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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ness - 작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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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6.03.16 01:36
최근연재일 :
2016.05.3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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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5,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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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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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저는 하인입니까? - 4

DUMMY

결심이 서자 곧장 좀 전에 깼던 방으로 돌아간 난 내가 애지중지하는 물건들을 담아둔 가방을 집어 다시 안젤라가 있는 큰 방으로 돌아와 앉았다.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의 상태가 어쩐진 모르지만,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단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으니까.


가방을 방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곧바로 가방 안을 뒤졌다.


안젤라는 내 행동에 조바심과 호기심이 깃든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몸을 내밀어 가방 안을 보려고 했다. 참 궁금한 것도 많은 사람일세. 그냥 무시하자. 지금은 찾는 게 더 중요하니까.


“어디보자···. 분명 여기에 뒀는데.”


“뭔데 그래? 나도 좀 알자.”


“잠깐만요···. 지금 그게 잘 안 보여서.”


“너 지금 굉장히 수상하다는 거 알고는 있어?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나한테 해코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게 좋을 거야. 알겠어?”


“아, 알겠어요.”


휴, 닦달하고 협박해도 안 나오던 물건이 더 빨리 나올 리 없는데 왜 이리 재촉을 하는지. 내 행동이 그렇게 수상해보이나? 고작 가방 뒤지는 것뿐인데. 게다가 여차하면 바로 데스볼부터 날릴 거면서.


추궁되는 의심 속에 최대한 빠르게 가방 안을 뒤졌다. 안젤라는 내가 좀만 더 늦었다간 아주 갈아 마실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길, 분명 여기 어딘가에 박아뒀는데 보이질 않는다. 사고 때 튕겨져 나갔나? 그러면 진짜 곤란한데···.


“아직도 못 찾았어? 슬슬 네 행동이 미심쩍어진단 말이지.”


“자, 잠깐만요! 지금 찾고 있잖아요! 좀 기다려보세요!”


영 좋지 않은 소리였다. 심지어 손에는 어느 샌가 데스볼까지 만들어놓고 수상하다는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뭐, 좋아. 나도 자비가 있는 사람이니까.”


“후···.”


그래도 나름 인간미라는 건 있는 사람인가 보네.


“그럼 딱 3초 센다. 그 전까지 찾아놔. 카운트 지나면, 알지?”


“···.”


···역시 잘못 생각했어. 이 여자, 진짜 냉혈한이야! 아오 진짜. 좀만 기다리면 나올 것을 이렇게 들들볶질 못해서 안달인지.


하지만 확고한 갑을관계, 나 같은 경우엔 무력으로 성립된 주종관계라는 사슬에 엮여 있다보니 안젤라의 말에 거부나 반박할 기회조차 있지 않았다. 결국 내 목숨 건사하려면 3초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젠장, 내 신세 참 초라하네.


“여기에 있었는데···, 아! 여기 있네.”


분명 있던 게 보이지 않아 짜증이랑 불안감이 쌓여가던 중, 다행히 물건들을 한 번 헤집고 나서야 원하던 물건이 눈에 보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얼른 집었다.


안젤라도 내 표정이 밝아진 걸 봤는지 데스볼을 얼른 없애고는 다시 닦달했다.


“된 거야? 그럼 빨리 내 질문에 대답해!”


“그전에, 이거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자, 이게 뭔지 아세요?”


나는 안젤라에게 도리어 되물으며 가방에서 꺼낸 물건을 보여줬다. 그녀는 내가 보여준 물건을 잠시 멀뚱멀뚱해지더니 이내 집중해서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안젤라는 대답이 없었다.


“역시 모르시군요.”


“아, 아냐! 아니라고! 그냥, 그저···.”


안젤라는 내가 내민 물건의 정체를 파악할 수가 없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애써 변명을 했다. 그녀는 뜻밖의 지적을 당한 것처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안젤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직도 내 손에 든 물건을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이건 말이지···. 이게 뭐더라···.”


“······.”


아주 잡아먹을 기세로 얼굴을 들이밀기까지 했다. 그렇게 가까이서 본다고 모르던 게 알면 내가 만년 시험에서 1등 먹었을 겁니다.


그냥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것을 미련하게 구는 게 왠지 조금 한심해보였다.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냥 잠시 까먹었을 뿐이야! 드래곤에 필적한 존재들만 캐스팅할 수 있다는 마법 이론들도 빠삭한 내가 겨우 이런 고철조각을 모를 리 없다고!”


