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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7.04.02 18:58
최근연재일 :
2017.05.07 14:06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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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973

작성
17.04.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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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봄날의 향기는 전초에 불과했다

DUMMY

1.


이케이나 대륙. 모험과 마법, 그리고 온갖 종족들이 공존하는 곳이자 엄청난 마도문명으로 성황을 맞이한 축복받은 땅에도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 덧 봄이 찾아왔다.

하얀 솜 같은 눈이 녹아내린 땅 위를 차지란 초봄은 그 이름에 걸맞게 봄날의 하늘은 화창하고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생기를 북돋게 하는 화단에 핀 꽃과 따뜻한 날씨에 창공을 떼 지어 날기 시작한 참새들의 지저귐은 봄의 시작을 알리려는 듯 꽃은 더욱 화사하게 피어났고, 참새들은 하모니를 이루며 힘차게 지저귀었···.

“시끄러워! 다른 데 가서 짖어! 정신 사납게스리!!!”

8평 남짓한 하늘색 벽지에 벽걸이 시계가 걸린 심플한 방, 벽의 크기에 맞춰 알맞게 난 창문, 24인치 TV,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일본풍의 탁상난로. 굉장히 평범하고 평범해 귤 까먹으며 노닥거릴 만한 이 방 안에, 이케이나 대륙에 찾아온 봄의 정취를 느끼래야 느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그 이름은 이민혁. 검은색의 깔끔한 머리카락과 눈동자. 적당한 체격과 외모. 정말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이 가질 법한 특징들만 고루 갖춘 남성이었다.

“밖의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집에 박혀서 가계부나 정리하고 있다니···. 망할 세상! 망할 자본주의!”

민혁이 원망에 가까운 한탄을 소리치며 애꿎은 참새들에게 화풀이했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바깥 날씨는 화창하고 평화로웠지만, 그의 심경은 폭풍이 지나간 벌판마냥 황폐하기만 했다.

“야. 찬바람 들어오잖아. 죄 없는 참새한테 떽떽거리지 말고 창문이나 닫아.”

이런 민혁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사람이 있었다.

하얗게 빛나며 윤기까지 흐르는 아홉 개의 기다란 꼬리들. 마치 각각마다 자의식을 가진 듯 자유롭게 하늘거리기도 하고 바닥에 축 처져 있기도 했다. 머리에는 여우 귀와 시선을 사로잡은 수려한 외모 등. 흡사 구미호를 연상케 하는, 실제로도 구미호인 이 여성은 화련.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사과처럼 둘둘 말아놓고 등에 광고가 그려진 사은품 티셔츠와 돌핀 반바지까지. 상당히 프리해보였다.

막 공용실로 들어온 화련은 살결을 타고 흐르는 냉기에 몸을 탁상 안으로 몸을 넣으며 민혁에게 핀잔을 줬다. 민혁은 그녀의 말에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고분고분하게 창문을 닫아줬다.

“이씨···. 누구는 골 깨질 것 같아서 죽겠는데. 왜 왔어요?”

“느닷없이 시비래? TV 보려고 왔다. 뭐, 불만 있냐?”

“그럼 조용히 보다 가세요. 저 바쁘니까.”

지끈거리는 골을 문지르며 도로 제자리에 앉은 민혁이 인상을 쓰며 펜을 집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가 괘씸했는지, 화련의 미간이 찌푸려지는가 싶더니, 화련이 그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겼다. 경쾌한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이 쇄키가 싸가지 없게 굴기는.”

경황도 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민혁은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그가 불만이 가득 담긴 눈으로 화련을 노려봤다.

“왜 때려요!”

“어린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하늘같은 누님의 말씀을 무시해? 확 씨 그냥!”

“힉!”

화련이 손을 핀 채 때릴 듯이 위협적으로 치켜들자 민혁이 움찔했다. 그의 표정은 그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지만,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녀의 포스에 기가 죽었다.

“다시 묻는다. 나한테 불만 있냐?”

“아, 아니요. 없어요.”

