고 있는 곤충이 문득 떠올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개미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틀어막는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물론 녀석에겐 입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개미는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이었지만, 평소 큰 관심을 두지 않다보니 그 지식은 매우 얕은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녀석에게는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들어가는 것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좋았으니까.


그렇게 30분가량을 혼자 떠들어대었다.


---


“후, 짧지만 강렬한 시간이었어.”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은 없었지만 대충 닦는 시늉을 보이며 녀석은 만족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작 30분이었지만 내 이야기로 3천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게 되었다는 농담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으며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손짓을 보내왔다.


녀석의 제스처가 뜻하는 것은 단 하나.

2계층의 지배자로서 내게 시련을 부여하겠다는 것을 뜻했다.


[이제야 본론으로 넘어가는군.]


‘또 언제 깨어있었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어서 시련을 받고 끝내도록 해라.]


바위에서 뛰어내려 앞에 서자 녀석은 허리춤에 양 손을 올려두고 고개를 양 옆으로 까딱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준 것과 내게 어울려준 것을 고려해서 시련은 어렵지 않은 것으로 준비해봤는데, 바로 시작할거야?”


“그래주면 고맙지, 어떤 시련인지 설명해줘.”


“준비라고 해봤자 거창하게 한 번 말해보고 싶었던 것뿐이니 크게 긴장하지 마, 다음 계층으로 넘어가기 위한 조건은 날 죽이는 것, 어때 간단명료한 게 마음에 들지?”


“죽여야만 다음 계층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조건이라.”


“이봐 뭔가 심각한 얼굴인데 걱정하지 마. 딱히 저항하지도 않을 거고, 반격하지도 않을 거니까.”


그 대답을 들으니 더더욱 이번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간단하고 좋군, 어서 죽여라.]


‘참 쉽게도 대답한다, 단순히 녀석을 죽이는 것으로 시련이 통과될 리가 없잖아.’


[아니, 네 녀석은 그저 살생을 하는 것이 두려울 뿐인 게지, 그런 나약한 정신상태로는 기시단은 물론 미궁의 시련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망설이는 게 아니야, 시련을 받기로 한 이상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 했으니 의심을 가지는 거지.’


속으로 심연의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 2계층의 지배자는 허리를 숙여 내게 시선을 맞춘 뒤 말했다.


“대화는 거기까지 하고 시련 받을 거야? 참고로 쉽다고는 했지만 잘 죽지 않을 예정이야.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는 다음 계층으로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접어.”


[흥, 역시 한 계층의 지배자라는 것인가, 이 몸의 존재에 대해서 꿰뚫어보고 있었군.]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는 안 된다, 네가 한 말이랑 똑같이 대답하네···’


지배자의 대답에, 깜짝 놀라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지배자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상태.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용안으로도 꿰뚫어 볼 수 없는 나와 달리 녀석은 내 안의 심연을 확실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당황한 것은 심연을 꿰뚫렸기 때문이 아닌 단순히 지배자에게 풍겨오는 기운에 짓눌려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카지락스타와 정신융합을 했다는 것은 드래곤의 정신이 깃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상태에서 두려움이란 감정이 스며들었다는 것은······.


‘2계층부터 이런 녀석이 나타나는 건 조금 너무한데.’


나는 오른손목을 풀며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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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8. 살수 19.06.25 107 1 13쪽
102 18. 포식자 포르미루 19.06.24 91 1 16쪽
101 18. 움직이는 세계 19.06.20 94 1 15쪽
100 17. 두더지 +1 19.05.04 131 2 12쪽
99 17. 까마귀 19.05.03 102 1 12쪽
98 17. 재앙급 몬스터 19.05.02 105 1 13쪽
97 17. 격차 19.05.01 102 1 13쪽
96 17. 검은 큐브의 가디언 19.04.30 93 1 12쪽
95 17. 창공의 정원, 심연의 금제 19.04.29 91 1 12쪽
94 17. 심연의 목소리 19.04.27 102 1 13쪽
93 17. 미래의 희망을 위해서, 4계층으로 19.04.26 84 1 12쪽
92 17. KGW소속 초자연현상 처리 기능반 19.04.25 93 1 12쪽
91 2부 끝)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내게 : 두 사람 19.04.24 93 1 14쪽
90 16. 미래의 지구, 검은 정장 19.04.23 91 1 12쪽
89 16. 3계층 : 미래예측의 시공간, 미래의 지구 19.04.22 9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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