“글쎄요. 이건 드래곤도 모를 걸요? 설령 이걸 안젤라님이 알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건데.”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안젤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구난방으로 퍼져있는 모든 정황, 모든 증거, 모든 의심들이 뭉쳐졌다. 이젠 안젤라가 그렇게 알고 싶어 했던 질문의 대답을 할 때가 되었다.


“안젤라님. 제가 이계인이냐고 물으셨죠?”


“어? 어, 그랬지.”


“안젤라님. 이 물건은 휴대폰, 혹은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통신장치인데요···.”


“스마트, 폰?”


스마트폰이라는 말에 안젤라가 눈을 끔벅거렸다. 생전처음 듣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말이다.


“이 물건은 제가 살았던 세계, 안젤라님에겐 이세계라 불리는 지구라는 곳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기계입니다. 그러니 안젤라님은 모를 수밖에요.”


“···에?”





거대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자초지종 내가 아는 모든 것에 대해 안젤라에게 설명해줬다.


하지만 모든 걸 들은 안젤라는 어떤 대답도 없었다. 덕분에 나는 카펫 위에, 그녀는 소파에 앉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갑갑한 침묵 속에 하염없이 시간을 허비했다.



···············.



그 장대한 침묵을 뚫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그 침묵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나였다.


“이제 확실히 아셨죠?”


“···.”


“재차 설명하자면, 저는 이곳과는 다른 지구라는 곳에 수립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20살의 건장한 청년입니다.”


“···.”


“그리고 저는 버스라는 이동수단에 치여 생사에 기로에 섰었습니다.”


“···.”


“하지만 어째서인지 전 죽지 않았죠. 몸이 멀쩡해진 건 물론이고 이전보다 훨씬 홀가분해진 기분입니다.”


안젤라는 내 말에 전혀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이러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봐도 많이 우울해하는 것 같으니 구태여 성질을 돋우진 않기로 했다. 그냥 조용히 기다리다보면 어련히 대답해주겠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대체 뭘 소환한 거야. 난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 이제 어떡해···.”


“···?”


끝이 없을 것 같던 정적 속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데 안젤라가 나직이 불안에 빠진 혼잣말로 뭔가에 대해 자책하듯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그녀의 중얼거림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냥 소환이 실패한 줄 알았는데···. 근데 왜 지성체가···. 난 분명 동물 정도로만···.”

자세히 들어보니 역시 자책하는 소리였다. 뭐가 이렇게 안젤라를 불안에 빠지게 한 것일까?


나는 안젤라의 안색을 확인하려 조심스레 고개를 옆으로 틀면서 몸을 약간 기울였다. 내 사전에 이렇게 된 사람치고 궁금증을 자극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더욱이 좋은 말로 해서 활기찬 모습이 아닌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참기 힘들었다.



······헐.



안젤라의 안색은 말 그대로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처럼 입술을 파르르 떨었고 눈동자는 초점이 흔들리고 있었다. 식은땀은 한여름의 뙤약볕 밑을 걷는 사람이 흘리는 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피부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걱정스러웠던 나머지 나는 꿇고 앉던 자세를 바꿔 안젤라에게 다가갔다. 미운 털이 제대로 박히긴 여자이긴 했지만 일단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게다가 내 말을 들은 후로 계속 이 모양이었으니 약간이나마 그녀의 변한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꼈다.


“저기, 당신이랑 저하고 관계된 문제 때문에 곤란하다는 건 알겠는데요, 우선 진정 좀 하시고 차근차근 같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어떨까요?”


“방법? 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미 소환된 걸 어떻게 해결할 건데?”


“아, 저 역시 여기로 소환된 거군요.”


“그래. 내가 널 소환한 장본인이고, 지금 그거 때문에 당장 어떻게 해야 할 지 머리가 터질 것 같단 말이야.”


“그러니까 저한테 다 털어놓아보라고요. 이럴 때일수록 같이 고민해야죠.”


“됐으니까 좀만 조용히 있어봐!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질적으로 날 뿌리친 안젤라가 더욱 전전긍긍하며 머리를 싸맸다. 어째, 도와주려고 했다가 더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어버렸다. 심지어 지금 내가 모르는 심각한 고민도 생겨버린 것 같았다.