협박성 짙은 강압에 못 이긴 민혁이 마지못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제야 화련도 성에 찼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어디다가 대고 인상을 쓰고 있어. 그건 됐고, 지금 뭐하고 있냐? 뭐 때문에 나한테 궁상인데?”

뒤늦게야 왜 자신에게 신경질을 부렸는지 궁금증이 도졌는지, 화련이 탁상난로에 앉으며 민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민혁은 그런 그녀의 철면피가 짜증나면서도, 한편으로는 혼자서 끙끙 앓던 속앓이를 그녀에게 토로했다.

“가계부 쓰고 있었는데, 쓰면 쓸수록 적자만 나니까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 남은 돈도 별로 없는데. 휴.”

“어린 새끼가 한숨이나 푹푹 쉬긴.”

막막함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민혁에게 질타를 던진 화련. 그녀의 시선에 문득 그의 가계부가 들어왔다.

‘그렇게 심각한가?’

가계부 상태가 얼마나 처참한지 궁금증이 일은 화련은 민혁의 앞에 펼쳐진 가계부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화련은 가계부에 손도 대보기 전에 가계부로 뻗는 손을 본 민혁이 잽싸게 가계부를 낚아챘다. 그걸로도 보자라 가계부를 덮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눈앞에서 가계부를 빼앗기자 화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거 좀 본다고 닳기라도 하냐? 좀 보여줘, 뭘 그렇게 쩨쩨하게 구냐?”

“남의 집안 사정 알아서 뭐하시게요? 이번만큼은 제 프라이버시 좀 지켜주세요.”

“참내, 우리 사이에 숨길 게 뭐가 있다고 푼수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예요.”

민혁이 어찌나 그리 심각해보이던지, 그의 얼굴에서 어떤 무력도발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돋보였다. 화련도 이번에는 밑도 끝도 없이 뒤통수를 후려갈기기보다는, 그의 말을 크게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그래. 이 누나가 넓은 아량으로 이번만은 넘어가주마. 그런데, 그렇게 심각해?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말은 해줄 수 있잖아?”

“말해봤자 뭐해요. 다 의미 없는데. 아씨! 짜증나 죽겠네!”

가계부에 빼곡하게 찬 마이너스들만 봐도 민혁은 골이 지끈거렸다. 날씨는 화창하지 놀고는 싶지, 그런데 상황이 안 따라주니 그로서는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뭘 뺐는데? 한번 들어나 보자.”

화련은 무작정 민혁을 믿기 전에 그를 의심했다. 과연 그가 정말로 지금의 적자난을 모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그녀로서는 심히 미덥지 않았다.

화련의 물음에 들고 있던 가계부를 펼친 민혁은 자신이 세세하게 정리한 내역들을 찬찬히 그녀에게 읊어줬다.

“일단···. 저희 집에서만이긴 하지만, 마나세 뺐고.”

“응.”

“수도세는 뺄 수 있는 거 최대한 뺐고.”

“응.”

“식비에서도 조금 뺐죠. 궁여지책이라 눈 가리기 식밖에 안 되지만.”

“응. ···응?”

민혁이 하나씩 읽어주는 내역들에 맞춰 생각에 잠긴 양 멍하니 벽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화련이 마지막 대목에서 번쩍 정신을 차리며 놀란 눈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마치 무언가를 잘못 듣기라도 한 듯, 그녀의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돼있었다.

“왜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아님 진짜 있어요? 누님 구미호잖아요.”

순간 오싹한 느낌을 받은 민혁이 지레 겁을 먹으며 자신의 뒤를 살폈다. 괜한 선입견이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구미호인데 혹시 귀신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그였다.

“미친 새끼. 귀신은 얼어죽을.”

돌아오는 화련의 대답은 호쾌한 뒤통수 후려치기였다.


작가의말

스타트가 제법 늦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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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1 평범한 일상의 뒤에는 17.04.28 46 0 6쪽
3 1-3 봄날의 향기는 전초에 불과했다 17.04.23 39 0 6쪽
2 1-2 봄날의 향기는 전초에 불과했다 17.04.19 53 0 7쪽
» 1-1 봄날의 향기는 전초에 불과했다 17.04.16 7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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