상황이 계속 이렇게 된다면 안젤라는 깊어져만 가는 수렁에 빨려 들어갈 뿐이었다. 끙, 이거 처치곤란이네.


어떻게든 다독여보려 했지만 절망스러운 결과만 나오니, 진짜 한숨이 절로 나왔다.


“휴. 진짜 답답하네. 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인데요? 말이나 좀 들어보자고요! 혼자만 끙끙 앓아서 어떻게 해결하려고요? 이건 당신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잖아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젤라에게 윽박을 질렀다. 혼자 풀지 못하는 문제는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게 최고의 차선책이다. 혼자만 짊어지고 살기엔 세상은 넓기 때문에, 혼자 떠안지 말고 함께 나눠야만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안젤라는 혼자서 모든 걸 떠안고 가려한다. 그게 자존심의 문제든,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이든, 아님 다른 무언가가 지금의 문제를 혼자서 붙잡게 만들었다.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내 윽박지름에 안젤라가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파리해진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소리를 지른 게 미안해져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나 그녀나 너무나 뜻밖의 상황에 이성을 잃은 듯했다.


“그렇지. 내 문제만이 아니지.”

안젤라는 문제의 심각성에 잠시 패닉에 빠진 것 같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시 이성을 되찾은 듯했다.


“기운을 차리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안젤라가 평정심을 되찾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여자 마음 후벼 파는 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그녀는 나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거, 어쩌다가보니까 하인한테 한 소리 들었는데?”


“휴, 전 끝까지 하인 신세는 변치 못하네요. 뭐, 편하실 대로 하세요. 그보다 우선 저한테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전 아직 안젤라님보다 아는 게 별로 없거든요. 일단 정보가 있어야 문제를 해결하죠.”


이제 하인이든 손님이든 신경 끄기로 했다. 그냥 이렇게 될 운명이었구나, 하고 생각하자. 지금은 당장 닥친 문제나 해결하는 게 상책이다.


우선,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정보였다.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건 말 그래도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안젤라와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게 중요했다.


“알겠어. 전부 설명해줄게. 음,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나···.”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할 듯싶었다.


“천천히 생각하세요. 시간은 많아요.”


“그럼 우선···, 네가 가장 궁금해 했던 이곳. 여기는 네가 살던 지구라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아니 다른 차원이야.”


“오, 주제가 차원으로 넘어가는군요. 하긴, 제가 살던 세계에는 마법이 없으니까 당연히 마법이란 게 존재하는 다른 차원이겠죠.”


뭐, 그렇지. 그리고 이 세계에는 2개의 거대한 대륙과 2개의 작은 섬이 서로 마주보는 형식으로 해수면 위로 드러나 있어. 지금 우리가 있는 카낙스 대륙은 통합전쟁으로 하나의 제국만이 있는데, 3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제국은 첫 제국의 황제의 이름을 따서 우로스 제국이라 이름 지었고, 남은 블라샤 대륙은 여러 왕국들이 왕국연합을 창단해 다스리고 있어. 나머지 두 개의 섬에는 나라는 없고, 대신 여러 부족들이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냥 북쪽 섬은 숲으로 우거져서 포르렉, 남쪽 섬은 사막으로 뒤덮여서 데자르라고 불러.”


“예상외로 꽤 방대한 세계네요.”


예상외로 넓은 세계관에 감탄했다.


“흠, 자질구레한 서론은 이 정도면 되겠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게. 일단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하자면, 난 크라니 대학교 네크로 연구학과를 전공 중인 안젤라 드리무어 바르샤노크 인크리아, 사람들은 그냥 안젤라라고 불러. 그리고···.”


역시 다시 들어도 외울 여력이 안 됐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세계 속 이름들은 죄다 외우기도 힘들게 너무 길었다.


그나저나 네크로 연구학과라. 약간 꺼림칙한 학과네.


좀 기괴한 이름을 가진 학과였다. 만약 그 네크로의 뜻이 내가 아는 Necromancer의 Necro가 맞는다면, 안젤라는 분명 판타지 책에서 좀비나 시체, 영혼 같은 걸 다루는 기괴한 마법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흠, 시체나 영혼이라니, 약간 으스스했다.





···············?





잠깐만. 시체나 영혼을 다룬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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